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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소로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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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 변해가는 인심

1990년대 초반 동유럽을 여행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순박하고 인정이 넘쳤다. 간혹 중국인 노동자로 오해받거나 낯선 동양인에 대한 경계심의 표적이 되어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했지만, 기차 안에서 거리에서 음식점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대체로 따뜻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보내주어 방랑객의 긴장을 덜어주었다. 물가도 무척 쌌다. 영양 보충이나 하자는 심정으로 루마니아에서 먹은 비프 수프, 비프스테이크, 빵, 샐러드, 커피, 포도주의 가격이 215레, 그 당시 우리 돈으로 약 640원 정도였으니 가난한 여행자에겐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던 셈이다.그리고 10년 후 다시 방문한 동유럽은 점점 서유럽의 관광지와 비슷한 모습을 띠어가고 있었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는 사람들이 몹시 바쁘고 조급해 보였다. 숙소 주인은 아파트를 안내해주면서 빨간불인데도 막무가내로 길을 건너고 식료품 가게 주인은 물건을 빨리 사라며 재촉했다. 루마니아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부수입’을 올리려고 없는 영수증을 달라고 하는 기차 차장에게 당하기도 했고 알아서 먼저 팁을 제하고 주는음식점 종업원들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다. 한 불가리아 청년이 그를 위로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2.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

동유럽의 여러 도시들은 구석구석이 아름다웠다. 가기 전 프라하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어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던 저자도 막상 프라하에 가서는 ‘역시 프라하’라는 감탄을 내지르고 만다. 프라하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다양하다는 것이었다.그렇다고 체코에 프라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프라하에서 체스케 부데요비체로 이어지는 ‘보헤미안의 숲길’은, 실크로드의 황량한 사막길, 히말라야 산맥의 아찔했던 카라코람 하이웨이, 터키의 아나톨리아 평원에서 끝없이 뻗어나간 길을 겪은 저자에게도 가장 낭만적인 길 중의 하나로 기억되는 그런 길이었다.그 외에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폴란드의 크라코프나 드라큘라 백작이 살았다는 브란 성 주변도 모두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3. 여행가 이지상,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황금소로에서 길을 잃다"에는 한 책 안에 두 가지 다른 모습의 이지상이 존재한다. 10년 전 동유럽을 여행할 때만 해도 그는 혼자였고, 여행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무심히 장가가야겠다고 건네는 말 한 마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곤 했었다. 그러나 10년 후 다시 나선 여행길에는 그의 아내가 동반하고 있었다. 서로 보고 싶어하는 것이 달라 옥신각신하기도 하고 평소 엉뚱한 아내가 나쁜 꿈을 꾸었다며 비밀 ‘의식’을 치르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하지만 둘이 하는 여행은 분명 혼자 하는 여행보다 따뜻하고 즐거워 그 느낌이 글에 고스란히 배어나온다. 그 시간 동안 그는, 영원한 자유인이기를 포기하고 생활 속에 몸담으면서 여행과 조화를 이루는 사람이기를 바라는 한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그는 지금에 와서야 깨닫는다. 여행이란 결국 ‘절대 평화의 순간’을 발견했을 때의 황홀함을 느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동시에 그 여행이 현실과 괴리된 것일 때는 여행의 매너리즘에 빠져 보기 흉한 어떤 것으로 변질된다는 것을.

목차

1부 2002년 동유럽으로

불가리아


국경은 언제나 낯설다

소피아의 변화

장미향수와 요구르트

아름다운 산하

루마니아

국경에서의 음모

시비거는 부쿠레슈티

밝은 모습들

아싸 아싸

활기찬 브라쇼프

브란 성과 리즈노프 성

아내의 꿈

드라큘라 백작의 생가와 결혼식

헝가리

요새 같은 숙소

바쁜 부다페스트 사람들

팔을 걷어 부치다

슬로바키아

하나가 되어가는 동유럽

브라티슬라바의 매력

오스트리아

딱정벌레들

음악가의 흔적들

체코

보헤미아의 숲길

적막한 도시와 주점

동화 속의 중세 도시

에곤 쉴레

삼각대여 안녕

역시 프라하

작은 음악회

프라하의 그늘

온천도시 카를로비 베리

폴란드

크라코프 가는 길

크라코프의 포근한 인심

소금 광산

프라하를 떠나며

모차르트 하우스

여행으로부터의 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2부 1992년 동유럽으로

루마니아


국경 통과

키스와 민박

부쿠레슈티 풍경

터키 나그네

동포

포근한 브라쇼프

드라큘라 성

드라큘라 백작의 고향

엄청나게 싼 식사

집시와 헝가리인

고마운 사람들

코를 베어 먹히다

소매치기 친구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앓다

부다페스트의 인상

얻어 맞는 사내

오스트리아

고독

피가로의 결혼

베토벤의 유서

음악가들의 안식처

체코

프라하의 첫인상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도시 프라하

황금소로의 카프카

아름다운 광장

프라하의 봄

예술가들의 묘지

체코의 현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멘델의 유전법칙

슬로바키아

촉촉한 브라티슬라바

우연히 본 영화

폴란드

바르샤바를 향해

고난의 역사

바르샤바 풍경

불가리아

불가리아의 첫인상

소피아 풍경

유학생

소피아의 통일교도

거꾸로 된 예스와 노

비참한 현실

장가가야지

그리스를 향하여



빵과 자유

여행 정보

본문중에서

“그냥 적선했다고 생각하세요. 저 사람들 한 달 월급이 50달러 정도예요. 그러니 이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 부수입을 올리지 않으면 살기가 힘들어요. 불쌍한 사람들이에요. 가난 때문에 그래요.”

(/ p.34)



구시가지 광장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었고, 카를교를 비롯한 아름다운 다리들에는 블타바 강의 낭만이 있었으며, 흐라드차니 언덕에는 환상적인 프라하 성과 카프카의 작품 세계와도 같은 황금소로가 있었다. 또한 한적한 비셰흐라드 언덕에 오르면 체코의 유명한 예술가들의 묘지가 있었고 유태인 거리에는 그들의 회당 시나고그도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박물관과 건물, 탑들…… 또 연중 끊이질 않는 각종 음악회.

(/ p.108)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많이 다니고 오래 머물며 많은 경험을 얻어도 자연과 사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면, 그 짜릿한 여행조차 세월 속에서 지루하고 허무한 일상이 된다는 것을, 나는 되풀이되는 여행 속에서 수없이 깨달았다. 결국 떠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현실은 종종 지겹고 힘들고 슬프고 추악했다. 나만의 현실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중요했다. 일상의 땀과 꿈과 아름다움이라는 효소가 적당히 섞이고 발효되어 알맞게 부푼 현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만드는 ‘빵’이었다.

(/ p.294)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8종
판매수 6,760권

오래된 여행자. 서강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동대학원에서는 사회학을 공부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던 해, 배낭 하나 메고 타이완으로 떠난 그는 돌아와 대한항공에서의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여행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세계일보에 [이지상의 세계문화기행]을 비롯하여 언론에 여행 칼럼을 기고해왔으며, EBS 라디오 [책으로 행복한 12시] [詩 콘서트] 등에서 여행과 책, 문화를 소개했다. 대학에서 여행과 여가에 대한 강의를, KT&G 상상마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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