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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퍼센트 우주 : 우주의 96퍼센트를 차지하는 암흑물질ㆍ암흑에너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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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매혹적이다… 과학사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 [워싱턴포스트]
2011 노벨물리학상의 주인공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에 관한 보고서

2011년 노벨물리학상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솔 펄머터 교수,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애덤 리스 교수,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교의 브라이언 슈미트 교수 등 세 명에게 돌아갔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각각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LBNL)에 속한 펄머터의 연구팀과 슈미트ㆍ리스의 하이-z(High-z) 연구팀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서로 치열한 경쟁관계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선의의 경쟁 끝에 같은 결과에 도달했다. 즉, 우주는 빠르게 팽창하고 있으며, 이렇게 우주가 가속 팽창하는 것은 물질들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에너지보다 큰 에너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주의 73퍼센트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에너지를 우주론자들은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암흑.’ 여기서 말하는 암흑은 ‘검다’ 혹은 ‘깊숙한 우주’, ‘블랙홀’ 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밝혀지지 않아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지칭한다. 우주에는 이처럼 ‘암흑물질’이라 불리는 신비한 물질이 23퍼센트, ‘암흑에너지’라 불리는 훨씬 더 신비한 물질이 73퍼센트 존재한다. 다시 말해 당신과 나, 인간, 행성, 은하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물질은 오로지 우주의 4퍼센트에 불과한 셈이다. 《4퍼센트 우주》(원제: The 4 Percent Universe)는 바로 이 알려진 4퍼센트 이외의 압도적인 나머지 우주, 미지의 96퍼센트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파넥은 긴 시간 동안의 방대한 조사와 집요한 취재, 특유의 필력을 바탕으로, 우주의 9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지만 오직 중력을 통해서만 감지되는 기이한 존재인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탐구 여정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이 존재를 알아차리고 인정하게 되기까지 과학자들이 쏟은 엄청난 노력은 물론 그들 사이의 뜨거운 경쟁과 암투까지 생생하게 포착한다. 나아가 그들이 마침내 마주친 유레카의 순간과 끝내 도달한 막다른 골목 등 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숨 막히는 뒷이야기까지 완벽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이렇듯 과학자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면서도, 땀과 눈물의 연구과정 도중 밝혀진 진실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데 있다. 저자는 그들이 긴 시간에 걸쳐 경쟁과 반목을 거듭하면서 어떻게 과학을 새롭게 정의하고 우주를 재발견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이어지는 저자의 감칠맛 나는 글솜씨는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인간이 발견한 우주는 오직 4퍼센트에 불과하다!”
환희와 탄식이 교차했던 우주론의 역사적 순간들

이 책은 단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정통 과학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발견한 우주가 고작 4퍼센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겸허한 진실을 알아내기까지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기록한 르포 같은 책이다.
책에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에서부터 2011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세 명의 주인공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비밀을 찾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과학자들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저자는 단순히 과학자들을 연대순으로 차근차근 나열하지 않는다. 그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과학자들이 앞선 과학자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고, 그들의 이론을 어떻게 수정해갔는지, 그 와중에 새롭게 밝혀낸 사실은 무엇이며 그것이 이후 연구에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생동감 넘치게 서술하고 있다.
세기의 천재로 알려진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중력 이론을 정교하게 조정하며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다. 이후 이를 우주에 적용하려던 그는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계산결과가 나오자 고심 끝에 1917년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우주론적 고찰Cosmological Considerations on the 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이라는 논문에서, 무엇인지는 모르나 우주의 붕괴를 막고 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방정식에 임시로 우주상수, 즉 ‘현재로서는 미지수인’ 그리스 기호 람다(Λ)를 끼워 넣는다. 우주가 팽창 끝에 붕괴되는 일이 없도록 막는 역할을 우주상수가 맡고 있다는 임의적인 논리였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에드윈 허블은 관측결과를 바탕으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내용의 ‘허블 법칙’을 발표했다. 아인슈타인은 괴로워하며 이 이론을 받아들였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아인슈타인의 후회가 너무 섣부른 것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NASA 연구팀에서 우주상수가 암흑에너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무려 100여 년의 세월을 두고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엎치락뒤치락 반전을 거듭하며 수정 및 증명되어오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이렇듯 환희와 탄식이 교차했던 우주론의 역사적인 순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로버트 디키, 애덤 리스, 베라 루빈 등 암흑물질ㆍ암흑에너지 발견의 숨은 공로자들이 각기 내세웠던 우주론들을 점검하면서 이것들이 어떻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부정되고 입증되었는지가 흥미진진한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수백 건의 인터뷰, 심층적인 현지 보고, 빼어난 서술
미지의 96퍼센트 우주에 관한 가장 완벽한 기록

이 책의 저자는 권위 있는 여러 학술단체로부터 연구 장학금을 휩쓸고, 컬럼비아대학교 버나드 칼리지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베테랑 작가이다. 작가로서의 역량과 과학 분야 저술가로서의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그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수백 건의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물론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책에는 논문이나 과학잡지, 신문기사만 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각 과학자들의 연구과정이 매우 세밀하게 드러난다. 그들이 어떻게 그런 가설을 세우게 되었는지, 상황 전체의 기승전결을 촘촘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소설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특히 각 과학자들의 캐릭터에 대한 부연설명은 그의 연구방식이나 결과와도 연결되며 쏠쏠한 재미를 준다.

그는 때로 꼭 노숙자 같은 몰골로 교수진 모임에 불쑥 들어오곤 했고, 군중 속의 젊은이들은 부스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게슴츠레한 눈을 한참 동안 보고 나서야 그가 누군지 알아보곤 했다(p.35).

스물다섯 살도 되지 않은 애덤 리스는 두 누나의 사랑을 듬뿍 받은 어린 남동생에게서 엿볼 수 있는 자신감을 발산했다(p.163).

1979년 12월 6일 저녁 늦게, 소년 같은 더벅머리에 소년 같은 미소를 띠고 있지만 월세 걱정에 찌들어 있는 더 이상 젊지 않은 대학교수 하나가, 하루 중 그 시간이면 종종 그렇듯이 서재에 있는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pp.192-193).

책에는 이렇듯 개성 넘치는 과학자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천재들이 평생을 들여 우주를 관찰한 결과가 고작 ‘우리가 아는 우주는 4퍼센트뿐’이라는 사실에 대해 저자는 유쾌한 어투로 다음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는 그저 오염물질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한 존재다.”
그렇다면 이것이 끝일까? 미지의 96퍼센트 우주는 영원한 의문으로만 남는 것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결론을 대신한다.

그들이 종종 ‘근본적인 코페르니쿠스 혁명’이라 부르는 게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다. 그 혁명은 고감도 검출기들이 이미 도달했거나 결코 도달한 적이 없는 어떤 가설적 입자의 포착을 기다리는 지하 광산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혁명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중에, 에스프레소 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보며 다중 우주를 생각해내는 상아탑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혁명은 망원경들이 빅뱅의 잔존 복사를 추적하는 남극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이 이미 미지의 영역과의 만남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스톡홀름에서, 편안한 거실 소파에 앉아 수백 광년 떨어진 별들의 실시간 자기소멸을 관측하는 전 세계 포스트닥터 연구원들의 컴퓨터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혁명은 건강한 공동연구로, 또한 우주는 본질적으로 다윈주의적 장소이기 때문에, 경력을 다투는 경쟁으로 일어나고 있다(pp.12-13).

저자는 또 다른 뉴턴, 아인슈타인이 등장할 것이라 말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자녀, 자녀의 자녀가 바라보는 우주는 또 다른 모습일 것이고,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통찰할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아직 발견해야 할 우주는 96퍼센트나 되는데 말이다.

목차

프롤로그

1장_ 눈에 보이는 것보다 많다
1_ 빛이 있으라
2_ 저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3_ 헤일로 선택

2장_ 어찌된 일인가
4_ 게임이 시작되다
5_ 진전 없는 나날
6_ 결코 끝나지 않는

3장_ 심부의 얼굴
7_ 편평한 우주 사회
8_ 반갑다, 람다
9_ 두 번 찾아온 이빨요정

4장_ 눈에 보이는 것보다 적다
10_ 밤비노의 저주
11_ 괴물
12_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에필로그
감사의 글
인용 논문 및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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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이 새로운 우주에는 우리가 우주의 모든 것이라 믿었던 물질, 즉 여러분과 나, 그리고 내 컴퓨터와 저 모든 위성과 별과 은하들을 구성하는 물질이 아주 미량으로만 존재한다. 우주의 압도적인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머지는… 누가 알겠는가?
우주론자들은 그것을 ‘암흑’이라 부른다. 그런 점에서 그것은 역사에서 궁극적인 의미론상의 굴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거리상 멀거나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의 암흑이 아니다. 블랙홀이나 깊숙한 우주에서와 같은 암흑도 아니다. 이것은 지금으로서는 그리고 어쩌면 영원히 알 수 없다는 미지로서의 암흑이다. 즉 암흑물질이라 부르는 신비한 23퍼센트의 무언가와, 암흑에너지라 부르는 훨씬 더 신비한 73퍼센트의 무언가가 그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같은 물질은 4퍼센트만 남는다. 어떤 이론가가 대중 강연에서 즐겨 말하듯이, “우리는 그저 오염물질에 불과하다.” 우리와 우리가 우주로 생각해온 그 밖의 모든 것을 다 없애버려도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유쾌하게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는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다”라고.
(/ pp.11~12)

디키가 전쟁 뒤인 1940년대에 프린스턴 교수진에 합류할 무렵, 아인슈타인은 실험 물리학에서 기이한 이론을 펼친 것 못지않게 일상생활에서도 기이한 존재로 인식됐다. 그는 때로 꼭 노숙자 같은 몰골로 교수진 모임에 불쑥 들어오곤 했고, 군중 속의 젊은이들은 부스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게슴츠레한 눈을 한참 동안 보고 나서야 그가 누군지 알아보곤 했다. 1954~1955년의 학기 동안, 디키는 하버드에서 안식년을 보내면서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 그 뒤 몇 년에 걸쳐 그는 다양한 실험을 했다. 태양의 정확한 모양을 결정하기 위해 태양 앞에 차폐 원반들을 놓았는데, 이는 수성을 포함하는 태양계에서 태양이 사물에 미치는 중력적 영향에 그 모양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그는 또 달에 레이저를 쏘았다가 반사시켜 되돌아오는 시간을 이용하여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수성의 궤도가 뉴턴의 수학과 다른 것처럼, 달의 궤도도 아인슈타인의 수학과 다른지 여부를 알 수 있었다. 그는 별들의 화학적 조성을 이용해서 그 나이와 진화를 추적하기도 했다. 별들의 나이와 진화는 다시 우주의 나이와 진화를 추적하는 데 중요했고, 그것은 다시 원시 원자나 우주의 화구나 빅뱅, 즉 태초의 잔존 복사를 탐지하려는 시도와 관련되었다. 디키는 과연 어떤 우주이론이 빅뱅 특이점뿐 아니라 정상상태 우주론의 자발적인 물질생산을 피할 수 있을지 궁금했지만, 그는 일종의 절충안인
‘진동하는 우주oscillation universe’를 제안했다.
(/ '1장 보이는 것보다 많다' 중에서)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중력 이론을 정교하게 조정했다. (…) 그는 1917년에 펴낸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우주론적 고찰Cosmological Considerations on the 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이라는 논문에서, 무엇인지는 모르나 우주의 붕괴를 막고 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방정식에 임시 인자, 즉 ‘현재로서는 미지수인’ 그리스 기호 람다(Λ)를 끼워 넣었다.
뉴턴처럼, 그도 저 무언가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어떤 가정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람다였다. 그러나 그러고 나서 10년쯤 뒤, 허블의 우주와 함께 이 붕괴 없는 수수께끼에 대한 뜻밖의 멋진 해답이 나왔다. 우주가 그 자체 무게 때문에 붕괴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팽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 '2장_ 어찌된 일인가' 중에서)

“어찌된 일일까.” 리스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두 팀 모두 그동안 우주가 물질로, 오직 물질로만 가득 차 있다는 가정 하에 연구를 했다. 물론 그 일부는 암흑이었지만, 사라진 것은 여전히 기본적으로 물질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우주의 팽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오직 물질뿐이라고 가정해왔다.
그러나 그런 가정들을 버리면 이런 터무니없어 보이는 결과들이 결국 이해가 될지도 몰랐다. 두 팀이 만약 다른 무언가가 팽창에 영향을 미치는 우주, 즉 물질이 아닌 무언가로 이루어진 우주를 가정한다면, 그러면 그 우주는 또다시 그 안에 물질을 갖게 될 것이다. 그들은 오차막대를 살폈고 물질이 암흑이든 아니든 20퍼센트나 30퍼센트나 40퍼센트쯤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60퍼센트나 70퍼센트나 80퍼센트는… 다른 무언가였다.
그들은 우주의 운명에 대한 답을 얻었다. 어쩌면 그들이 수량화할 수 있는 답은 ‘우주가 영원히 팽창한다’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들은 볼 수 없는 암흑물질과 상상할 수도 없는 이 새로운 힘 사이에서 우주의 실체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 '2장_ 어찌된 일인가' 중에서)

1981년 10월, 전 세계 우주론자들의 우편함에 황금 티켓이 배달되었다. 그러나 지정된 날짜와 시간에 들어가게 될 원더랜드는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이 아니라 스티븐 호킹의 너필드 워크숍Nuffield Workshop이었다. 공익 신탁재단인 너필드는 3년 동안 매년 워크숍에 기금을 기부하는 데 동의했다. 두 번째 해에, 호킹과 역시 케임브리지에 있는 게리 W. 기븐스Gary W. Gibbons는 남은 기금을 통합해서 전력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그 초청장이 ‘1초 미만’으로 규정한 우주론의 최전선인 ‘아주 초기 우주Very Early Universe’에 집중적인 지원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 1982년 여름의 워크숍 첫째 날 케임브리지에 도착하자마자, 터너는 호킹에게 자신의 논문 초안을 건네주었다. 호킹이 고개를 끄덕여 고마움을 표시한 뒤 조수에게 몸짓을 하자 그가 터너에게 호킹의 논문을 주었다.
두어 편의 다른 논문들도 배부되고 있었다. 이제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우주로 확장한 날부터 우주론에 늘 붙어 다니던 물음에 직면할 시간이 왔다. ‘우주가 왜 간단할까?’
(/ '3장 심부의 얼굴' 중에서)

1979년 12월 6일 저녁 늦게, 소년 같은 더벅머리에 소년 같은 미소를 띠고 있지만 월세 걱정에 찌들어 있는 더 이상 젊지 않은 대학교수 하나가, 하루 중 그 시간이면 종종 그렇듯이 서재에 있는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바로 이 순간 앨런 구스Alan Guth에게 문득 수학적 영감이 떠올랐다. 다음 날 아침에 그는 자전거를 타고 스탠퍼드 선형 가속기센터Stanford Linear Accelerator에 있는 그의 연구실로 가서는(9분 32초의 새로운 개인 신기록을 세우면서) 즉시 책상 앞에 앉아 노트를 펼치고 간밤의 기나긴 작업을 요약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깨달음.’ 그는 새로운 페이지의 맨 위에 이렇게 쓰고, 전에는 노트의 표제어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일을 했다. 표제어 둘레에 사각형 모양의 테 두 개를 그린 것이다.
2년 반 뒤인 너필드 워크숍 기간 무렵, 그 이야기는 이미 과학계의 전설이 되어 있었다. 구스는 진정한 ‘유레카!’의 순간을 경험했다. 그의 경험은 동료들이 이마를 철썩 치면서 신음하듯 ‘당연하지!’를 내뱉게 하는 그런 종류의 통찰이었다. 구스는 1980년 1월에 자신의 놀라운 깨달음에 대한 첫 번째 세미나를 하고 하루 뒤, 일곱 기관으로부터 똑같은 세미나를 해달라고 초청받거나 교수직을 제공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 무렵 구스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급팽창(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그건 자신의 발견의 특성을 나타내는 물리적 성질과 그 시대의 주요한 경제적 걱정 모두를 아우르는 용어였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우주는 거의 생겨나자마자 어마어마한 팽창을 경험했다. 우주는 10 36초, 즉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분의 1초의 나이가 되었을 때 이전 크기의 1025배, 즉 10,000,000,000,000,000,000,000,000배로 팽창했다.
(/ '3장 심부의 얼굴' 중에서)

진공에너지의 한 가지 형태는 공간과 시간에 걸쳐 일정할 것이므로, 그들은 그것을 우주상수라고 불렀다. 또 다른 형태는 공간과 시간에 걸쳐 변할 것이므로, 그들은 그것을 제5원(고대그리스 물리학에서 다섯 번째 원소)이라고 불렀다. 천문학자들이 거의 호환하여 사용하는 ‘람다’와 ‘우주상수’라는 용어가 같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 터너는 다른 용어들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그는 1998년 5월에 페르미연구소 학회에서 ‘재미있는 에너지Funny energy’라는 말을 시험해보았지만, 그 용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다음에 시도한 것이 그대로 용어가 되었는데, 바로 일부러 ‘암흑물질’을 흉내 내어 만든 ‘암흑에너지dark energy’였다.
(/ '3장 심부의 얼굴' 중에서)

만약 ‘암흑’이 ‘볼 수 없음’을 의미한다면 암흑인 무언가를 어떻게 볼까? 즉 볼 수 없는 무언가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보지 못한다. 그 물음을 다시 생각해보라.
(…) 그리고 암흑물질은 모두 이론적이었다. 처음부터 그것에 대한 증거는 간접적이었다. 그것이 존재함을 ‘아는’ 까닭은 우리가 볼 수 있는 물질에 그것이 영향을 미치는 방식 때문이었다.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분명한 대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물질은, 굉장히 멀거나 본질적으로 희미하지 않다면, 평소 관측 방법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오컴의 면도날’은 모르는 물질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물질?중입자로 만들어진 물질?로 이루어진 어떤 우주를 주장했다. 어쩌면 베라 루빈이 즐겨 농담했듯이, 암흑물질은 ‘차가운 행성, 죽은 별, 벽돌, 혹은 야구방망이’인지도 몰랐다.
(/ '4장 눈에 보이는 것보다 적다' 중에서)

첫 번째 물음은 ‘암흑물질이 무엇인가?’였다. 그러나 두 번째 물음은 ‘암흑에너지의 본질은 무엇인가?’였다.
그것의 ‘본질.’ 그것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그것이 무엇과 같은가, 그것이 무슨 일을 하는가, 그것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다. 암흑물질 천문학자들처럼, 암흑에너지 천문학자들도 역설적인 물음에 직면해야 했다. 볼 수 없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암흑물질 천문학자들처럼, 그들도 어떤 방식으로 ‘접촉한다’를 포함하도록, ‘본다’는 것의 이해를 확장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서 먼 훗날 초중성입자를 포착하고 핑 소리를 듣거나 액시온을 광자로 전환시킬 가능성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 암흑에너지가 입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었다. 목적은 그것을 탐지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정의하는 것이었다.
특히 천문학자들은 그게 정말로 공간과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우주상수인지, 아니면 공간과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제5원인지 알고 싶어 했다. 그게 만약 변하지 않는다면, 우주가 팽창하여 물질의 밀도가 감소하면서, 암흑에너지의 영향이 점점 더 커져서 점점 더 빠른 가속을 일으켜서, 우주는 정말로 빅칠로 넘어가게 될 터였다. 그게 만약 공간과 시간에 따라 변한다면, 그것은 물리학에 알려져 있지 않은 어떤 종류의 역학적 장일 것이므로, 먼 미래에는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거나 감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터너는 2001년에 “암흑에너지가 있는 우주에서는 기하학과 밀도 사이의 연결이 끊어진다”고 썼다. <쿼크를 우주와 연결하기>의 과학 물음들 조사에서 ‘암흑에너지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우선순위가 ‘암흑물질이 무엇인가?’ 다음으로 매겨져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 위원회가 2002년 1월에 그 목록을 완성했을 때 그 주제가 여전히 그렇게 새로운 게 아니었다면 아마도 첫 번째 물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보고서가 말한 대로 ‘가장 성가신 문제’였다.
(/ '4장 눈에 보이는 것보다 적다' 중에서)

브라이언 슈미트와 솔 펄머터와 애덤 리스를 비롯해서 우주 가속의 증거를 찾아낸 수십 명의 다른 연구자들의 유산은 개인적 신랄함도, 그들 직업의 사회학적 변화도 아니며, 암흑에너지에 필요한 사고의 혁명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혁명에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의 통합이 거의 확실히 필요하다. 그 혁명은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수정을 수반할 것이다. 그 혁명은 평행하거나 서로 엇갈리는, 혹은 사실상 무한한 우주들의 총체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혁명이 결국 무엇으로 끝나든, 학회마다 연사마다 인지하고, 특종을 빼앗겼음을 알게 되었을 때의 디키의 추종자들처럼, 천문학이 그동안 저 밖에 존재하는 것의 대부분을 간과했음을 깨달았을 때의 베라루빈처럼, 품위 있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던 것, 바로 그것이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물리학.’
과학자가 우주에 남길 수 있는 더 위대한 유산이 무엇이겠는가?
(/ '4장 눈에 보이는 것보다 적다' 중에서)

저자소개

리처드 파넥(Richard Panek)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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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Panek. 과학 저술가이자 구겐하임 특별 연구원이다. [4퍼센트 우주The 4% Universe]로 2012년 미국 물리학회 소통상을 받았고, 템플 그랜딘과 함께 쓴 [나의 뇌는 특별하다]로 ‘2013년 굿리즈 초이스 최고 논픽션 상’을 받았다. [보이지 않는 세기The Invisible Century],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Seeing and Believing]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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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64~
출생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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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대학교 천문 기상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우주여행, 시간여행]으로 제15회 과학 기술 도서상 번역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비롯해 [애니모프] 시리즈, [델토라 왕국] 시리즈, [4퍼센트 우주], [시크릿 유니버스], [1마일 속의 우주], [아름다운 밤하늘], [고대 야생 동물 대탐험], [여섯 개의 수], [세균전쟁],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진화하는 진화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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