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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코

원제 : Fres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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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헝가리를 대표하는 작가인 서보 머그더의 1958년 작품으로, 경건한 목사를 아버지로 둔 어누슈커가 화가가 되기 위해 집을 나가 집과는 완전히 절연한 채 부다페스트에서 살다가 갑자기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는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9년 만에 가족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서보 머그더는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상투적인 예술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와 갈등하고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을 깊은 이해로 그려 심리학의 연구 대상이 될 만한 인물들을 창조해 냈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수준 높은 동유럽 문학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줄 것이다.

서보 머그더의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유려한 문체다. 간결하고 깨끗한 문체는 그녀가 문학을 시로서 시작했다는 사실로 설명할 수 있다. 헝가리 사람들이 민족의식을 강조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오르는 티서 강 동쪽의 데브레첸에서 태어나 성장한 서보 머그더는 시집 두 권을 출판하면서 예술가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공산 정권이 수립되면서 그녀의 시적 경향은 당시 헝가리의 상황과 충돌하게 된다. 대체로 [뉴거트(Nyugat)]의 전통을 계승하는 우이홀드(Ujhold) 그룹과 함께했던 서보의 시에서는 현실의 모습이 굴절을 거쳐 고독, 쓰디쓴 비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 등으로 나타난다. 즉, 사회주의의 이상을 실현한다고 자신하던 정치권력이 원하는 바와는 다른, 다시 말해 영광과 환희와 찬미가 아니라 극히 인간적인 고뇌가 작품 전면에 나타난다. 이러한 시대와의 갈등으로 서보 머그더는 1949년 이후 더 이상 시를 발표할 수 없었다.
[프레스코]는 열세 시간 동안에 일어난 사건의 기록이다. 주인공 어누슈커가 잠에서 깨어 일어나는 여섯 시 사십오 분에서 부다페스트행 밤 기차가 떠나는 저녁 여덟 시까지의 열세 시간여 동안 무슨 일이 그리 많을 수 있으랴 싶지만, 순간순간 무엇과 마주칠 때마다 연상되는 과거가 하나하나 마음속 깊은 잠에서 깨어 새로이 되살아난다. 이리하여 [프레스코]는 현재와 과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그 흐름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가끔씩 앞서 읽은 부분으로 돌아가야만 이야기의 구조가 확연해진다. 이렇듯 읽으면서 다시 되돌아보고 정리해야 하는 소설이다. 서보 머그더는 장면을 바꿔 가며 보여 주지만, 전체의 틀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는 정신을 집중해 이야기를 재구성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경건한 목사를 아버지로 둔 어누슈커는 화가가 되기 위해 집을 나갔고, 집과는 완전히 절연한 채 부다페스트에서 사는데, 갑자기 어머니의 사망을 알리는 소식을 받는다. 어누슈커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9년 만에 가족을 찾지만, 확인한 것은 변해 버린 가족의 모습뿐이었다. 그 변화는 파멸이었다. 변화하는 시대와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거나 대처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비정상적으로 대처하고 더럽게 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한 모습에서 그들의 파멸이 드러난다. 결국 어누슈커는 9년 전에 떠나기를 잘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장례식 장면은 이 소설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가족사의 처참한 종말이기도 하다. 어누슈커는 이번 방문으로 이곳의 사람들에게 과거를 남겨 두고, 터르버의 무게를 털어 버리면서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옛 세상과의 단절을 분명히 한다. 이제 어누슈커는 홀가분하게 밤 기차를 타고 새로운 세계로 완전하게 들어간다.
유럽이 동서로 갈리면서 공산권 문학에서 두드러진 작품은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과 비판을 담은 것이었고, 저항 정신에 입각한 문학만이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서보 머그더의 소설에서도 그런 것을 기대했다. 그래서 [프레스코]를 접한 서방세계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주의 건설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적이 앞선 나머지 예술이 높은 수준에 미치지 못하던 공산권 헝가리에서 이렇듯 완벽한 문학이 태어났구나 하는 놀라움 때문이었다. [프레스코]는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상투적인 예술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와 갈등하고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을 깊은 이해로 그려 심리학의 연구 대상이 될 만한 인물들을 창조해 냈다.
소설의 주인공 어누슈커는 서보 머그더 자신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서보가 1956년 헝가리 혁명 이후 출판이 허가되자 연달아 작품을 발표한 것을 보면, 서보도 마찬가지로 출판이 금지되었던 기간 동안 작품을 써서 서랍에 쌓아 두고 있었을 것이다. 진정한 독자가 있는 올바른 시대를 기다린다는 면에서 두 사람은 하나의 얼굴이다.

정방규가 옮긴 서보 머그더(Szabo Magda)의 [프레스코(Fresko)] 인터뷰

터르버, 6:45부터 20:00까지

굴절된 실존의 고독, 쓰디쓴 슬픔, 문이 보이지 않는 절망, 그러나 살아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문학. 작가는 포도밭 일꾼의 소중한 가치를 찾아낸다. 현대가 세계를 덮쳤을 때 아버지는 딸에게 말한다. 잘 가라, 나의 아가야, 너의 미래로.

언주는 어누슈커를 밀어 올렸다. 그녀는 기차의 발판에 올라섰다. 이제 어누슈커의 머리가 언주의 얼굴과 나란한 선 위에 있게 되었다. 언주가 어누슈커에게 키스했다. 어누슈커는 언주의 손에 키스했다. “잘 가라! 나의 아가야!” 언주가 이렇게 말했다. 어누슈커는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언주는 어누슈커에게 한 번도 반말을 한 적이 없었다. 기차가 출발했다. 언주도 따라 걸었다. 거인의 발걸음으로 기차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몇 걸음을 옮겼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빌어요!” 어누슈커가 밖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외쳤다. 언주는 모자를 손에 들고 흔들었다. 그가 아까 무슨 이야기를 했지? 손을 흔들라고 했지? 어누슈커는 다시 그 멍청한 손수건을 찾지 못했다. 도시의 변두리 집들이 낮아 보였다. 창문에서는 전등불이 빛을 보냈다. 아직도 정거장이 보였다. 그리고 언주의 모습인 듯한 어떤 것이 눈에 보였다. 움직이지 않는 어떤 모습, 점점 작아져 가는 모습이었다. 언주. 나의 아버지! 어누슈커는 다시 검은 수건을 흔들었다. 장례식에 갈 때 언주가 머리에 쓰라고 준 숄이었다. 수건을 흔드는 사이 어누슈커의 손에서는 숟가락이 떨어졌다. 숟가락은 돌이 많이 깔린 철로 위로 떨어졌다. 그러나 어누슈커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수건을 흔들었다. 역의 등불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수건을 흔들었다.
[프레스코], 서보 머그더 지음, 정방규 옮김, 450~451쪽

어누슈커와 언주의 이별 장면인가?

언주는 지금까지 그녀에게 한 번도 반말을 쓰지 않았는데 드디어 “잘 가라! 나의 아가야!”라고 말한다. 이 장면을 보면 이들은 아버지와 딸 사이다. 혈연이 아닌 다른 인연으로 맺어진 아버지와 딸의 관계다.

그녀에게 고향은 무엇인가?

고향 터르버의 무게를 털어 버리면서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옛 세상과 단절한다. 이제 홀가분하게 밤 기차를 타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

서보 머그더 소설의 첫 번째 인상은?

유려한 문체다. 간결하고 깨끗한 문체는 그녀가 문학을 시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누구인가?

헝가리 작가로 외국에 가장 많이 알려졌다. 그녀의 작품은 지금까지 42개 언어로 번역되어 수백만 부가 팔릴 정도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떤 상을 받은 작가인가?

1959년과 1975년에 수상한 요제프 어틸러 상, 1978년 코슈트 러요시 상, 2003년 프랑스 외국여성문학 상 등이 있다.

그녀의 시적 경향은 당시 헝가리 공산 정권과 왜 충돌했나?

높은 수준의 순수시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부르주아 출신이라고 비판받았다.

서보의 시에서 현실은 어떤 모습인가?

굴절을 거쳐 고독, 쓰디쓴 비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 등으로 나타난다.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한다고 자신하던 정치권력이 원하는 바와는 다른 것이다. 영광과 환희와 찬미가 아니라 극히 인간적인 고뇌가 작품 전면에 나타난다.

1949년 바움가르텐 상의 수상이 무효화된 배경이 이것인가?

그와 동시에 그 뒤 10년 동안 작품 발표 금지령을 받는다. 1956년 헝가리 혁명이 일어난 뒤에야 비로소 출판 금지령에서 해제되었다.

[프레스코]는 언제 출간되었나?

1958년이다. 서보의 첫 소설이다.

[프레스코]를 접한 서방 세계는 왜 크게 놀랐나?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상투적인 예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시대와 갈등하고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을 깊은 이해로 그려 심리학의 연구 대상이 될 만한 인물들을 창조해 냈다.

서술에서 시제의 특징은?

현재와 과거가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그 흐름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가끔씩 앞서 읽은 부분으로 돌아가야만 이야기의 구조가 확연해진다. 독자는 정신을 집중해 이야기를 재구성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열세 시간의 기록인가?

주인공 어누슈커가 고향에 도착해 잠에서 깨어 일어나는 6시 45분에서 부다페스트행 밤 기차로 떠나는 저녁 8시까지 약 열세 시간 동안 일어난 사건의 기록이다.

9년 만에 고향에 온 이유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화가가 되기 위해 집을 나갔고 집과는 완전히 절연한 채 부다페스트에서 살다가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가족을 찾았다.

돌아와 그녀가 본 것은 무엇인가?

변해 버린 가족의 모습이었다. 변화하는 시대와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거나 대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비정상적으로 대처하고 나쁘게 변하는 사람도 있다.

아버지 이슈트반은 과거와 관념의 상징인가?

변화를 거부하고 원칙을 고수하며 칼뱅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간다. 칼뱅은 기도를 통해서만 신을 접할 수 있다고 믿었고 여타의 행위는 오히려 신앙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색과 기도를 통해서만 신과 만난다는 생각은 자연히 시각 예술인 미술을 부정하게 된다. 그런 아버지에게 화가를 꿈꾸는 어누슈커가 합당할 리 없었다.

누가 가장 인간적인가?

아버지 이슈트반의 포도밭에서 일했던 언주다. 그는 목숨을 바쳐 소중한 가치를 지키는 인물이다. 그의 도움으로 어누슈커는 부다페스트로 갔고 미술을 공부해 선생이 되고 또 화가가 될 수 있었다.

어누슈커는 훌륭한 화가가 되었나?

소설에는 밝혀지지 않지만 독자들은 그녀가 이미 큰 작가가 되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이것은 그 시대 예술에 대한 서보 머그더의 의견이기도 할 터다. 단지 당시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평가받을 수 없는 화가일 뿐이다.

서보 머그더 자신을 어누슈커의 모델로 삼은 것인가?

진정한 독자가 있는 올바른 시대를 기다린다는 면에서 두 사람은 하나의 얼굴이다. 출판이 허가되자 서보 머그더가 연달아 작품을 발표한 것을 보면 그녀도 어뉴슈커와 마찬가지로 출판이 금지되었던 기간 동안 작품을 써서 서랍에 쌓아 두고 있었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정방규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헝가리 문학을 강의했다.

목차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본문중에서

언주는 어누슈커를 밀어 넣었다. 그녀는 기차의 발판에 올라섰다. 이제 어누슈커의 머리가 언주의 얼굴과 나란한 선 위에 있게 되었다. 언주가 어누슈커에게 키스했다. 어누슈커는 언주의 손에 키스했다. “잘 가라! 나의 아가야!” 언주가 이렇게 말했다. 어누슈커는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언주는 어누슈커에게 한 번도 반말을 한 적이 없었다.
(/ 13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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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작가로서 외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여성 작가 서보 머그더는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고, 그 결과 다뉴브 제국이 세상에서 사라지던 해인 1917년 10월 5일 헝가리의 동부 도시 데브레첸에서 개신교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1935년에 그곳의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코슈트 러요시 대학에 바로 들어가 고전어(라틴어)와 헝가리어문학을 전공했고, 1940년 교사 자격증을 얻으며 철학박사로 졸업했다. 졸업과 함께 시작해 1945년까지 교사로 재직했으며, 이어서 1949년까지는 교육부에서 일했다. 서보 머그더의 문학은 시로 시작된다. 그녀는 [뉴거트]의 전통을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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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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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규는 1948년 전라도 고창에서 태어났다. 서강대에서 독문학과 역사학을, 독일 괴팅겐에서 독문학과 헝가리 문학을 전공했다. 1990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에서 헝가리 문학에 대해 강의했다. [통일 후 독일 지성인의 심리적 갈등 연구] 등의 논문과 [방문객](1995), [토트 씨네](2008), [프레스코](2013) 등의 번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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