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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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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언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발행 : 2013년 07월 26일
  • 쪽수 : 187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202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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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떠도는 언어 속에서 방황하는 기술
    말은 일상을 잊고 세계는 길을 잃는다


    보이지 않는 "유령"의 말([숨쉬는 무덤] [거인])과 ‘사건의 시학’(신형철)으로 존재의 형성과 사건의 의미를 물으며([소설을 쓰자]), 매 시집마다 하나의 화두를 통해 자신의 세계, 세계의 언어를 살펴 확장시켜나가는 시인 김언의 네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미당문학상(2009)과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상(2009), 박인환문학상(2012)을 수상한 후 처음 선보이는 이번 시집 [모두가 움직인다]에서는, 사건을 형성하거나 포착하기보다 세계의 움직임을 단절 없이 담아내고 있다.

    우리는 무관을 모른다. 시가 사건과 무관해지는 법, 시가 말과 무관해지는 법, 시가 시와 무관해지는 법을 모른다. 유착과 관련의 곡절 속으로 자맥질하지 않고, ‘무관(無關)’이라는 이 난맥의 가능성을 탐험하는 것이 김언의 시다. 말, 대상, 현상, 시가 한자리에 모여, 사건을 이루지 않고, 사건의 정신으로 정련되지 않고, 모두 다른 곳을 향할 수 있는 다층성이 그의 시인 것이다. 그의 무관이 머물지 않는 도정이고 길이라면 그 길에서는 사건이 해산된다. 이것은 분명 너무도 낯선 길인데, 지금 멈춰 있는 우리의 짧고도 긴 운집(雲集) 바로 옆을 지나가고 있다.
    - 이수명 / 문학평론가

    떠도는 언어- "우리의 통성명은 무척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곧 잊는다"
    김언이 세계의 움직임을 담는 방식은 고착된 언어를 낯선 의미로 떠돌게 하는 데서 시작한다. 변기를 가져와 전시장에 가져다놓고 미술 작품이라고, 악기 연주 없이 침묵과 연주장의 소음만을 엮어 음악 작품이라고 일컬은 예술사의 익숙한 사건처럼, 현대에 들어 예술은 그것이 무엇인지보다 그것을 ‘선택’함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문학은 다른 예술과 달리 보고 듣는 감각 외에도 모두에게 암암리에 ‘동의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특성 탓에 변화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시 안에서도 그러한 선택적 파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언은 낯선 언어를 무조건적으로 자폐와 난해로 치부하는 섣부른 판단에 저항하며, 익숙한 언어를 낯설게 만들어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의미에서 떼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금도 세계에서는 늘 무엇인가 만들어지고 이름 붙고 변화한다. 마치 그 의미만을 위해 마련된 단어인 듯 이름을 사용하지만 실은 그 ‘이름’은 부적합하며 불충분하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이기에, 남의 말을 빌려 제 말처럼 쓰는 것이다.

    그의 일기가 위작으로 밝혀졌을 때도
    화가는 이것으로 그림을 그렸다. 소설가는 이것으로 소설을 썼다. 나는 이것으로 한 번 더 그림을 들여다보고 몇 개의 문장과 단어를 덧칠한다.
    - "팔레트" 부분

    여기서 만져지는 물질이란 모두 내가 만지기 위해
    탄생한 물건들 이름들 형제들 그리고 하나같이 죽는다.
    (중략)
    이 물질의 이름은 부적합하다. 손톱은 손톱 때문에
    나무는 나무 때문에 굴뚝은 굴뚝 때문에 모두
    - "이 물질의 이름" 부분

    김언 시에서 끊임없이 붙는 이름은 동시에 내내 의심된다. 이름 붙이기는 이름 지우기와 다를 바 없다. 이미 불충분함, 부족함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감염되고 침범된" 타인의 언어를 의심 없이 빌렸던 것을 반성하고 모든 언어를 다시 생각한다. 입술을 닦으면서, "입술을 훔쳤다고/고백할 수도 있는 이 문장을 다시 생각한다." 그리하여 "이 물질의 이름은 부적합하다." 그래서 "한 번 더 이름을 보여"주더라도 "곧 잊는다. 다시 만날 것처럼."

    뒤틀린 연결- "앞 문장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문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점이고 부피를 가진 존재다.
    우리는 구이고 한 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지 않다. 우리는 서로에게 멀어지면서 사라지고
    (중략)
    우리는 완결된 집이며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우리의 주변 세계와 내부 세계를 한꺼번에 보면서 작도한다.
    우리의 지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고향에 있는
    내 방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간다.
    - "기하학적인 삶" 부분

    나는 항상 실패한다. 나는 항상 시도한다. 나는 항상 물거품이다. 나는 항상 신비하고 절망한다. 나는 항상 이유다. 나는 항상 결론이고 거의 없다. 나는 항상 무한하고 있다. 나는 항상 결정적이고 온다. 멀어져가는 대상에 대하여 나는 항상 단정하고 대상이다. 나는 항상 불가능하고 없다. 홀로 던져져 있다. 나는 항상 마주하고 적이다. 흑이고 백이다. 더 많은 색깔이 필요하다.
    - "나는 항상 실패한다" 부분

    점은 부피를 가질 수 없다. 구는 한 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다. 문장의 전반부는 후반부를 배반한다. ‘~이고’ 대신 ‘~이지만’으로 이어져야 그나마 옳을 것이다. 시인은 뒤틀린 문장 그대로 잇기를 선택했다. "나는 항상 실패한다"에서도 "나는 항상 무한하고 있"지만 "불가능하고 없"기도 하다. 앞뒤 문장이 반대되진 않아도 반쯤 엇나간 문장들이 묘하게 병치된다. 여기서의 ‘우리’와 ‘나’는 엇나가는 문장들을 겹쳐두는 전(全)인칭 주어다. 시인의 ‘선택’과 배치로, 양립할 수 없는 극단이 겹쳐지고 살짝 비껴나 있는 것들끼리 손을 잡는다.
    시집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아무도 외롭지 않은/당신의 각오"("외로운 공동체") "함성은 고요하다./눈 내리는 소란("한없이 무관해지는")같이 뒤틀린 채 이어지는 다른 문장들 역시 "불현듯 다른 맥락으로 전환해가고, 또한 여지없이 다음 문장들에 의해 이질화된다." 그로써 세계의 움직임은 "낱낱이 명료"하게, "낱낱이 개별적으로" 머무르며 섞여 있게 되는 것이다.

    방황하는 기술- "시가 말과 무관해지는 법, 시가 시와 무관해지는 법"

    얼마나 많은 방황이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기술이 필요한가
    이런 것들을 잃어버리기 위해서는
    지나온 길을 또 지나가기 위해서는
    - "방황하는 기술" 부분

    김언은 말한다. "시라는 건 세상에 몇 안 되는 애인과 아주 은밀하게 소통하는 것"이라, "세상 모두가 소통하는 시를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해와 소통을 바라고는 있지만 타인의 언어에 쉽게 복무하지 않고, 오히려 "잘 안다고 생각하는 길을 잃어버리려" 한다.
    미지의 공간에서 사유하며 매끄러운 언어를 껄끄럽게, 익숙한 언어를 낯설게 만드는 이 시집에 대해 무엇을 짐작해봤자 사실과는 미묘하게 다를 테지만, 동시에 틀릴 것도 없다. 김언의 시를 읽으며 머릿속 언어가 섞이고 길을 잃더라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길이 끝나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시는 계속해서 잘못 서 있어야 하고, 잘못 발음되어야" 한다고 믿으며, 김언은 스스로와 세계를 향한 언어적 방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내가 나에 대해서 말하는 방식을 모두 잊어버린 후에도 말할 것이 남아 있는 상태. 그 상태의 지속이 시를 쓰게 한다. 어떤 침묵이라도 좋다. 그것은 입을 다물면서 운을 뗀다. 앞으로의 말은 나의 말, 앞으로의 말은 나의 말, 앞으로의 말은 나의 말이 아니라고.

    *
    시인의 말

    이 또한 살기 위한 한 방식이었다는 것을.

    목차

    시인의 말

    미학
    유령 산책
    청색은 내부를 향해 빛난다
    정체성
    동의하는 사람
    빅뱅
    방황하는 기술
    죽은 지 얼마 안 된 빗방울들의 소설
    상승과 하강
    혼자 있었다
    나는 식사하는 문장을 쓴다
    겨우 두 사람이 있는 대화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우연의 법칙
    혁명
    너는 금요일에 걷다가
    몽타주
    암호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3~
    출생지 부산
    출간도서 17종
    판매수 1,145권

    1973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산업공학과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98년 『시와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한 문장』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산문집 『누구나 가슴에 문장이 있다』 등을 출간했다. 박인환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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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지성 시인선 시리즈(총 520권 / 현재구매 가능도서 37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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