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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사라져갈 때 : 왜 우리에게 역사적 진실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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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모든 이가 역사를 쓸 수 있는 시대, ‘팩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역사학의 거장 3인이 예견한 현대 역사의 위기와 그 돌파구


역사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늘 사회의 논란거리이지만, 유독 지금 한국 사회에서 역사 문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이슈를 터뜨리는 뇌관 중의 뇌관이다. 최근에는 ‘일간베스트’의 5·18 북한 개입설 논란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제까지는 5·18민주화운동을 놓고 진영에 따라 다른 의견을 내놓는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5·18은 북한이 개입한 사건이 아니다”라고 발표해야할 지경이었다. 체계적인 역사 교육을 받지 못한 채 ‘퓨전 사극’ 드라마로만 한국사를 접하고, ‘민주화’라는 말의 의미조차 잘못 이해하는 ‘역사의 위기’는 이미 도래했다. 이런 상황이니 코미디프로그램에서나마 아이돌 스타들에게 역사를 강의하는 시도가 있을 만큼 대중의 역사 교육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그러나 ‘역사 교육을 제대로 하자’는 결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일베’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역사 문제는 더 이상 ‘역사 교육 부실’과 ‘진보 vs 보수의 진영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사실에 대한 사회 내에서의 합의 자체가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어느 시대에나 정치적, 문화적으로 역사를 차지하려는 노력은 성행한다. 역사를 갖는다는 것은 곧 권력을 얻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현대처럼 수많은 매체와 SNS를 통해 누구나 역사를 쓸 수 있는 시대에는 더더욱 ‘역사 다시 쓰기’가 성행한다. 각기 다른 논조 아래 선택하고 정리한 역사 교과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 교과서들도 학교나 교사, 학생의 입장에 따라 또 다시 선택 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 문제는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모두가 역사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반영한 해석을 내놓는 가운데, 누구든 인식하고 합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 즉 ‘역사적 진실’은 희미해져 가고 있다.[역사가 사라져갈 때]의 저자들은 이 역사적 진실의 실종이 곧 역사의 위기라고 말한다.

*역사의 위기를 예감한 세 명의 석학, 역사 방법론을 거슬러 오르다
이 위기를 타개하기 세계적인 사학자 3인이 목소리를 모았다. 프랑스 혁명사와 포스트모더니즘 역사학인 신문화사 연구로 명성을 떨친 린 헌트, 자본주의와 정치사상 연구의 권위자인 조이스 애플비, 뉴턴 학설과 역사와의 관계가 주 연구 분야인 마거릿 제이컵이다. 이 세 저자는 각각 문화사, 경제사, 과학사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은 학자들이자 현재 UCLA 교수들로서, 현대 역사 연구의 총체적인 위기를 분야별로 탐색할 수 있는 드림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 피부에 와 닿는 역사의 위기를 지적하는 이 책의 초판연도는 뜻밖에도 1994년이다. 출간 당시로서는 저자들이 ‘역사가 사라져가는’ 현상을 ‘예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보아도 저자들의 탐색은 전혀 낡지 않았으며, 지금 역사학이 당면한 현실은 이 책의 예견이 실현되었음을 알려준다.
이 책은 미국 역사의 성립을 예시로 삼아, 근현대의 여러 가지 역사 서술의 특징과 한계, 그에 따른 역사학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짚으며 역사가 맞닥뜨릴 위기를 예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도발적인 질문을 전제한다. “현대 사회에서 민족주의나 사회를 구성하는 각 집단의 이익을 초월하는 보편적 국사 서술이 가능한가? 일관된 국사를 가르치는 일이 민주주의에 반드시 필요할까?” 이 질문을 토대로, 이들은 서구의 역사 접근법들을 전반적으로 훑어 내린다. 계몽주의 시대에 태어난 과학적 역사 접근법부터 시작하여, 상대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다문화주의를 말하는 20세기까지의 접근법들을 살펴보며 그 유래와 실패의 이유까지를 통찰한다. 방법으로서의 역사를 일단 파악해야 수많은 역사적 사실과 해석 속에서 균형을 잡은 역사의 진실을 보는 눈이 생긴다는 생각에서다. 실증주의 역사학자가 아닌 포스트모더니즘 역사학자인 린 헌트가 ‘진리’라는 개념을 설파하는 것 자체가 역사적 진실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상기하게 한다.

*역사의 다양성을 지켜주는 것은 ‘객관성과 진리’
근대에 성립된 영웅적 과학, 진보, 민족주의라는 세 지적 절대주의가 무너져 내린 후, 상대주의와 민주주의의 발달은 모든 이에게 역사를 쓸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상이한 이해관계를 지닌 집단들이 저마다 자기들의 역사가 옳다고 주장하는 사이에 역사적 진실이란 손에 잡히지 않는 이상주의적 개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모든 지식이나 진리가 부정된 것은 아니며,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에 의해 잠정적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역사적 서사가 과거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비추는 것도 아니며, 역사학 역시 확실하게 증명된 사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쪽이 아니면 저쪽이라는 극단적인 시각보다는 충분한 증거를 기초로 한 정당한 믿음이 역사학을 지탱할 수 있으며, 이것이 맹신과 과학적 실증주의 사이의 중간적 지점이다. 저자들은 이 지점의 노선을 정리한 새로운 역사 방법론으로서, 객관성과 진리에 대해 보다 실용적인 이해를 토대로 하는 ‘실용적 리얼리즘’을 제안한다.
역사적 진실이 사라졌을 때의 혼란을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역사 교육 방침에서 발견할 수 있다. 고르바초프는 글라스노스트glasnost 이후, 같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소련 역사와 서구에서 쓰인 역사를 대조해보고 생각보다 너무 큰 균열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소련 학자들이 개혁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때까지는 과거 소련의 ‘공식적’ 역사를 청소년들에게 가르치지 말도록 금지하고, 소련 전국의 고교 역사 시험을 취소해버렸다. 고르바초프의 말을 빌리자면 “학생들의 거짓말 지식을 시험해봤자 무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저자들은 여기에 진실, 권력, 의미 간의 연결이 드러나 있다고 말한다.

*진보 vs 보수라는 역사관의 시대는 끝났다
아무리 많은 회의주의자가 역사적 진실의 가능성을 조롱할지라도, 그것이 절대적 거짓과 마주하게 되면 잠정적 정확성이 가진 효능이 뚜렷해진다고 설명하며, 저자들은 역사적 진실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현대 사회에서 지식의 추구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일 수 있고, 다양한 역사를 기록해야만 한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충분한 증거들을 기초로 한 역사적 진실을 보존해야만 역사가 본연의 의미, 즉 공동체에게 결속력을 주는 동시에 사회의 주변적 존재들도 주류로 들어오도록 돕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지금으로서는 보수든 진보든 중도든, 입장을 떠나 합의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풍부하게 제시할 수 있는 역사적 진실을 정립하는 것이 공동체의 의미를 다지며 건강하게 존속할 힘을 기르는 길이다. 저자들은 이 불확실한 시대에 ‘역사는 기득권층에 의해 선택되고 저울질된 것’이라는 정치적 시선을 덜어내고 ‘팩트’, 즉 ‘진실’의 문제로 회귀할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역사에 관한 진실을 말하기Telling the Truth about History’를 되새긴다면 기이하게 일그러진 현대인의 일상적인 역사의식을 제대로 통찰하고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부 세 가지 지적 절대주의, 역사를 이끌다

1장 영웅적 과학이 역사의 조종간을 잡다
과학적 중립성의 기원 / 진보와 권력을 보장하는 존재, 과학 / 계몽주의의 문화 전쟁 / 프로테스탄트 과학과 미국의 대학 /

2장 새로운 진보 이념 속에 태동한 근대성
시간의 지배와 근대성의 발명 / 사실에 대한 지배 / 제국주의자, 서구에서의 과학적 역사

3장 민족주의, 국가를 위한 역사를 발명하다
국가적 정체성이라는 문제 / 역사와 국가적 정체성 / 이데올로기로서의 천부인권 / 프레더릭 잭슨 터너의 개척지 테제 / 자본주의, 헌법, 미국 역사

2부 왕좌에서 물러난 절대주의와 들끓는 역사 의식

4장 찬란한 선조들을 평가하는 새로운 사회사가 움트다
진보적 역사가들의 미국 역사 개정 / 페리 밀러의 청교도 재건 / 사회사가들이 역사적 연구를 변형시키다 / 다문화주의에 미치는 사회사의 함의

5장 뉴턴의 연금술과 영웅적 과학의 맨얼굴
쿤의 트로이 목마 / 영웅적 과학의 철학적 갑옷 / 1960년대의 세대 / 영웅의 재평가 : 뉴턴과 다윈 / 사회사의 진리와 결과 / 돌아온 상대주의 / 영웅 없는 진리

6장 포스트모더니즘, 근대성의 위기를 가져오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역사적 계보 / 문화사의 성장 / 포스트모더니즘과 역사가들 / 서사의 문제

3부 새로운 학문의 공화국

7장 이제 역사가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진리와 객관성에 대한 상대주의자의 공격 / 실용적 리얼리즘 /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간의 연결고리 / 새로운 객관성 이론 / 안다는 것의 심리학적 동력 / 서사와 언어 / 텍스트의 텍스트성

8장 사라져 가는 역사의 미래를 다시 그리다
냉전 이후의 역사와 과학 / 실용주의, 실용적 이성, 공적 영역 / 다문화주의의 미래 / 과거에 구조가 가지던 눈에 보이지 않는 힘 / 대중, 그 새로운 역사가들

주석 / 옮긴이의 말 /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역사는 민족적 자부심과 자신감을 창출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과거에 대한 어떤 객관적 진실을 전달해야 하는가? 역사가 인종적·성적 선입견의 영구화를 무너뜨리기 위해 계속 다시 쓰여야 하는가? 아니면 현재의 정치적·사회적 관심의 소동 위에서 초연하게 서 있어야 하는가? 일관된 국사를 가르치는 일이 민주주의에 반드시 필요할까?
(/ p.12)

글라스노스트glasnost가 일어난 뒤, 동일한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소련 역사와 서구에서 쓰인 역사를 대조해볼 수 있게 되었고, 그 사이에 얼마나 큰 균열이 있는지를 고통스럽게 깨달은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학자들이 개혁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때까지는 과거의 공식적 역사를 러시아 청소년들에게 가르치지 말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그런 다음 그는 과감하게 소련 전국의 고교 역사 시험을 취소해버렸다. 놀랄 만큼 솔직한 그의 말에 따르면, 학생들의 거짓말 지식을 시험해봤자 무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진실, 권력, 의미 간의 연결이 드러나 있다.
(/ pp.380~381)

서사가 역사적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은 특히 교훈적이다. 역사 쓰기가 자연권과 민주 정부의 발전을 서술하는 한, 집단적 결점이 드러날 여지가 없다. 그것이 시정되지 않는 한 그렇다. 하루에 열두 시간 교대로 일하는 공장의 더럽고 남루한 노동자들은 뉴딜로 인해 노조 운동이 성공하여 그들의 처지가 시정되자 역사책에서 설 자리를 찾아냈다. 이와 비슷하게, 여성들은 길고 끈질긴 선거권 투쟁과 연계하여 역사책에 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국가적 정체성을 평등과 자유의 달성에 연결한 것은 국사의 관리인들이 노예제의 함의와 인종적 편견이라는 그 유산과 공식적으로 화해하지 못하게 막았다.
(/ p.388)

과거를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하더라도, 정보를 은폐하는 대가는 크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오래된 속담만큼 틀린 말도 없다. 그 반대가 더 옳은 말로 들린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으로 인한 피해는 유달리 크다. 현실과 상대할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보를 줄임으로써 선택의 범위를 제약한다.
(/ pp.403~404)

저자소개

마거릿 제이컵(Margaret Jaco)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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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영국 역사 및 과학의 역사 등 폭넓은 분야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역사학자이다. 뉴턴 학설이 종교와 역사에 끼친 영향과 영국의 급진주의에 대해 연구했으며 정치 이념, 산업 발전과 문화적 관습 등이 주된 관심사다. 코넬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뉴스쿨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간추린 계몽주의의 역사], [프리메이슨의 기원: 사실과 허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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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역사학의 새로운 흐름으로 시작된 신(新)문화사의 대가이자 18세기 프랑스사의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프랑스혁명사 및 유럽의 젠더사·문화사·역사 문헌 연구로도 유명하다. 칼튼 대학을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C Berkeley),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교수, 미국역사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근대 유럽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 [프랑스 혁명기의 정치, 문화, 계급][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 역서 [포르노그라피의 발명][문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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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애플비(Joyce Appleby)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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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 가장 탁월한 역사학자 중 한 명으로, 초기 미국 공화국의 정치사상과 자본주의 연구의 대가로 손꼽힌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클레어몬트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샌디에이고 주립 대학교에서 처음 교편을 잡았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역사학과 교수로 20년간 재직했으며, 2001년 은퇴 후 명예 교수로 있다. 미국역사학회와 미국역사가조합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9년에 미국역사가협회가 탁월한 미국사 저작을 선정하여 수여하는 아서 M. 슐레진저(Arthur M. Schlesinger, Jr.) 상을 수상했다.지은 책으로 [가차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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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화(Kim Byunghwa) [역]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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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서 고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꼭 읽고 싶은 책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마음에서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옮긴 책으로는 [마주침의 정치], [음식의 언어], [세기말 빈], [저자로서의 인류학자], [역사가 사라져갈 때], [투게더], [무신예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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