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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과학기술자들 : 적정기술과 지속가능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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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대한민국의 적정기술자들



    책 속엔 분야별로 20여 개의 사례들이 실려 있다. 식수난을 겪는 남태평양 섬에 빗물탱크를 설치해 준 대학교수, 아프리카 사막에서 우물을 파는 NGO, 캄보디아 빈곤지역에 태양광 시설을 보급하고 기술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히말라야 오지에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해 준 대학생봉사단, 아프리카인들을 위해 태양열 충전기를 개발해 보급한 대기업 사원 동아리, 수은에 노출된 인도네시아 금광지역 주민들을 위해 수은증기 회수기를 개발한 엔지니어, MIT 적정기술 공모전에 뽑혀 아프리카인들을 위한 정수 시스템을 개발한 한국인 유학생들....
    분야와 개발 주체와 기술 수준이 모두 천차만별이지만 추구하는 바는 동일하다. ‘36.5℃의 따뜻한 기술’을 통해 휴머니즘을 실천하고 빈곤을 해결하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 사례에 등장하는 학자, 기업, NGO 대다수가 "현지인들의 기술적 자립 및 현지 사회적기업 설립"을 활동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활동이 기존의 ‘원조’와 어떻게 다른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글쓴이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90%의 사람들이 과학기술로부터 최소한의 혜택조차 못 받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달았고, 과연 과학기술이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소수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라고. 과학기술이 하나의 방향으로만 난폭하게 질주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적정기술은 지속가능한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고 한다.

    본문에 실린 카이스트 사회적기업 [섬광] 멤버의 고백 역시 글쓴이와 궤를 같이 한다. "과학자가 되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적정기술을 통해 되찾았다"는 그는 졸업 후에도 소외된 계층을 위한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학위 전공마저 바꿨다고 한다. 연구실 밖 세상으로 눈을 돌림으로써 비로소 연구의 목적을 발견한 사람들, 누구를 위한 기술인지 고민하면서 비로소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한 엔지니어들, 가장 자본주의적 조직인 기업을 통해 자본주의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도우려는 기업인들. 백발의 노교수에서부터 20대 청년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대한민국 적정기술의 맥을 이어 가고 있다.

    출판사 서평

    두 개의 질문과 하나의 길

    질문 하나. 빈곤국가 사람들은 왜 가난한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ARS 후원, 결연, 정기후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를 하고 있는데, 국제사회가 빈곤 퇴치를 위해 수십 년째 천문학적 규모의 원조를 해 오고 있는데, 그들은 대체 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질문 둘. 과학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구 반대편 사람들끼리 빛의 속도로 소통하고, 탐사 로봇이 화성을 누비고, 인간 유전자가 해독되고, 복제된 생명체가 줄줄이 태어나고 있는 21세기에 왜 인류의 절반 이상은 과학기술로부터 최소한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는가?
    질문들에 답하려는 순간 우리는 곧바로 순환논리에 빠진다. 그들이 가난한 건 산업의 토대가 될 과학기술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난을 벗어나려면 과학기술 발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엔 그들은 너무 가난하다... 무한루프처럼 반복되는 이 난제들을 지금껏 어느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고, 지구촌의 빈곤 또한 당연히 사라지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골치 아픈 해결책을 고민하느니 차라리 손쉬운 방법을 택하기 시작했다. ‘빈곤은 저들의 숙명’이라는 오랜 편견이 그것이다. 아무리 도와줘도 소용 없더라는 ‘경험적 진실’이 그런 편견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여기, 새로운 길을 찾아낸 과학기술자들이 있다. 기부와 원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과학기술을 인류 모두의 것으로 만듦으로써 빈곤 퇴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길! 빈곤 문제라는 골치 아픈 미궁에서 인류를 탈출시킬 명주실의 이름은 다름 아닌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다.

    적정기술이란 ‘현지의 자원과 노동력을 이용하여, 현지인들의 필요에 맞게,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개발 · 운용되는 기술’을 말한다. "빈곤은 대량생산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중에 의한 생산을 통해서만 해결된다"고 주장했던 마하트마 간디의 ‘손물레 운동’(1920)이 적정기술의 기원이다. 이후 E. F. 슈마허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1973)에서 주창한 ‘중간기술’을 거쳐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2007)을 내세운 폴 폴락에 이르기까지, 개념적 · 실천적으로 확장을 거듭하며 이어져 왔다.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들 ; 적정기술과 지속가능한 세상]은 (사)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SEWB)에서 실무자로 활동했던 글쓴이가 그 동안의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적정기술의 현주소를 짚어 보고 나아갈 방향을 밝힌 책이다. 2009년에 설립된 SEWB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태평양까지 이름 그대로 국경을 넘나들며 개발도상국에 적정기술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다.

    다양한 스펙트럼과 하나의 가치

    적정기술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사막 지역 주민들의 물 긷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개발된 ‘큐드럼 Q-drum’이 단순하면서도 적정성을 극대화한 이 분야의 아이콘이라면, 오염된 물을 즉석에서 정수해 마실 수 있는 ‘라이프 스트로 life straw’는 현장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대표적 제품으로 꼽힌다. 모터 대신 두 발로 밟아서 작동시키는 간이펌프 ‘머니메이커moneymaker’는 이름 그대로 아프리카 농민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현지 사회적기업을 통해 수십만 개의 판매고를 올림으로써 적정기술 분야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 소외된 계층을 위한 기술이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목표와 모순되지 않는다는 폴 폴락의 주장이 현실로 입증된 셈이다. 사탕수수 같은 현지 자원들을 활용한 숯 제조기(MIT에서 개발), 열효율을 늘려 몽골 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크게 개선한 축열기 ‘지 세이버(G-saver. 굿네이버스에서 개발, 보급한 대한민국 1호 적정기술 제품) 등은 슈마허가 말한 ‘중간기술’에 부합하는 제품이다. 그런가하면, 전기가 안 들어가는 히말라야 고산지역 주민들을 위한 태양광 발전기나 가난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태양열 보청기처럼 하이테크가 적용된 첨단제품들도 있다. 종류와 수준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결국 ‘지속가능성’으로 수렴된다. 현지에서 만들 수도 없고 수리할 수도 없는 제품을 덥석 갖다 주는 건 지속가능하지 않다. (설령 현지에서 만들더라도) 선진국에서 파견된 기술진이 죄다 알아서 ‘해 주는’ 것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설령 현지인들에게 기술을 전수했더라도) 외국 기업이 판매나 유통을 전담하는 것 역시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지금까지 각국 기업들과 국제사회의 원조가 번번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정기술자들은 치밀한 사전조사를 거쳐 현지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개발 · 보급하고, 낯선 소재들 대신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고, 고장 나면 쓰레기로 전락하는 ‘일회용품’이 되지 않도록 유지 ·보수 방법을 가르쳐 주고, 현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설립을 지원함으로써 ‘자립’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조건들이 만족되지 않으면 그 어떤 기술도 적정기술로서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 책의 부제가 ‘적정기술과 지속가능한 세상’인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적정기술은 시대정신이다

    서울대학교 홍성욱 교수는 ‘여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적정기술의 정신과 실천은 이제 인간이 기술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에 맞춰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기술 진보에 열광하던 지난 세기 시카고 박람회(1933)의 모토였던 "과학은 발견하고 산업은 응용하며 인간은 순응한다"라는 낡은 슬로건은 이제 "인간이 제안하고 과학은 탐구하며 기술은 순응한다"로 바뀌어야 마땅하다고.
    (사)나눔과기술 대표인 포항공대 장수영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적정기술을 얘기하는가? 그것이 시대정신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노예해방이나 여성해방, 평등한 참정권처럼 처음엔 비현실적으로 들렸을 시대정신의 요구들은 결국 모두 관철되었고, 이제 모든 인류의 상식이 되어 있다 "고 말한다. 언뜻 전능한 손처럼 들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 사실은 나 자신을 비롯한 ‘구매력을 지닌 자들의 손’에 불과하며, 시장가격이라는 높은 장애물 뒤에 놓인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넘을 수 있는 낮은 울타리 뒤의 기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적정기술은 기술의 원형이 회복된 기술이다. 원래 기술은 적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적정이라는 수식어를 동어반복처럼 결합한 적정기술은, 시장만능주의가 만연한 현대 기술현상 속에서 잃어버린 기술의 적정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정의된 기술이다."
    (/ '장수영 - 적정기술과 시대정신' 중에서)

    이렇듯 확고한 철학과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무장한 과학기술자들의 노력 덕분에 적정기술의 의미와 가치는 서서히 학계로, 기업계로, 국가기구로, 나아가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 프로그램 속엔 적정기술이 하나의 파트로 자리 잡고 있고, 2012년도 수능엔 사상 최초로 적정기술의 개념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었다. 적정기술 봉사활동에 힘쓰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고, 대전지역에선 열혈교사들의 지도 아래 고교생 동아리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언뜻 보면 딱딱한 과학책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책 속 사례들은 ‘과학이라면 치를 떠는’ 독자들도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되어 있다. 글쓴이가 처음부터 어려운 원리보다는 ‘정신’과 ‘가치’에 중점을 두고 서술한 까닭이다. 적정기술의 흐름을 짚을 때 독자들은 책 속에서 간디와 슈마허를 발견할 것이다. 빈곤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읽을 때는 장 지글러를, 현지인들의 자립을 강조하는 대목에선 그라민 은행의 유누스 총재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이 과학 분야가 아닌 사회 분야로 구분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책 말미엔 ‘적정기술 국제컨퍼런스’에서 진행되었던 전문가들의 ‘토크 콘서트’를 요약하여 독자들이 미래의 적정기술에 대한 나름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도록 했다.

    목차

    발간사: 책을 내며 - 유영재

    머리말: 새로운 길, 새로운 꿈 - 이경선

    여는 글 :
    적정기술의 철학, 적정기술의 의미 - 홍석욱, 이주영
    적정기술과 시대정신 - 장수영

    제1장 물 Water 땀을 뿌려 물을 얻다

    비雨 해피!
    독 없는 물을 위하여
    한 우물만 파는 NGO
    작전명 아쿠아 AQUA
    안데스 맑은 물을 낮은 곳까지

    제2장 에너지 및 주거Energy & Habitation 빛과 온기를 선물하다

    히말라야 오지에 선물한 빛
    에너지 빈곤층에게 따뜻한 겨울을
    꿈꾸는 기업, 에너지팜
    인간을 위한 흙건축
    도전! 연기 없는 집
    태양광에서 아궁이까지

    제3장 산업 및 지역개발 Industry & Local Development 스스로 일어서게 하다

    미나마타 병을 막아라!
    아프리카에 농업혁명을
    그들에게 지도가 있다면
    '죽은 심장'에 불어넣는 생명

    제4장 교육 Education 미래로 가는 길을 가르치다

    그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ICT
    디자인, 그들의 삶으로부터
    공학교육과 적정기술의 행복한 만남
    적정기술과 청소년 과학 교육

    토크콘서트 21세기형 적정기술을 이야기하다
    대한민국 적정기술의 오늘과 내일 - 진행 및 정리 신선경

    부록
    적정기술 관련 도서 / 적정기술 관련 국내 단체

    본문중에서

    거래되는 모든 것에 ‘보이지 않는 손’이 정해 주는 가격이라는 울타리를 치는 것만이 유일한 삶의 방식인 세상에서, 구매력 없는 자들을 위해 공짜로 혹은 매우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생각하는 건 비현실적이고 허망한 생각처럼 들린다. 역사 속 시대정신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하지만 역사 속의 인류가 그랬듯 우리 또한 이 비현실적 생각을 현실로 바꾸는 방법을 알고 있다. 널리 공유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치고, 어느 누구의 창조성도 가난하다는 이유로 무시되거나 꺾이지 않게 하는 과학기술. 그것의 이름은 적정기술이다.
    (/ p.38)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보자면 적정기술은 ‘최고의 기술’일 수 있습니다. 최선의 설계와 최적화된 맞춤 기술이 들어가야 하고, 지속성과 확장성까지 확보해야 하니까요. 그러면서 그 안에 이윤 추구를 뛰어넘는 따뜻함이 깃들어 있을 때, 바로 그게 진정한 적정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 p.73)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마을 사람들뿐 아니라 설치를 도와준 사람들, 그리고 이웃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모여서 "3! 2! 1!"을 외치며 전깃불이 들어오는 순간을 만끽했지요. 한 주민은 우리가 오기 전에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는 꿈을 꿨는데 꿈이 현실이 되었다며 좋아하고, 또 다른 주민은 저희에게 ‘불을 가져온 신’이라는 별명을 붙여 줬어요.
    (/ p.128)

    하지만 고등학교를 거치고 대학을 나와 연구자가 되는 동안 우리의 꿈은 차츰 작아진다. 원대하던 꿈은 작은 실험실에 머물고, 연구 논문에 머물고, 인류의 미래보다는 나 자신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나날이 흐릿해지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소중한 꿈을 어디에서 되찾을 수 있을까?
    (/ p.143)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인간의 가치가 바로 세워지고 존중받는 세상, 땅과 하늘의 모든 자연이 인간과 조화를 이루는 세상, 소외와 빈곤의 고통, 억압과 착취의 폭력이 사라진 세상, 사람 살 만한, 나무 살 만한 그 세상 말입니다.
    (/ p.157)

    블루챌린저는 블루 스토브라는 멋진 결과물을 낳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성과는 ‘사람’일 것이다. 이번 활동을 통해 적정기술에 새로이 눈을 뜬 사람들, 예전엔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다시 되돌아보고 예전엔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된 사람들, 그리하여 세상을 향해 이름처럼 도전장을 던진 사람들! 그들은 바로, 블루챌린저의 젊은 대원들이다.
    (/ p.208)

    대기업과 적정기술의 접점은 ‘지속가능성’입니다. 적정기술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방법론이자 철학이고, 대기업은 세계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 p.215)

    허전함의 이유를 적정기술을 만나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내가 하던 일이 특정 인류만을 위한 연구였기 때문이다. 구매력이 있는 일부 사람들이 그 대상이었다. 지구상의 인류를 구성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구매력이 없다. 그들은 내가 하던 연구가 어떤 것이건 그 결과물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구조가 견고하게 짜여 있는 곳에 내가 몸담고 있었고, 거기에서 연구하고 있었다.
    (/ p.227)

    소리 없이 다가오는 재앙! 그걸 막으려는 이런저런 시도들이 아직 제자리걸음이긴 하지만 이형우 박사의 노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1분이라도 더 작업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한 명의 작업자라도 더 설득하기 위해, 그리하여 한 명이라도 더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 자칫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는 죽음의 도미노가 다행히 어딘가에서 멈추게 된다면, 그 장소는 아마도 반둥시 남부의 P마을이 될 것이다.
    (/ p.243)

    언젠가 신문에 그런 기사가 난 적이 있어요. ‘한국에선 한물간 것, 제3세계에서는 유용하다’. 나는 이게 아주 제국주의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정기술은 보급이 아닙니다. 창조입니다. 창의적이어야 적정할 수도 있는 건데, 우리에게 쓸모없는 것들이 그들에게 유용하다는 생각이 가당키나 합니까?
    (/ p.283)

    그리스인들은 기술, 즉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원형을 테크네techne라고 썼는데 이는 인간의 자유의 이념을 성취, 구현한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기술의 원형적 의미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인간을 자연의 구속으로부터 해방시키며, 인간의 자유를 구현한다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었고, 현대사회에 와서는 인간의 자유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억압하는 기술이 되어 버렸죠.
    (/ p.365)

    적정기술을 너무 이념적으로만 해석하다 보면 자칫 수박 겉핥기 식이 될 수 있습니다. 활용 가능한 여러 기술들을 책꽂이에 꽂아 놓고, 그걸 종합해서 시대의 흐름에 맞는 최선의 해결책을 제본해 주는 것이 적정기술자로서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 p.368)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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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 좋아서 어릴 때부터 과학자를 꿈꾸며 공부해 왔지만, 언젠가부터 과학보다 ‘과학을 둘러싼 세계’에 더 관심이 많아졌다.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SEWB) 간사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적정기술의 현주소와 다양한 스펙트럼을 생생하게 체험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지금은 뉴욕주립대학에서 환경정책을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과학기술 발전과 지구환경 보전이 함께 이루어지는 지속가능한 미래가 있다고 굳게 믿고, 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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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SEWB 기획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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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정기술 연구개발 및 보급을 위해 2009년에 설립된 단체. ‘36.5℃의 따뜻한 기술’을 지구촌 곳곳에 전하기 위해 아시아, 아프리카, 남태평양까지 이름 그대로 국경을 넘나든다.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과학기술 콘텐츠 개발 외에도 해외봉사, 학술 및 출판활동, 국제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적정기술의 저변을 넓혀 가고 있다. 홈페이지 www.sew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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