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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부른 아들의 노래』는 자식을 사고로 잃은 부모의 마음을 시와 에세이를 통해 이야기한 책이다. 너무도 깊고 가슴 시린 아버지의 눈물 어린 이야기가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못다 부른 아들의 노래>는 자식을 사고로 잃은 부모의 마음을 시와 에세이 형식을 빌어 토로한 글이다. 한 개인에게 닥친 사건이고 감정이라 볼 수 있지만 부모와 자식이라는 보편적 관계에서 볼 때 유사한 아픔을 간직한 분들에게는 힐링의 글이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아픔의 눈물보다 아프고/ 슬픔의 눈물보다 슬픈/ 막막한 눈물이여// 아아, 막막한 눈물 속에/ 멈추어 버린 시간이여/ 기우는 새벽달도 숨을 멎었구나.”
-‘막막한 눈물’, 일부 -

5월의 꽃비가 하염없이 붉게 내린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은강이의 여백 같은 사랑이 조금래 시인의 텅 빈 가슴으로 파고든다.
<못다 부른 아들의 노래>를 세상에 내놓음은 아마도 아버지로서 아들을 가슴에 묻기 위한 상명의 몸부림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그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길을 찾아 사십구 일 동안 자신의 품속에 아들을 묻고 매일매일 지고지순한 남다른 사랑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채 여물지도 않은 열일곱 살의 은강이가 불의의 사고로 하늘나라에 간 후 한 아버지가 아닌 이 땅의 모든 아들의 아버지로서 견디기 힘든 날들을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버지가 왜 아들을 떠나보내야 함을 포기할 수 없는지를 고백하는 자전적 대 서사시에 눈물이 철철 난다.
‘그냥 하룻밤의 악몽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러한 그의 고백도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이별의 강을 건널 수밖에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다.

“그리운 너의 목소리/ 천상에서 들려오면/ 나는 눈을 감는다// 무음의 연주 속에/ 은성한 하늘빛으로 부서져 내리는/ 천상의 네 목소리// 바람 속에 묻어오는 너의 음성/ 햇살 속에 살아오는 너의 목소리/ 별빛 따라 흘러드는 너의 노래// 못다 부른 네 노래가/ 밤낮 없이 나를 적시면/ 강변에 나가 내 마음 강물에 내려놓는다.”
-‘못다 부른 노래’, 전문 -

사십구 잿날 ‘사랑하는 아들아!’라는 말에 담긴 아버지의 통한의 울림은 너무도 깊고 가슴 시리다.
- 김경수 문학평론가 -

* 책을 내면서 _7

막막한 눈물 _16
- 아들아, 산천초목도 다 울었어 (2012. 5. 9)

* 그림물감, 내 그리움은 _27
- 눈부신 햇살이 이렇게도 서글플 줄이야 (2012. 5. 10)

* 봄꽃 _39
- 아들을 그리며 (2012. 5. 11)

* 그리움 _44
-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은 초재를 올렸단다 (2012. 5. 12)

* 산새 _49
- 일요가족법회를 다녀오다 (2012. 5. 13)

* 창포꽃 _57
- 하늘도 울었다 (2012. 5. 14)*

햇살은 눈부시게 내리쬐고 _67
- 중2 때 조숙희 담임 선생님께서 다녀가셨어 (2012. 5. 15)

* 멍 _74
- 슬픔 속에 살아오는 그리운 너의 모습 (2012. 5. 16)

* 오월의 강가에서 _81
- 그리운 너에게 가는 길 (2012. 5. 17)

* 막막한 그리움 _85
- 네가 원하는 아름다운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봐 (2012. 5. 18)

* 떠나보내는 마음 _93
- 본각 스님 말씀, 그리고 함께 했던 철마 스님 (2012. 5. 19)

* 오월 밤공기 _106
- 내 눈물 푸른 진주가 되리! (2012. 5. 20)

* 바이오니컬 _114
- 길목 빈자리에 부는 바람 (2012. 5. 21)

* 돋아나지 않는 생살 _123
- 아들아, 정말 미안해 (2012. 5. 22)

* 문명의 바다에서 _130
- 그래도 네 자유의지로 살았다고 위안을 삼아야 하는지? (2012. 5. 23)

* 나무를 바라보며 _141
- 고익진 교수님의 불교 이야기를 따라가며 (2012. 5. 24)

* 못다 부른 노래 _148
- 네 노래 속으로 눈물은 오월 햇살 속에 차오르고 (2012. 5. 25)

* 발걸음 _152
-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2012. 5. 26)

* 좋은 강 _158
- 행복에 대한 생각 (2012. 5. 27)

* 신록 앞에서 _164
- 부처님 오신 날 너와 함께 하며 (2012. 5. 28)

* 대나무꽃 _171
- 네 삶을 꽃 피운 시절 (2012. 5. 29)

* 빈 방 _182
- 일상에서 느끼는 그리움 (2012. 5. 30)

* 수국 _188
- 오늘 또다시 산천초목이 울었다 (2012. 5. 31)

* 섬이 되어 _193
- 외로움은 그리움이다! (2012. 6. 1)

* 보고픔 _199
- 중재(中齋)를 올리며 흘리던 눈물 (2012. 6. 2)

* 깊은 밤 _206
- 조문 오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다 (2012. 6. 3)

* 풍경이 있는 계곡 _213
- 추억은 그리움이라기보다 사랑이었다 (2012. 6. 4)

* 내 마음 속 꽃 한 송이 _218
- 너는 우리를 붙들어 매는 닻이었다 (2012. 6. 5)

* 내 세상, 영산홍 _223
- 서러운 네 눈빛에 젖어 눈물 흘리다 (2012. 6. 6)

* 눈물의 불꽃 _229
- 너는 이미 아빠 생각보다 더 많이 성장해 있었던 거야! (2012. 6. 7)

* 꿈 _239
- 꿈에서 너를 보았어 (2012. 6. 8)

* 초록 친구 발자국 _246
- 햇살을 타고 흐르는 것은 그리움이었다 (2012. 6. 9)

* 여름이 오면 _253
- 초여름 빛의 인연으로 달려온 사랑아 (2012. 6. 10)

* 태연한 일상 _257
- 서두르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어렵구나 (2012. 6. 11)

* 토마토 _261
-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의 아름다움 (2012. 6. 12)

* 튀는 물빛 _267
- 사랑과 관심은 정비례한다 (2012. 6. 13)

* 구두를 닦으며 _273
- 성봉이 형 문학사 수료식을 다녀오다 (2012. 6. 14)

* 장미 _278
- 자기표현은 생명이다 (2012. 6. 15)

* 구름과 빛 _281
- 그리움에 나는 내내 울었어 (2012. 6. 16)

* 바위 틈새 _288
- 꿈꾸는 자유의지를 갖고 살아가자 (2012. 6. 17)

* 빈자리 _292
- 스캔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추억과 사랑이여 (2012. 6. 18)

* 강줄기의 향기와 햇살과 바람과 _300
- 아들아, 네 친구들과 문자했어 (2012. 6. 19)

* 그리움 _306
- 그리움은 사랑이다 (2012. 6. 20)

* 길을 가다 _311
- 섬진강 시인을 만나러 가다 (2012. 6. 21)

* 내 사랑 _316
- 49재를 앞두고 (2012. 6. 22)

*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_321
- 아름다운 인연으로 좋은 곳에서 만나자 (2012. 6. 23)

본문 16p-26p
2012. 5. 9

막막한 눈물
- 아들아, 산천초목도 다 울었어

아들아!
사랑하는 아들, 은강아!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 두고 어찌 이리도 빨리 떠나갈 수가 있단 말이냐!
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이 아픔과 슬픔을 무엇으로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이토록 애통한 순간순간을 아빠는 정말 참아내기가 힘들구나. 앞으로 이런 하루하루를 어떻게 숨 쉬며 살아가야 할지.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게 정말 그냥 하룻밤의 악몽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뜻밖에 너를 잃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 현실 앞에서 엄마도 누나도 망연자실 비통함에 잠겨 있어.
5월 6일 새벽, 청천벽력의 충격적인 비보를 듣고 줄곧 밥 한 술 들지 못한 엄마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어. 그러면서도 이렇게는 결코 너를 보낼 수 없는지 웃음만 머금고 있는 네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시시때때로 눈물짓고 통곡하다 쓰러지기를 거듭하시는구나.

너와 함께 하던 아름답던 추억과 서로 힘들어했던 기억이 순간순간 스쳐 지나갈 때마다 아빠도 울컥울컥하는 비통한 감정을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구나. 흐르는 눈물 속으로 그저 허공만 멍하니 바라보며 허둥댈 뿐 무엇 하나 제정신을 갖고 살아갈 수가 없구나. 불의에 오토바이 사고로 하늘나라로 간 너를 애도하며 보다 좋은 세상으로 너를 보내주려고 찾아온 사람들을 바라볼 때마다 아빠는 가슴이 미어지더구나.
너의 명복을 빌며 조문을 다녀가는 그 많은 네 친구들과 선후배, 그리고 초·중·고 담임선생님들을 바라볼 때면 아빠는 더더욱 감정을 어떻게 추스를 수가 없더구나. 너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찾아주신 한 사람 한 사람을 볼 때마다 고맙다는 생각 속으로 뜨거운 눈물이 솟았어.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착하고 멋진 너를 제대로 지켜주며 키워내지 못하고 이렇게 빨리 하늘나라로 보낸 것이 아빠 죄인 것만 같아 그분들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어. 흐르는 눈물을 닦을 줄도 모른 채 아빠는 미치겠다는 말만 거듭 되풀이할 뿐 다른 어떤 말도 잇지 못했어. 국화꽃 한 송이씩을 영전에 바치는 네 친구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했어.

막막한 눈물

아픔의 눈물보다 아프고
슬픔의 눈물보다 슬픈
막막한 눈물이여

너를 보고 흘리는 눈물이야
닦을 수 있지만
너를 볼 수 없어 흘리는 눈물은
이제 어떻게 닦을 수도 없구나

네가 남긴 공허는
하늘보다 높고 땅보다 깊어
세상 어디에도
내 몸과 눈빛을 둘 수 없구나

아아, 막막한 눈물 속에
멈추어 버린 시간이여
기우는 새벽달마저 숨을 멎는다.

-‘막막한 눈물’, 전문-

아들아, 너와 친하게 지냈던 많은 친구들이 장례식 기간 동안 수시로 오가며 영정사진 속의 너와 말하고 그러다가 슬픔에 복받치면 자기들끼리 서로 부여안고 흐느끼며 3일 내내 네 곁을 지켰어. 네 친구들은 도저히 너를 이렇게 보낼 수 없었나봐. 많은 네 친구들을 봐왔었지만 그동안 아빠가 보지 못했던 친구들도 꽤 있더구나. 그리고 네 선배라며 아빠에게 찾아와 인사하던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 애 띤 모습으로 흐느끼며 너의 명복을 빌어주던 중학생 네 후배들! 그렇게 수백 명이 너의 죽음을 슬퍼하며 다녀갔어. 참, 그리고 너와 매우 가깝게 지냈던 영등포 초등학교 친구 서현이와 그 외 몇몇 친구들도 엄마들과 함께 다녀갔어. 네 친구 서현이는 참 예쁘게도 많이 컸더라.
그리고 네가 몹시 아끼고 잘 놀아줬던 그래서 너를 잘 따르고 좋아했던 몽겸이 동생 있잖니? 그 몽겸이 엄마 아빠께서도 다녀가셨어. 엄마는 너를 잃고 몽겸이 엄마가 너무도 간절하게 그리웠었나봐. 정신 줄을 놓다시피 한 상황에서도 어서 빨리 몽겸이 엄마 좀 데려와 달라는 엄마의 애절함에 보령이 아주머니께서 네 부음을 전해드렸나 보더구나. 정신없이 달려온 몽겸이 엄마는 엄마와 한참을 부여안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대성통곡하며 너의 죽음을 슬퍼하셨어.
아들아, 네 어릴 적 우리 가족과 아름답고 정겨운 추억이 참 많은 몽겸이네 가족이었는데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지? 그런데 몽겸이와 청겸이 동생에게는 네 죽음을 알리지 못했다고 하더구나. 동생들이 너를 너무 좋아하고 따랐었는데 아직 너무 어려서 충격을 받을까봐 그 동생들에게는 차마 너의 죽음을 알릴 수가 없었던 모양이야.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렇게 널 기억하고 찾아와 네가 좋은 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명복을 빌어줬어. 그런 것이 너를 잃은 이런 상황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너의 명복을 빌어주러 온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그래도 이 아빠에게는 그나마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어. 이런 것이 살아남은 자의 아니 부모의 마음인지 모르겠구나. 네 장례식장이 너무도 휑하니 쓸쓸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