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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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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황새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뱁새들의 희극적 비극, 그들의 욕망 무한


    1967년 중앙일보에 연재되었던 [뱁새족]은 집필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현대적 감각을 느끼게 하는, 그리고 박경리의 필치가 생생히 살아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뱁새족]의 이야기는 때로는 수다스럽게, 때로는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독자들은 박경리의 전작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뱁새족]에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1960년대에 쓰인 작가 박경리의 여타 작품들이 연애소설이었던 것과는 다르게 [뱁새족]은 1960년대 지식인과 상류계층의 허위의식을 비판한 소설로, 불란서 유학을 다녀온 화가이자 미술평론가인 유병삼의 관점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작가는 주인공인 유병삼의 냉소적인 시선을 통해 당대 상류층의 허세와 외국의 문물을 추종하는 모습을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유병삼의 눈에 비친 당대의 뱁새족들은 가랑이가 찢어지더라도 자신의 신분보다 높은 계급, 혹은 계층에 편입되려고 하는 욕망의 전투를 펼친다. 황새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노력과 욕망이 결국은 비극으로 끝나는데, 그 비극은 책을 읽는 제삼자에게는 오히려 희극으로 느껴진다.

    좀 더 높은 곳을 지향하는 욕망의 전투,
    허위의식에 싸인 우리들의 자화상


    에피소드 하나. 소설의 주인공 병삼은 누나인 유 여사가 여기저기 줄을 놓아서 마련한 강사 자리를 떠밀어내고 사표를 쓴 후 돈장사를 하겠다고 한다. 유 여사는 황새가 될 수 있는 자리를 걷어찬 병삼이 안타깝기만 하다. 유 여사를 위시한 1960년대 서울을 살아가는 뱁새족들이 꿈꾸는 것은, 욕망을 성취함으로써 그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유 여사의 욕망은 그들 남매의 그럴 듯한 위장을 통해 부끄러운 조부 대의 모습까지도 지우고 상류층으로 거듭나고 싶은 것이었다. 그런 유 여사를 향해 병삼은 이렇게 일갈한다.

    "요컨대 자가용 타고 사업가들 집을 돌면서 이자 거두러 다니는 족속들은 고상하고 가난한 상인들 상대하여 발로 걸어다니는 일수놀이는 치사하다 그 말씀인가요?"


    에피소드 둘.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던 유신애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공항 검문시 다이아몬드를 삼켜버린다. 유신애가 노심초사 다이아몬드를 배 속에서 어떻게 꺼낼 것인가 궁리하는 모습은 황새를 자처하는 뱁새의 우스꽝스러운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배 속에 갇힌 유신애의 다이아몬드처럼 모든 인물은 그들의 욕망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병삼은 이름도 모르는 마부가 다이아몬드를 얻는 것과 같은 횡재를 하길 꿈꾼다. 다이아몬드가 마부의 오물차에서 발견되기를 바라는 유병삼의 바람은 상류를 자처하는 뱁새들에 대한 비판이며, 기층민중의 삶에 대한 작은 응원이기도 하다.

    이렇듯, 작가 박경리는 소설 [뱁새족]에서 등장하는 얽히고설킨 다양한 양태의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세속적인 욕망을 보여준다.
    육이오 동란과 사일구 혁명 등, 박경리가 겪은 여러 역사적 사건들은 그의 문학적 지평을 넓혀주었다. 그는 쓴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을 비롯하여 [파시], [시장과 전장] 등의 명편을 내놓으면서도 대중적인 소설도 동시에 연재하곤 했다. 앞서 언급한 박경리의 명편과 대중적 연재소설의 사이에 놓인 소설이 [뱁새족]이다. 현재까지도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황금만능주의를 박경리는 일찍이 소설의 주제로 삼아 조소했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남의 것, 다른 것을 탐하는 사람들의 욕망 무한은 당시뿐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투영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대중의 욕망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병삼의 생각을 통해 이에 대해 한탄한다.

    '모두 허기가 들어서 저러는 거다. 눈앞에서 황금덩이가 번쩍번쩍하는데 구경만 하고 있으려니까, 답답하고 조갈증이 나서 저러는 거다. 욕망 무한, 실로 욕망 무한이로다.'

    목차

    1 유신애의 집
    2 매만 보고 가는 사나이들
    3 객실 풍경
    4 아마릴리스
    5 다이아몬드와 오물차

    본문중에서

    “밤낮 해봐야 시시한 얘기, 시시한 족속들의 얘기라는 건 뻔하지. 누구네 집에 누구누구가 초대되고 누구누구는 빠지고 누구하고 누구의 눈길이 맞았고…… 대충 그런 거지. 남의 나라에 서처럼 귀부인들이 살롱을 열어 정계를 주름잡고 예술의 전당이 되고…… 그런 흉내를 내고 싶은 모양이지만 따라가 주어야 말이지. 좀 거창한 말씀을 하신다면 웅장한 코의 소유자인 시라 노 드 벨주락께서는 외사랑 하던 절세가인에게 주보週報를 들려주었다는데 사교계의 가십이라도 그 정도까지 올라가려면 아득하외다. 농사꾼 계집들한테 다이아몬드의 목걸이를 걸어준 격이지. 가랑이 찢어지게 생겼어 가랑이.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면 으흐흐…….”
    (/ p.15)

    “남의 앞에서 화장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귀부인이고저 하고, 여류명사이고저 하고, 청렴결백한 인격자이고저 하는 그 화장이 너무 짙어서 회벽이 되었다면, 그건 흉물 이지 어디 미인이라 할 수 있겠어요?”
    동생을 외면한 유 여사의 얼굴이 불쾌감에 일그러진다. 병삼의 눈은 더욱 잔인하게, 어쩌면 병적으로 잔인하게 빛났다.
    “다방을 경영하고 영업용 택시를 굴리고, 때론 홍콩에서 온 보따리까지 취급하면서…… 뭐 조상님한테 막대한 유산이라도 물려받은 것처럼,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죠? 그러지들 마세요. 체면이 두렵고, 치사한 짓이라 생각되면 안 하는 거지, 안 하는 거요.”
    “그럼, 날더러 광고하고 다니란 말이냐!”
    소리를 팩 지른다.
    (/ p.21)

    “이제 부자들도 고상해질 시기가 오지 않았습니까?”
    아차 이것은 오발이었구나 생각했을 때, 때는 이미 늦었던 것이다. 부인은 완연히 불쾌한 낯빛이었고 양두연은 당황한 나머지 지금껏 마시고 반쯤 남은 커피에다 설탕을 처넣으며 범벅을 만들고 있었다.
    부인은 무슨 생각을 했던지 불쾌한 낯빛을 펴고,
    “그럼, 여태까지 부자들은 모두 천박했었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멋쩍은 듯 웃었다. 그만해두었음 좋았을 것을,
    “아아, 아닙니다. 저, 그, 그 벼락부자 말이죠. 아니 저 해방 후 탄생한, 아니 전후에 탄생한 부자들 말입니다.”
    이거 나올 돈도 안 나오겠다 생각하니 병삼은 초조했던 것이다. 양두연의 얼굴은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우린 해방 후의 부자예요. 아니 육이오 동란 후죠, 정확히는.”
    부인은 피부를 바늘로 찌르듯 말했다.
    “저 그, 그것은, 하기야 실상은 우리 조상님도…….”
    (/ p.39)

    ‘파리 갔다 온 화가구 미술 평론가야. 대학의 교수직도 싫다고 그만두었지. 재산이 상당하거든. 게다가 멋쟁이구, 나이 틀린다고 싫다 했는데 그까짓 무슨 상관이냐구 결혼하자는 거야. 예술가니까 자유지. 날보구 뭐래는 줄 알어? 완전히 예술품이래. 그것도 생명이 있는 예술이라나? 호호…….’
    친구한테 자랑을 늘어놓은 것이 바로 엊그제였었는데, 윤이는 정말 앞이 캄캄했다. 그렇다고 해서 병삼에게 항의할 하등의 건더기도 없었다. 그렇게 믿은 것은 자기 자신의 잘못이었다. 아 니 그렇게 믿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윤이는 마음속으로 병삼의 흠을 헤아리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말랐다는 둥, 나이 젊다는 둥 자기를 위해 큼지막한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둥 하며. 꿈엔들 병삼의 입에서 결혼하라고 타이르는 말이 나올 줄 알았으랴. 사랑은 오직 받는 거로서 주는 것을 몰랐던 윤이 는 또한 자기의 불행도 자각할 수 없는 아름다운 피에로였던 것 이다.
    (/ 본문 중에서)

    “진실이 모욕이 되는 세상이죠. 뭐 오늘날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가랑이가 찢어져도 황새를 따라갈려는 뱁새의 비극은 바로 그것이 희극이라는 데 있죠. 재능이 없으면서 천재가 되어보겠다고 파리까지 비싼 여비 쓰고 갔다 온 놈을 위시하여 돈푼이나 긁어모은 상놈이 어느 명문 호적에 기재된 이름 석 자밖엔 가진 것 없는 거지 처녀를 비단에 싸서 데려오는 위인, 졸업장 한 장 우물쭈물 얻어둔 덕택으로 학자 행세하게 된 인사, 남의 재간을 계산하고 장래의 대재벌을 꿈꾸는 사람, 사업가 호주머니 털어서 여자나 끼고 다니며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를 넘보는 건달이, 남들은 천 미터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데 겨우 백 미터 지점에서 허둥지둥 뛰면서 사랑의 순결을, 사회의 정의를 목마르게 외치는 전시대적인 친구, 어디 그뿐인가요? 용모도 연기도 신통치 않은 계집애가 정조만 제공하면 황홀한 스타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하고, 사십을 넘은 황혼의 미모로써 폐비廢妃 소라야의 호사를 바라보고, 한밑천으로 사내 발목을 묶어놓으면 어부인으로 승격을 믿어 마지않는 요정의 마담, 그리고 또오…… 많죠. 생략하기로 합시다. 나는 항상 말이 헤퍼서 탈이죠.”
    (/ p.18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26.10.28~2008.05.05
    출생지 경남 통영
    출간도서 62종
    판매수 96,607권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하였다.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26년 만인 1994년에 완성하였다. 2003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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