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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는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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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염승숙
  • 출판사 : 현대문학
  • 발행 : 2013년 07월 30일
  • 쪽수 : 24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7275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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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너무 큰 빙고판 위 너무 작은 빙고들의 비극적 삶
    그러나 그럼에도 놓지 않는 '인간 되기'의 시적 희망!

    카프카의 [성]과 조지 오웰의 [1984]의 2013년 한국판!
    오늘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국정원 사건'과 '댓글 알바'에 대한 문학적 상상


    2005년 [현대문학]에 단편 [뱀꼬리왕쥐]를 발표하며 등단, 소설집 [채플린, 채플린], [노웨어맨] 등을 통해 너무나도 평범한 인물들의 절박한 삶을 환상적 서사로 전해주었던 작가 염승숙. "좀 더 부끄럽지 않은 소설을 써내기 위해 매일 새로운 용기를 내고 있다"던 그녀가 첫 번째 장편소설 [어떤 나라는 너무 크다]를 현대문학에서 펴냈다.
    "첫 번째 장편은 풍자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을 담은 [어떤 나라는 너무 크다]는 빙고 판의 판을 연상시키는 '판'이라 불리는 "특별하지도, 특출하지도 않지만 넘침도 모자람도 없이 어디서나 무수히 존재하는, 그저 그런 보통의 사람"이 빙고들을 관리하는 '동인건설'이라는 환상적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SF적 상상력으로 치환

    그간 염승숙의 소설 속 인물들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잊어버린 채 집과 학교 혹은 직장만을 오가며 살아가는 소시민들이었다. 작가는 그런 일상 속 인간들이 너무 판에 박힌 존재들이 아닐까, 판 위의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고, 그런 생각 끝에 너무 큰 나라와 너무 작은 인간들로 이루어진 세계인 '빙고의 세계'를 창조했다. 이 빙고의 세계는 "너무 크다. 크다는 것은 아득하고 먼 것. 그것은 슬픈 것이다." 이에 반해 이 빙고의 세계 속 빙고들인 우리들은 "너무 작다. 작다는 것은 아련하고 가까운 것. 그것은 아픈 것이다" 하여 "비극은 바로 거기에서 온다." 이 빙고의 세계, "어떤 나라는 너무 크고 어떤 사람은 너무 작"은 이 세계는 "슬프고 아프다."
    이 너무 큰 나라와 너무 작은 시민 혹은 국민이 직조해낸 '빙고의 세계' 속에서 작가의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은 SF적 상상력으로 치환되고, 이로 인해 너무도 평범해 시선을 줄 수 없었던 소설 속 인물들은 현실과 환상의 세계, 그 경계를 넘나드는,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우리 자신이 된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작가의 말마따나 "이 거대한 사회의 아주 사소한, 그러나 끝없이 팽창해가는 어떤 균열에 관한 이야기"로 훌륭하게 형상화된다. 그리고 이 균열 속에서 작가는 절망이 아닌, 아니 절망적이지만 절망으로만 침잠하는 세계가 아닌 그들만의 절실함, 솔직함과 소박함이 담긴 따뜻하고 낙관적인 희망의 불씨를 꺼내 우리에게 보여준다.

    우리 시대에 대한 뼈아픈 풍자

    자본주의적 인간의 삶에 대한 사회학적 탐구와 철학적 존재론을 그 내용의 뼈대로 삼고 있는 [어떤 나라는 너무 크다]는 형식적 측면에서 너무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어 독자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풍자와 알레고리, 알레고리와 풍자가 환상을 만나 만들어낸 아주 이상하고, 아주 비참하며, 아주 슬픈 소설이다. 카프카의 [성]과 조지 오웰의 [1984]의 2013년 대한민국 버전이라 할 만한 이 소설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국정원 사건'이나 '댓글 알바 사건'의 알레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 너무 큰 나라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그들은, '반('우리')'은 왜, 어떻게 '처리'되는가라는 물음 속에서 주체성 혹은 주권을 잃어가는 우리 시대에 대한 뼈아픈 풍자를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또한 [블레이드 러너]나 [매트릭스] 등 이미 고전이 된 SF 스릴러 혹은 SF 추리물의 형식적 쾌감을 선사해주는 한편, 2000년대 세대들만의 아픔과 사랑과 헤어짐과 상처를 새롭게, 그러면서 절절하게 전해주는 후일담 소설 형식을 통해 드라마적 감동 또한 전해준다. 그런가 하면 이 소설은 시와 관련한 메타 서사 형식에 비판적 리얼리즘과 '마술적 리얼리즘'을 적절하고 절묘하게 결합해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의 인문학적 상상력에 기분 좋은 충격과 자극을 전해주기도 한다.

    줄거리
    시와 흠모하는 선배와 사랑하는 여인이 존재하는 과거에 빠져 살던 '판(판지수)'은 부모까지 잃게 되자 유일하게 고요하고 무탈한 '동인건설'의 세계에서 안식을 찾고자 한다. 허나 그곳은 빙고, 즉 국가와 권력을 위해 임시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아 투표하거나 집권여당의 선거운동원 또는 자원봉사자로 일하거나, 국가 정책 홍보 광고 또는 텔레비전 뉴스 인터뷰에 출연해 이 나라는 좋은 나라, 살기 좋은 나라이며 국민으로서 혜택 받고 있다고 말하고, 주요 포털이나 웹사이트 게시판, 인터넷 카페와 개인 블로그 운영만을 집중적으로 담당하며 전략적으로 대통령 및 보수층지지, 여론몰이에 앞장서는 사람들과 그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명백하거나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의심과 불안만이 공기처럼 나를 휘감는" 곳이자, "세계가 여전히 불확실하고 폭력적이며 기기묘묘한 장소라는 사실만을 인지시켜주"는 곳이며, "자본주의를 기조로 한 현재의 세계가 빈과 부로 나뉘어 신음하고 있듯 안과 밖, 내부와 외부가 철저히 분리된 채로 구성돼 있"는 동인건설. 그곳에서 빙고들의 관리를 맡게 된 '판'은 빙고의 세계에 반하는 '우리' 혹은 '반'을 만나게 되면서 동인건설이라는 거대 조직의 효율적인 부품으로 기능하도록 훈련된 자신 역시 빙고들을 관리하는 또 다른 빙고에 지나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일그러진 거울을 통해 빙고인 줄 모른 채 빙고의 삶을 살아왔던 자신의 지나간 삶과 마주하게 된 판은 이 세계에서 치명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 국민으로 온 나라를 구석구석 활보하는 빙고일까, 무명씨로서의 빙고들을 개처럼 부리고 조종하는 배후로서의 동인일까, 아니면 빙고와 동인을 만들고 가동시켜온 믿을 수 없는 이 나라의 시스템일까, 그도 아니라면, 정말이지 그도 아니라면, 그저 뼛속까지 기형화되어버린 우리네 인간들 그 자체일까"를 묻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과거를, 과거의 시와 선배와 사랑을 현실로 소급한다. 그러나 판이 동인건설의 진실을 알아가면서도 동인건설과 '우리'의 사이에서 자신의 입장을 결정짓지 못한 채 끝없이 망설이는 사이, 서서히 빙고들이 사라져 가는데.......

    목차

    1부
    2부
    3부

    해설 | 너무 큰 어떤 나라와 너무 작은 어떤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_박혜경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나는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
    그 외에 어떤 표현도 부질없을 만큼 나는 정말이지 그저, 그랬다. 외모도, 성격도, 학벌도, 가정환경도, 그저 그렇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무던하고 평범했다. 외동이었지만 무뚝뚝한 아버지와 걱정 많은 어머니 사이에서 때로는 장남이나 막내처럼 또 이따금 딸처럼 굴며 자랐다. 행이나 불행이랄 것 없이 큰 사고나 기복 없는 성장기를 보냈고, 흔하디흔한 맹장 수술로 병원에 입원해본 적도 없었다. 목숨을 걸 만한 첫사랑으로 열병을 앓아보지 못했고, 질풍노도의 사춘기랄 것도 겪지 못했다. 뚜렷한 고집에 의해 형성된 사고관도, 가치관도, 세계관도 없었으며 어디에 내놔도 별나고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하게 굴었다. 길 가다 흔히 마주치게 마련인, 어깨를 부딪치거나 소소히 말을 섞어도 돌아서면 쉽게 잊고 마는 보통내기였다.
    ……속내를 감추는 데 서툴렀고, 제 잇속을 챙기는 데 난처해했으며, 확신을 가진다, 는 것에 무엇보다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는 테이블 위에 무질서하게 배열된 난수표처럼 매번 무엇을 집어 들어야 할지 곤란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선택 전엔 언제 어느 때고 오래 망설였고 선택 후엔 혼란스러워했다. 이것을 선택하면 저것을 선택해야 했다고 자책했고, 저것을 선택하면 이것이었는데, 라며 머리칼을 그러쥐며 후회했다. 인생은 선택과 집중이다, 라는 구절을 어느 책에선가 읽고 머릿속에 유념하며 살았지만 과연 그래, 인생은 선택과 집중이지, 라며 내게 유효한 패가 들어오는 때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그저 그런 사람, 이라는 말은 나를 설명하기에 꽤 적절한 듯싶은 것이다. (/ pp.31~32)

    그러면요 형, 시란 도대체 뭘까요, 하고 나는 이따금 혼잣말처럼 물었다. 형은 시가 시지 뭐냐, 라고 싱겁게 대꾸하며 또다시 시는 전위적이어선 안 돼, 시는 이치를 좇아서도 안 돼, 시는 은유에 함몰되어서도 안 되며, 시는 구조 위에 지어지는 집이어서도 안 되며, 시는 종언을 위한 종언이나 혁명을 위한 혁명으로 기능해서도 안 되며, 시란 그저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동구 밖을 어슬렁거리는 한 마리의 쓸쓸한 개, 라는 식의 도통 모르겠는 말들만을 알알이 부려놓았다.
    (/ p.35)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는 말이, 그냥 좀, 멋있지 않아요, 아저씨? 난 멋있게 들려요. 바퀴는 구르는 게 당연한 건데, 뭐라고 말하지, 어떤, 힘 같은 거요, 그런 게 없으면 또 저 혼자 스르르 잘 굴러가는 건 또 아니잖아요. 내가 힘을 줘서 굴려야 하는 거고, 내가 굴리는 바퀴라면 당연히 내 것일 테고, 내 바퀴라면 또 당연히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잘 굴려야 하는 거고…… 아무 방향, 아무 길로나 굴리면 안 되니까 잘 생각해서 굴려야 하고, 아무튼 바퀴가 있다면 일단 굴리고 봐야죠. 안 그래요, 아저씨? 게다가 이 오토바이는 일 년 넘게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서 처음으로 산, 내 전 재산이에요. 일단 이게 있어야 일거리라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끼니마다 먹여줘야 하는 기름 값이 내가 먹는 햄버거 값보다 비싸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긴 해도. 햄버거는 런치타임에 할인이라도 해주는데, 주유소는 그런 것도 없잖아요?
    (/ pp.55~56)

    빙고는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전, 제5공화국 시절에 처음 시작되었다고 했다. 제5공화국은 1981년 3월부터 1988년 2월까지 지속된 이 나라의 다섯 번째 공화국을 일컫는다. 당시의 어떤 직위의, 누가, 이러한 기획안을 제출했다고는 구체적으로 명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그 당시 세력을 잡은 군부는, 정치의 뱃머리를 움직이는 선장은 하나여야 하며, 국정 운영의 순조로운 항해를 위해서는 노 젓는 선원의 강철 같은 체력만이 필요하다는 데 일괄 동의했다. 배가 뒤집히는 건 비바람이나 거친 파도 때문이 아닙니다, 체력을 써야 하는 선원들이 머리까지 쓰려고 들기 때문이죠, 라고 당시 어깨 견장에 별 네 개를 단 신군부세력 중 한 명이 혀를 끌끌 차며 말하고 난 직후였다. 그러자 아무렴, 정치는 명백히 소수의 것이라는 둥, 다수결의 법칙은 아이들의 세계에서나 통용되는 짱껨보 급의 놀이에 불과하다는 둥, 체력을 키우고 노 젓는 법을 일찍이 가르쳐 새 나라의 선원을 길러내는 일이 우선 시급하다는 둥, 하며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키웠다. 말하자면 그 과정에서 선장이 팔다리의 힘이 센 선원을 고르고 가려 뽑아 저 멀리 아득한 대양의 물살을 헤쳐 나아가는 마음으로 ‘빙고’의 개념이 고안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빙고는 신대륙 발견 이후 원주민과의 만남과도 같이, 새로운 나라를 발전시키고 생활의 질을 향상시킬 능력 있는 구성원으로 등장했다.
    (/ pp.85~86)

    현 집권당은 여론을 설계하고, 대중의 민심을 흔드는 방법으로 빙고들을 유용하게 이용한다. 빙고는 빌딩 내부에서 그리고 외부에서도 철저히 계획대로 움직인다. 하다못해 예쁘장한 어린아이를 목마 태우고 다이내믹이니 판타스틱이니 하는 구호를 외치며 국가 홍보 포스터를 촬영하거나, 붉은 악마 프린팅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남녀 커플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서로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사진을 찍어 인터넷 개인 웹페이지에 올리거나, 유명 포털 사이트의 채팅방에서 집권 여당의 총수를 옹호하는 발언이나 댓글을 쏟아내거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 한데 모여 송편을 빚고 담소를 나누는 동네주민을 취재해 뉴스에 내보내는 것마저도 연출되고 의도된 행위들이다. 이때 부모와 자녀, 남과 여, 동네주민, 네티즌들은 당연히도 관리자에 의해 레고 블록처럼 조립되고 구성되어 움직이는 각각의 빙고들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p.88)

    동인이 내걸고 있는 뜻은 간단명료해요.
    동인?
    네 가지죠. 동인同人, 무언가 같이하는 사람. 동인動因, 어떠한 사태를 일으키거나 변화시키는 원인. 동인同仁,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사랑하는 일. 동인同寅, 서로 공경하는 동료.
    그렇군.
    누구나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개인 간에 차이를 두지 않으며, 평등하게, 서로를 위하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하는 자유공동체. 이게 바로 동인건설의 캐치프레이즈라고나 할까요. 빙고로 들어와 처음 습득하게 되는 동인의 뜻입니다.
    자유공동체라.
    그래요.
    그런데?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우리가 알아버린 자명한 사실 한 가지. 동인은 그저 동인同人, 단순히 말해, ‘같은 사람’이란 뜻이에요. 다른 뜻은 아무것도 없어요. 빙고 개개인에게 이름이 아니라 번호를 매겨 통칭하듯, 동인에게 있어 빙고란, 어떠한 인격이나 인성의 차이도 갖지 않는, 똑같은 생물체일 뿐이죠. 개 한 마리, 개 두 마리, 하듯이 말이에요. ‘우리’는 바로 그 사실을 깨달아버린 빙고와 관리자들이 모여 있어요. 함부로 ‘처리’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무슨 짓이라도 할 겁니다.
    (/ pp.129~130)

    나는 사내들과 흰 가운이 오징어처럼 축 늘어진 빙고의 팔다리를 들어 올리는 광경을 보았다. 그러곤 갑작스레 그들이 손잡이 돌리듯 벽을 여는 걸 목격했다. 벽이 문처럼 열렸다. 그들이 빙고를 바깥으로 던져버리려는 찰나 빙고가 순식간에 손을 뻗어 흰 가운의 어깨를 붙잡고 함께 떨어졌다. 빙고는 흰 가운과 함께 하염없이 밑으로 또 밑으로, 새까만 흑심의 밑바닥 어디쯤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내들은 황망하다는 듯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무심히 팔을 뻗어 벽을 닫았다. 그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뒤돌아 떠났다. 심장이 너무나 빠르게 뛰어서 나는 차마 통유리에서 몸을 떼어내지 못했다. 추락사인가, 빙고는 정말이지 개처럼 혀를 빼고 죽어버린 건가, 나는 짧은 시간에 각인돼버린 빙고의 마지막 얼굴을 반복해 떠올리며 쥐가 난 다리를 어쩌지 못하고 책상 아래로 주저앉아버렸다. 아, 아, 음절만을 구토하듯 뱉어내며 나는 떨었다. (/ p.175)

    영포 형. 지구 종말의 마지막까지도 고민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건 나일 겁니다. 단연코 그럴 겁니다. 고뇌가 아닌, 그저 고민입니다. 돌아보면 나는 늘 갸우뚱대다 상투적인 결말에 맞닥뜨리는 유형입니다. 의심하고, 생각하고, 그런 과정들이 내 의사결정을 견고히 해줄 거라 믿지만 착각이죠. 판단은 보류되고 또 보류되며 다만 끝없이 보류될 뿐입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누구와도 손잡지 못한 채, 남의 말에만 고개를 수그려댈 뿐입니다. 그럴 때마다 뒷걸음질보다도 더한 혐오감이 나를 단단히 옭아매는 기분입니다. 동인에 입사해서도 나는 다르지 않습니다. 내 안의 무엇이 이토록 나를, 소심하고도 주도면밀히 숨죽이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여러 번 말하지만 나로서도 나 자신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참으로 그저 그런, 보통의 인간이라는 핑계로 얼마나 오랜 기간 비겁한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그것만을 압니다. (/ pp.221~222)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2~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5종
    판매수 5,439권

    소설가, 평론가. 소설집 『채플린, 채플린』 『노웨어맨』 『그리고 남겨진 것들』 장편소설『여기에 없도록 하자』『어떤 나라는 너무 크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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