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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 시인선『복사골 춘향이』. 정직하고 솔직한 정현의 언어를 담아낸 시집이다. 총 10부, 백여 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에 대한 열망과 자세, 고통, 바람, 시인의 내면과 자의식, 사회현상과 야유와 민족의식, 동심의 세계 등의 내용을 담아냈다.

[복사골 춘향이]는 모두 10부로 나뉘어 있다.
부가 다소 많은 듯이 나눈 이유는 수화삽화를 넣기 위함이다.
시를 읽다가 만나게 되는 手語 한 단어를 보면서 따뜻한 언어임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청각장애인들이 이 시집을 접함에 있어서는 문학이라는 장르 중 시를 이해하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소통과 공유하는 세상, 너와 나 그리고 우리.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시집이다.

졸시 한 편의 보고서가 한 번의 눈길로 생기가 돌고 나뭇잎 끄트머리에 매달린 초록의 이슬방울처럼 싱그러웠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네. 이 시집이 고문이 아니었으면.

시집을 낼 때마다 갈등의 반복이다. 어떻게 하면 독자 가까이 갈 수 있을지 고민을 하다가 밤잠을 잊는다.
시답지 않은 원고가 쌓여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묶어내어야 또 다시 펜을 들겠지 싶어서 삶의 길을 함께 걷는 분들의 손을 빌렸다.
내가 걸어온 길에 청각언어장애인들이 함께 했다면 문학의 길에서도 그들을 배제할 수 없다. 눈썰미가 뛰어나고 손재주가 많은 청각언어장애인들이 디자인을 하는 것은 누구보다 뛰어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취업의 길은 다른 세상의 일과도 같다. 그 길을 함께 걸어갈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듯하다. 手語가 있는 詩에 手語를 열 개의 단어밖에 수록하지 못했지만 그 씨앗으로 인해 그들과의 작은 소통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시는 말해질 수 없는 것을 위한 언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비슷하게라도 말하려는 사람들이 시인이지 않을까요. 소리를 그릴 수 있습니까? 없잖아요. 그러나 정현은 소리를 그립니다. 풍경을 들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풍경을 들을 수 있냐고요? 정현은 풍경을 기가 막히게 들려줍니다. 뭔가를 말해야 하는 순간에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눈물이 말보다 훨씬 많은 것을 말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때로는 웃음이, 몸짓이, 침묵이 말을 대신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때의 눈물과 웃음과 몸짓과 침묵이 바로 시입니다. 정현은 이러한 눈물과 웃음과 몸짓과 침묵을 의성어나 의태어로 나타낼 줄을 아는 시인입니다.
- 박희주 / 소설가. 시인

시인의 말

서문

3부

43 삼월
44 탱자
45 나팔꽃
46 무궁화
47 은행나무
48 단풍
49 얼음꽃
50 나, 그네의 봄
51 광야에 떨어진 풀씨 이후
52 잠

4부

55 하늘로 간 엄마
57 복사골 춘향이 2
58 늪
60 깜짝 놀람
61 꿈-애벌레로 다시 태어나기
62 날샘 일기
64 울엄마
65 자화상
66 스크린 속에서 나를 보다
67 3 1절
68 딴 시

5부

71 탈출
72 펜 끝에서 네가 나오다
73 쫄면을 먹으며
74 검불
75 시
76 육사의 고독한 산책
77 어버이날
79 어디를 보니
80 너를 찾는다
81 네가 불혹이냐

6부

85 死語
86 나이 듦에 대하여 2
87 면사포를 쓰는 여인
88 학바위
89 마지막 전철
90 1725
91 홍랑 그 노래
92 동피랑 이야기
93 섬
94 산 2
95 쉿
96 조각

7부

99 억지로 쓴 시
100 뻐꾸기
101 남당리
102 몽마르뜨 카페
103 수청동 계곡
104 비눗방울 속을 보다
105 나
106 배부른 궁상
107 나의 길
108 언니

8부

111 밤 2
112 이력
113 추억을 꺼내어 입다
114 시 가뭄에 들다
115 소설
116 치매
117 모자
118 연애하는 아버지
119 니트족
120 사색

9부

123 나에게
124 신호등
125 신호등 2
126 춘백
127 허새비
128 그녀의 18
129 죄짓는 남편 기도하는 아내
130 비누
131 무덤
132 똑똑하다

10부

135 귀족시대
136 백만 스물둘을 세는 친구
137 경안장 그 때
138 해를 품은 달
139 내 속은
140 바람 부는 날의 폭설
141 명월
142 정이란
143 소사동 아줌마
144 소리

145 발문-박희주 (소설가 시인)

장단을 맞출 줄?모르는 남원골 춘향이
그네를 탈 때만?춤을 추더니?
이몽룡의 장단에도 춤을 추었다
월매에게 배운 장단이 익숙하건만?
그깟 변사또 장단에 어깨 들썩이지 못 해
기어이
주리를 틀리고 장을 맞고 칼까지 목에 찼다

어느 장단이든 박수만 받으면?
어깨춤부터 들썩이는 복사골 춘향이
얍실얍실 허리춤 추다가?엉덩이를 흔들흔들
댄스퀸이라 불리는
김완선, 백지영, 보아, 소녀시대가 왔다가
‘어머 부끄러워라’할 게다

고향을 등지고 바람 따라 가다가
구름에 실려와 봇짐 풀어 놓은 이곳
춘향빛 물든 복사골 축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