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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사회와 굴절된 근대 : 인구, 국가, 주민의 삶[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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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990년대말 남북사회의 변화
1990년대 말 한국사회도 외환위기와 구조조정의 여파로 불안해하고 있을 때 북한에서 대기근이 발생하였다는 소식이 해외 통신과 뉴스를 통해 전해왔다. 한편에서는 북한의 인권 문제, 세습정권, 물리적 위협을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심각한 경제난으로 북한체제가 곧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북한정권은 그런 예측을 북한사회를 무너뜨리려는 정치적 음모라고 몰아붙이며 더욱 강성 대응으로 맞불을 놓았다. 그러나 식량난 이후 북한주민의 월경이 지속되고, 탈북이주자들을 매개하여 남북 사이에 다양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구동태가 북한사회를 변화시킨다
통치자의 시선으로 인구가 인식되고 관리된 것은 오랜 역사를 갖지만, 근대의 근원적인 질서를 만드는 과정과 인구통치는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근대의 근원적 질서에 인구통치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인구동태를 통해서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다. 한편으로 북한의 인구는 국가의 통치 목적에서 통제되고 관리된다. 그러나 북한의 인구동태에는 주민들의 자구적인 삶의 전략도 깊이 배어 있다. 식량난 당시 발생한 사망, 출생감소, 이주는 사회적 위험에 적응하는 인구조정 메커니즘이었고 그 메커니즘은 생존의 힘에서 작용한다. 그리고 식량난 이후 전개된 인구동태는 북한사회의 조직 원리를 변화시키고 있다.

교류의 공간으로 변화하는 불통과 단절의 국경들
북한은 분단의 역사와 지배를 볼 수 있는 곳이고 한반도와 아시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북한주민들의 생활 면면에는 분단, 국가권력과 그로 인한 상처가 있지만 북한주민은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 보이지 않게 지구화된 연계망을 만들면서 분단체제를 융해시키고 있기도 하다. 북한사회는 오랜 역사를 통해 많은 민족들이 흥기하였던 지역이었고, 근대의 정치 역학 속에서 분단의 장벽이 단단하게 세워졌던 지역이었고 이제는 그 장벽들이 융해되는 기류가 만들어지고 있는 공간이다.
북한의 인구동태와 그 안에 새겨진 국가권력과 주민들의 생존방식의 흔적을 찾아보면서 북한사회의 변화과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 강고한 국가공동체로 건설된 북한사회의 긴장은 다름 아닌 그 통치 원리 안에서 잉태되었다. 그리고 밑으로부터의 변화에 의해 서서히 국가공동체가 융해되고 있다. 주민들이 가지고 있었던 변화의 힘은, 체제에 대한 의식적인 저항에서보다는 생존을 위한 실천에서 비롯하였다. 생존하기 위해 생계 방식을 구하고 국경을 넘으면서 국가권력에 포섭된 사회와 가족이 점차 자율성을 가지면서 불통과 단절의 국경들이 교류의 공간으로 변화되고 있다. 폐쇄적인 민족, 국가, 시민권 경계에 의해 고통을 받은 주민들이 그 경계를 넘어 미래를 열어주고 있다.

북한주민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이 연구는 1990년대 말 북한의 식량난과 인구동태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 과연 1990년대 후반 식량난 당시 300만 아사자가 발생하였는가, 식량난은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북한 주민의 삶의 방식은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를 밝히고자 하였다. 그런데 북한의 인구 동태의 퍼즐을 푸는 과제는 북한주민의 삶과 북한사회를 알아가는 과제와 분리될 수 없었다. 결국 모든 것을 포함하고도 남음이 있는 ‘인구’와 ‘사회’라는 개념의 깊이를 어떻게 채워나갈 수 있을지 막막하였다. 단순한 지식으로 조율되었던 객관적인 시선은 인구와 사회의 복잡한 상호 침투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의 틀로 전환되어야 했다. 국가에 의해 인구가 통제된 방식, 식량난과 동아시아 거시 권력구조가 북한 인구 동태에 미친 영향, 그리고 인구변동이 사회변화를 추인하는 방식들에 주목하면서 북한의 인구 동태 안에 배여 있는 권력구조들과 삶의 의미를 고민하였다. 북한사회의 인구 동태 안에는 지금의 우리가 형성된 역사가 배어 있고, 우리의 미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가리키는 좌표가 그려지고 있었다.

목차

제1장 북한인구 변동의 퍼즐
1. 북한인구에 대해 제기하는 세 가지 질문
2. 연구내용

제2장 인구자료의 정확성과 보정
1. 북한인구 자료의 문제점
2. 주요 인구 관련 자료
3. 청년 남성인구의 누락
4. 연령집계의 오류
5. 사망동태자료의 오류
6. 인구자료의 보정과 보완

제3장 인구변동과 생산 복지 정주체제
1. 인구변동의 세 단계
2. 인구변동과 생산?복지체제
3. 인구통치기제로서 주민등록제

제4장 출산력 변천과 사회적 요인
1. 출산율 감소와 사회적 요인
2. 출산력 변천의 직접 요인
3. 출산력 변천의 사회적 맥락
4. 소자녀관의 정착과 가족계획의 실천
5. 맺음말?130

제5장 국가, 가부장제, 여성의 관계에 대한 시론
1. 북한사회의 여성
2. 근대국가 건설과정의 굴절과 국가 가부장제
3. 젠더 구조의 가부장제적 재편과 긴장
4. 맺음말

제6장 경제위기 전후 사망률 동태의 특성과 변화
1. 생산복지제도의 성쇠와 사망률 변화
2. 북한이 발표한 사망률 자료의 정확성
3. 경제난 이전 사망률 동태의 특성과 변화
4. 식량난 이후 사망률 변화 (1993??2008년 사망률 추이)
5. 맺음말

제7장 식량난 및 기근과 인구변동
1. 식량난 시기 인구동태의 퍼즐
2. 식량난에 따른 인구손실에 대한 선행 연구들
3. 1993??2008년 사이 전개된 출산, 사망, 이동 동태율 가정
4. 1993??2008년 식량난 시기 인구손실과 손실요인
5. 맺음말

제8장 식량난의 정치경제
1. 식량난의 원인과 결과
2. 북한주민의 만성적인 궁핍화와 식량위기로의 이행
3. 비공식 경제의 확장과 주민의식의 변화
4. 맺음말

제9장 탈북이주자의 집단적 상흔과 거시권력구조: 지속된 디아스포라, 가부장제, 위계적 시민권
1. 탈북이주자의 집단적 상흔
2. 탈북이주자의 집단적 상흔을 구조화한 거시권력
3. 탈북이주자의 생애사 분석
4. 식민지배와 분단의 유산
5. 동아시아 가부장제와 여성 이주
6. 남한에서의 생활
7. 맺음말

제10장 결론: 인구를 통한 북한사회의 발견
1. 체제변화의 기로
2. 북한사회 위기론
3. 인구에서 발견된 굴절된 근대
4. 북한인구 변동의 세 단계
5. 비공식 경제의 확장과 가족
6. 혁명적 주체의 이데올로기
7. 집단적 상흔과 거시권력구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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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문중에서

한국사회에서 주민등록은 거주이전이나 출생, 사망, 혼인/이혼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자진하여 신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주민의 동태에 대한 정보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신고에 기초하기 때문에 주민등록시스템이 정착되기까지 미신고나 지연신고의 문제가 있었다. 이에 비하면 북한에서의 주민등록은 자발적인 신고 차원을 넘어 조직적인 ‘검열’로 이루어져 상당히 정확하게 조사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주민은 신변 변화에 대해 지역에 있는 국가의 행정, 보안 조직기관에 신고해야 하고, 국가의 행정, 보안 조직 담당자는 수시로 주민들의 정보를 확인하고 관리하고 있다. 미해명의 경우는 끝까지 추적되고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는 가족도 불리를 받고 조사담당자도 추궁을 듣는다고 한다.
(/ p.85)

1990년대 중후반 발생한 심각한 식량난 상황에서 많은 인구가 사망하였다. 추정에 따르면 1998년 영아사망률과 조사망률 수준은 북한의 공식발표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이른다. 1998년 이후 사망률은 감소했지만 2008년 시점의 사망률 수준도 1993년 수준보다 더 높게 유지된다. 그러나 많은 인구가 식량난 시기에 사망했지만 사망률 증가 수준은 수백만 명 아사자가 일어날 정도의 크기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북한주민의 기아 충격이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은 식량난이 국지적으로 취약계층에 집중되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전주민의 만성적 궁핍과 건강악화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라는 논의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하게는 1990년대 후반 식량생산과 공업에 걸쳐 연쇄적으로 생산체제가 마비되는 상황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망률 증가에 제동이 걸릴 수 있었던 것은 식량난에 대응하면서 주민들의 생존방식과 태도가 변화된 결과라고 여겨진다. 생식을 통제하고 월경을 하였던 것은 주민들이 식량난에 적응한 생존방식이었고 또 부족한 식량에 대응한 인구조정방식이었다. 또한 밑으로부터의 자구적인 생존전략이 확장되면서 경제난의 양상은 변하였다. 주민들의 자구적인 생존능력이 중요해지면서 변화에 적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사이 식량 및 건강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차이가 커져 사망률이 지역과 계층에 따라 차이가 커지는 현상도 확인되었다.
(/ pp.202~203)

탈북이주자가 경험한 고난은 북한체제의 열등함이나 인권억압으로 인한 북한주민의 고통으로만 이해될 수 없다. 많은 북한주민이 생존권을 위협받았던 억압은 식민지와 분단체제 유산에서 구조화된 한민족의 디아스포라의 역사와 깊이 맞물려 있었다. 나아가 탈북이주자가 경험하는 박탈과 정체성 긴장은 신자유주의, 국가주의, 가부장제의 권력으로 구조화된 동아시아의 정치경제 구조에서 촉발되었다. 제3국에서 탈북이주자는 난민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국가권력에 의해 체포되고 처형당할 수 있는 위험, 강제 노동과 인신매매, 성폭력 위험에 노출되었다. 한국 정착 뒤의 운명도 희망적이지만은 않았다. 같은 민족이고 국민이 되었지만 일등시민과 구분된 이등시민이 되고, 자신의 정체성이 의심되고 한국체제에 일방적으로 동화되기를 강요당하면서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 p.317)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길 건널 때 파란불 신호등이 오면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가는 것하고 바쁘다고 한두 사람 뛰어가는 것 있어요. 그거 볼 때 느낌은 인간이 무리가 되어야만 힘이 있구나. 뭉치니 차가 서는데 한둘이 뛰어가면 그냥 운전하면 모르잖아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사람인데 고생해보니 죽을 때는 파리 목숨보다 못하구나. 사람이 사람을 아끼지 않고 권력을 쥐고 자기 돈 있다고 다 가진 줄 알고 서민들을 없으이 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국 사람은 어디 집에서 사람이 죽어도 무관심해요. 근데 우리는 저 사람이 죽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알고 싶고 가슴이 아픈 거예요. 단 한 사람이라도 귀중하게 여기고 그 사람을 목숨을 하늘같이 생각해야 해요. 근데 무관심한 거 많아요. 나만 살면 돼, 남의 일인데 한국 사람은 그렇게 살아요. 노인 한 분이라도 귀중히 여겼으면 좋겠어요. (춘이 씨)
(/ p.318)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학위와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상근연구원과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교수, 동아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인구학 방법: 인구동태의 측정과 모형』, 『북한사회와 굴절된 근대: 인구, 국가, 주민의 삶』, 『세대갈등의 소용돌이: 가족, 경제, 문화, 정치적 메커니즘』(공저) 등이 있고, 「서울과 나고야 노인의 생애사와 가족변화: 근대가족의 탄생과 종언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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