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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박물관 : 윤대녕 소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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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윤대녕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3년 09월 05일
  • 쪽수 : 318
  • ISBN : 9788954622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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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황폐하고 척박한 고통 속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윤대녕의 일곱 번째 소설집 『도자기 박물관』.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의 이번 소설집은 깊고 황홀한 저자의 소설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십삼 년째 특유의 여로 형식과 시적인 문장을 통해 인간 존재의 거처를 집요하게 탐색해온 저자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깊이를 확보하며 새로운 소설세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세계가 병들었음을, 더불어 그 세계에 발을 디딘 인물들마저 함께 감염되었음을 보여주는 《구제역들》과 《검역》 등의 작품을 통해 이전과는 달리 보다 직접적으로 현실 인식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의 소설세계가 이전보다 정교하고 치밀해졌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반달》, 삶과 타인에게 버림받은 존재의 내면에 자리한 상처가 어떻게 치유되는지에 대한 비밀을 엿볼 수 있는 《통영-홍콩 간》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출판사 서평

“여로에 서 있음이 나의 운명임을 수긍하기에 이르렀다”

『대설주의보』이후 대략 삼 년 오 개월 만에 일곱번째 소설집을 내게 되었다. 그사이 내게는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바로 오십대의 나이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그 젊음과 늙음의 경계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공허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만 뚜렷이 떠오르는 바가 없다. 다만 고통에 대한 사유와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잦았던 것 같다. 여기에 수록된 소설들은 그러한 시간의 집적이자 흔적이 되겠다.
마지막 교정을 보는 과정에서 여전히 대부분의 소설들이 길 위에서 쓰여졌음을 확인했다. 그래서 내게는 길이 곧 집(우주)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고, 여로에 서 있음이 나의 운명임을 수긍하기에 이르렀다. 비바람과 눈보라의 그 여로에서 우연히 만났다 뜨겁게 헤어졌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들은 비록 여럿이었으나 결국 단 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내 감정은 그들과 만나 다만 조용히 눈물을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근래 속울음이 빈번한데, 막상 속시원히 울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들 모두가 내게는 단 하나의 별이었음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것이리라. 그처럼 찰나의 순간이었을지라도 그때 나와 함께 이 세상에 가난히 머물러준 이들에게 이 남루한 책으로나마 일일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가 작가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커다란 위안으로 다가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를 포함한 모든 그들에게, 요즘 내가 즐겨 듣고 있는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기타 연주곡 를 전해주고 싶다. 자, 이제 그럼 몇 년 뒤에나 다시 만나십시다.
_작가의 말 전문

뜨거운 상징을 손에 쥐고
존재의 거처를 찾아 걸어가는 이들의 이야기


2013년 가을, 윤대녕의 일곱번째 소설집『도자기 박물관』이 출간되었다. 1990년 『문학사상』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이십삼 년째, 그간 특유의 여로 형식과 시적인 문장을 통해 인간 존재의 거처를 집요하게 탐색해온 그의 신작 소설집에서 우리는 윤대녕 소설세계의 연속성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그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깊이를 확보하며 새로운 소설세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발표된 총 일곱 편의 단편소설들은 그가 ‘작가의 말’에서 “고통에 대한 사유와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잦았던 것 같다”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일의 고통스러움을 보여주는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새삼스러운 지적이지만 윤대녕의 인물들은 그들이 품은 어떤 에너지 때문에 삶에서 헤맬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었다. 인물들이 느끼는 태생적인 결핍과 상실감이 그들을 일상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이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을 찾아 방황하도록 이끌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여로에서 만나는 여인들과 은어, 소, 별, 제비와 같은 상징들은 이 아프지만 아름다운 헤맴에 동반자와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그런데 이번 소설집의 인물들은 방황할 수 있는, 또 여로에 오를 수 있는 특유의 에너지를 잃고 황폐하고 척박한 고통 속에 깊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가 병들었음을, 더불어 그 세계에 발을 디딘 인물들마저 함께 감염되었음을 보여주는 두 작품 「구제역들」과 「검역」에서 그러한 특징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타고난 감각으로 시대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해내던 윤대녕이 이제까지와는 달리 보다 직접적으로 현실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특별한 작품들이다.
또한 동요 <반달>의 가사를 차용하여 캄캄한 밤하늘과도 같은 삶을 헤맬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그려낸 「반달」은 윤대녕의 소설세계가 이전보다 정교하고 치밀해졌음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아들의 시선에 포착된 어머니라는 늙은 여인의 삶-젊은 시절 아들 자신의 헤맴-그리고 삶의 진실을 깨달은 지금’이 눈부신 상징들―밤하늘의 깨끗한 반달과 무수한 별, 별같이 튀어오르는 바다의 눈부신 새우들―과 함께 찬란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어느 봄날의 아름다운 편지 「상춘곡」(『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 소설집의 첫머리에 실린「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는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윤대녕이 사람의 마음을 표현해내고 어루만지는 데 탁월한 작가임을 알게 되는 한편, 고통에 빠진 존재를 구원하는 것은 다른 존재에게 가닿을 수 있다고 믿는 간절함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더불어 「대설주의보」(『대설주의보』)의 마지막 장면, 폭설과 지난 세월을 헤치고 서로를 향해 나아가는 연인의 간절한 발걸음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통영-홍콩 간」을 통해 보다 내밀하고 간절해진 윤대녕의 소설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우리는 삶에, 그리고 타인에게 버림받은 존재의 내면에 자리한 상처가 어떻게 치유되는가에 대한 비밀을 엿보게 된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작가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커다란 위안으로 다가”온다고 했으나 우리 역시 윤대녕이 여전히 작가라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커다란 위안을 얻는 것은 마찬가지다.



|수록 작품 발표 지면|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 ‥‥‥‥‥‥『문학의오늘』 2012년 여름호
반달 ‥‥‥‥‥‥『문학사상』 2013년 4월호
도자기 박물관 ‥‥‥‥‥‥문학동네』 2012년 가을호
구제역들 ‥‥‥‥‥‥『창작과비평』 2011년 여름호
검역 ‥‥‥‥‥‥『현대문학』 2011년 9월호
문어와 만날 때까지 ‥‥‥‥‥‥『현대문학』2010년 9월호
통영-홍콩 간 ‥‥‥‥‥‥『문예중앙』 2011년 봄호

목차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
반달
도자기 박물관
구제역들
검역
문어와 만날 때까지
통영-홍콩 간

해설 정여울(문학평론가)
관계의 프리즘에 비친 존재의 풍경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
: 이십이 년 전 하룻밤의 연을 맺은 남자에게 보내는 여자의 편지. 우연히 병원에서 그 남자를 본 순간 여자는 고통 속에서 살아왔던―첫 아이의 사산, 남편의 외도와 구타, 알코올중독에 빠져 죽음만을 기다리던 날들―자신의 삶을 고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의식이 없는 여인을 애틋하게 어루만지며 어떤 말들을 속삭이고 있었다. “내게도 그 말을 들려줄 수 없나요? 당신이 그 여인에게 속삭였던 바로 그 말들을요.”(33쪽) 여자는 그 내밀한 속삭임, 둘 만의 비의가 오가던 순간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간절히 요청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바로 그 순간의 열림으로 되어 있다.

그대는 먼 곳에 혼자 있는 게 아닙니다. 비록 잠들어 있으나 바로 여기, 지금, 나와 함께 숨쉬고 있습니다. 내 손길이 느껴지지 않나요? 그대는 잠결에 내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꿈에서 나를 보고 있지요? 밖에서 지금 먼 데서 불어온 바람이 우리를 모로 지나쳐 또한 먼 곳으로 불어가고 있습니다. 바람의 소리가 귓전에 들리지요? 이렇듯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33~34쪽)

「반달」
: 생에 단 한 번 벌어진 일들에 대한 회상 속에서 삶의 운명을 깨닫는 나. 일찍 아버지를 잃고 반쪽으로 살아온 나는 입대 전 “단 한 번 어머니와 둘이 여행을 떠난”(37쪽)다. 아버지의 부재로 위태로웠던 모자는 썰어놓은 무처럼 깨끗하고 흰 반달을 보며 존재의 고통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는 비로소 어머니에게서 벗어났음을 깨닫는다. 제대 후 나는 “단 한 번 예외적인 사랑에 빠진”(58쪽)다. 대학 동기로 어부의 자식인 그와 함께 어선을 탄 나는 하얗게 뜬 반달과 별무리를 바라보며 그와 사랑을 나눈다. 훗날 나는 그 사랑이 별들의 생성과 소멸처럼 자신을 파괴하면서도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한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지금, 나는 자신에게 <반달>의 2절을 불러주었던 여자와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77쪽)로 끝나는 바로 그 노래, 밤하늘처럼 캄캄한 삶을 헤매면서 더듬더듬 길을 찾아온 우리의 인생을 가리키는.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누구한테나 고독이고 고통이겠지. 짐승이든 사람이든 말이다. 이 어미도 속으로 저런 소리를 내며 밤새 뒤척일 때가 많단다. 그래도 아까 우리가 보았던 하늘 아래에서 이렇게 생명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게 다 좋은 일 아니겠니? 운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바로 운명이고 숙명이란다.”(56쪽)

「도자기 박물관」
: 도자기에 미쳐 길 위를 헤매고 다닐 수밖에 없었던 이의 구슬픈 운명의 궤적으로 이루어진 이야기. 소설은 사과밭의 흰 꽃잎들이 분분히 날려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생의 막다른 지점에 도달한 남자가 아내를 묻은 사과밭으로 돌아와 지난 생을 낯선 꿈처럼 돌아보는 것이다. 젊은 날 공장에서 만났던 아내, 만물상 트럭을 얻어 옆에 아내를 태우고 돌아다니던 때, 그릇에 눈이 멀어 아내를 내팽개치고 얻으러 다녔던 날들, 그 때문에 아내를 잃었음에도 도저히 그릇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운명. 그는 마지막으로 옹기장이 노인과 가마 앞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린다. 이제 겨우 놓여난 것 같다고 고백하자 누구에게나 삶은 결국 꿈같은 것이 아니었겠느냐고 위로하던 노인을. 하지만, 그토록 사나운 꿈이라니……

“도자기라는 게 모두 불구덩이 속에서 태어났듯이, 나 또한 시뻘건 가마 속에 앉아 서서히 달궈지면서 사기그릇으로 변하는 꿈을 꿀 때가 있어. 저것들과 함께 도사리고 앉아 뜨겁게 아우성치다 점점 말문이 막혀가면서 말이야. 그처럼 불을 견디는 심정으로 살되, 내 삶은 백자처럼 아무 무늬가 없어도 좋다 싶어. 종내에는 그렇듯 하나의 우둔한 형태로 남고 싶을 뿐.”(107~108쪽)

「구제역들」
: 훗날 쓸 부모의 묏자리를 살펴보러 고향과 가까운 추모공원에 찾아가는 형제의 이야기. 형은 동생이 함부로 툭툭 내뱉는 말들에 심기가 불편해지고 동생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기다리는 여자는 물론 예전 형과 함께 만나던 연숙의 이야기까지 무심하게 늘어놓는다. 형제가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들은 모두 심각하게 병들어 있는 듯하다. 그리고 어쩌면 이 형제들마저도 그러하다. 형제는 구제역 소독약 냄새를 역해하면서도 한사코 핏물이 떨어지는 한우를 구워 먹고,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연숙과 닳고 닳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우리는 언제부터 자신과 닮은 족속들을 만나게 되면 덥석 반가워하는 게 아니라 서로 끔찍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는 걸까? 그리고 어느덧 발굽이 갈라지고 무릎에 썩어들어가기 시작하고 여기저기서 핏물이 배어나오고 전체가 하나로 병들어가는 지경에 이른 것일까?(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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