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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즘과 동성애 : 독일의 동성애 담론과 문화[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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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동성애를 통해 나치 국가를 읽는다
    나치즘과 동성애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가? 히틀러는 동성애자들에 대해 왜 모호한 태도를 취했는가? 나치 치하에서도 동성애자들이 천연덕스럽게 만나 화려한 파티를 열며 그들만의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까닭은?
    이 책은 바이마르공화국과 나치 시기에 출판된 수많은 책과 신문 기사, 동성애자들의 수기, 게슈타포의 수사기록, 법원의 판결문 등을 바탕으로 당시의 동성애 해방운동, 정치를 상세하게 분석하고 동성애자들의 일상을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를 통해 나치즘과 동성애는 어떤 관계였는지, 나치 체제는 어떤 성을 생산해내려고 하였는지, 그리고 나치는 과연 어떤 국가였는지를 탐문한다. 바이마르 공화국과 나치 시대 전문가인 김학이 교수의 첫 저작으로, 문학과지성사 ‘현대의 지성’ 151권.

    바이마르공화국부터 나치 체제까지
    독일의 동성애 담론과 성과학, 정치, 억압, 해방운동, 일상......

    동성애를 ‘국가의 적’으로 선언하는 등 동성애에 대한 나치의 공식 입장은 지극히 부정적이었지만 히틀러는 나치 돌격대 수장 에른스트 룀을 비롯한 나치 내 동성애자들에 대해 상당히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1890년대부터 1945년에 이르는 시기의 독일의 "성," 특히 동성애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나치즘과 동성애는 어떤 관계였는지, 나치 체제는 어떤 성을 생산해내려고 하였는지, 그리고 바이마르 공화국과 나치는 과연 어떤 국가였는지를 탐문한다.

    20세기 전반기 독일에서 성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성애 연구서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으며, 베를린에만 19개나 되는 성상담소가 있었다. 성은 과학에 의해서도 뒷받침되었다. [나치즘과 동성애] 1부에서는 당대 신생 학문이었던 ‘성과학’에서 도착적인 성들, 특히 동성애가 어떻게 이야기되었는지를 규명한다. 성과학에는 많은 학자들이 뛰어들었는데, 이 책에서는 성과학을 정초한 학자이자 의사인 리하르트 크라프트에빙과 동성애 해방운동을 개시하고 주도한 동성애자 의사 마그누스 히르슈펠트, 극우적인 동성애론을 제창한 문필가 베네딕트 프리들랜더에 주목한다. 이들은 각각 부르주아적인 성, 민주적·아나키즘적인 성, 파쇼적인 성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1890년대에서 1932년까지 국가가 동성애를 어떻게 처벌했고 동성애 해방운동은 어떻게 이의를 제기했으며 의회와 정당은 그 주장을 어떻게 논의했는지 검토하고, 동성애자 대중 조직 ‘인권동맹’의 기관지 [인권]을 통해 동성애자 운동의 양상과, 동성애자들은 어떤 직업, 어떤 연령대의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자신의 성을 어떻게 규정했으며 그 규정에 성과학의 어떤 주장이 어떤 방식으로 얽혀 있었는지 살펴본다. 또한 동성애자들이 성과학자들에게 보낸 자서전적인 편지와 르포 형식의 저술 및 저널 기사를 따라 읽으며 동성애자들의 하위문화를 분석하여 그들의 일상적인 삶을 엿보는 동시에, 그 양상이 동성애 해방운동 및 성과학의 주장과 어떤 면에서 일치하고 어떤 면에서 어긋나는지 주목한다.

    나치즘과 동성애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가?
    "룀처럼 몇 년 동안 열대에서 산 사람들의 동성애는 다르게 보아야 해요.
    당을 위해서는 군부와 연줄이 닿아 있는 룀이 소중합니다.
    비밀이 지켜지기만 한다면 나는 그의 사생활에 아무 관심도 없어요."―히틀러

    3부에서는 나치즘과 동성애의 미묘한 관계를 살펴본다. 나치에게 동성애는 간단치 않은 문제였다. 나치는 동성애에 대한 가차 없는 투쟁을 선포했지만, 나치당의 행동조직인 돌격대의 수장 에른스트 룀이 동성애자였을 뿐만 아니라, 히틀러는 룀을 비롯한 나치 내 동성애자들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이 책은 나치 집권 이전에 룀의 동성애가 나치당 내외에 일으킨 파장을 통하여 나치와 동성애에 대한 관계를 탐문하고, 나치 시대의 대표적인 성 이론가 두 명의 동성애론을 검토한다. 그런데 나치즘과 동성애의 관계가 간단치 않았던 것은 나치 내에 동성애자 몇몇이 속해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치는 그 자체 여성이 배제된 남성 전사들만의 공동체라는 "남성동맹"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한 운동이었다. 영혼마저 하나가 되는 남성들만의 단일대오라는 특징은 집권 이전만이 아니라 집권 이후에도 나치즘을 규정했다. 따라서 1933년 1월 30일 히틀러가 총리에 임명된 후 나치의 동성애 정책은 인구 증가를 목표로 한 생명 정책과 "남성동맹"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의 긴장 속에 있었다. 게다가 히틀러는 인구 증가와 도덕성 회복을 고집하던 보수 세력과 함께 집권했다. 그리하여 히틀러 정부는 ‘히틀러운동’ 내부의 긴장과 보수 동맹 세력과의 긴장이라는 이중적인 문제 상황에 봉착했다. 이 책은 그 긴장 속에서 나치 동성애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고 또 변화하는지 주목한다. 저자는 독일 기록보관소에서 찾아낸 게슈타포의 수사파일을 분석하여, 일선 게슈타포 경찰관이 동성애자를 어떻게 검거하고 기소하고 거세하고 수용소에 보냈는지, 그리고 판사는 얼마만큼의 형량을 부여하였고 판사의 판결문에 어떤 성 개념이 펼쳐졌는지 살피면서 나치 국가의 성격을 가늠하는 한편, 나치 치하 동성애자들의 일상을 재구성한다.

    "전체주의 체제에서조차 삶은 약동하고 있었다"
    저자 김학이는 "역사학은 이론과 논리적으로 대결하는 게 아니라 이론에 유념하면서 경험을 뒤지는 작업"이라고 말하며, 당대의 일상, 즉 구체적인 경험들을 통하여 ‘이론으로서의 역사’가 아닌 ‘삶으로서의 역사’를 마주 보여준다. 그는 바이마르공화국과 나치 시기에 출판된 책들과 신문 기사, 팸플릿, 동성애자들의 수기, 기록보관소의 게슈타포 수사기록, 법원의 판결문 등을 바탕으로 당시의 동성애 해방운동, 정치를 상세하게 분석하고 동성애자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재구성해 그려낸다. 이를 통하여 그 시대에 뿜어져 나왔던 ‘말’들 사이의 간극이, 체제의 틈새가, 그리고 그 틈새 사이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바이마르공화국과 나치 시기에 대한 수많은 논문들을 발표하고 여럿 중요한 해외 연구서들을 번역, 소개해온 저자가 오랜 시간 묵직한 질문을 품고 당대의 자료들을 종횡무진 누비며 완성해낸, 학문적 깊이와 밀도를 갖춘 연구서이자 문학 작품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개성 넘치는 저작이다.

    목차

    서언

    제1부 성과학
    1장 부르주아적 성과학: 리하르트 폰 크라프빙
    과학과 부르주아 도덕
    동성애와 성 인격
    과학과 삶의 간극

    2장 민주적 성과학: 마그누스 히르슈펠트
    남녀이분법과 동성애 통계
    n개의 성, 그리고 민주주의
    과학을 넘어서는 삶

    3장 파쇼적 성 이론: 베네딕트 프리들랜더와 한스 블뤼어
    반反의학
    동성애와 국가
    철갑의 몸과 파시즘

    제2부 동성애 해방운동, 정치, 일상
    4장 동성애 해방운동과 정치
    동성애 억압의 역사
    과학·인도주의 위원회
    공화국과 동성애 해방
    사회주의 정당과 동성애

    5장 대중적 동성애 운동과 저널
    인권동맹과 그 회원들
    인권동맹의 성 개념과 정치
    품위와 성애

    6장 동성애 하위문화
    역전된 세계
    음주문화
    만남과 사랑

    제3부 나치즘과 동성애
    7장 나치 돌격대 참모장 에른스트 룀의 동성애

    8장 나치 시대의 성과학
    베를린 성과학연구소의 파괴
    성과 인종
    환희와 공동체

    9장 나치의 동성애 정책
    권위적 국가와 동성애
    친위경찰과 동성애
    친위경찰과 분방한 성
    투옥, 거세, 강제수용소

    10장 일상의 억압과 삶
    혐의, 밀고, 검거
    방면, 기소, 판결

    트럼프 모임
    에필로그
    후기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동성애는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였다. 이는 동성애자가 이성이 아닌 동성과 성교를 하고, 그들 중 일부가 짙은 화장에 여장을 하고 술집을 드나드는 기이한 혹은 ‘개혁적인’ 성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장 단순하게 그들은 성교를 여자와 하지 않고, 따라서 민족의 재생산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 존재였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한 독일인 병사가 180만 명이었는데, 당대인들의 추산으로 200만 명 혹은 300만 명에 달하는 남자가 동성애 때문에 생식으로부터 이탈하다니 이 얼마나 암울한 일인가.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들은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존재, 즉 남녀이분법을 깨트리는 존재였다.
    (/ p.15)

    볼리비아에 있던 룀을 부를 때 히틀러는 이미 룀의 동성애를 알았다. 임시로 돌격대 참모장을 맡고 있던 오토 바게너가 히틀러에게, 룀이 참모장이 되면 정적들이 당을 공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오일렌부르크 스캔들 당시의 황제처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게너는 "그 병적이고 비자연적인 성적 취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민족의 파수꾼] 등에 밝혀두는 것이 낫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히틀러는 그 충고를 따르지 않았다. 나치 중앙당 사무총장 그레고르 슈트라서가 룀의 동성애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했을 때에도 히틀러는 "더 할 말 있소?"라며 퉁명스럽게 대화를 잘랐다. 사석에서 전담 사진사에게 밝힌 히틀러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룀처럼 몇 년 동안 열대에서 산 사람들의 동성애는 다르게보아야 해요. 당을 위해서는 군부와 연줄이 닿아 있는 룀이 소중합니다. 비밀이 지켜지기만 한다면 나는 그의 사생활에 아무 관심도 없어요."
    (/ p.305)

    현직 총리가 살인을 지시한 것을 독일 국민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나치가 지어낸 체포 장면을 언급하면서 킬킬거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히틀러의 결단력과 용기를 칭송했다. 사민당 지하 조직의 보고에 따르면, "히틀러가 사내이기는 해. 해치웠잖아"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룀 살해 사건 이후 동성애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검거 작전이 개시되었다. 술집이나 공중화장실 혹은 수영장에 의도적으로 잠복하거나 특정 거리를 차단한 상태에서 벌이는 일제단속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도 동성애자 단속이 전국적으로 벌어진 것 같지는 않다. 단속 작전이 뮌헨과 베를린에서는 실시되었으나, 함부르크와 뒤셀도르프에서는 1936년에 가서야 벌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철저하지 못하기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 p.371)

    힘러는 게슈타포가 동성애 문제에 대한 "경험이 가장 많은" 기관이라고 자신한다. 그 "경험"은 돌격대 숙청 이후 친위경찰이 관리하게 된 강제수용소의 경험일 것이다. 참고로, 다카우와 작센하우젠 강제수용소를 거쳐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소장을 지낸 루돌프 회스는 동성애자들에게 엄격한 수용소 생활과 중노동을 부과하면 "즉시 교정되었다"고, 그리고 라벤스브뤼크 강제수용소에서는 힘러의 지시에 따라 "교정된" 동성애자들에게 여성 재소자를 붙여서 그 반응을 지켜보게 하였으며, 여성에게 관심을 보이면 비로소 "완치" 판정을 내렸다고 회고했다. 2월 18일의 연설에서도 힘러는 후천적인 동성애자는 "수감, 질서, 스포츠, 노동"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2퍼센트는 도려내는 것이 해법이다.
    (/ p.394)

    그러나 나치 국가도 엄연히 근대 국가였다. 그리고 근대 국가는 관료제 국가요, 관료제는 근대의 운명이다. 남성동맹으로는 관료제적 현실을 파괴할 수는 있을지언정 새로운 현실을 구성할 수 없는 것이다. 예컨대 베르너 베스트의 구상에도 불구하고 게슈타포가 관료제적 행정 조직임을 멈춘 때는 단 한 순간도 없었다. 게슈타포는 오히려 유대인 학살과 같은 세계관의 과제를 대단히 관료제적으로 수행했다. 따라서 집권 이후에 울려 퍼진 나치의 남성동맹론은 허구요 판타지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현실이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판타지가 구원인 법이다. 남성동맹이 나치의 현실이자 나치 체제의 현실을 은폐하는 판타지였기에, 나치는 남성동맹에 그토록 집착했을 것이다. 그래서 남성 동성애가 그토록 문제였을 것이다.
    (/ p.400)

    분명한 사실은 성적 분방함이 나치 독일의 생생한 현실이었다는 점이다. 1930년대 후반에 독일을 방문한 프랑스인들은 독일의 공중화장실과 기차역 플랫폼에 콘돔 자동판매기가 곳곳에 서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그 "성적 과잉"에 깜짝 놀랐다. 1936년에 뉘른베르크에서 나치 전당대회가 열린 직후에는 전당대회에 참석한 독일소녀단 단원 900명이 임신을 했다는 보고가 나치 노동 단체인 독일노동전선 내부에서 작성되었다. 나치 지도부는 그런 현상을 방조 내지 권장했다. 독일소녀단의 지회 지도부는이미 1934년에 혼전 성행위를 권장한다는, "특급 비밀"이라는 붉은 인장이 찍힌 공문을 받았고, 1935년에는 "비밀"이란 인장이 아예 없는 똑같은 방침을 하달받았다. 망명 사민당은 1937년에 히틀러청소년단에서 "난교는 구체적으로 승인된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 p.403)

    나치 국가의 그 틈새를 남성 동성애자들은 천연덕스럽게 이용했다. 나치 치하에서도 그들은 공원과 공중화장실과 동성애자 전용 술집에서 파트너를 만나고 대화하고 취하였으며, 여성 동성애자 가장무도회에 슬며시 끼어들어 함께 놀았다. 더욱이 일부는 자기들만의 동아리를 만들어 매주 한 번씩 모였고, 카니발 기간이나 섣달그믐날과 같은 특별한 날에는 가장무도회를 열어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전체주의의 틈새는 그토록 넓었고, 남성 동성애자들은 그 틈을 사뿐히 이용했다. 나치는 일상의 자율성을 없앨 수 없었고 그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없었다. 정치와 과학의 피안에서, 그리고 얼마만큼은 언어의 피안에서 삶은 자기 길을 반복하며 나아갈 뿐이었다.
    (/ p.511)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보쿰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인 '대공황기 대기업과 경제정책 1931~1933'은 독일 베를린의 둥케르 운트 훔블로트 출판사의 "사회경제사" 총서에 포함되어 출간되었다. 주요 논문으로 '바이마르 말기의 기업가와 정치' '나치즘과 근대화' '홀로코스트와 근대성' '홀로코스트 학살자들의 양심' 등이, 옮긴 책으로 [나치스 민족공동체와 노동계급] [나치 시대의 일상사] [홀로코스트, 유럽 유대인의 파괴] 등이 있다. 현재 동아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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