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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날다 :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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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 수상작
생생한 리얼리티, 깊이감 있는 진정성, 날카로운 문제의식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 제1회 수상작인 [오리 날다]가 출간되었다. 얼핏 손바닥 하나로 다 가려질 정도로 작고 하찮아 보이는 노동자 민중의 이야기를 문학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발굴해낸다는 취지로 제정된 손바닥문학상의 초대 수상작인 [오리 날다]는 지상 35미터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투쟁을 ‘배변의 고통’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가 신수원은 열일곱 살 되던 해에 구로공단 생활을 시작해 1989년 한 사업장의 노조위원장으로 일하는 등 오랫동안 노동과 투쟁의 현장에 있었다. 이 책은 [오리 날다]를 비롯해 작가가 자신과 자신을 닮은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오롯이 전하고자 많은 시간 공들여 다듬어온 아홉 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가장의 실직 후 모든 것을 잃은 가족과 인턴사원으로 일하다 회사가 망해버리자 카지노에 파묻혀 잭팟이 터지기만을 꿈꾸게 된 청년들, 기러기 아빠와 노래방 도우미 등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들이지만 실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 중 가장 많은 수로 존재하는 이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생생한 리얼리티, 깊이감 있는 진정성,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함께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할 소설로 구현되었다.

똥 눌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민중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다

[오리 날다]의 주인공인 진복연은 부당해고된 후 홀로 철탑 위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그런 그녀의 가장 큰 고민은 똥을 누는 것, 그녀가 매일 가장 정성들여 하는 행위는 똥을 신문지로 꼭꼭 싸매서 바구니에 담아 땅으로 내려보내는 일이다. 핸드폰 문자메시지 한 통으로 그녀의 밥줄을 잘라버린 이 사회는 그녀에게 마음 놓고 똥을 쌀 자유조차 허락하지 않아, 그녀는 사방이 뻥 뚫린 공중에서 ‘누가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어떻게 하면 소리가 나지 않을까’ 가슴 졸이며 배변을 치러야 한다.
그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생존을 위협당하거나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박탈당한 이는 진복연뿐만이 아니다. [용용 죽겠지]에서 대기업 노동자라는 이유로 집안에서 ‘개천에서 난 용’으로 불리던 아버지가 대량해고 후 무급휴직 상태에서 통장 잔고 5만 원만을 남기고 죽어도 세상은 ‘대기업 노조의 이기심’ 운운하며 그의 삶을 조롱할 뿐이다. 힘들게 공부해 꿈에 그리던 은행원이 된 [아름다운 커피]의 유경 또한 난데없이 은행이 합병되는 바람에 매일 아침 화장할 이유와 권리를 빼앗긴다.
그러나 작가 신수원은 노동자 민중의 고단한 삶을 처연하고 비장하게 그리거나 거창한 구호를 들먹이는 대신, 그들의 날것 그대로의 삶을 펼쳐 보이며 펄떡이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진복연은 배탈이 나 설사를 하고 공교롭게도 진압 작전을 시작한 경찰들과 맞닥뜨린 날, 경찰의 사다리를 향해 배설물을 담은 오리 변기를 힘껏 집어던진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생동감과 핍진성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야기의 주체 스스로에 의해 발화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장성규는 민중들이 "빼앗긴 말을 되찾"는 실험이 시작되었다고 평한다. ‘우리 자신의’ 삶의 속살을 드러낸 이야기 아홉 편을 담은 이 책은 민중소설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신수원은 논픽션 양식의 사용과 지배적 발화 규범의 전복을 통해 빼앗긴 말들을 되찾는 공공재로서의 문학의 상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삶에 대한 천착으로부터 이루어진 것이기에 그 진정성을 획득한다. - 장성규 / 문학평론가

목차

오리 날다
어떤 이에겐 후일담
용용 죽겠지
쓸쓸한 수면의 조도
꿈의 궁전으로 오세요
내 이름 도우미
전국노래자랑 마니아
카니발이 필요한 이유
아름다운 커피

해설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그들이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은 아직 처리하지 못한 오리변기에 대한 생각이었다. 나는 잠꼬대로도 중얼거릴 비정규직 철폐 구호도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도 잊은 채 묽은 배설물이 담긴 오리변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내가 탑에서 끌려내려가면 오리변기는 이 형사에게 또는 이 형사 옆의 저 사복에게 아니면 철탑을 철거할 누군가에게 모습을 드러내게 되리라. 수치스러움에 눈을 감았다. 몸이 떨렸다.
-36~37쪽, [오리 날다] 중에서

남자는 여자의 지혜롭지 못한 시집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말과 뜻이 통하는 비슷한 부류의 여자와 맺어진다. 똑똑하던 여공 아내는 대단히 무지하고 무기력하게 퇴출된다.
명문대 학생이 옆집에만 살아도 자랑거리가 되는 시절이었다. 열사로 불리는 영광을 얻었으나 여전히 초라한 전태일은 대학생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의 말을 남겼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냈다는 시대적 우월감과 자긍심을 삼팔육, 사팔육이라는 변종어로 통칭하는 집단이라고 별다를 리 없었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잊은 로맨스의 주인공 똑똑한 여공은 이혼녀라는 딱지를 얻고 똑똑하다는 형용사를 잃었다.
-42쪽, [어떤 이에겐 후일담] 중에서

인터넷 공간의 사람들은 대기업 노조의 이기적인 행동이 회사를 망하게 했다고 마음 놓고 욕을 했다. 헬기로 유해물질을 퍼붓고 사람들의 얼굴을 향해 작살 같은 테이저건을 쏜 공권력의 진압은 그해의 우수 작전으로 평가를 받았다. 살인자나 흉악범이 수감된 감옥에서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세상은 발칵 뒤집어졌을 것이다. 가혹행위는 없었는지 시설에 문제는 없는지 개인적인 정서와 환경의 문제는 아닌가를 따지느라 온통 시끄러울 것이다. 아빠와 동료들의 죽음은 흉악범의 그것보다도 못한 대우와 관심을 받았다. 무창 아저씨가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 해고 투쟁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84~85쪽, [용용 죽겠지] 중에서

나는 머신에 앉아 바꿔온 지폐를 몽땅 투입구에 넣었다. 행운편의점에서 그를 처음 본 날 하루 종일 머신을 했다. 머신을 하다 보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 딜러도 테이블에 같이 앉은 사람들의 게임 방식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혼자 버튼을 누르고 유치한 그림을 확인하고 또 버튼을 누르고 숫자를 확인하는 단순 조작을 반복하면 되었다. 엄마는 행운편의점의 그를 영원히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어쩌면 침상에서 일어날 가망이 없는 것이 엄마의 진짜 행운인지도 몰랐다. 아무 생각 하지 않으려 앉은 머신 앞에서 그 생각까지 하게 되자 나는 테이블게임으로 베팅을 옮겼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엄마의 사고 보상금 통장을 헐었다.
―123~124쪽, [꿈의 궁전으로 오세요] 중에서

제일 견디기 어려웠던 일은 가사 도우미였다. 집에서 매일 하는 살림살이니까 수월할 것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하고 덤볐던 일이었다. 주인 여자들은 하나같이 멀쩡한 스팀 세탁기를 두고도 주인 남자의 팬티까지 손으로 빨고 삶아내라고 했다. 돈을 주고 시키는 일이니 지저분하고 궂은 일은 모조리 시키자는 심보였다. 주인 여자들의 말투는 삼겹살집이나 생맥주집에서 한쪽 엉덩이를 슬쩍 주무르는 남자들의 추태보다 훨씬 모욕적이고 치사했다. 문숙은 가는 집마다 일주일을 채우지 못하고 관두기를 반복했다. 노래방 도우미로 안착한 것은 사람 대접 못 받기로는 가사 도우미보다야 더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152~153쪽, [내 이름 도우미] 중에서

텔레비전에서 무슨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는 것 같았는데 과거 운동권 사람들의 인터뷰가 방영되고 있었다. 우리 시대의 진보 어쩌고 하는 제목이었다. 비정규직 문제와 해고된 학습지 교사들의 상황도 자료 화면과 함께 다뤄졌다.
"큰언니도 인터뷰 했어야 하는 거 아냐?"
학습지 방문교사들의 일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큰언니였다.
"난 삼팔육이 아니야."
큰언니는 혼잣말처럼 짧게 말했다.
-191쪽, [전국노래자랑 마니아] 중에서

익히 알고 있는 소장의 닦달이 다시 이어졌다. 소장이 말을 멈추고 쏘아볼 때 순간적으로 굳어졌던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실적이 힘들다면 증원이라도 해라. 친척도 좋고 선후배도 좋고 옆집 아줌마도 상관없으니 증원을 해라. 소장의 말은 어느새 다시 호소에 가깝게 변해 있었다. 입사를 하게 되면 어찌되었든 자신의 지인을 중심으로 몇 달간은 실적을 올리기 마련이었다. 그런 이유로 영업소는 일 년 열두 달 신입사원을 모집했다. 채용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사원들에게 온갖 수당과 시책품을 걸고 증원을 종용했다.
-198쪽, [카니발이 필요한 이유] 중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내가 아름다운 커피를 마시려면 그라인더와 드립퍼가 필요했다. 한창 유행하고 있는 자동머신을 장만하면 유명 커피전문점과 같은 커피를 마실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비싼 가격이었다. 입에 맞을지 꾸준히 마시게 될지 장담을 할 수 없으니 커피메이커 정도도 낭비가 될지 모를 일이었다.
-241~242쪽, [아름다운 커피]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종
판매수 39권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열일곱에 구로공단에 들어가 산업체특별학급고등학교를 졸업하고 89년 한 사업장의 노조위원장으로 일했다. 해고와 구속 후 하청업체를 전전했다.
이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2009년 [오리 날다]로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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