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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온 더 보더 : 2013년 제13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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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하성란
  • 출판사 : 문예중앙
  • 발행 : 2013년 10월 25일
  • 쪽수 : 359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27804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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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제13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펴내며

    황순원문학상이 올해로 13회를 맞이했다. 우리 현대문학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황순원 선생의 문학적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황순원문학상은, 지난 한 해 동안 창작,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여 오천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이번 황순원문학상은 201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심사하였으며, 예심은 문학평론가 권희철, 백지연, 오창은, 조연정, 허윤진이 맡았고, 본심은 문학평론가 최원식, 우찬제, 신수정, 소설가 구효서, 이혜경이 맡았다. 본심에서의 치열한 논의 끝에 이번 제13회 수상작은 하성란의 [카레 온 더 보더]로 결정되었다.
    [제13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수상작가 특집은 수상작 [카레 온 더 보더]를 비롯해 수상작가 하성란이 직접 고른 자선작 [강의 백일몽], 수상작가가 직접 쓴 연보와 문학평론가 백지은의 수상작가 인터뷰 [작가의 목소리, 소설의 목소리]로 구성되어, 하성란 작가가 추구해온 문학세계를 넓고 깊게 살펴볼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최종후보에 오른 7편의 작품들은 한 해 동안 한국문학이 걸어온 의미 있는 흐름을 보여준다. 권여선, 은희경 등 중견작가를 비롯해 2000년대 이후에 등단한 김이설, 박솔뫼, 손홍규, 윤이형, 조해진의 작품은 예민한 감각으로 현실과 맞닿은 우리 삶,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제13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지금 한국문학의 뜨거운 박동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제13회 수상작, 하성란 [카레 온 더 보더]

    제13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하성란의 [카레 온 더 보더]는, 카레향을 매개로 엄혹한 청춘의 시절을 함께 통과했던 '나'의 친구 '영은'을 불러내어 경계선을 넘지 못하는 신산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어 관련 연구소에 지원한 '나'는 선배인 '김'과 함께 식사하러 간 식당에서 '김'의 태도에 불편함을 느끼며 카레향을 통해 잊고 있었던 시절을 떠올린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채 에어로빅 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분투하던 시절, '나'는 영은을 비롯해 고졸 상태에 머무른 몇몇과 동질감으로 뭉쳐 어울렸다. 영은은 부잣집 딸일 거라고 소문이 나 있었지만 만취한 채 함께 간 그녀의 허름한 빌라에서는 전부 몇 명인지 알 수도 없는 노인들이 죽음의 냄새를 짙게 피우며 살아가고 있다. 밤새 노인들이 채워놓은 요강을 비워내고 익숙하다 못해 경지에 오른 솜씨로 영은은 카레를 만들어낸다. 강력한 살균력을 지닌 카레향은 집 안에 부유하는 가난의 냄새, 죽음의 냄새를 덮으려는 듯 짙게 퍼져나간다. 비루한 삶을 가려주었던 진한 카레향을 상기하며 '나'는 '김'에게 참았던 욕을 내뱉는다.

    가께모찌?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순간 그녀는 숨통이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김이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겹치기"라고 바로잡았다. 겹치기라는 순화된 말이 엄연히 있었지만 그 단어로는 그 맛을 살릴 수 없었다. 사실 그 맛이란 것도, 그 현장엔 얼씬도 해본 적 없는 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모를 거였다. '겹치기'가 아닌 '가께모찌'가 되어야 그 현장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는 걸 김은 모른다. 무더운 여름날이 떠올랐다. 매미가 극성스럽게 울어대는 바람에 음향팀이 애를 먹었다. 1년 넘게 현장에 붙어있었지만 그동안 수중에 쥔 건 교통비 정도밖에 되지 못했다. 한창 촬영 중인데도 그녀는 일이 없어 쉬고 있을 때처럼 막막했다. 김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 막막함을 모를 것이다.
    ―수상작 [카레 온 더 보더], 14쪽

    영은이는 작은 방에 쌓인 상자 하나 위에 신문지를 깔고 카레를 얹은 접시 두 개를 놓았다. 김치를 놓으니 다른 반찬을 놓을 공간이 없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신 데다 급하게 요리를 만드느라 영은이는 지쳐 보였다. 땀에 젖어 앞머리가 이마에 달싹 달라붙어 있었다. 비위가 상했지만 그녀는 영은이의 수고를 생각해서 겨우 카레밥 한 술을 입에 떠 넣었다. 도대체 카레에 뭘 넣은 걸까? 엄마는 카레에 사과를 갈아 넣고는 했다. 하지만 그 맛이 아니었다. 영은이의 요리 과정을 다 지켜보았지만 특이하달 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 거지? 비위가 상하는데도 그녀는 숟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수상작 [카레 온 더 보더], 31쪽

    김은 곧 이곳을 떠나 다른 연구소로 옮기게 될 것이다. 함박스테이크가 햄버그스테이그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는 모든 단어들을 순화시키느라 남은 생을 바칠 것이다. 그녀가 가끔 혼자 중얼거리고 숨통을 틔우는 그 단어들을 하나하나 다 바꾸려 들 것이다. 식모가 가정부로 차장이 안내양으로 바뀌는 순간 덩달아 사라졌던 것들이 떠올랐다. 누군가 말했다. 한 개인의 사회적 자아는 그 개인의 언어에 깊은 자국을 낸다고. 똑똑한 김이 모를 리 없었다.
    ―수상작 [카레 온 더 보더], 34쪽

    심사를 맡은 신수정 문학평론가는 "퓨전 카레 식당의 '카레'향을 매개로 과거의 친구 '영은'을 회상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속한 세계가 어디인지 그 '경계선 긋기'에 돌입하게 되는 여자의 정체성 탐색 과정을 주요 플롯으로 설정하고 있는 이 소설은 이 익숙한 구성의 한계를 하성란 특유의 삶의 디테일에 대한 재현으로 돌파한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성란이 재현한 영은의 초상에 깊은 감동을 맛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에어로빅 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한편 낡고 좁은 빌라 방 한 칸에서 다섯 명의 노인을 봉양해야 했던 영은은 노인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부엌 한 켠에서 남자친구와 사랑을 나눈다. '카레'는 화자에게 이 영은의 냄새다. 그것은 삶의 매콤함, 그 신랄한 자극에 가깝다. 그것은 연구소 동료 '김'의 우아한 지식으로도 덮을 수 없는 자극이다. 하성란은 카레향을 통해 삶의 세계를 후각화한다. 이로써 우리는 카레향을 잊을 수 없듯이 '영은이들'로 대변되는 그 주변인의 세계, 그 언어, 그 가난, 그 비루함, 그 신산한 청춘을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하성란은 그 작업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신대륙의 발견에 버금간다."고 심사평을 남겼다.

    스산한 현실의 풍경 속에 겹쳐지는
    뜨거운 삶의 얼굴들

    권여선, [봄밤]

    요양원에서 동거 중인 류머티즘 환자 수환과 알코올 중독 환자 영경의 이야기를 그리는 권여선의 [봄밤]은 분명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진 것 없는 남자와 의지할 곳 없는 여자가 마흔셋 봄에 만나 함께 오십을 넘기며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다소 신파적인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반사적으로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끼지만, 이 불행한 커플을 쉽게 연민하거나 동정할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해 말 그대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아픔을 상대에게 전가하지 않는 것, 그리고 상대의 아픔에 대해 무책임하게 책임지려 하지 않는 것, 고통을 사이에 둔 사랑은 이러한 조건으로 인해 가능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은 말해준다. '알루 커플'에게 사랑이 지켜질 수 있었던 것은 함께 아플 수 있었다는 조건 때문이기도 하다. 각자의 아픔 속에서 이들의 고통은 균형을 이루며 그것을 서로 지켜보는 인내와 배려 속에서 사랑이 지켜지는 것이다. 더 이상 춥지 않지만 여전히 쓸쓸한 기운이 느껴지는 봄밤처럼 처연하고도 따뜻한 사랑 이야기가 여기 있다.
    조연정 문학평론가

    김이설, [비밀들]

    비밀은 '숨겨진 채 은밀히 드러난 사실'을 말한다. 보일 듯 말 듯, 알 듯 모를 듯한 상황에서만 비밀은 유지된다. 전혀 드러나지 않으면, 지켜야 할 것도 없기에 비밀이 성립되지 않는다. 김이설의 [비밀들]은 은폐된 이야기들이 드러나는 과정을 다룬 소설이다. 폭로의 과정이 점진적이고 충격적이기에 개성적이다. 소설은 '나'를 둘러싼 소문들에서 시작해 마을의 비밀들이 줄기를 뻗듯이 서사가 확장되는 양상을 띤다. 고향 마을은 비밀에 감염된 곳이고, 우리네 삶 또한 애써 외면하는 비밀들로 점철되어 있다. [비밀들]은 모든 소문들이 여성으로부터 시작해, 여성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환산시켜나간다. 남성들의 무책임성이 여성들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음에도, 남성들은 소문의 뒤편으로 몸을 숨기고 있다. 이 소설은 비밀이 생성되는 순간보다는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시간이 훨씬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 고통을 견디는 주체 또한 여성들이다. 그렇기에 김이설의 [비밀들]은 은밀하게,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성주의적이다.
    오창은 문학평론가

    박솔뫼, [겨울의 눈빛]

    흐릿한 풍경 사이로 감성적인 이미지들이 이리저리 흩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겨울의 눈빛] 은 독특한 공간 구성을 통하여 현실의 사건과 대면한다. 화자가 나고 자란 K시와 그 도시의 극장, 어느 해 겨울의 초입 그 극장에서 관람한 고리원전 사고에 대한 다큐영화, 영화에 등장하는 해운대 이야기, 그리고 K시를 떠나 주인공이 향하는 해만의 어느 마을 등 사실과 허구의 경계는 공간의 이동을 통해 자유롭게 허물어지고 합쳐진다. 흥미로운 상징은 소설의 중심부에 놓인 극장의 공간과 영화 보기의 행위이다. 주인공이 극장에서 만나는 상상적인 세계들은 어느새 '현실'의 경험을 이루는 질료가 되어 있다. 영화 속에서 재난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허구적 장치를 통과하여 주인공의 삶에 스며든다. 원전 사고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물을 끓여 마시고 비를 맞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소한 행위 속에서 일상화되며 해만의 가게에서 만난 마을 사람들은 '이제는 갈 수 없는' 해운대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이 분방한 서술의 흐름은 삶의 질료를 어떤 방식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소설 쓰기의 근본적인 고민으로 가닿는다. "지금 일어나는 그 사건, 바로 그 일을 자신의 눈으로 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에 피로와 기만을 느"끼면서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험적 세계를 드러내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을 담아내는 이 끈질긴 몽상의 흐름은 확실히 새로운 소설의 징표라고 할 만하다.
    백지연 문학평론가

    손홍규, [그 남자의 가출기]

    인간의 삶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질문에 대해 구할 수 없는 답을 찾는 모험의 과정에 비유되곤 한다. 삶이라는 그 모험이 충만한 해피엔딩이 되기보다는 대개는 허무와 분노와 고독이 뒤섞인 채 마무리되는 것은 어쩌면 삶이라는 질문 앞에서 인간이 수동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인지도 모른다. 저마다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문득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대파를 심었는데 양파가 났"다는 어리둥절함과 더불어 자신의 인생에 대한 허무와 분노를 동시에 느끼기 마련이다. 손홍규의 [그 남자의 가출기]에서 예순을 넘긴 남자는 자신의 삶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허무와 쓸모없는 삶을 살았다는 후회를 아내에 대한 분노로 느끼며 가출을 감행한다. 그러나 그는 결국 도둑처럼 자신의 집에 되돌아오게 된다. 집을 떠난 남자가 점점 집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집으로 되돌아오며 깨닫게 된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삶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집을 찾아 외롭고 고된 여정을 지속하는 허무하고도 외로운 모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아니었을까. [그 남자의 가출기]라는 정겨운 이야기가 들려주는 것은 사실 이토록 쓸쓸한 삶에 대한 것이다.
    조연정 문학평론가

    윤이형, [굿바이]

    한 편의 예술 작품에 있어서 과도한 명료함은 악덕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예술의 베일 위로 어루만지려 하는 것은 진실의 정직한 얼굴이지 사실의 확정된 표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이형의 [굿바이]를 읽을 때마다 나는 요철이 있는 낡은 반투명 유리창 뒤에 서서 연인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의 표정과 기분을 다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요약할 수 없는 작별의 순간처럼,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처럼, [굿바이]는 매번 다르게 기억될 이야기이다.
    기본적인 생존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거리에 즐비한 자본주의적 대홍수 중에 우리는 어떻게 구조될 수 있을 것인가? 체제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애초에 그 어떤 체제와도 무관한 몸이 되어보는 것은 혁명적이지 않은가? 그리하여 [굿바이]에서 사람들은 유기적인 육체를 무기적인 기계로 바꾸어본다. 아니, 표정도 기분도 감정도 없으며 휴식도 필요 없는 것처럼 취급되던 '기계'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체화한 것뿐이다. 독재자와 비밀경찰이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SF를 비롯한 예술 장르일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그 어떤 것도 가상현실에서는 가능하므로. 감시와 부자유의 벽 앞에서 예술은 도주한다.
    나와 당신, 아니 '우리'들이 완전히 같은 형태의 몸을 갖고 뇌에 저장된 기억과 경험을 정보로 '공유'하려 했던 혁명의 이상은 스러진다. 차이 없는 동일성은 역설적이게도 사랑을 불가능하게 했다. 사랑은 개인들 사이의 심연을 가로지르게 만드는 도약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 엄마의 몸으로부터 분리되듯이 당신 역시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오늘도 ...와 작별할 수밖에 없다. ...조차 알지 못하는 가장 개별적이고 고독한 이야기는 지지 않는 빛이 여러 해를 달리고 나서야 ...에게 닿을 것이다.
    허윤진 문학평론가

    은희경,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

    한 사람이 독립적인 개인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그가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어쨌든 타인과 모종의 '관계'를 맺지 않으면 개인은 자칫 고립 속에 갇힐 수 있다. 너무 가까워지면 '관계'가 개인을 삼키고 너무 멀어지면 '거리'가 고립을 낳는다. 둘 사이의 균형감각이, 인생의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할 때 가장 절실하게 요청되는 곡예술이 되는 때가 있다. 이런 순간들을 포착하는 데 은희경보다 뛰어난 작가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은 이 곡예술에 어떤 품위와 함께 온기를 불어넣고 있어 인상적이다. 이 곡예술 덕에 자신의 불행을 달래기 위해 남의 불행을 도구로 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을 행위가, 삶에 드리워진 어둠에 저항하려는 불행들의 연대의 빛으로 변화한다. 서울에서 부유한 삶의 여유를 누리던 한 여자가 느닷없이 가난과 함께 낯선 땅으로 밀려나야 했을 때, 그녀가 원한에 차서 삶을 저주하는 대신 타인의 상처에 관심을 갖고 함께 어둠에 저항하며 결국 자신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곡절이, 그러한 곡절을 나중에야 헤아리게 된 아들의 마음이 모두 서글프고 절실하다.
    권희철 문학평론가

    조해진, [빛의 호위]

    조해진의 [빛의 호위]는 조각난 이야기들의 사금파리들이 반짝인다. 소설 속 서사는 도미노처럼 연쇄 작용을 일으키면서 '잊혀진 것들'을 복원해낸다. 이 소설은 두 개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팽팽히 긴장하며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나'와 사진작가인 '권은'의 이야기는 삶이 구원되는 순간에 주목하고 있고, 장 베른과 알마 마이어의 이야기는 절망 속에서 건져 올린 희망의 빛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베푼 우연한 '호의'가 그 누군가에게는 삶의 의지를 발견하는 '빛의 호위'일 수 있다. 그 빛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 즉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있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던 존재들도 그 빛을 서로 나눌 수 있고, 그 빛의 의미를 공감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인간의 공감 능력에 대한 깊은 천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감성으로 펼쳐 보이는 조해진의 언어적 향연도 이 소설을 빛나게 하는 부분이다. [빛의 호위]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우리 시대의 진지한 문학적 성찰을 보여주고 있기에 그 빛의 잔상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오창은 문학평론가

    * 윤대녕의 [반달]([도자기 박물관]에 수록)과 조경란의 [밤을 기다리는 사람에게]([일요일의 철학]에 수록)는 출판권자와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재수록되지 않았습니다

    목차

    1부 수상작가 하성란 특집

    수상작-카레 온 더 보더
    수상 소감-바로 그 방법으로
    자선작-강의 백일몽
    수상작가가 쓴 연보-닿을 듯 말 듯, 랑데부
    수상작가 인터뷰-작가의 목소리, 소설의 목소리 백지은

    2부 최종후보작


    권여선 [봄밤]
    김이설 [비밀들]
    박솔뫼 [겨울의 눈빛]
    손홍규 [그 남자의 가출기]
    윤이형 [굿바이]
    은희경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
    조해진 [빛의 호위]

    심사 경위-제13회 황순원문학상 심사 경위 김효은
    심사평-삶의 냄새, 카레향 찾기 신수정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7~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33종
    판매수 10,702권

    1967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1999년 단편 [곰팡이꽃]으로 제30회 동인문학상, 2000년 단편 [기쁘다 구주 오셨네]로 제33회 한국일보문학상, [강의 백일몽]으로 이수문학상(2004)을 수상. 소설집 [루빈의 술잔] [옆집 여자] [눈물의 이중주](공저)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웨하스] [여름의 맛], 장편소설 [식사의 즐거움] [삿뽀로 여인숙] [내 영화의 주인공]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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