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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오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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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오은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3년 04월 10일
  • 쪽수 : 18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62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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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오은 시인의 두번째 시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한 오은 시인이 4년 만에 58편의 시를 들고 두번째 시집으로 돌아왔다.
    첫 시집에서 '무엇을' 쓰느냐보다 '어떻게' '얼마나 다르게' 쓰느냐에 더 집중했다면, 이 시집에서는 이제 그 양쪽의 균형을 더 깊이 있게 맞추었다 할 수 있겠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시, 자신이 가는 길이 옳다는 확신이 담긴 시, 스스로를 무한히 긍정하면서도 자기 갱신을 위해 소중한 것을 과감히 버리는 시,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시, 기꺼이 역치를 끌어올리는 시"([풀리는 시, 홀리는 시-더 좋은 시에 대한 단상], [현대시] 2013년 1월호)를 그의 두번째 시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에서 만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모든 것을 지시할 수 있지만, 어디에도 다다를 수 없는 '언어'의 세계
    그 언어로서 수행할 수 있는 최대치의 노력
    ―오은 두번째 시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말들이 징검다리고 밥이고 우주고 엄마고 바로 당신이었던 그 무렵, 낙오된 귀를 열어젖히는 한없이 낯선 소리, 에르호 에르호......
    (/ '그 무렵, 소리들' 중에서)
    (*'에르호'는 '나'라는 뜻을 품고 있다.)

    "한국 시에서 소홀히 취급되었던 언어유희의 미학을 극단까지 몰고 간다"(시인 정재학), "스스로 생장한 언어의 힘으로 새로운 시적 규율을 만들어가는 시인"(시인 이재훈), "언어가 구성하는 사회적 조건과 가치를 의심하고 질문하게 한다"(평론가 허윤진)는 평을 받으며, 한국 시의 또하나의 '스타일'로 자리매김한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2009).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만 스무 살 나이로 등단한 오은 시인의 첫 시집이었다. 그가 4년 만에 58편의 시를 들고 돌아왔다. 시인의 범상치 않은 언어감각은 여전하다. 특유의 블랙유머와 그 안에 담긴 사회·문명 비판의식은 이전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가장 가벼운 낱말들만으로 가장 무거운 시를 쓰고 싶었다"
    (/ '시인의 말' 중에서)


    익은 감자를 깨물고 너는 혀를 내밀었다 여기가 화장실이었다면 좋겠다는 표정이었다 바로 지금이었다 나는 아무도 듣길 원치 않는 비밀을 발설해버렸다 너의 시선이 분산되고 있었다 나에게로 천장으로 스르르 바깥으로
    방사능이 누설되고 있었다 너의 눈빛을 기억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너는 여기가 바로 화장실이라는 듯, 바지를 내리고 시원하게 노폐물을 배설했다 노폐물은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지 너의 용기에 힘껏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이 모든 일이 내년의 첫째 날에 일어났다 그날은 종일 눈이 내렸다 소문처럼 온 동네를 반나절 만에 휩싸버렸다 문득 폐가 아파와 감자를 삶기 시작했다 여기가 화장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말이 더 마려웠다
    (/ '설' 전문)

    이 시집의 서시 자리에 놓인 작품이다. 말의 씨앗을 발견하고 수집해 그것을 부풀리고 변환시키는 오은 시인 특유의 '말놀이'를 잘 보여준다. '설'이라는 단어를 모티브로 해서 혀(舌), 소문과 발설(說), 누설(泄)과 배설(泄), 눈(雪), 그리고 첫날의 의미까지 엮어갔다.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는 노'폐'물('No폐물'로 읽을 수도 있겠다), 문득 아파온 '폐'도 마찬가지다. 표기가 동일하지만 다른 의미로, 이 의미에서 저 의미로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설'은 더 많은 '설'이 되어, '폐'는 더 다채로운 '폐'가 되어 무의식적인 감각과 음악적 긴장감을 더한다.

    일단 세우고 말하자. 날을. 잡은 것 같았다. 감을. 딸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병을. 모르는 게 약이라지만
    (/ '날' 중에서)

    나는 이 세상을 쥐락펴락한다. 너희들을 가두고(쥐Lock), 너희들을 흔들고(쥐Rock), 급기야 너희들을 기쁘게 한다(쥐樂). 펴락처럼, 필요악처럼.
    (/ '래트맨(Ratman)' 중에서)

    날이. 또다시 샌 것 같았다. 김도. 빠지는 것 같았다. 기운이.

    돌고 있었다.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콜레라가. 이 시대가. 사랑이. 가난이. 궁색이. 로마가. 삽시간에. 위태로워졌다.
    (/ '날' 중에서)

    이와 같이 동음 혹은 유사음을 활용하거나 도치를 통해 시 전체에 리듬감을 주고, 익숙했던 한국어를 낯설고 신선하게 접근한 시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시인은 특정한 의미로 굳어 있던 단어들을 유연하게 풀어주고 여러 갈래로 뻗어가며 일련의 '말사태'를 이룬다. 시인 김언은 이 시집 해설에서 이러한 '말놀이' 혹은 '말사태'가 어떻게 가능한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주변을 샅샅이 뒤져야 하고 때로는 현장을 산산이 부수어서 그 속에서 찾아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수색과 색출을 동반한 수집 작업이 극에 달하면, 최초 혼자 있는 것처럼 보였던 어떤 단어/소리/표기 들이 결코 혼자 있지 않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똘똘 뭉쳐서 거대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거대한 힘'은 낯설어진 언어가 그려내는 낯선 현실을 보게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보지 못했거나 보지 않으려 했던 현실의 이면을 가리킨다. 실험용 쥐의 눈으로 바라본 "뒤 뜯어먹은 것 같은 세상"에 대한 풍자([래트맨(Ratman)]), "한 층 더 올라가"면 "한층 더 어두워"지는, '최상'을 향한 욕망의 그림자([부조리-단독자의 평행이론]), "돈 잘 버는 이름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가진 돈을 모두 쏟아내는 작명소가 문을 닫는 어스름에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이름들이 와르르 쏟아져나"오는 물질만능, 소비중심주의 시대에 대한 날 선 비판은([어떤 날들이 있는 시절]), 유머러스하고 리드미컬하게 읽혀 더욱 씁쓸하다.

    아침입니다. 오늘은 어떤 머리를 쓰면 좋을지 잠시 머리를 씁니다. 중요한 강의와 회의가 여러 건 있으니 저 머리를 써야겠군요. 잠자리용 머리를 벗어두고 그 머리를 착용합니다. 하루가 시작된 게 몸소 느껴지는군요. 평소보다 늙어 보인다구요? 저는 평소란 게 없습니다. 인상이 전체적으로 어두워 보인다구요? 이 머리를 쓰면 웃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 '교양인을 이해하기 위하여' 중에서)

    세미나가 끝났다 다음번에도 그들은 같잖은 것들에 대해서는 함구하기로 한다 바다에 대해서, 공기에 대해서 그리고 하늘에 대해서 그들은 각자 다른 데를 바라보며 담배를 나눠 피운다 그들의 결속은 담배 연기만큼이나 불안정하다 그저 사방으로 팔방으로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한곳으로 모이게 된다 쓰레기통으로 골목으로 회사나 사회로 옹기종기 끼리끼리
    (/ '세미나' 중에서)

    '교양인'과 '세미나'란 단어의 뜻을 생각해본 적 있는가. 예사로 쓰이는 단어들이 가리키는 것과 실제 담고 있는 의미의 괴리를 우리는 체감하며 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오은 시인의 재기 넘치는 언어유희 뒤에 스민 서늘한 냉소를 만나면, 재밌고 당혹스럽고 기발하고 아이러니해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일상적으로 써버리는 단어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시인의 "놀라운 것들의 방"([분더캄머]). 그는 지금도 그 안에서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엄습하는 것들을 사랑해//(...) //별처럼 빛나는 순간을 기다려/ 우리의 동공이, 우리의 동맥이/ 현장을 사로잡는 순간을 기다려"([아이디어])라 천진하게 말하며 삶의 무게, 인생의 페이소스를 진하게 우려내고 있을 것이다. 가벼운 단어로 무거운 의미를, 익숙한 언어 습관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을 것이다.

    목차

    시인의 말


    ㅁ놀이
    도파민
    Be
    부조리-단독자의 평행이론
    커버스토리
    건축
    분더캄머
    발아래
    부조리-육식과 피학
    사우나

    부조리-명제에 담긴 취향
    야누스
    면접
    교양인을 이해하기 위하여
    추잉검
    세미나

    부르주아
    스크랩북
    스케치북
    래트맨(Ratman)
    인과율
    지구를 지켜라
    육식주의자
    이국적 감정
    아웃
    일 분 후
    최후의 관객

    란드
    그 무렵, 소리들
    어떤 날들이 있는 시절-소비의 시대

    수상해
    CIA처럼
    물질
    마음들
    디테일
    부조리-경우의 수
    용의자
    베이스

    1년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에 관한 단상
    탈옥수
    어떤 날들이 있는 시절-망실(亡失)의 시대
    이력서
    엑스트라
    이것은 파이프다
    아이디어
    주도면밀-이현승 兄에게
    말이 되는 이야기-정재학 兄에게
    럭키 스트라이크
    찬 공
    희망-간빙기


    해설 | 너 혼자가 아니야, 단어야
    │ 김언(시인)

    본문중에서



    익은 감자를 깨물고 너는 혀를 내밀었다 여기가 화장실이었다면 좋겠다는 표정이었다 바로 지금이었다 나는 아무도 듣길 원치 않는 비밀을 발설해버렸다 너의 시선이 분산되고 있었다 나에게로 천장으로 스르르 바깥으로
    방사능이 누설되고 있었다 너의 눈빛을 기억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너는 여기가 바로 화장실이라는 듯, 바지를 내리고 시원하게 노폐물을 배설했다 노폐물은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지 너의 용기에 힘껏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이 모든 일이 내년의 첫째 날에 일어났다 그날은 종일 눈이 내렸다 소문처럼 온 동네를 반나절 만에 휩싸버렸다 문득 폐가 아파와 감자를 삶기 시작했다 여기가 화장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말이 더 마려웠다

    야누스

    얼음이 녹는 건 슬픈 일
    얼음이 녹지 않는 건 무서운 일

    어떻게든 살기 위해
    남몰래
    천천히 녹는다

    래트맨(Ratman)

    (세상은 줄곧 나를 가지고 실험을 해왔지만……)

    나는 얼마나 끈질긴가.

    유사 이래, 쥐도 새도 모르게 행해지던 작전은 번번이 실패하였다. 언제나 나가떨어지는 쪽은 새였으니까. 실험이 끝나면 나는 적 많은 무적이 되어 있었다.

    퍽 싱거운 인생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독 안에 들 때도 있었지만, 그 독이 얼마나 넓고 청결한지는 아무도 몰랐지. 마치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이 내 생각만 해주는 것 같았으니까.

    알다시피 볕은 쥐구멍에만 들었다. 나는 구멍을 활짝 열어 선탠을 하기도 했다. 그러니

    얼마나 독한가, 나는

    고양이를 만나도 겁을 먹지 않았다. 쥐 잡듯 고양이를 잡았다. 쥐가 쥐꼬리를 물고, 쥐꼬리만한 월급을 물고 달아나는 것은 다 옛날 일이지.

    나는 질적으로는 열세였지만, 양적으로는 우세였다. 새 편이었던 사람들이 모두 내게 붙었으니까. 나는 새 편을 얻은 것이다. 확실히 그들은 흐름을 안다. 큰 그림을 볼 줄 안다. 아, 고양이가 쥐에게 쥐여주는 권력은 얼마나 달콤한가! 나는 독사같이 더 커지고 독주같이 더 즐거워진다. 독종같이 더 빤빤해진다.

    이제 남겨진 것은
    쥐 뜯어먹은 것 같은 세상.

    나는 이 세상을 쥐락펴락한다. 너희들을 가두고(쥐Lock), 너희들을 흔들고(쥐Rock), 급기야 너희들을 기쁘게 한다(쥐樂). 펴락처럼, 필요악처럼.

    쥐 죽은 듯 조용해져
    우리는 이제 사이좋게 쥐가 난다.
    우리에서 나는 빠져 있다.
    무리에서 나는 이탈해 있다.

    그래도 된다. 그때만큼은
    세상의 중심이 내가 되는 거 같으니까.
    뒷걸음치다가 쥐라도 잡을 수 있을 거 같으니까.

    누가 흘리고 간 치즈라도 어디 없나 고개를 갸웃거린다.
    더 크고 더 즐겁고 더 빤빤한
    캣우먼(Catwoman)이 나타나자
    우리는 판을 깨고
    쥐대기로 모여 쥐걸음을 친다. 다리에서
    쥐가 놀기 시작하는 것이다.

    푸념이 끝나자 나는 적 많은 유적이 되어 있었다.
    저 세상이 성큼, 내 앞으로 다가왔다. 까마귀 난다. 쥐落.
    (/ 본문 중에서)

    어떤 날에는 손바닥에 그려진 실금들 중 하나를 골라 무작정 따라가고 싶었다. 동요하고 싶었다. 가장 가벼운 낱말들만으로 가장 무거운 시를 쓰고 싶었다. 그 반대도 상관없었다. 낱말의 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을 갖고 싶었다. 어떤 날에는 알록달록한 낱말들로 무채색의 시를 쓰는 꿈을 꿨다. 그림자처럼 평면 위에서 입체적으로 움직이고 싶었다. 한동안 내가 몰두한 건 이런 것들이었다. 입 벌리는 일을 조금 줄이고, 귀 기울이는 일을 조금 늘렸다. 귀를 벌리면 나비떼, 입을 기울이면 나이테. 터지고 있었다. 아무것이, 아무것도, 아무것이나. 머리, 가슴, 배로 이루어진, 동요하는 어떤 낱말이. 그러고도 한번 더 동요하는 어떤 마음이.

    돌아오는 길에는,
    으레 영혼을 삶는 장면을 상상한다. 어쩔 수 없이 아름답다.
    (/ 시인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8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현대시]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가 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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