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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들녘 : 박경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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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박경리의 작품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과 핵심 모티프와
    작가의식이 담긴 소설!
    [노을 진 들녘]


    [노을 진 들녘]은 발표 당시에 일정하게 대중적 성공도 거두었다. 연재 후 곧장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다시 영화화되었다. 이는 대학생들의 낭만과 연애, 뒤틀린 성애의식, 유산 상속을 둘러싼 음모 등을 흥미롭게 그려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드물게 몇 되지 않은 여류작가였다는 사실도 대중의 주목을 받을 만했으며, 대담하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와 결코 만만치 않은 주제의식 등은 문단과 언론 모두로부터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작가와 시대에 대한 이해가 전제된다면 5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출간되는 [노을 진 들녘]은 여전히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문학적 울림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노을 진 들녘]은 불륜, 절손, 억지 결혼 등 박경리 소설의 전반적 특징들이 골고루 잘 나타난 작품이다. 작중 인물들은 모두 강한 개성을 바탕으로 작품의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특히 현대 문명을 거부하려는 송 노인의 외고집은 명백하게 시대착오적이며 주실과 성삼, 영재의 비밀을 알고 난 이후의 행동들 역시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 노인의 올곧은 태도와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자신만의 고통스러운 방식들은 한편으로 몹시 매력적이다. 송 노인의 불합리한 처사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그를 따르는 영천댁과 박 서방댁 역시 마찬가지이다. 변화한 시대를 따르지 않는 이들의 고집 속에서 독자는 현대 문명에 대한 작가의 비판의식과 교감하며, 어쩔 수 없는 그들의 몰락을 함께 안타까워하게 된다.

    5년째 다듬어온 소재,
    쉬운 말로 흥미 있게 독자에게 다가서는
    박경리의 첫 걸음!


    1961년엔 발표된 [노을 진 들녘]은 작가가 연재 5년 전부터 구상해왔으며 아껴온 소재였다고 한다. 당시의 신문기사를 보면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24회를 마친 상태였다는 기록이 있다. 1961년을 전후하면서 작가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작多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추측할 수 있게 한다. 그 이전부터 작가는 여러 작품들을 구상해왔으며, 틈틈이 일부 내용을 집필해놓았던 것이다. [노을 진 들녘]의 연재에 앞서 [애가], [내 마음은 호수], [은하], [푸른 운하] 등의 장편 연재소설이 있었지만 [노을 진 들녘]이야말로 가장 오래전부터 구상과 집필을 진행해왔던 작품이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알 수 있으며, 동시에 이 작품이 작가의 전체 작품에서 갖는 의미를 추측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작가는 사회적·경제적 지위 차이나 지식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쓰려고 했던 것 같다. 독자의 폭을 넓히겠다는 작가의 기획은 [노을 진 들녘]에만 제한된 것이 아닌 듯하다. 1960년대 박경리 장편소설들은 대부분 통속적인 주제와 단조로운 플롯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특징에 대해서는, 물론 좀 더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쓰겠다는 작가의식의 발로였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작품에도 사회적 지위 고하 및 지식인과 일반인 사이에 선명한 실체적 괴리가 존재한다. 근본이 천한 성삼이의 욕망은 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욕심과 천박한 질투심이고, 순간적 정욕 때문에 잘못을 범한 영재의 방황과 자기학대는 양심적이고 지적인 청년의 고뇌로 포장된 것이 단적인 예이다.

    대담하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
    결코 만만치 않은 주제의식!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문제적인 부분은 통속성이다. [토지]를 먼저 읽고 [노을 진 들녘]을 읽은 독자라면 분명히 실망을 느꼈을 것이다. 남녀의 애정관계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며, 사건 전개에도 우연적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작품에는 몇 명의 주요 인물들만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그들끼리 폐쇄적인 애정 관계를 이룬다.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인이 함께 하숙하는 동섭의 동료이고 이후 동섭과 미묘한 삼각관계를 이루게 되는 설정이라든가, 일혜와의 데이트 중에 동료 상호와 민 여사의 불륜 관계를 우연히 목격하고, 이후에 민 여사가 일혜의 언니인 신혜가 운영하는 다방에서 일을 하게 되는 내용 등은 몇몇 인물들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작품의 폐쇄적 구성을 잘 보여준다. 이 밖에도 영재와 상호가 술을 마시는 카페에서 그의 아버지를 만나고, 다시 영재가 애인 일혜의 집에서 나오다가 일혜의 언니 신혜와 함께 있는 아버지를 만난다는 식의 구성 역시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이처럼 박경리 초기 소설에서 나타나는 통속적 주제와 작위적 구성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목차

    1 태풍
    2 어설픈 표정
    3 침묵의 의미
    4 어느 혼례
    5 망년회
    6 별빛 아래서
    7 애환의 쌍곡雙曲
    8 마구간의 참사
    9 웃으면서
    10 서울
    11 탈피
    12 노을 진 들녘

    본문중에서

    눈을 흘긴다. 그러나 주실은 자기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을 조금도 우습게 여기지는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단추가 뜯어져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육이 좋은 앞가슴이 보일락 말락 하는데도 전혀 무관심이다. 나이 열여덟이면 그만한 것 헤아릴 때도 되었건만. 하기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은행나무에 기어 올라가곤 했으니, 그래서 송 노인(宋老人)은 우리 집 원숭이 새끼라 불렀다.
    주실은 송화리 과수원 밖의 세계를 구경한 일이 없다. 그의 친구는 거반이 동물이요, 산과 들과 물이 그가 사는 세계였다. 이를테면 일종의 원시적인 소녀라 할까, 송 노인이 의식적으로 그렇게 길러놓은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깊은 곡절이 있었다.
    (/ p.10)

    높은 천장과 댕그랗게 올라붙은 유리창, 아무도 없는 넓은 연구실에서 영재는 일손을 멈추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지금 괴상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건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벼락 맞은 고목이 있는 언덕 밑 깊숙한 곳에, 비바람 치는 밤이면 탐조등이 뿌옇게 짐승의 눈알처럼 비치는 괴상한 건물이다. 소리 없이 문이 열리면 미궁 같은 내부의 벽화 속에서 검둥이 계집이 쫓아 나오고 녹색의 안개가 자욱한 방에 검정빛 노랑빛의 옷을 입은 여인이 있다. 울음도 들리고 웃음도 들린다.
    (/ p.74)

    울음에 지친 주실은 밤중에 배가 아프다고 뒹굴기 시작했다. 아직 달이 차지 않았는데 아마 조산인 모양이었다.
    초상과 출산이 뒤범벅이 되어 있는데 이튿날 아침 성삼과 박 서방은 읍내 경찰서로 불려갔다. 그들이 형사 앞에 앉아 있노라니까 얼마 전에 송화리 과수원을 다녀간 그 중년 신사가 들어왔다. 모자를 손에 들고 들어오는 그를 보자 박 서방은 황급히 일어서며 허리를 굽혔다.
    (/ p.34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26.10.28~2008.05.05
    출생지 경남 통영
    출간도서 60종
    판매수 95,846권

    1926년 10월 28일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하였다.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26년 만인 1994년에 완성하였다. 2003년 장편소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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