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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비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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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우리가 몰랐던 ‘오리지널 좀비’의 세계
    - 인류 최고의 미스터리 ‘좀비’를 파헤친다

    좀비의 인기를 반영하듯 다양한 좀비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나는 좀비를 만났다]는 좀 더 진지하게 좀비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은 “과학자이자 인류학자, 시인이자 사진가이며 원시문화의 수호자”로 불리는 저자의 독특한 프로필처럼, 인류학과 과학, 역사학뿐 아니라 탁월한 비유가 섞인 인문학 탐사 다큐멘터리다. 11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출간 이래 아마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 왔다. 공포영화의 거장 웨스 크레이븐이 「악령의 관」으로 영화화하기도 했다.(빌 풀만 주연) 이 책의 저자 웨이드 데이비스는 TED 강연에서 10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유명 민속식물학자다.
    1982년 초, 웨이드 데이비스는 죽었던 사람이 좀비로 되살아났다는 뉴스를 파헤치기 위해 좀비의 고향 ‘아이티’로 급파된다. 하버드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던 저자는 좀비 독약에 주목하고 위험천만한 과정을 겪으며 독약 제조법을 입수한다. 그러나 좀비와 관련된 진실은 간단치 않았다. 좀비는 법을 위반하지는 않지만, 이웃에 해를 끼치는 인물을 처단하는 수단이었다. 그것은 재판의 결과에 따른 형벌이었고, 재판의 집행자는 아이티 정부 조직과 별개로 공공연히 활동하는 비밀조직이었다. 비장고 등 비밀조직은 아프리카에서 강제 이주당한 아이티 흑인들이 저항했던 역사 속에서 파생된 것이다.
    저자는 부두교의 사제들이 마법으로 좀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일부 받아들인다. 마법은 문화이자 한 사회의 믿음의 일종이다. 마법의 조건과 결과를 반복해서 습득했을 때, 실제로 그 마법의 조건에 처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설정과 배경set and setting 이론) 마음의 힘은 때로는 마음을 넘어서서 신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생각을 빼앗긴 우리가 좀비라고?
    “드디어 좀비에게도 호시절이 도래했다. 귀여운 마법사와 매력적인 뱀파이어의 시대는 가고, 흉측하고 괴기스러운 좀비가 뜨고 있다.” 슈테펀 한트케의 추천사 중에서(p.4) 슈테펀 한트케(서강대 영미어문학과 교수/공포영화 전문가)는 좀비가 박탈당하고 쥐어짜지는, 언젠가는 필멸하는 실제 인간 군상을 닮았다고 말한다.(본책 추천사) 좀비란, 생각도 근거도 없이 타성에 길들고 학습된 대로, 게걸스럽게 상품을 먹어치우는 현대의 소비자들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2011년부터 스마트폰 이용자가 급증했고, 방송통신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가 2011년 10월에 2천만 명을 넘었고, 2013년에는 3천만 명 이상이다. 이제는 거의 모든 이들이 길을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느릿느릿 움직인다. 한트케 교수는 “휴대폰을 들고 입술을 옴짝대며 느릿느릿 걷는 사람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혼자서 중얼대는 낯선 얼굴들이 널려있지 않는가! 그들이 살아있는 시체가 아니라고 그 누가 말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한다. 어쩌면 우리가 늘상 ‘좀비’를 보고 있고 때로는 자기 자신이 ‘내비게이션’에 조종당하는 좀비로 느껴지기 때문에, 책과 영화 속의 ‘좀비들’에 갑자기 관심을 쏟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행동하면, 당신도 좀비가 된다
    1982년 당시에 하버드대 대학원생이던 웨이드 데이비스는 ‘좀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오라는 교수의 말에 당황하고 만다. 좀비에 관한 소문은 들었지만, 대관절 죽은 자가 살아난다는 게 조지 로메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 아닌가? 하지만 교수는 좀비 독약이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했고, 데이비스는 생전 처음 아이티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거기서 만난 아이티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하기를, 서구가 바라보는 아이티는 보잘것없는 가난한 나라이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라고 한다. 아이티는 정부나 경찰 등 공식적인 조직 외에 토착문화와 종교에 기반한 비밀조직이 지역 촌락을 바탕으로 통치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외부에는 보이지 않는 강건한 저항 정신과 아프리카에서 옮겨 온 토착문화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항해시대 이후로 스페인과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이티 국민의 대다수는 아프리카에서 강제 이주당한 흑인들의 후손이다. 이들은 식민지 정부에 대항하면서 자기들만의 비밀조직을 만들어서 백인 지주에게 대항했다. 때로는 음식에 독약을 집어넣어 악행자를 죽이기도 했다. 그 독약을 정량만큼 교묘하게 쓰면 좀비를 만들 수 있다. 데이비스가 밝힌 바로는, 복어의 테트로도톡신이 주요 재료다. 저자는 좀비 독약의 비전(秘傳)을 입수하기 위해 독약 제조 과정과 비밀조직의 의식에 참여한다. 죽은 자의 뼛가루를 사용하기 위해 어린아이의 묘를 파헤치는 것도 돈을 주고 참관했는데, 이는 학계로부터 윤리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독약으로 좀비가 돼도 마법사 외에는 알아채지 못한다. 호흡, 체온 등 모든 대사 활동이 죽은 사람의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좀비는 죽은 자로 간주되어 매장되고, 마법사는 2~3일 후에 묘를 파헤쳐서 좀비를 꺼내고 ‘좀비의 오이’라는 또 다른 향정신성 물질을 먹여서 몸은 살리고 사고 기능은 마비시킨 뒤, 다른 지역에 노예로 판다.
    좀비 처벌이 지나쳐 보이지만, 현대 문명에서 행하는 ‘사형’이 더 자애로운 것이냐고 저자는 묻는다.

    아이티 비밀조직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항을 위반하면 좀비로 만든다.(/ p.375)
    1. 가족과 부양 식솔의 생활비 이상으로 과도하게 돈을 벌려는 욕심
    2. 동료에 대한 존경심 부족
    3. 비밀조직에 대한 중상모략
    4. 다른 남자의 여인을 탐함
    5. 타인의 행복을 비방하거나 침범하는 부정확한 소문 유포
    6. 타인의 가족원에 대한 상해
    7. 토지와 관련된 문제-부당하게 토지 경작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

    마음과 생각이 ‘좀비’ 죽음을 촉진한다
    향정신성 약물은 철저히 양면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약물이 약리학적으로는 특정한 상태를 유발하지만, 이 상태라는 것은 특정한 문화나 심리적인 영향, 혹은 기대치에 따라 가공될 수 있는 원자재에 불과하다. 이것이 바로 전문가들이 말하는 약물 경험에서의 ‘설정과 배경(set and setting)’이다. ‘설정(set)은’ 약물에 대한 개개인의 기대치를 나타내는 용어이고, ‘배경(setting)’은 약물이 투입되는 환경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신체적 조건이나 사회적 조건이 이에 해당한다. 오레곤의 숲 속에서는 일부러 독버섯을 먹고 환각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다. 아이티 부두교의 마법은 약물(독약)이 작용하는 설정과 배경을 제공한다.
    좀비 독약을 먹은 아이티인들은 그간 학습한 ‘마법의 사례’를 통해서, 그들만의 기대치를 갖고 있었으며, 말 그대로 무덤에 들어가고 나올 때도 그 기대치를 품고 있었다. 좀비화에는 좀비 독약 외에도 수많은 상보적인 요인들이 그 과정에 연루되어 있다는 점이다. 생리적 변화를 초래하기 시작하는 것은 공포가 틀림없다. 이 변화가 심리적으로 희생자를 약하게 만들고 심리적 유약함이 육체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가족과 사회의 반응이 희생자의 심리와 육체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느 연구원의 기록을 빌자면, 뇌는 자신을 품고 있는 육체를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 힘을 가지고 있다.

    데이비드의 모험 일지
    [인류학과 대학생 시절]
    1974년 2월, 대학 인근 카페에서 충동적으로 아마존으로 모험을 결심,
    위대한 탐험가였던 리처드 슐츠 교수를 찾아감
    교수는 당장 아마존에 가서 환각 식물 아야와스카를 채집해오라고 함
    1974년 6월, 파나마에서 콜롬비아에 이르는 다리엔 갭(400킬로미터가 넘는 열대우림) 횡단에 성공
    파나마 민병대한테 주요 장비를 빼앗겼지만, 우연히 마주친 재규어가 수호신이 되었다고 생각함

    [인류학과 대학원생 시절]
    1979년 적도 지방에서 돌아와 캐나다 북부에서 2년 보낸 뒤 슐츠 교수의 대학원 제자가 됨
    1981년 BBC에서 좀비 다큐멘터리를 제작 (아이티의 나르시스 사례. MBC 신기한 서프라이즈도 사례 인용)
    1982년 초, 슐츠 교수의 소개로 뉴욕의 네이선 클라인 교수를 만나러 감. 좀비 독약 조사를 제안받음
    1982년 4월, 아이티 도착. 부두교 마법사를 여럿 만나면서 독약 제조법을 조사함
    마법사는 관광객에게 돈을 받고 부두교 의식을 보여줌
    1982년 늦가을, 좀비와 비밀조직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비밀조직 내부로 침투할 생각을 함
    재정후원자들은 데이비스의 안전을 염려했지만, 그는 끝까지 설득해서 관철함
    1983년 2월, 그를 아이티로 보낸 네이선 클라인 교수가 수술 중 돌연사.
    재정후원자도 뇌졸중 걸려서 지원 중단됨
    1984년 2월, 저자는 후원 없이 아이티로 돌아감. 아이티는 에이즈 공포로 관광객이 끊겨 더 어려운 상태.
    1984년 3월, 비밀조직 비장고 정기 집회에 참여함. 외부인의 참석에 불쾌해진 조직원이 환각성 가루를 살포함
    또 다른 비밀조직에 입회하는 의식을 한 달간 치르고 몸이 쇠약해짐
    부두교의 성지인 소도를 방문해서 아이티인들의 신들림을 관찰함

    추천사

    탁월한 이야기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 마이클 크라이튼 / [주라기 공원] 저자

    이국적이며 강렬하다. ...인디애나 존스 이야기처럼 긴박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 월스트리트 저널

    교양서와 과학서 독자 모두를 사로잡을 것이다. 믿기 어려운 놀라운 경험담을 평이하고 가독성 높은 문체로 풀어냈다.
    - 새터데이 리뷰

    스파이 소설처럼 흡입력이 있다. ..실제 세계의 모험담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필독서다.
    - U.P.I.

    인디애나 존스가 좀비를 만난다면, 이럴 것이다. 으스스하다.
    - 플레이 보이

    목차

    추천사

    1부 독약
    1. 재규어
    2. 죽음의 변경
    3. 칼라바르 가설
    4. 하얀 어둠 그리고 살아있는 시체
    5. 역사 속의 교훈
    6. 모든 것이 독약이고, 그 어느 것도 독약이 아니다

    2부 하버드에서의 실험
    7. 칠판에 그린 표
    8. 부두교 죽음

    3부 비밀조직
    9. 여름, 순례자들은 걷는다
    10. 뱀과 무지개
    11. 나의 말에게 말하다
    12. 사자의 입에서 춤을
    13. 꿀처럼 달콤하고 담즙처럼 쓴

    에필로그 용어 설명

    본문중에서

    카페의 한쪽 벽은 커다란 세계지도 한 장이 채우고 있었다. 내가 커피를 들이켜고 있는 동안 데이비드는 세계지도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러고는 나를 흘끗 보더니 다시 세계지도로 눈길을 돌렸다. 이내 그는 덥수룩한 턱수염이 좍 벌어지도록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곧이어 팔을 지도 쪽으로 뻗더니 북극권 한계선을 훌쩍 넘어 허드슨 만(캐나다 북동부)에 끼어든 땅을 가리켰다. 나는 데이비드를 건너다보았다. 어느새 내 손가락은 아마존 상류 한가운데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주 주말쯤, 데이비드는 케임브리지를 떠났고 한 달도 채 안 되어서 랜킨 인렛(Rankin Inlet) 해안가의 에스키모 촌락에 입성했다. 적어도 몇 달 동안은 그를 다시 못 볼 터였다.
    (/ p.16)

    그의 질문은 간단명료했다.
    “그래서 남아메리카에 가서 식물을 채집하고 싶다는 말이로군. 언제 출발할 수 있나?”
    그로부터 2주 후, 나는 최종 점검을 위해 실험실을 다시 찾았고 슐츠 교수는 지도 몇 장을 꺼내놓고 탐사 가능한 여러 경로를 골랐다. 그러고는 딱 두 가지 충고를 곁들었다. 그곳에는 튼튼한 장화를 살 곳이 없는데, 뱀이 거의 없고 혹시 나타나도 주로 목을 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피스 헬멧(pith helmet)은 필수라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가장 강력한 환각효과를 일으킨다고 알려진 덩굴식물 아야와스카(ayahuasca)를 채집하지 못한다면, 집에 돌아올 꿈도 꾸지 말라고 경고했다.
    (/ p.19)

    “내가 좀비 독약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것은 30년쯤 전이었네.” 클라인의 말이 이어졌다.
    “처음 아이티에 갔던 몇 년 동안 그 샘플을 얻으려고 백방으로 찾아다녔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네. 내가 만났던 늙은 부두교 사제는 좀비로 만들고 싶은 사람의 집 대문간에 그 독약을 뿌리면 발바닥을 통해 독약이 흡수된다고 주장하더군. 그는 또 부활 의식 때 그 피해자에게 해독제로 두 번째 약을 먹인다고 했지. 최근 BBC와 두용이 보낸 의견도 모두 같았네.” 리먼이 클라인의 말을 받아 설명을 이었다.
    “몇 달 전에 두용이 좀비 독약이라고 알려진 약의 샘플을 우리에게 보내왔네. 그 약을 쥐에게 실험했지만, 소용이 없더군. 하지만 최근에 BBC 주재원 하나가 보낸 갈색 가루약은 그보다는 흥미로웠지. 그 가루약을 액체 상태로 만들어서 붉은털원숭이의 복부에 발랐더니 원숭이의 활동성이 현저히 감소했지 뭔가. 헌데 그 가루약의 성분을 도무지 알 길이 없더군.”
    (/ pp.38~39)

    나는 (좀비가 된) 클레어비우스 나르시스가 자신의 가혹한 시련에 영원히 갇혔는지 판단할 입장이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건강했다. 느리게 말했지만 발음도 정확했다. 그가 겪은 일에 대해 묻자, 나르시스는 내가 네이선 클라인에게서 들었던 설명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하지만 뜻밖의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오른쪽 뺨의 입술 가장자리에 난 상처가 관에 못이 박힐 때 생긴 상처라는 것이다. 정말 믿을 수 없었지만, 그는 가혹했던 시련을 겪는 내내 의식이 있었다. 손가락 하나도 꼼짝할 수 없었을망정 자신의 임종 때 여동생이 흐느끼는 소리도 들었다고 했다. 나르시스는 의사가 자기의 죽음을 선언하는 소리도 기억하고 있었다. 무덤에 묻힐 때나 묻힌 후에도, 온몸의 감각이 살아서 마치 무덤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 p.86)

    국제사회가 보기에 혁명으로 탄생한 이 나라는 부랑자의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사생아나 다름없던 라이베리아를 제외하고, 아이티는 100년 동안 세계 유일의 흑인 독립 공화국이었다. 제국주의 시대에서 아이티라는 존재는 줄곧 눈엣가시였다. 아이티 정부는 노예제 폐지를 촉구하는 혁명 투쟁을 강력히 지지하면서 유럽의 심기를 건드렸다. … 아이티 정부는 보란 듯이 미국으로 향하는 노예선들을 통째로 사들여 노예들을 풀어주기도 했다.
    (/ p.98)

    “물론 바깥에서 바라보면, 아이티도 현대적인 서양의 국가가 되고 싶어서 아등바등 거리는 제3세계의 비참한 조무래기 국가들과 다를 바가 없겠지. 하지만 자네도 보았다시피 그것은 단지 껍데기일 뿐이네. 이 나라 계곡 곳곳에서는 뭔가가 지속되고 있다네. 클레어비우스 나르시스가 좀비가 된 것은 무작위적인 범죄의 희생자라서가 아니야. 그는 재판을 받았다고 자네에게 말했지. 그가 말한 건 바로 이 땅의 주인에 대해 말 한 걸세. 거짓말이 아니야. 주인들은 존재한다네. 자네가 찾아야 하는 것도 바로 그 주인들이지. 자네가 원하는 답이 비밀조직의 위원회 안에 있으니까.”
    (/ p.124)

    “백인!” 그가 소리쳤다.
    “당신과 당신네 종족은 이 먼 길을 마다하고 내 독약을 얻으려고 여기로 왔소. 지금 당신은 내 독약이 가짜라고 말하고 있소. 어째서 내 시간을 낭비하는 거요? 어째서 우리에게 모욕을 주는 거요?”
    마르셀은 성큼성큼 걸으며 허공에 두 팔을 내저었다. 그의 식솔인 여인들이 그를 빙 둘러 보호막을 쳤다. 그러자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내 독약이 가짜라고 생각한다면.” 마르셀은 탁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약을 마시란 말이오. 장담컨대,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할 것이오.”
    (/ p.132)

    마틸드가 바짝 다가와 나를 붙잡고 치맛자락으로 땀에 젖은 내 눈썹을 닦아 주었다.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런 기후에서 시체는 급격히 부패한다. 이런 아이의 시체는 땅속에서는 한 달도 버틸 수가 없다. 장은 관을 머리에 이고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머지도 그의 뒤를 따랐다. 나는 제일 뒤에서 감미롭게 씰룩거리는 매춘부들의 엉덩이를 따라 걸었다
    (/ p.137)

    이 결론들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로써 좀비 현상 전반을 지지해줄 물적 기반이 생긴 셈이다. 이미 알려진 독성을 함유한 민간 독약은 약리학적으로 가사상태를 충분히 유발할 수 있다. 클레어비우스 나르시스가 진술한 독특한 증상들이 테트로도톡신 중독 증세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은 그가 테트로도톡신에 노출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 사실로 나르시스가 좀비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의 상태를 입증할 수는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특히 더 집요하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사실이 있었다. 모든 증거가 나르시스가 줄곧 의식이 있었다는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었다. 철저히 마비된 채로, 나르시스는 자신의 장례식을 수동적으로 관찰했던 것이다.
    (/ p.183)

    빅토리아시대 사람들의 삶에서 흔했던 또 하나의 특정한 증상도 이와 관련이 있다. 바로 실신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빅토리아시대 여성들이 숨도 못 쉴 정도로 꽉 죄는 코르셋을 입은 데 대한 육체적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핵심을 놓친 주장이다. 실신은 사회적으로 습득한 반응이었다. 명백히 인정되거나 예견된 상황에서는 실제로 실신을 당연시 여겼다. 특히 귀족 사회의 젊은 여인들은 사교상 골치 아픈 상황을 피하거나 궁지를 모면하려고 할 때면 실신을 즐겨 이용했다.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 단순히 잔머리를 굴려 실신 연기를 한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이들은 정말로 기절했다. 심지어 몇몇 경우에는 의사로부터 죽었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달리 말하면, 사회적으로 습득된 행동이 생리학적 실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 p.197)

    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나를 끈덕지게 괴롭힌 것이 바로 이 강력한 향정신성 식물의 역할이었다. 오죽하면 크리올어로 좀비의 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까? 이제 아귀가 맞지 않던 십여 가지의 사실들이 하나의 개념으로 구체화되었다. 지금까지 좀비 독약의 의학적 해독제에 대한 연구에서는 약리학적으로 흥미로운 것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모든 좀비 독약들이 각각의 원산지에서는 인정된 ‘해독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모든 경우에서 그 성분들은 불활성이었을 뿐 아니라 사용된 농도도 너무 약했다. 무엇보다 성분들도 일관성이 없었고 지역마다 약을 사용하는 매개 수단이 달랐다. 헤라르드가 알려준 정보를 바탕으로, 나는 해독제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을 만한 근거를 갖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좀비의 오이일 것이다!
    (/ p.243)

    과학적 사고는 그와는 정반대다. 우리는 그러한 포괄적인 통찰들을 노골적으로 부인한다. … 우리는 사물을 서로 떨어뜨려 놓고,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완곡한 표현을 써서 묵살해버린다. 예를 들어, 폭풍에 나무가 쓰러져 지나던 행인을 죽였다고 해보자. 과학자들은 아마 나무 둥치가 썩어 있었고 풍속이 평소보다 높았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왜 하필 그 사람이 지나갈 때 그 일이 벌어졌느냐고 설명하라고 하면 백이면 백 운명이라든가 우연의 일치라는 말로 얼버무릴 것이다. … 부두교 신도들은 자신들이 가진 신념 체계의 매개변수들 안에서 사건들이 진행되는 모든 세부적인 과정을 전체적이고 직관적이며 흡족하게 설명한다.
    (/ p.259)


    “이게 대체 무슨 짓이에요?” 조제핀이 우리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면서 소리를 질렀다.
    “샨펠! 정신 차려요!” 불이 다시 꺼졌고 우리를 둘러싼 방어선은 더 좁혀졌다.
    “조심하세요!” 이스나드가 우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셔츠로 입을 막으세요!” 우리는 호박색의 백열등 불빛 아래 흩어지는 입자들을 바라보며 공포의 짧은 순간을 기다렸다. 이스나드는 가루약이 뿌려지겠거니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레이첼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소용돌이도 없이 고요한 강물처럼 과거와 미래가 우리를 지나쳐 흐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p.368)

    나는 좀비를 연구하려고 아이티에 왔다. 독약을 발견했고 성분도 알아냈다. 또한, 그 성분은 화학적으로 한 사람을 좀비 상태로 만들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민간에 전해지는 약을 찾는 서양의 과학자로서 나는 그동안 내가 가져왔던 것과는 완벽히 다른 세계관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고 그 세계관은 나로 하여금 민간 신앙의 화학적 원리가 아닌, 화학작용으로 일어난 사건의 심리적, 문화적 기반을 입증하게 했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연구를 통해 좀비화에 논리적인 목적이 있음을 알아냈다는 점이다. 아이티 국민들의 운명과 일치하는 논리적인 목적이.
    (/ p.397)

    저자소개

    웨이드 데이비스(Wade Davis)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3~
    출생지 -
    출간도서 4종
    판매수 382권

    탐험가.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는 21세기를 대표하는 탐험가 한 사람으로 꼽으며 "과학자이자 인류학자이자 시인이며 모든 생명 다양성의 열렬한 수호자가 결합한 보기 드문 인물"이라고 소개한다. 동아프리카, 보르네오, 네팔, 페루, 폴리네시아, 티베트, 말리, 베냉, 토고, 뉴기니, 오스트레일리아, 콜롬비아, 바누아투, 몽골, 극지방인 누나부트와 그린란드. 최근 그가 연구차 밟은 땅의 이름들이다.
    웨이드 데이비스는 연구 결과물을 글과 사진과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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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번역한 책 한 권이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또 누군가의 지친 삶에 작은 기쁨이 되어주길 바라는 행복한 문화 전달자. 과학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가장 큰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옮긴 책으로는 [찰스 다윈 서간집 기원] [찰스 다윈 서간집 진화] [편집된 과학의 역사] [의도적 눈감기] [나, 소시오패스] [크리에이션]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과학은 반역이다] [우주에서 떨어진 주소록] [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 [스페이스 미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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