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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결정적 반론[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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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나는 스티븐 핑커의 열광적 낙관론이 당혹스럽다”

    기획의도


    지은이 제리 포더Jerry Fodor는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다. 1935년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56년 컬럼비아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1960년 힐러리 퍼트넘의 지도 아래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이후 지금까지 뉴저지 주 러트거스대학교에서 철학 및 인지과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1993년 심리인지철학 분야에 수여되는 제1회 장니코상을 받았고, 2005년에는 이탈리아의 토리노과학기술대학교 인지과학센터가 수여하는 ‘마음과 뇌’ 상을 받았다. 미국철학회의 동부 지구에서 부회장(2004~2005)과 회장(2005~2006)을 역임했으며,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의 회원이기도 하다. 계산주의 마음이론을 발전시키고, 모듈성 이론을 제안한 인지과학계의 살아 있는 거장이다.

    왜 우리의 로봇은 말을 듣지 않을까?
    현대과학기술은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적어도 인공지능에서만큼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무척 크다. 만화나 영화 속에서야 스마트하고 화려한 능력을 지닌 로봇이 요리도 해주고, 말 상대도 해주고, 또 때로는 질풍노도의 반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현실의 로봇들은 말 그대로 ‘기계적인’ 작동을 프로그램에 따라 구현할 뿐이다. 개발된 로봇들은 대체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수많은 자동번역기나 음성인식기들은 엉뚱한 결과를 내놓기 일쑤였고, 한국의 휴보HUBO를 비롯한 인간형 로봇들은 자신에게 입력되어 있는 것을 벗어난 것 앞에서 극도로 무력했다. 이런 인지과학의 실패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혹시 지금까지 인공지능에 대한 학자들의 접근법 자체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매우 논쟁적인 태도로 기존 인지과학의 패러다임을 비판한다. 즉 1960년대 앨런 튜링의 제안 이래 인지과학 연구를 자극해온 ‘심적 과정은 곧 계산’이라는 관점에 대해 철학적.개념적.논리적으로 성찰한다. 저자는 이른바 계산주의 마음이론이 가정하는 것처럼 인간 인지가 통사론적으로 작동한다고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마음은 어떤 제한된 요소와 이를 관장하는 유한한 규칙에 의해 지배되는 “국소적 통사 기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현상이 주어졌을 때, 그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순한 가설을 전체적 맥락에 의존하여 이끌어내는 식으로 인지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이와 같은 귀추 추론은 인지의 전국성全局性과 맥락 민감성을 명백히 드러내기 때문에, 계산주의가 내세우는 국소적 계산 기계인 ‘모듈’과 근본적으로 부딪힌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오늘날 인지과학의 한계를 냉정하게 직시하는 안목을 제공해준다. 계산주의 마음이론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튜링의 고전적 계산주의는 여러 차례 수정 보완되어 예전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지만, ‘심적 과정은 곧 계산’이라는 핵심적 가정을 유지한 채 연구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름이 높은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를 필두로 하는 ‘신종합설New Synthesis’이 대표적이다. 신종합설은 계산주의와 대량 모듈성 논제, 그리고 적응주의를 세 축으로 하는 이론으로서,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비교적 큰 규모의 답을 내놓고 있다. 즉 계산주의가 가정하는 국소적 통사 기계인 ‘모듈’ 개념을 구조하기 위해 ‘다수의 모듈’을 상정하는 이론을 내놓고, 다시 이 다수의 모듈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것이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라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저자는 계산주의 마음이론에 대한 비판을 시작으로, 이들 신종합설의 세 축을 하나하나 효과적으로 공박해나간다.

    오늘날 인지과학의 한계에 관한 서늘한 성찰
    인지과학계에 대한 저자의 진단은 참담하다. “인지과학이 마음에 대하여 발견한 것이라고는 대개가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모른다는 것뿐”이며, “인지과학의 현 상황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부터 몇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인공지능 연구에 찬물을 끼얹기 위한 의도의 책이 아니다. 오히려 연구를 활발하게 이끌기 위해 기획되었다. 새로운 대안으로 방향을 선회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존의 잘못된 입장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다. 저자의 독설 섞인 주장은 사실, 튜링의 통찰과는 그 줄기는 물론이고 뿌리까지 다른 새로운 인지과학을 향한 구애인 것이다.
    사실 포더는 인지과학을 크게 두 번 혁신할 만큼 마음의 문제에 열중해왔다. 우선 그는 계산주의 마음이론을 발전시키고 옹호한 핵심적인 인물이다. 특히 사고과정을 계산과정으로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인간의 마음속에 본유적인 ‘사고 언어language of thought’가 있다는 대담한 가설을 제시하고 이를 설득력 있게 옹호했다. 또한 그는 인지과정의 모듈성에 대해서 주목하게 함으로써 중요한 기여를 했다. [마음의 모듈성The Modularity of Mind] 등의 저작들에서 포더는 인간의 많은 인지과정들이 ‘모듈’이라고 불리는 여러 개의 국소적인 단위로 나뉘어 있다는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이러한 포더의 혁신은 이후 인지과학 연구에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역설적이게도 과거 저자 자신이 옹호하고 제안했던 계산주의와 모듈성 이론을 모두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어떻게 보면 자신과 이론적 배경을 상당 부분 공유하는 스티븐 핑커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러한 태도가 인지과학 연구에 대한 허무주의나 냉소주의가 아님은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우리에겐 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으며, 누군가가 이 존재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해에 도달할 때까지는 큰 진보를 이룰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비탄에 젖을 필요는 전혀 없다. 분명 누군가가 조만간 그런 이해에 도달할 테고, 진보는 계속될 것이다.”

    인지과학의 쟁점을 정확하게 꿰뚫다
    제리 포더의 국내 번역서는 1991년 대우학술총서로 발간된 [표상](민음사)이 전부였다. 저자가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지과학자이자 철학자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한국에서 너무 드물게 소개되었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본문에서 거듭 강조하듯이 일반 대중을 위해 쓰였다. 만만치 않은 주제의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시종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으며 최대한 쉽게 서술하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인지과학의 현황과 쟁점에 대해 한눈에 꿰뚫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원서의 내용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이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의미의 결락이나 내용의 왜곡, 또는 난해한 번역 등을 피하기 위해 국내에서 스티븐 핑커의 책을 도맡아 번역해온 김한영 역자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비롯해 [빈 서판], [본성과 양육], [언어본능] 등을 정확하고 매끄럽게 번역한 것으로 정평이 났다.
    한편 연세대학교 철학과의 선우환 교수가 이 책의 번역을 전반적으로 감수해 내용의 정확성을 기했다. 또한 ‘감수의 글’을 통해 이 책은 물론 포더의 학계 위상과 의미를 친절하게 짚어주었다.

    목차

    감수의 글 인지과학의 한계에 대한 철학 거장의 사유와 통찰들
    들어가는 글 아직도 눈이 내린다
    약어 및 용어

    1장 선천론의 종류들
    2장 통사론과 그 불만들
    3장 귀추를 설명할 가망이 없어 보이는 두 방법
    4장 모듈은 몇 개나 될까?
    5장 모듈 중의 다윈
    보론 왜 우리는 사기꾼을 그렇게 잘 골라낼까

    감사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들어가는 글_아직도 눈이 내린다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나는 계산주의 마음이론(이후에는 CTM으로 부르겠다)을 찬양하는 책을 여러 권 썼다. 내가 보기에 그 이론은 지금까지 나온 인지이론 중 단연 최고이며, 더 나아가 우리가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진지하게 토론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이론이다. 마음에는 그 이론이 설명해주고, 우리가 그 이론에 기대지 않으면 완전히 미궁 속에 빠져버리는 사실들이 있다. 또한 CTM의 핵심 개념, 즉 지향적 과정이란 심적 표상에 따라 규정되는 통사론적 작용이라는 개념은 대단히 훌륭하다. 간단히 말해 계산주의 이론이 인지에 관한 진리의 일부라고 가정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나는 어느 누구라도 계산주의 이론을 진리의 매우 큰 부분으로 여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게다가 그 이론이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의 전모에 몇 마일 이내로 접근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 p.19)

    1장 선천론의 종류들
    핑커와 플롯킨이 채택한 유類의 신종합 심리학 이론들은 일반적으로 인식론적 상태가 아니라 인지과정, 예를 들어 사고, 학습, 지각 같은 심적 과정을 다룬다. 신종합 심리학은 인지과정이 계산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이 의지하는 계산 개념은 앨런 튜링의 기초적인 연구에서 빌린 것이다. 이렇게 이해할 때 계산은 통사론적으로 조직된 표상들에 대한 형식적 연산이다. 그 결과 심적 과정은 계산으로서, 통사론적 구조를 가진 심적 표상들에 대한 형식적 연산이 된다. 우리는 곧 자세히 이 개념을 다시 살펴볼 것이다. 현재로서는 촘스키의 합리주의는 기본적으로 인지능력들이 보여주는 지식이 선천적이라는 것인 반면, 신종합 합리주의는 기본적으로 인지 목적을 위해 그런 지식을 이용하는 계산 기제가 선천적이라는 것임을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을 아주 간결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신종합설의 새로운 면은 대체로 합리주의적 인식론과 마음의 계산에 관한 통사론적 개념을 합친 결과다.
    (/ p.43)

    인지기능에는 ‘자극의 빈곤’ 이론들이 요구하는 어떤 선천적 내용물이 담겨 있고, 이와 더불어 통사론적으로 구성된 심적 표상들과 선천적인 튜링 설계구조가 담겨 있다. 이 튜링 설계구조는 물론 심적 표상들에 따라 규정되고 통사론적으로 추진되는 연산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신종합설은 전통적인 합리주의와 마찬가지로 선천적 내용물을 강조하지만, 여기에 마음의 설계구조는 전적으로 통사론적인 의미에서 계산적이라는 튜링의 개념을 더한다. 계산주의 선천론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하려면, 왜 신종합설의 심리학자들이 인지의 설계구조는 ‘대량 모듈적’이라는 가설에 그렇게 자주 찬성하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이 가설에 애착을 느끼기 때문에 인지의 계통발생에 관한 그들의 추측들 중 하나인 적응주의에 집착한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신종합설의 전모를 보게 되고, 또한 여러분에게 내가 신종합설의 오류라고 생각하는 바를 말할 수 있게 된다.
    (/ p.57)

    세 개의 가시가 등에 달려 있는 큰가시고기에 관한 유명한 동물행동학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재의 목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종의 수컷이 성적으로 활발해지면 (대략 배 근처에) 독특한 빨간 점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때 성적으로 활발해진 수컷들은 서로의 빨간 반점에 반응하여 공격적으로 영토를 방어한다. 성적으로 활발해진다는 것은 복잡하고 대체로 기질적인 특성이며, 한 마리의 큰가시고기가 그 특성을 지니게 되면 이는 친구들과의 모든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배에 빨간 반점을 가졌다(또는 갖지 않았다)는 것은 큰가시고기들의 ‘국소적’ 특성이며, 이는 ‘존’이란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존은 수영한다’라는 문장의 국소적 특성인 것과 아주 똑같다. 한 마리의 큰가시고기가 배에 빨간 반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그 부분들의 정체성과 배열에 의해 성립된다. 그러므로 다음의 요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편으로 성적으로 활발한 수컷 큰가시고기라는 사실과 다른 한편으로 배에 빨간 반점이 있는 수컷 큰가시고기라는 사실은 관련성이 확실하다. 그 결과, 빨간 반점에 (직접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기제는 그럼으로써 성적으로 활발한 수컷의 특징적인 행동 성향 패턴에 (간접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당연히 그런 기제들 사이에서는 다른 수컷 큰가시고기들이 중요해진다.
    (/ p.60)

    2장 통사론과 그 불만들
    생각의 인지적 역할의 일부는 그에 대응하는 심적 표상의 본질적(구체적으로 말하면, 통사론적) 특성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각은 타당해 보이고, 논증적 추론에서 한 생각의 논리 형식이 그 생각의 역할에 미치는 영향은 범례적이며, 인지가 계산적이라는 튜링의 이야기는 이런 유의 경우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 그러나 생각이 심적 과정에서 하는 역할의 몇몇 결정 요인들은 이 패러다임에 들어맞지 않는 듯하고, 특히 한 생각이 어느 믿음 체계에 끼어 있는가에 민감한 특성들은 더욱 들어맞지 않는 듯하다. 믿음들을 포함하고 있는 이론이 그 믿음들의 추론적?인과적 역할에 영향을 미치는 추론을 철학자들은 때때로, “전국적global” “귀추적abductive” 또는 “전체론적holistic” 추론이라 부른다.
    (/ p.74)

    사람들은 되도록이면 보수주의자로 남는다.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하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계획이나 믿음을 바꾸려 들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만일 계획이나 믿음을 바꿀 수밖에 없다면, 사람들은 원래의 계획이나 믿음 중 가장 적은 수를 버리거나 바꾸려 든다. 일반적인 보수주의자들의 문제가 무엇이든 간에 인식론적인 측면에서 보수성은 합리성의 일부다. 마음을 바꿀 필요가 없다면 바꾸려 들지 않는 태도는, 믿을 이유가 없는 믿음을 믿지 않는 태도의 본질적 부분이다. 그러나 첫눈에 봐도 여러분은 믿음의 수정에 대한 합리적 보수성과, E(CTM)의 해석에 따른 심적 과정에 대한 통사론적 이야기를 화해시키기는 어려우리라고 예상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어림잡아 얘기하자면, 보수적 태도는 과거의 인식적 의무들 중 최소만을 포기해도 되는 이론 변화를 선호한다. 그러나 틀림없이 어떤 믿음들은 다른 믿음들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선호는 절대 옳을 리가 없다. 적절함과 거리가 먼 어떤 견해가 있을 때, 보수성은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론 변화에 드는 인식론적 비용은 그 변화 때문에 버려야 하는 인식론적 의무들의 가중 총량에 따라 좌우된다고. 그러나 사실 언뜻 보기에도 그 무게는 이론 자체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훨씬 더 타당하다. 즉, 어떤 믿음을 버리기 위해 얼마의 비용이 드는가는 그 믿음이 어떤 이론에 위치해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 p.84)

    인공지능의 실패는 곧 고전적 계산주의 마음이론의 실패로, 이는 그 이론이 현실에서 잘 통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론이 현실에서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험 결과를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한다’는 것과 매한가지다(아마 틀림없이 후자는 전자의 특수 사례일 것이다). 어느 쪽도 널리 알려진 뒤엠의 이유(이론의 예측 등이 실험이나 관찰에 의해서 들어맞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그 불일치 때문에 원래의 이론을 꼭 거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론으로부터 그 예측을 이끌어내는 데에 사용된 다른 보조 가설이나 전제들이 틀렸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점을 물리학자 피에르 뒤엠Pierre Duhem이 지적한 바 있다―감수자)들로, 고전적 계산주의 마음이론이 틀렸음을 확실히 보여주진 못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어느 쪽도 그 이론이 엄청나게 좋다는 징조가 되지 못한다. 그런 실패를 거듭하고도 밤에 잠이 온다면, 내가 나의 이론에 낙관적인 것에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자신의 이론에 낙관적인 사람일 것이다.
    (/ p.92)

    3장 귀추를 설명할 가망이 없어 보이는 두 방법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의 현재 상태에서 감자의 선물先物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타당한지 내가 확신하지 못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나는 주식시장의 현재 상태에서 모든 것을 고려할 때 감자의 선물에 투자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결정할 방법도 똑같이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첫 번째 유의 문제를 생각할 때 귀추적 추론이 종종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가정할 만한 근거들이 있다면, 아주 똑같은 근거들로 두 번째 유의 문제를 생각할 때에도 귀추가 종종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가정할 것이다. 특히 감자를 사야 할지를 결정할 때 어떤 정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맥락 의존적이라면, 감자를 사야 할지 결정하는 방법을 결정할 때 그 정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마찬가지로 맥락 의존적임에 주목하라.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맥락 의존성과 전국성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데 있다. 어떤 추론이 전국적이라는 말은 무엇보다 특히, 그 추론을 이끌어낸 합리성이 얼마나 많은 인식론적 맥락에 민감할 수 있는가에는 한계가 없다고 말하는 셈이다.
    (/ p.100)

    연결주의 설계들이 갖고 있는 이런 유의 문제들은 인지과학 문헌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한 죄과가 있는데, 이 문제는 우리의 현 관심사와 더 가깝다. 망은 고전적 설계구조들과 아주 똑같이(비록 약간 다른 이유에서지만) 귀추적 추론에 큰 곤란을 겪는다. 예를 들어 과연 표상의 ‘중심성’이 그 인지적 역할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재구성해야 하는가라는 고전적 모델들의 근심을 생각해보라. 그 근심이 무엇이었는지 잠시 여러분에게 상기시키려 한다. 얼핏 생각해봐도 당신이 한 믿음 체계에서 다른 믿음 체계로 옮겨갈 때, 표상의 중심성은 변하지만 그 표상의 국소적 통사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국소적 통사구조는 맥락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과정이 단지 국소적 통사구조에 민감하다고 가정한다면, 고전적 심리학은 동일한 믿음이 각기 다른 이론에서 다른 중심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만회해야 하는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요점은, 고전적 모델이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망 이론은 그 질문을 꺼낼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망 설계구조들이 감당할 수 있는 유형-개별화 조건들은 노드의 초이론적transtheoretical 정체성과 양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일 둘 이상의 이론에서 똑같은 표상이 발생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면, 한 이론에서 다른 이론으로 넘어간 표상은 살아남지 못한다.
    (/ p.113)

    4장 모듈은 몇 개나 될까?
    이제 왜 귀추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듈성에 대해 흥미로워하는지 분명해진다. 인지과정의 전국성이 고전적 계산이론들과 서로 다툰다고 걱정하는 사람은 누구나 모듈성을 흥미롭게 느낄 것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모듈은 정의상 정보가 밀봉되어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정의상 계산 기제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자원이 밀봉되어 있으면 있을수록, 그 연산의 성격은 믿음 체계의 전국적 특성에 덜 민감하다. 그러므로 어떤 장치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설계구조상 독점적인 저장소에 국한되어 있는 만큼에 한하여, 그 장치는 프레임 문제는 물론 관련성 문제에서도(두 문제가 서로 다르다고 가정하면) 자유로울 것이다. 적어도 저장소가 근사치로나마 철저한 검색을 허용할 정도로 충분히 작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대략 짐작하자면 밀봉된 캡슐 안에 들어 있는 것을 제외하고 어떤 것도 밀봉된 처리기의 계산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처리기가 밀봉되어 있으면 있을수록 정보는 적다. 극단적인 경우로 반사운동을 들 수 있다. 반사운동 기제는 현재 입력된 것 외에 모든 정보에 대하여 밀봉되어 있다. 그래서 반사운동 기제는 계산을 전혀 하지 않고 작동하며, 자동적으로 켜지거나 꺼진다.
    (/ p.138)

    마음은 대상을 표현할 때 어떤 모듈이 활성화될지를 어떻게 판단하는가라는 ‘입력 분석’ 문제는 단지 ‘철학적’이 아니라 실제로 실제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이 문제는 실제의 인지과학 연구에서 발생하고 실제의 인지과학자들을 좌절시킨다. 잘 알려진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추정상의) 언어 지각 모듈은 입력 사건이 자신의 영역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까? 사람들은 정신물리학이 답을 해줄 거라 생각한다(여하튼, 희망한다). 그리고 어떤 변화기에 탐지되는 청각적 자질(들)이 입력물 속에 있고, 감각 중추가 그 변화기에 어떤 특징적인 유의 심적 표상으로 반응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사정이 같다면, 언어 지각 모듈은 그런 감각 표상들의 독점적 자질들을 참조하여 자신의 영역을 규정할 거라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도 그 자질들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니 수화나 읽기의 지각 분석에는 대체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 p.163)

    5장 모듈 중의 다윈
    신종합설은 또한 ‘인지구조는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라는 가설을 널리 따르고 있으므로, 여러분은 이 주장이 어떻게 위의 두 주장과 맞아떨어지는지 의아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바로 이 의문을 다루려 한다. 나의 기본적인 견해로는, 일반적으로 신종합설이 인지에 관하여 내놓는 적응주의 주장들은 믿을 만한 구석이 거의 없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인지구조가 (대량이든 아니든) 모듈적인가에 한에서만 적응주의가 근소하게나마 설득력을 갖게 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전적 계산에 모듈성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적응주의에도 모듈성이 필요하다. 내가 보기에는 이 셋이 함께 모여야 인지의 어떤 양상들(즉, 전국적 양상들―옮긴이)을 완전히 터무니없지 않게 설명하는 이야기가 된다.
    (/ p.170)

    신종합설이 단지 심리과학과 생물학의 일관성만을 보면서 ‘인지구조는 다윈론적 적응의 산물이어야 한다’고 가정하는 이 이상한 실수를 계속 저지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물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왜 인간 선택의 역사에 대한 고찰들이 지향적인 심리학적 설명에 크게 중요한지를 입증하는 논증이다. 그에 따라 그들에게 그런 논증의 전제로서 필요한 것은 모든 과학들이 서로 양립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학이 상호 관련되어 있고, 특히 설명에 도움이 되도록 상호 관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화론이 인지과학을 제약한다는 흥미로운 사실(그리고 물론, 그 역의 사실)이 특수한 사례로 따라 나온다. 상호 관련성이란 조건은 실제로 위력이 있어서, 그것을 방법론적 원칙으로 채택하면 과학들이 어떻게 체계화되어 있는가에 대한 우리의 견해에 중대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봤자 아닌가? (내가 앞에서 지적한 대로) 모든 과학이 상호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은 결코 옳지 않으니 말이다. 오히려 정반대로, 누구나 알고 있듯이 대부분의 과학들은 놀라울 정도로 서로 무관하고, 이 문제에 관해서라면 과학적이든 아니든 대부분의 우발적 진리들도 서로 무관하다.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과학을 관련시키기는 힘든 일이라, 누군가가 성공을 거두면 종종 획기적 사건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월면지리月面地理 이론이 어떻게 세포의 유사분열 이론을 제약하는지를 입증해 보인다면, 그의 이론이 "네이처" 지에 실릴 거라 장담한다. 그러나 그런 제약은 없기 때문에 틀림없이 그런 발표는 없을 테고, 그러니 숨을 죽이고 기다릴 필요는 없겠다. 이 진부하고 자명한 방법론적 이치가 진화이론과 인지이론의 관계에 적용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 p.175)

    우리가 지금까지 대단히 빨리 달려왔다고 시끄럽게 자축하는 것은 경솔함을 넘어 오만에 가까운 짓이다. 오만은 정책으로 채택하기에 일반적으로 위험하다. 실세들은 오만에 질색을 하고, 믿을 만한 권위자들에 따르면 그들은 또 와락 성을 잘 낸다고 한다. 인지과학은 건방질 뿐 아니라 부정확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오만은 특히 더 경계의 대상이다. 사실 인지과학이 지금까지 한 일은 대개 세상 가득 존재하는 어둠 위에 작은 빛을 비춘 것 정도다. 지금까지 인지과학이 마음에 대하여 발견한 것이라고는 대개가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모른다는 것뿐이다.
    (/ p.204)

    저자소개

    제리 포더(Jerry Fodo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5~
    출생지 미국 뉴욕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다. 1935년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56년 컬럼비아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1960년 힐러리 퍼트넘의 지도 아래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9년부터 1986년까지 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1986년부터 1988년까지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정교수로 재직했다. 1988년 이후 지금까지 뉴저지 주 러트거스대학교에서 철학 및 인지과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1993년 심리인지철학 분야에 수여되는 제1회 장니코상을 받았다. 그 상을 받게 한 강연 시리즈는 후에 [느릅나무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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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강원도 원주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오랫동안 전업 번역을 하며 예술과 문학의 곁자리를 지키고 있다. 옮긴 책으로 [미를 욕보이다], [무엇이 예술인가],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빈 서판], [언어본능], [갈리아 전쟁기], [나라 없는 사람], [끌리는 박물관] 등이 있다. 제45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역자의 다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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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환 [감수]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프린스턴대학교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임하면서 분석철학, 언어.논리철학, 심리철학, 형이상학 분야에 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김재권과 물리주의](공역), 역서로 [기호논리학](공역)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통세계적 동일성의 문제와 양상 인식론""시간에 대한 태도와 무시제적 시간이론" 등이 있다.

    언론사 추천 및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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