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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다 남은 시』는 이언진의 유고집인 《송목관신여고》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스물일곱 살의 짧은 생애를 살다간 이언진의 처절한 자기 고백이며 당대의 조서이다. 자아의식의 과잉분출로 주체할 수 없던 한 조선의 나르시스를 비추어보면서 오늘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 달랑 붓 한 자루로 불꽃처럼 살았다. 그리고 남은 붓의 흔적마저 이승을 떠나면서 태워 없애려고 하였다. 시인은 늘 시대와 불화하였다. 육신마저 소진하고 영혼을 태우고 마지막 한 점 남은 오욕의 상처를 치유하려고 하였던 것일까. 호동의 후미진 골목길을 서성이며 그가 노래하고자 한 진정한 조선의 모습은 무엇일까.”

조선이 낳은 위대한 시인, 송목관 이언진(1740~1766)은 요절한 천재이다. 《불타다 남은 시》는 이언진의 유고집, 《송목관신여고》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시집은 스물일곱 살의 짧은 생애를 살다간 이언진의 처절한 자기 고백이며 당대의 조서이다. 자아의식의 과잉분출로 주체할 수 없던 한 조선의 나르시스를 비추어보면서 오늘을 생각한다.

시는 시대의 반영이며 동시에 내면을 비추어보는 심연의 거울이기도 하다. 유가와 불가, 도가를 아우르는 송목관의 누추한 처마 밑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오색 깃털을 한 기이한 새 한 마리가 날아든다. 조롱 밖으로 뛰쳐나와 세상을 조롱하며 독존의 정신세계에서 방달하게 노닐던 조선의 자유로운 사유를 만나서 한동안 행복하였다. 송목관 주인이 내주는 툇마루에 앉아 부싯돌을 쳐 화로에 불을 붙이고 한가로이 차 한 잔을 마시는 심정으로 돌아가 땀땀이 읽었던 지난 시간이 어느덧 부끄러운 붓 얼룩으로 남았다.
이제 요절한 천재시인 이언진을 만나러 가는 호동의 골목길을 서성이고 있다. 여항의 복작대는 후미진 길로 들어가 그가 그려놓은 불꽃 튀는 삶의 현장과 만난다. 송목관이 하늘에 걸어 놓은 시의 그물에 걸리면 누구라도 가슴이 먹먹하게 저려올 것이다. 지금 바람이 분다. 가을 잎이 떨어진다. 돌아가는 낮은 시선들이 저리 따뜻하다. 다시 거름이 되고자 하는 순장의 몸짓인가.
한갓 미물도 저러한데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송목관 주인에게 다시 묻는다. 한 일도 없이 그가 살았던 삶의 두 배를 넘어 보낸 부질없는 목숨이 너무 추레하다. 누추한 걸레질로 그의 반들거리는 툇마루를 오히려 더럽히지 않았는지 두렵기만 하다. 여전히 붓끝이 부끄럽다.

계사년 중추절
이상원.

송목관집 서문 松穆館集序 30
본전 1,
박지원의 연암집에서
本傳一 朴趾源 出燕巖集 33
본전 2,
김조순의 풍고집에서
本傳二 金祖淳 出楓皐集 58
이덕무의 청비록 일칙에서
淸脾錄一則 李德懋 62
바다의 신에게 제사 지내며 祭海神 73
바다를 바라보며 海覽篇 82
어떤 사람에게 주다 贈人 95
내가 팔월에 재를 넘을 때 余八月踰嶺 96
일기도 99
일양으로 가는 배 안에서 壹陽舟中 101
치질로 일기도 가는 배 가운데 누워서
痔壹島舟中 104
갑신년 유월 스무여드레 날
甲申六月二十八日 114
객지에서 추석에 읊다 客中秋夕 132
새하곡 塞下曲 134
산사의 벽에 쓰다 山寺題壁 139
새해 新年 144
병을 앓고 나서 病餘 145
유모 阿母 147
저물어 산사를 지나며 暮過山寺 148
우언 寓言 149
시골집 村家 151
단정하게 앉아 端坐 152
스스로 알다 自知 153
한가로이 읊다 閒吟 154
제목 없이 無題 155
한 고제 漢高帝 159
여후 呂后 160
측천무후 武后 161
‘농가의 사계’를 본받아 擬古田家四時詞 162
내가 사는 집 寓舍 170
의원 김주부 醫員金主簿 172
육방옹 陸放翁 173
나의 몸 吾身 174
공씨 孔氏 175
감원 ?園 176
저마다 일가를 이루다 各作家 177
등 燈 179
난간에 기대어 倚欄 180
꿈나라 睡鄕 181
제목을 잃고 失題 183
화첩에 시를 쓰다 184
묵죽 墨竹 185
선실재 길야연심수에게 주다
贈選悉齋吉野連尋遂 186
신선계에 노닐며 노래하다 遊仙詞 188
궁궐의 원한 宮怨 191
묵죽을 그린 족자에 제하여 題墨竹障子 192
창에 비치는 빛 窓光 193
동호거실 194
일본 가는 도중에 보고서 日本途中所見 281
제목을 잃고 失題 292
스스로 일본시집에 제하여 自題日本詩集 296
자화상에 스스로 제하여 ?像自題 297
양연을 기리며, 두 수 二楊贊 298
연적명 硯滴銘 300
아우 은미에게 부치다 寄弟殷美 305
또 부치다 又 308
발문, 김숙 跋 金潚 311
송목관고 뒤에 제하여, 장지완
題松穆稿後 張之琬 314

부록 316

이언진 연보 316
이우상전 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