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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독 : 유혹하는 홍콩, 낭만적인 마카오의 내밀한 풍경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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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모두가 잠든 도시의 밤은 없다"
도시적 삶을 떠나 세상을 거닐던 여행자를 매혹한,
그곳의 아름다움과 그늘, 역사와 일상에 대하여!


배낭여행 1세대로서 '오래된 여행자'라고 불리는 작가 이지상이 스무 번째 작품 [도시탐독]을 펴냈다. 지난 20여 년간 그가 홍콩에서 열세 번, 마카오에서 다섯 번을 머무르며 도시를 탐색하고 읽어나간 이야기를 총망라한 이 책은 홍콩과 마카오를 여행한 기록이자, 현대인의 삶과 도시의 내밀한 풍경을 담아낸 에세이다. 정치외교학과 사회학을 공부하고 역사와 문화에 큰 관심을 둔 그는 삶에서 여행과 인문학적 글쓰기를 실천해왔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나는 내내 도시 밖의 삶을 꿈꿔왔던 그는 젊은 날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세상을 여행했고 그 경험을 지금까지 19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이는 우리나라 여행작가로서는 독보적인 기록으로, 작가가 여행과 사색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는 한편 늘 독서하고 공부하며 정진하는 태도로 집필에 몰두했고, 오랜 세월 그의 인문학적 여행기를 꾸준히 애독해온 중장년층의 독자들과 사진이나 감성 어린 글 위주가 아닌 밀도 있는 이야기 중심의 차별화된 여행기에 관심을 가져준 새로운 젊은 독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신간에서 작가가 주목한 곳은 '도시'다. 도시를 벗어나 세상을 거닐어왔던 그가 도시에 매료되어 "도시가 좋아졌다"면서 그곳의 아름다움과 그늘, 역사와 일상을 [도시탐독]에 풀어놓는다. 식민통치를 거치며 극치의 자본주의를 이룩한 홍콩과 마카오를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주는 이 작품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도시의 애환, 쾌락, 소외를 경험하고, 우리 과거와 현재를 살펴 미래를 예측해보며 '도시와 인간의 삶'을 성찰하도록 한다.
베테랑 여행가인 저자의 풍부한 여행 경험과 전문가 못지않은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식견, 홍콩과 마카오의 각 장소들이 간직하고 있는 특별한 사연, 여행 중 만난 사람과의 감동적인 이야기, 이색적인 사진으로 도시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감동과 기쁨을 주는 [도시탐독]. 지금까지 [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슬픈 인도][혼돈의 캄보디아, 불멸의 앙코르 와트][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등 재미와 교양을 겸비한 작품으로 여행에세이 분야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며 꾸준한 집필 활동을 펼쳐온 작가 이지상의 또 다른 '명작'의 탄생이 예고된다.

들판, 사막, 히말라야 산맥을 동경하며
도시를 떠났다가 다시 도시로 향한 이유

오랫동안 작가 이지상의 삶을 끌고 가던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심이었다. 고도성장기 대도시에서 쌓아온 그의 추억에는 짙은 잿빛이 깔려 있다. 1960년대 기억에는 판잣집과 빈곤과 무질서가, 1970∼80년대 기억에는 우후죽순처럼 솟구친 빌딩숲과 매연이 있다. 어릴 적부터 벌판, 사막, 바다, 정글, 히말라야 산맥에 매료됐던 그는 어른이 되자 세상 곳곳을 두루 여행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도시를 떠나고자 하는 바람과 다른 세상에 대한 동경은 많은 현대인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다음처럼 설명한다.

프랑스 환경철학자 오귀스탱 베르크가 말했듯이 도시는 이제 '인간의 모태'가 되었다. 자연은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무시무시한 면도 있다. 그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해방되고자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고, 도시에서 형성된 가치와 윤리와 의미라는 그물망 속에서 질서정연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그물망이 안락함을 넘어 어느새 구속이 되어갈 때 우리는 대자연을 그리워하며 탈출을 꿈꾼다. - '프롤로그' 중에서(5쪽)

흐르는 세월 속에서 저자는 도시에 대한 이끌림 또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임을 알게 되었다. 10여 년 전,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 사바 주의 깊숙한 정글에서 머무는 캠프에 참가했다가 40~50도를 오가는 더위, 사방에서 달려드는 모기 떼, 말라리아 약의 부작용에 시달리다 겨우 사흘 만에 도시로 도망쳤다면서 그는 "대자연에 심취하다가도 문명이 있는 마을과 도시에 들어서면 얼굴에 생기가 돌고, 정처 없이 방랑하다가도 문화와 예술을 접할 때 희열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사자의 터전이 대초원이고 호랑이의 터전이 밀림이며 고래의 터전이 바다이듯, 현대인의 터전은 '도시'라는 사실"을 인정하자 도시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부터 홍콩까지,
서로 무척이나 닮아있는 현대 도시인의 삶 속으로

특히 여러 도시 가운데 홍콩과 마카오가 흥미로웠다. 두 곳은 힘든 나날에 작가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영화들의 무대이기도 하다.
작가는 배낭을 메고 중국에서 유럽까지 실크로드를 탐험하고, 중남미와 아프리카와 같이 험하지만 흥미진진한 지역을 개척하던 시간을 뒤로하고 여행과 글쓰기를 포함해 모든 사회적 활동을 완전히 멈춘 채 오로지 부모의 병간호를 위해 몇 년을 보낸 적이 있다. 찬란했던 시절은 가고 집안이 풍비박산된 그때, 삶의 허기를 채워준 것은 바로 이국의 영화들이었다.

평생 죄인으로 살아야만 할 것 같은 그 암울한 시절, 우연히 홍콩 영화 [중경삼림]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기억을 통조림에 넣을 수만 있다면, 유통기한을 만년으로 하고 싶어."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내 젊은 시절의 즐거웠던 여행의 순간들, 부모님 품속에서 두려울 것 하나 없던 그 따뜻한 세상의 추억들이 천년만년 갈 텐데. 한때 탕진했던 과거의 삶을 후회하지 않았지만 나는 현재의 내가 비루해 보이고 혐오스러웠다.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이 죽어가며 했던 말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발 없는 새는 오로지 날기만 했어. 날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잠이 들었지. 그 새는 평생 단 한 번 땅에 내려올 수 있는데 그때가 바로 죽는 날이었어."
한때 날아다녔으나 착륙한 나, 그러나 죽지도 못한 '발 있는 새'. 우연히 본 그때의 홍콩 영화들이 내게는 조그만 위안이었으며 도피처였다. - '홍콩이 좋은 이유' 중에서(36쪽)

[중경삼림] [아비정전] [화양연화] 등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를 건네는 듯한 영화들 덕분에 그는 어려운 시간을 무사히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했음에도 타국의 대중으로부터 공감을 크게 얻는 영화들은 현대 도시인의 터전이 서로 닮아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신의 도시에서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작가의 눈에 비친 홍콩과 마카오는 각각 영국과 포르투갈의 식민통치를 거치며 절정의 자본주의를 이룩한 도시다. 산업적으로 발달한 영화의 낭만적 이미지와 금융의 부유한 이미지가 드리워진 이곳들은 관광, 쇼핑, 식도락, 도박 등 갖가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하나 화려한 면면 뒤로 그늘도 짙다. 이 도시들은 너무 작다. 이곳을 유지하게 하는 모호한 일국양제는 세계의 다인종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이고 도시는 제한된 공간을 극도로 쪼개나간다. 그리고 그 숨 막히는 환경 속에서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살아가길 요구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모순 속에 바로 홍콩과 마카오 특유의 매력이 있다. 복잡하고 구심점이 없는 듯해도 들여다보면 정교한 질서가 있으며, 일상 속에 뿌리박힌 전통이 힘을 발휘하고, 복(福)과 정(情)을 나누는 관계가 존재하며, 이미지와 상상의 힘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마을의 틴하우 사원 앞 광장에서는 저녁나절이면 사람들이 모여서 제기 차기 같은 놀이를 했는데, 베트남에서 보았던 '다카오' 놀이와 비슷했다. 여러 사람이 둥그렇게 둘러서서 제기 같은 것을 차는데 마을의 노인, 아저씨, 아줌마, 젊은이 들이 함께 어울려 놀고 있었다. 그 일상의 행위 속에서 근대화, 자본주의에 의해서 아직 붕괴되지 않은 전통의 힘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동안 한국에서건 다른 나라에서건 나는 전통이 무너진 가운데 경쟁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헉헉 뛰는 모습들을 종종 보아왔다. 인간의 이성에 의해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겠다는 근대화의 관점에서 보면 전통과 관습은 극복되고 폐기되어야 대상이었으며 일상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희생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런데 탈근대 사회에 와서 일상생활은 얼핏 무의미해 보이지만 그 밑에 풍요로운 의미가 숨겨져 있는 풍성한 토양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그동안 빠른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전통을 부정하고 서양 사람들을 흉내 내면서 살아온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허전하고, 삭막하고, 막막해졌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어도 정신적으로는 더 힘들어진 느낌이 든다. 그런데 가난한 시절에도 끈질기게 살아온 힘은 어디서 왔을까? 중년이 되는 요즘에 와서야 나는 그것이 사람들과의 정, 인연, 유대 관계가 바탕이 된 전통적인 일상에서 온 것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홍콩의 이 섬마을에서 나는 사원과 거대한 고목과 놀이 풍경을 보며 감동을 받는 것이다. - '삶의 열기' 중에서(288쪽)

우리는 어떠한가. 분단, 좌우대립, 빈부격차, 과열된 경쟁, 메트로폴리탄 서울, 세련되고 휘황찬란한 강남....... 그럼에도 우리 도시에는 따스한 숨결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게 서로 다른 도시들은 묘하게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도시탐독]이 특정한 도시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고 국경을 초월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삶의 허기가 질 때 도시를 걷고 생각하며
영혼을 가득 채워나간 '오래된 여행자'의 여정

"진정한 여행이란 현실 너머의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발견하는 것." 이지상 작가의 말이다. [도시탐독]은 바로 그런 여행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저자는 도시를 걷고 생각하는 여행을 한다. 역사, 정치, 문화, 문학 등을 바탕으로 한 식견으로 도시를 흥미롭게 읽는다. 홍콩의 도심 센트럴에서는 이미지에 지배당하는 현실을 허망하게 바라보다 '외양'에서 희망을 본다는 프랑스 철학자·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말에 떠올린다. 여기서 말하는 외양은 모호한 시니피에(의미)를 벗어나 춤추는 시니피앙(표시된 것)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면서 홍콩의 유별난 소음과 현란한 이미지들을 있는 그대로 즐겨본다. 홍콩 구룡반도에 위치한 유명 딤섬집, 청차우 섬의 작은 식당 등에서는 겉으로는 예민하고 까칠해 보이지만 실은 속 깊었던 사람들의 배려와 정을 느끼며 소박한 행복을 맛보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혼잡스러운 홍콩 구룡반도의 번화가 침사추이 거리에서 도도한 물결처럼 흘러가는 인파의 열기를 보며 생각한다.

한창 피가 뜨거웠던 젊은 시절에는 이 꿈틀거림이 보잘것없어 보였다. 그때 나는 삶을 서론, 본론, 결론이 뚜렷하고 목적이 분명한 '논문'처럼 대했다. 삶과 여행에는 의미가 있어야 하고, 세상은 선악으로 분명히 구분되며,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을 완성시키기 위해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삶은 결코 명쾌한 것이 아님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마페졸리가 얘기했듯이 사회적 삶은 '에세이들'의 무한한 연속일지도 모른다. 에세이란 논리적이지 않고 결론이 없으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글쓰기다. 즉, 삶은 논리적인 행위가 아니라 필연과 우연, 의도와 충동이 뒤섞여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흘러가는 강물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의미 없고 결론 없는 행위들의 무한반복처럼 보일 때도 있다.
삶의 목적이나 의미가 흐릿해질 때는 혼란스럽고 허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목적이나 의미는 앞으로 길게 이어지는 삶 속에서 조금씩 찾아가면 된다. 내 그릇만큼 알아질 테니....... - '자유로운 여행자가 되어' 중에서(30쪽)

바다 건너 마카오의 카지노에서는 사회학자 뒤르케임과 철학자 바타이유의 관점을 바탕으로 왜 사람들은 도박에 심취하고 몰락할까를 분석한다. 또한 영화 [2046]과 [도둑들]의 무대였던 마카오의 허름하고 이상한 여관 '산바 호텔'에서는 황당한 사건들을 연이어 겪으면서 포스트 모더니티(탈근대) 사회의 징후를 읽고 이 혼란한 시대에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마음을 비워야만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야경이 화려한 마카오 골목길을 거닐면서는 마르셀 프루스트가 얘기한 '자아의 거죽'을 뚫고 올라오는 무의식, 상상의 세계를 본다. 그리고 도시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러 이런 깨달음에 도달한다.

두 도시를 여행하며 알게 되었다. 모든 게 내 처지, 마음먹기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것을. 아무리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도 내가 한가하면 세상은 한가해 보인다. 아무리 세상이 삭막해도 추억과 상상 속에서 촉촉한 현실을 들여다볼 줄 알면, 세상은 촉촉해진다. 오지에 간다 해도 뭔가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부지런히 돌아다닌다면 그것은 바쁜 일상의 복제고 연장이다. 반면 복잡한 도시에서도 자기만의 길, 한적한 장소, 여백을 찾아다니면 멋진 여행이 된다. 그러나 누구나, 언제든 휙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일은 자기 마음대로 늘 되지 않는다. 그러니 떠날 때 떠나더라도, 다른 삶을 개척하더라도 '지금, 여기'의 시간은 언제나 소중하다. - '에필로그' 중에서(417쪽)

도시가 좋아졌다...
그리고 내 삶도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

[도시탐독]은 감상과 정보 위주로 독자와 소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우리네 인생까지 입체적으로 성찰하는 더없이 귀중한 기회가 되어준다. 고단하고 팍팍하다고 느끼기 쉬운 현대인의 도시적 삶 속에서 '과연 어떻게 꿈과 희망을 불러낼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모색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워낙 상업화되어서 치유라는 말을 쓰기가 꺼려지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치유는 필요하다. 그리고 진정한 치유는 달콤한 위로에서 오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바꾸는 데서 온다"고.
저자가 쇼핑과 음식과 도박이라는 이미지가 지배하는 홍콩과 마카오에서 도시와 도시인의 삶을 읽어나가며 내면의 변화를 맞이하고 영혼을 풍성하게 채우는 뜻 깊은 여행을 했듯, 그 여정이 오롯이 담긴[도시탐독]을 통해 누구나 도시를 즐기고, 체험하고, 사유하고, 상상하며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도시를 사랑하게 되다

1부 홍콩
홍콩 역사

1장 구룡반도 : 명품과 쇼핑의 유혹, 불빛 강렬한 야경, 맛있는 음식……. 화려한 자본주의 현장인 이곳은 복잡하고 구심점이 없는 듯해도 정교한 질서가 존재하며 이미지와 상상의 힘이 느껴진다.
자유로운 여행자가 되어 침사추이│홍콩이 좋은 이유│숭고한 생존과 밥벌이: <첨밀밀>│자본주의적인, 너무나 자본주의적인: 청킹맨션·YMCA 호텔 │아침이 찾아오면│도시에서 살아남는 법│나의 공간은 얼마나 될까│쇼핑족의 사원: 하버 시티│이미지를 즐겨라: 심포니 오브 라이트│스타페리 │영웅의 손을 마주잡다: 스타의 거리│보통 사람들의 동네: 몽콕│몽콕의 노 팁 카레│마사지하세요│외로운 식탁│마음의 점을 제대로 찍다: 팀호완│우리의 복을 빌다

2장 홍콩 섬: 세계 다인종이 빠른 속도로 살아가는 전형적인 도시 공간과 도시인의 숨통을 틔워주는 휴식처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이색 지대.
거리에서 만나는 역사│옛 시절을 그려보다: 캣 스트리트│청춘 이야기: 란콰이퐁·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중경삼림>│여행자에게 카페란│발 있는 새는 다시 날 수 있을까: <아비정전>│에그타르트의 진실: 타이청 베이커리│무심한 휴식처: 소호│대도시 한복판에서 유혹하는 옷집: 아베크롬비&피치│다른 풍경: 빅토리아 피크·마틸다 병원│홍콩의 중심: 황후상 광장│일요일의 그녀들│트램, 느림의 미학│우리는 추억의 힘으로 살아간다: <화양연화>│근대와 전통: 눈 데이 건│오후의 차: 호놀룰루 카페│수상족을 찾아서: 애버딘│아시아의 역사가 교차하다: 리펄스 베이·스탠리 마켓│용의 등뼈를 오르다: 섹오

3장 신계: 복잡하게 얽힌 역사와 정치가 빚어낸 갈등의 땅. 나와 다른 무언가와 끊임없이 충돌하고 정체성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은 도시인의 숙명일지 모른다.
전통의 흔적: 핑샨 트레일│운명을 알려주세요: 윙타이신 사원│주인 없는 땅 이야기: 구룡성채공원│충돌│정체성│제3의 공간, 제3의 영역

4장 란타우 섬: 디즈니랜드부터 대불이 있는 사원까지,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비일상적 장소들이 자리한 홍콩에서 가장 큰 섬.
때론 아이처럼: 홍콩 디즈니랜드│아내가 좋아하니 좋다: 옹핑 빌리지│또 다른 세상: 디스커버리 베이 │소박한 여행의 행복: 따이오 마을

5장 람마 섬: 가만히 들여다보면 도시 곳곳에는 자연이 깃들어 있다.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가 좋은, 소박한 주거 지역.
람마 섬의 밤은 외로워│읽고 쓰는 자유: 북웜 카페│여백의 시간들│산길을 천천히 걷다: 람마 섬 트레킹│우리 집 집주인은 주윤발│영춘권 마스터, 펑안 류

6장 청차우 섬: 드라마는 우리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해적 전설과 따스한 전통을 일상에 간직한 매력적인 작은 섬.
해적 섬 전설│삶의 열기│정│산책의 기쁨│한 해를 보내는 날 첫 여행의 기억

2부 마카오

삶의 열기가 대단한 도시. 휘황찬란한 카지노에서는 욕망과 환락이, 그 사이에 자리한 사람 냄새 나는 골목들에서는 복(福)과 정(情)이 넘쳐난다.
마카오 역사

23년 만의 방문│요절복통 불면의 밤: 산바 호텔│산바 호텔의 아침│행복의 거리: 펠리시다데 │길거리 화가 이야기│펠리시다데에서 아마 사원까지│황홀한 휴식│천천히, 천천히: 세나도 주변 유적지│세나도의 아침 풍경│마카오 음식 열전│김대건 신부의 발자취 성: 안토니오 성당│시원한 전망을 즐기다: 기아 요새·마카오 타워│ 즐거운 샛길: 학사 비치│에그타르트의 대결: 콜로안 마을│나무에 갇힌 혼령의 소리가 들리는가 │카지노와 도박 심리│쇼쇼쇼: 용의 보물│느긋한 경견장│국경에 다녀오다│마지막 밤길│언젠가 다시

에필로그 삶은 잠시 여행하는 것 아니던가

본문중에서

여소군이 이교를 자전거에 태우고 첨밀밀 노래를 부르며 달리던 캔턴 로드도 이 근처에 있다. 영어학원 수업을 마치고 여소군은 차가 있다며 이교를 데리고 나온다. 자전거를 본 이교는 “홍콩에서는 이런 걸 차라고 하지 않고 자전거라고 해”라며 황당해했지만, 캔턴 로드를 달리며 둘은 행복했다. 이 거리에는 지금 홍콩 최대의 쇼핑몰 하버 시티가 있는데, 종종 허름한 옷을 걸친 사내들이 자전거를 타고 그 앞을 달려간다. 노인도 있고, 중년도 있고, 젊은이도 있다. 그중에는 아마 <첨밀밀>의 여명처럼 대륙에서 돈 벌러 온 이도 있을 것이다. 화려한 거리 한구석에 우두커니 서서 어울리지 않는 그런 풍경을 보노라니 가슴이 짠해졌다. 영화 속 풍경은 지금 현실에서도 반복되고 있었다.
비단 그들만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지독히도 가난했던 시절에 도시로 와서 고생하던 사람들, 멀리 서독까지 돈 벌러 갔던 광부들과 간호사들, 또 지금 한국에 와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 그리고 한때 훨훨 날아다녔지만 어떻게든 현실에 뿌리내리고 살아보려 돈, 돈, 돈 하면서 살아가는 내 모습이다. 나도 영화 속 주인공 여소군과 다를 바 없다. 그는 닭 배달을 하고 나는 글 배달을 하며 살아간다. 다들 비슷하지 않은가. 초라한 자전거를 타고, 뒤에 아내를 태우고, 아이들을 태우고 이 현란한 세상을 비틀거리며 달리고 있다.
('생존과 밥벌이' 중에서/ p.39)

홍콩 자체가 광고 천지다. 하늘에도, 땅 위에도, 땅 밑에도, 버스에도, 트램에도, 지하철 역사 안에도, 에스컬레이터 통로에도 화려한 광고들이 붙어 있다. 지하철 안에도 우리나라처럼 짐 놓는 칸이 없고 대신 그 자리에 광고가 붙어 있다. 여기서는 모든 공간이 돈으로 환산된다. 광고도 멋지고 싱싱해서 마치 현실처럼 우리의 의식을 치고 들어온다. 눈이 쉴 틈이 없다.
홍콩에서는 버스도 광고 논리에 움직인다. 홍콩 작가 제이슨에 의하면, 홍콩 버스들은 평일 낮에는 거의 텅텅 비어서 다니지만, 수익이 승객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버스에 수없이 붙인 광고에서 오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한다. 즉 달리는 버스는 '달리는 광고판'인 셈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교묘한 광고 논리가 곳곳을 파고들고, 공산주의 세상에서는 정치적 구호가 사람들을 세뇌한다. 결국 우리의 생각, 이미지조차 외부에서 입력된 것들의 조합이다. 어차피 그런 세상에서 그 모든 것을 분석하기 시작하면 뇌가 피곤하다.
일단은 마음을 내려놓고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즐기고 싶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야경과 빛을 즐기는 시간이 나쁠 리 있나. 어딜 가나 광고 이미지가 우리를 협공하는 홍콩에서, 그것을 피해 나가는 방법은 차라리 무심하게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지를 즐겨라' 중에서/ p.71)

할아버지는 밤늦게 들르는 사람들에게 종종 시달렸다. 한번은 새벽 1시쯤에 필리핀 여자들이 와서 영어로 내일 묵을 방이 있냐고 물었다.
“노 베이컨시[빈방 없어].”
영어를 전혀 못하는 할아버지가 외워서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필리핀 여자들이 그걸 못 알아듣는다.
“노 룸[방 없어]?”
필리핀 여자들이 쉬운 단어로 되물었다.
“노 베이컨시.”
할아버지는 '룸'이란 단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아니 질문 자체를이해하지 못하고 같은 답을 되풀이한다. 질문과 대답이 표류한다. 마치 '무시기가 뭐꼬, 뭐꼬가 무시기' 식의 얘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아, 답답해. 내가 가서 통역을 해줄까? 이건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눈치의 문제고, 경우의 문제다. 새벽에 와서 내일 묵을 곳을 알아보러 다니니 이게 무슨 경우냐. 옆방에서 한참 떠들던 중국 여인들도 한숨을 내쉰다. 자기들 떠들 때는 몰라도 남 떠드는 것 들으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번엔 필리핀 여인이 “양거런[두 사람]” 뭐라뭐라 그러자 할아버지가 “싼거런[세 사람]” 뭐라 한다. 이건 또 무슨 이야기지? 두 명은 안 되고 세 명은 된다는 얘기인가? 할아버지가 초지일관 “노 베이컨시”란 말을 하면 어쨌든 '노'란 말 때문에 없는 것을 알아들을 텐데, 그렇게 말하니 말이 빙빙 도는 것이다.
한참을 그러다가 필리핀 여인들은 결국 “뚜이부티” 하고는 가버렸다. '미안하다'는 말인 '뚜이부치'를 '뚜이부티'라고 발음했으니 할아버지가 알아들었을까? 아이고, 이 상황이 마치 개그의 한 장면 같아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요절복통 불면의 밤-산바호텔' 중에서/ p.321)

카지노를 뒤로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멀리 타이파 시내의 아파트촌 위에 잔뜩 낀 먹구름을 보는 순간, 낙원에서 추방된 느낌이 들었다. 황금 불빛으로 휩싸인 저 카지노는 세속의 고통이 모두 증발된 즐거운 낙원처럼 보이는데 나는 이제 땀에 전 채 한 푼의 돈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허연 물통을 든 중국인 사내, 비닐봉지를 든 필리핀 여자도 피곤한 기색이었다. 아마도 이런 카지노에서 일하다가 퇴근하는 사람 같았다. 26A 버스는 잘 오지 않았다. 20여 분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배고프고 목마르고 지쳐 있었다.
시내로 돌아와 세나도 광장의 웡치케이에서 새우완탕면을 먹었다. 국물이 뱃속으로 들어가니 잠시 카지노 불빛에 들떴던 무게중심이 가라앉는다. 배가 부르고 편안해지자 광장에서 출렁거리는 속세의 물결에 즐거워진다. 거리를 거닐다 신문 가판대에서 라디오를 켜놓고 하루를 정리하는 사내들을 보면서 마음이 푸근해졌다.
그래, 내 고향은 이곳이다. 저 화려한 카지노의 성채는 나를 허전하고 쓸쓸하게 만들지만, 이렇게 땀 흘리며 사는 사람들은 나를 얼마나 따스하게 해주는가. 나는 몇 백 원, 몇 천 원을 벌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이 좋고, 몇 천 원의 소비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좋다. 그리고 속의 세계를 빠져나와 가끔 추억과 상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좋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과 노후를 위해서 잉여를 추구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잉여를 저축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겠지. 그러나 욕망은 끝이 없는 법. 그 잉여가 우리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늘 마음을 낮추고, 비우고, 타인과 나누면서 소박하게 살아가야지. 마카오의 세나도 광장 구석에서 나는 이런 다짐을 했다.
('카지노와 도박 심리' 중에서/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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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8종
판매수 6,760권

오래된 여행자. 서강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동대학원에서는 사회학을 공부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던 해, 배낭 하나 메고 타이완으로 떠난 그는 돌아와 대한항공에서의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여행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세계일보에 [이지상의 세계문화기행]을 비롯하여 언론에 여행 칼럼을 기고해왔으며, EBS 라디오 [책으로 행복한 12시] [詩 콘서트] 등에서 여행과 책, 문화를 소개했다. 대학에서 여행과 여가에 대한 강의를, KT&G 상상마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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