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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론 :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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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쇼펜하우어와 니체, 책읽기와 글쓰기를 말하다

    글쓰기의 대가이자 언어의 마술사인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책읽기와 글쓰기를 한 권에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괴테와 하이네에 이어 자타가 공인하는 19세기 독일 최고의 문장가들이다. 두 사람은 20세기 독일의 3대 고전 작가인 토마스 만,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와 심리학자인 프로이트와 융에게 큰 영향을 준 철학자이자 저술가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의 글에 대해 스스로도 자긍심이 대단했던 쇼펜하우어와 니체 두 사람은 어떻게 글을 썼고, 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 역자는 두 대가들이 남긴 저작들을 꼼꼼히 읽어내어 문체를 찬찬히 살펴보고 음미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고, 그럼으로써 글을 통한 자기 치유 및 수양이 될 만한 글들을 모아 엮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유쾌한 책읽기, 명쾌한 글쓰기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웃고 춤추는 것을 가르치는 책을 원한다.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글에서 번번이 잔잔한 웃음과 유머, 기지를 보여 준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 웃음은 그의 철학의 정점이었다. 채플린의 코미디 연기도 쇼펜하우어의 ‘웃음론’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이 어둡고 금욕적인 책이라고만 알고 있는 자신의 주저에서 의외에도 웃음론을 펼친다. 니체 역시 중력의 정신을 떨치고 경쾌하게 춤추라고 가르친다.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다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릴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두 사람은 괴테와 마찬가지로 소박함을 중시한다. 쇼펜하우어는 소박함은 가장 숭고함과도 화합하므로 단순함과 소박함의 법칙은 모든 예술에 적용된다고 말한다. 니체 역시 거창하게 쓰는 것보다 쉽고 소박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소박하게 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색과 독창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쇼펜하우어도 간결함과 단순함을 높게 평가한다. 진리는 적나라할수록 더없이 아름답고, 진리가 주는 인상은 간단한 표현일 때 더욱 심오하다. 따라서 내용이 담긴 간결함에 안정감과 성숙함이 더해지면 좋은 문장이 되는 것이다. 결국 문체를 개선하려면 우선 생각을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해서 얻은 지혜가 독서로 얻은 지혜보다 낫고, 단순한 경험도 사고를 대신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훌륭한 산문을 쓰기 위해서는 시구, 이미지, 리듬, 운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문체가 살아 있어야 하고, 시에 다가가되 그렇다고 시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말하는 좋은 글쓰기는 일단 스스로 생각하기, 독자적 사고, 독창성에서 출발한다.

    목차

    해설 글쓰기의 대가이자 언어의 마술사인 쇼펜하우어와 니체

    제1부 쇼펜하우어의 문장론
    01 스스로 생각하기
    02 글쓰기와 문체
    03 책과 글 읽기
    04 박식함과 학자에 대하여

    제2부 니체의 문장론
    01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
    1. 정신과 사상가
    2. 글쓰기와 문체
    3. 독자와 저자
    4. 책과 글 읽기
    02 [아침놀]
    03 [즐거운 학문]
    0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05 [선악의 저편]
    06 [도덕의 계보학]
    07 [이 사람을 보라]

    연보

    본문중에서

    사고思考와 지식
    아무리 책의 수가 많다 한들 정리 안 된 도서관은 책의 수는 많지 않아도 정리 잘 된 장서藏書만큼 효용이 없는 것처럼, 지식도 이와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지식이라도 자신의 사고로 철저히 다듬은 지식이 아니라면 양은 훨씬 적어도 다양하게 숙고한 지식만큼 가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알고 있는 지식을 온갖 방면으로 조합하고, 모든 진리를 다른 진리와 비교해서야 비로소 자신의 지식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하고, 그 지식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즉 알고 있는 것만 면밀히 숙고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 하지만 면밀히 숙고한 것만 정말로 안다고 할 수 있다.
    (/ p.23)

    독자적 사고의 중요성
    독서는 독자적 사고의 단순한 대용품에 불과하다. 독서를 하면 자신의 생각이 남의 생각에 끌려 다니게 된다. 게다가 만약 책이 우리를 이끌어 간다고 한다면, 많은 책들은 얼마나 많은 미로迷路가 있는지, 얼마나 고약한 결과에 이를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데 유용할 뿐이다. 하지만 수호신의 인도를 받는 사람, 즉 독자적 사고를 하고, 자발적으로 생각하며, 올바로 생각하는 사람은 올바른 길을 발견하는 나침반을 갖고 있는 셈이다.
    (/ p.26)

    자기 머리로 사고하기
    독서란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대신 다른 사람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스스로의 생각으로 엄밀하게 완결된 체계는 아니더라도 항상 연관성 있는 전체를 발전시키려 할 때 끊임없는 독서로 다른 사람의 생각이 강하게 흘러 들어오는 것만큼 불리한 작용을 하는 것은 없다. 다른 사람의 생각은 모두 남의 정신에서 싹튼 것이며, 다른 체계에 속하고 다른 색채를 띠고 있어서 사고와 지식, 통찰과 확신의 전체에 저절로는 결코 합류하지 못하고, 오히려 머리에 가벼운 언어의 혼란을 일으켜 그런 것들로 채워진 정신에게서 이제 온갖 명확한 통찰력을 앗아버려 정신을 거의 해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 p.29)

    독자적 사고를 하는 사람과 책에만 매달리는 철학자
    책에만 매달리는 평범한 철학자와 독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의 관계는 역사 연구가와 목격자의 관계와 같다. 독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사물에 대해 자신이 직접 파악한 것을 말한다. 그 때문에 독자적 사고를 하는 자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일치하는 점이 있다. 그들의 차이는 단지 입장이 다른 데서 생겨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이 다르지 않을 경우에는 그들은 모두 똑같은 말을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객관적으로 파악한 것만 말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가지 명제가 모순되는 것처럼 생각되어 대중에게 알리기를 주저하기도 했는데, 후에 놀랍게도 위대한 선인들의 옛 저서에 그런 명제가 언급된 것을 발견하고 기뻤던 적이 가끔 있다. 그런 반면 책에만 매달리는 철학자는 이런저런 사람이 말하고 생각한 것이나, 그것에 대해 다른 사람이 반론한 것 등을 보고한다. 그는 그런 것을 비교하고 심사숙고하며 비판하여 사물의 진리를 찾아내려 애쓴다. 이 점에서 그는 비판적 역사 연구가와 매우 비슷하다. 그래서 그는 예컨대 라이프니츠가 한때 잠시나마 스피노자를 추종한 적이 혹시 있었는지 따위의 연구를 한다.
    (/ p.31)

    두 종류의 저술가
    세상에는 무엇보다 두 종류의 저술가가 있다. 사물 그 자체 때문에 쓰는 사람과 쓰기 위해서 쓰는 사람이 그것이다. 전자는 어떤 생각을 지녔거나 경험을 해서 그것을 전달할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후자는 돈이 필요해서, 돈 때문에 글을 쓴다. 이들은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한다. 이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이들은 될 수 있는 한 길게 생각을 뽑아내고, 반쯤 진실하고 그릇된, 부자연스럽고 불확실한 생각을 전개하곤 한다.
    (/ p.41)

    정직하지 못한 저술가
    정직하지 못한 저술가들이 있다. 그들은 비양심적이게도 남의 글에서 인용한 것을 자기 글에 써먹는다. 나의 글이 위조되어 쓰인 것을 나는 종종 발견하곤 한다. 나의 가장 공공연한 추종자들만은 이런 경우 예외로 할 수 있다. 때로는 부주의해서 남의 글을 위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소하고 진부한 표현과 어법이 이미 그들에게 익숙해서 그것을 습관적으로 쓰게 된다. 때로는 자신을 더 낫게 보이려는 주제넘은 태도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러 나쁜 의도로 그러는 경우가 너무 빈번하다. 그럴 경우는 화폐 위조범과 마찬가지로 수치스런 비열한 행위이다. 그런 파렴치한 행위는 그런 글을 쓴 사람이 정직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 p.50)

    불멸의 작품이 되려면
    어떤 작품이 불멸의 것이 되려면 탁월한 점을 많이 갖추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파악하고 평가하는 독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언제나 이런 탁월함은 이런 독자에 의해, 저런 탁월함은 저런 독자에 의해 인정받고 숭배된다. 그로 인해 장구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관심사는 항시 변하더라도 작품에 대한 신뢰는 계속 유지된다. 이때 그 작품은 때로는 이런 의미에서, 때로는 저런 의미에서 숭배되며,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 p.56)

    익명과 가명의 문제점
    이런 모든 부정직을 일소하기 위해서는 문학계에서 잘못된 관행으로 통용되는 방패, 즉 익명이 폐지되어야 한다. 문학잡지에서는 익명이 독자에게 경고를 해주는 솔직한 비평가를 작가와 그의 후원자의 원망으로부터 보호해 줘야 한다는 핑계로 쓰인다. 익명으로 글을 쓰는 자는 단 한 번 이런 일을 한 대가로 수많은 이점을 얻는다. 그런 자는 자신의 견해와 다른 주장을 하면서도 온갖 책임을 모면할 수 있으며 또는 매수할 수 있는 저열한 자라는 수치를 은폐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자는 대중에게 나쁜 책을 칭찬하면서 출판업자로부터 술값을 받아 챙긴다.
    (/ p.61)

    문체와 관상
    문체는 정신의 관상이다. 정신의 관상은 신체가 주는 인상 이상으로 진실하다. 타인의 문체를 모방하는 것은 가면을 쓰고 다니는 것과 같다. 가면은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생명이 없으므로 곧 식상해지고 견딜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아무리 추하게 생겼다 해도 생기 있는 얼굴이 가면보다 더 낫다.
    (/ p.68)

    문체의 독자성
    어느 저술가의 정신적 저작물이 지닌 가치를 잠정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그가 무엇에 대해 또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굳이 알 필요는 없다.(그러려면 그의 작품 전체를 통독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그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사고의 이런 방식, 그 사고의 이런 본질적인 성질과 일반적인 질의 정확한 복제물이 그의 문체이다. 다시 말해 문체는 한 인간이 지닌 모든 사상의 형식적인 성질이다. 그러므로 문필가가 무엇에 대해 그리고 무엇을 생각하든 언제나 문체는 똑같아야 한다. 문체는 온갖 형태를 빚어내는 반죽과 비슷하다. 이때 매우 다양한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 p.69)

    객관적인 지루함과 주관적인 지루함
    저작물의 지루함과 관련해서 일반적으로 언급해둘 게 있다. 지루함에는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객관적인 지루함은 언제나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이 부족한 경우, 그러니까 전달할 완전히 명료한 사상이나 인식이 저자에게 전혀 없을 경우에 생겨난다. 그런 것을 지닌 저자는 그것을 전달하려는 목표에 곧장 매진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어디서나 명백히 표현된 개념을 전달하고, 따라서 장황하지도 내용이 없지도 혼란스럽지도 않기에, 따라서 지루하지 않다. 그의 기본 사상이 오류일지라도 그것은 그런 경우 명백히 사유되고, 잘 숙고되었으므로,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올바르다. 그로 인해 그의 글은 여전히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반면에 같은 이유에서 객관적으로 지루한 글은 언제나 무가치하다. 반면에 주관적인 지루함은 단순히 상대적인 지루함이다. 독자가 저자의 글에 관심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독자의 관심이 협소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 때문에 탁월한 글에도 어떤 글이든 주관적으로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형편없는 글이라도 어떤 글이든 주관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주제나 저자가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 p.81)

    나쁜 문체는 독자에 대한 모독이다
    성의 없이 글을 쓰는 자는 자신의 사상에 커다란 가치를 부여하지 않음을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의 사상이 진리이고 중요하단 확신이 들 때에만 감격스런 마음이 솟구치기 때문이다. 지칠 줄 모르고 끈기 있게 어디서나 사상에 대한 가장 명료하고 아름다우며 힘찬 표현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그런 감격스런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성물聖物이나 대단히 귀중한 예술품, 금이나 은으로 된 그릇을 감상할 때만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
    (/ p.100)

    무지한 부자는 짐승과 같다
    무지가 인간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경우는 무지한 자가 부자가 되었을 때다.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가난과 궁핍에 얽매인다. 그의 경우에는 성과가 지식을 대신하므로 가난한 자는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에 몰두한다. 반면에 무지한 부자는 단지 자신의 욕망에 따라서만 살아가며, 그런 자는 짐승과 같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날마다 목격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또한 부자들은 그들에게 가장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부와 여가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수 없는 일이다.
    (/ p.117)

    양서良書와 악서惡書
    문학의 세계도 인생과 다르지 않다. 어디로 눈을 돌리든 즉각 교정 불능의 천민 무리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어디서든 무리 지어 살면서 여름의 파리 떼처럼 온갖 것을 가득 채우고 온갖 것을 더럽힌다. 그 때문에 무수히 많은 악서惡書, 문학에 무성한 이 잡초는 밀의 양분을 빼앗아 질식시킨다. 다시 말해 이러한 악서는 단순히 돈이나 지위를 얻으려는 의도에 서 쓰인 것인데도 당연히 양서와 그것의 고상한 목적에 쓰여야 할 독자의 시간과 돈, 주의력을 빼앗아간다. 그러므로 악서는 무익할 뿐 아니라 절대적으로 해롭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작물 중 10분의 9는 독자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려는 목적밖에 없다. 이런 목적을 위해 저자와 출판인, 그리고 비평가는 똘똘 뭉쳐 있다.
    (/ p.122)

    올바른 책의 선택
    책을 읽는 시간도 함께 살 수 있다면 책을 사는 것은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책의 구입과 그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을 혼동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자기가 지금까지 읽은 것을 모두 간직하기를 바라는 것은 지금까지 자기가 먹은 것을 모두 체내에 담고 있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그는 자신이 먹은 것에 의해 육체적으로 살고, 읽은 것에 의해 정신적으로 살아서 그로 인해 현재의 자신이 되었다. 하지만 육체가 자신과 동질적인 것을 동화시키듯이, 누구나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의 사고체계나 그것의 목적에 맞는 것만을 간직할 것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목적은 있지만, 사고체계와 비슷한 것을 소유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 때문에 그들은 어떤 것에도 객관적인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런 점 때문에 독서를 해도 그들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들은 읽은 것을 하나도 간직하지 않는 것이다.
    (/ p.99)

    훌륭한 저술가
    많은 독서와 배움이 자신의 사고를 중단시키듯이 많은 글쓰기와 가르침도 지식과 이해의 명확성과 철저함의 습관을 자연히 버리게 한다. 명확성과 철저함을 얻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강의를 할 때 명확한 인식이 부족한 것을 말과 미사여구로 채우려고 한다. 대부분의 책이 말할 수 없이 지루한 것은 주제가 무미건조해서가 아니라 바로 그 때문이다. 훌륭한 요리사란 낡은 구두 밑창을 가지고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듯이 훌륭한 저술가는 무미건조한 주제를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 p.140)

    가발과 학자
    가발은 순수한 학자 그 자체를 의미하는 잘 선택된 상징이다. 그것은 자신의 머리칼이 부족할 때 남의 풍부한 머리칼로 머리를 꾸며 준다. 박식하다는 것도 남의 생각을 잔뜩 집어넣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남의 생각은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모든 경우나 목적에 유용하게 적합하지도 않으며 그다지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지도 않다. 그것을 사용했을 경우는 자기 자신의 땅에서 생겨난 생각과는 달리 같은 원천에서 나온 다른 생각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 p.141)

    정신을 드러내기
    자신의 정신을 드러내려는 자는 누구든 그 반대의 것도 충분히 지니고 있다는 것을 노출시킨다. 최상의 착상에 약간의 경멸d?dain을 덧붙이는 재기 있는 프랑스인의 저 무례함은 자신을 실제보다 풍부하게 보이려는 의도에서 유래한다. 그들은 너무 가득 채운 보고寶庫에서 끊임없이 베풀어 주는 일에 마치 싫증난 듯 아무렇게나 선사하려고 한다.
    (/ p.159)

    완성되지 않은 사상
    장년기뿐만 아니라 청년기나 유년기도 그 자체의 가치가 있으므로, 결코 통로나 다리로서만 평가되어선 안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완성되지 않은 사상 역시 나름의 가치가 있다. 따라서 작가를 지엽적인 해석으로 괴롭히지 말고, 여러 가지 사상에 이르는 길이 아직 열려 있다고 보아 그의 지평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도 만족해야 한다. 우리는 문지방에 서 있다. 우리는 보물을 캐낼 때처럼 기다리고 있다. 깊은 뜻을 운 좋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작가는 주된 사상을 발견할 때 느끼는 사상가의 쾌감을 선취하여 그로써 우리를 갈망하게 만들기에 우리는 그 사상을 붙잡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 사상은 우리의 머리를 지나 어지러이 날아다니며, 더없이 아름다운 나비 날개를 보여 준다. 그렇지만 그 사상은 우리에게서 살그머니 달아난다.
    (/ p.162)

    풍부한 정신을 갖는다는 것
    풍부한 정신을 가지면 젊음이 유지된다. 하지만 이때 실제보다 더 늙어 보이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사람들은 정신의 필적筆跡을 인생 경험, 즉 많이 고약하게 살아온 인생, 고뇌, 방황, 회한의 흔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풍부한 정신을 가지고 보여 주는 사람들을 실제보다 더 늙게 볼 뿐만 아니라 더 나쁘게 보기도 한다.
    (/ p.179)

    잘 쓰는 법을 배우기
    말을 잘 하는 것을 중시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도시 문화의 시대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대도시에 허용한 마지막 한계─그때만 해도 전령이 전 도시민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이 한계에 우리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는 민족의 범위를 넘어서 이해되기를 바라는 우리 자신에게 도시의 구區가 신경 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때문에 지금 유럽의 정신을 지닌 사람이라면 잘 그리고 점점 더 잘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
    (/ p.182)

    문체와 화술
    글 쓰는 기술은 말하는 자만이 갖는 표현 방식, 즉 몸짓, 강세, 어조, 눈길 등의 대체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 때문에 문체는 화술과는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이고, 뭔가 훨씬 까다로운 것이다. 문체는 훨씬 적은 수단으로 화술과 같은 만큼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데모스테네스는 오늘날 우리가 읽는 그의 글과는 전혀 다르게 연설했다. 그는 자기의 연설을 남에게 읽히도록 다시 손질했던 것이다. 키케로의 연설도 읽히도록 하기 위해 데모스테네스 풍으로 개작해야 했다. 지금 보면 그의 연설에는 독자가 견딜 수 있는 훨씬 이상으로 로마의 광장이 들어 있다.
    (/ p.193)

    문체를 망치는 주된 요인
    어떤 사물에 대해 실제로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느낌을 나타나려고 할 때 언어나 모든 예술에서 양식을 망친다. 오히려 모든 위대한 예술은 그 반대의 경향을 보인다. 위대한 예술은 윤리적으로 훌륭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억제하고 끝까지 발산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감정을 반쯤 드러내는 이런 조심성은 예컨대 소포클레스에게서 가장 아름답게 관찰할 수 있다. 감정이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냉정하게 드러낼 때 감정의 표정은 아름답게 변용하는 것 같다.
    (/ p.199)

    글을 쓴다는 것과 승리하려고 하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승리를 알리는 것이어야 한다. 더구나 타인의 이익이 되도록 전달하며 자기 자신의 극복을 알리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소화 불량증의 저자가 있다. 이들은 무언가를 소화할 수 없을 때만, 그러니까 그것이 이미 그들의 위에 걸려 있을 때만 글을 쓴다. 그들은 무의식중에 화를 내서 독자도 짜증나게 하거나 그렇게 해서 독자에게 권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즉 그들 역시 승리하려고, 하지만 타인에 대해 승리하려고 한다.
    (/ p.205)

    천재와 졸작
    예술가들 중 자신에게서 퍼내는 독창적인 두뇌의 소유자들은 사정에 따라 완전히 공허하고 진부한 것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반면에 보다 종속적인 천성의 소유자들, 소위 재사들은 온갖 좋은 것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 차 있어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독창적인 사람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버림받은 상태일 때는 기억이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즉 그들은 공허해진다.
    (/ p.208)

    예술은 무엇으로 자기편을 만드는가?
    하나하나의 아름다운 대목, 자극적인 전체 진행, 매력적이고 충격적인 결말의 분위기, 이 정도면 대부분의 문외한도 예술 작품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반 대중을 예술가의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즉 예술의 보호를 위해 자기편을 만들려고 하는 예술 시대에 창작자는, 아무도 그에게 감사할 줄 모르는 분야에서 자신의 힘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또한 그 이상은 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시 말해 그 밖의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은─자연의 유기적인 형성과 성장을 모방하는 것은─이 경우 물 위에 씨를 뿌리는 격이다.
    (/ p.217)

    ‘양서는 때를 기다린다’
    모든 양서는 세상에 나왔을 때 떫은맛을 낸다. 양서는 신기함이란 결점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살아 있는 저자가 유명하고, 그에 관한 많은 일이 알려져 있을 때는 책에 해가 된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저자와 그의 책을 혼동하곤 하기 때문이다. 그 양서에 담긴 정신, 감미로움, 찬란한 금빛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라나는 세대, 그 뒤에는 옛 세대, 이윽고는 후대에 전승된 세대의 숭배를 받으면서 비로소 분명히 드러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하고, 많은 거미가 책에 많은 거미줄을 쳐두어야 한다. 좋은 독자는 책을 점점 좋게 만들어 주고, 좋은 적수는 책을 정화시켜 준다. (/ (/ p.222)

    이해의 문제에 대하여
    글을 쓸 때 사람들은 이해되기를 원할 뿐만 아니라 분명 이해되지 않기를 원하기도 한다. 누가 어떤 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책에 문제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바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 저자의 의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느 누구나’ 자기 책을 이해하기를 원하지 않은 것이다. 보다 고귀한 정신과 취향을 지닌 사람은 모두 자신의 뜻을 전달하려 할 때 청중도 선택한다. 그는 청중을 선택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차단기를 내린다. 문체의 보다 정교한 법칙은 모두 여기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 법칙에 의해 멀리 거리를 두고, ‘출입’, 즉 이해를 금하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의 귀와 유사한 자들에게는 귀를 열어 준다.
    (/ p.245)

    쇼펜하우어와 음악
    쇼펜하우어가 생각하는 음악이란 다른 모든 예술과는 다른 위치에 있는 것으로, 독립적인 예술 그 자체이며, 다른 예술처럼 현상의 모습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지 자체의 언어를 직접 ‘심연’에서 끄집어내어, 그것의 가장 고유하고 가장 근본적이며 가장 본원적인 계시로서 말하는 것이다.
    (/ p.263)

    현대 서적의 고유한 특질
    현대의 영혼이나 현대의 서적의 가장 고유한 특질을 이루는 것은 거짓이 아니라, 도덕적인 거짓 속에 아로새겨진 순진무구함이다. 이러한 ‘순진무구함’을 어디서나 다시 발견해야만 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오늘날의 심리학자가 수행해야 하는, 그 자체로 우려할 만한 모든 일 가운데 아마 우리의 가장 역겨운 일일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커다란 위험 중의 일부이다. 그것은 어쩌면 바로 우리를 무척이나 구역질나게 할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 p.264)

    저자소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788.02.22~1860.09.21
    출생지 독일 단찌히
    출간도서 40종
    판매수 12,047권

    1788년 독일의 단찌히에서 태어난 쇼펜하우어는 1811~1813년 베를린대학교를 다녔고, 1813년 여름 동안에 루돌슈타트에서 박사학위논문을 완성하여 예나대학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베를린대학 재직 시절, 젊은 강사로서 헤겔에 맞서 강좌를 개설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한 쇼펜하우어는 대학교수직을 포기하고, 연구(특히 자연과학)와 집필에 몰두한 채 28년 동안 프랑크푸르트에서 은둔생활을 했다. 말년에는 저작 대부분에 마무리 손질을 하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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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44.10.15~1900.08.25
    출생지 독일 작센주
    출간도서 87종
    판매수 31,051권

    독일의 사상가이자 철학자. 1844년 독일 레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5세 때 아버지를 사별하고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함께 할머니의 집에서 자랐다. 1864년 본대학에 진학하여 신학과 고전문헌학을 공부했으며, 1865년 스승인 리츨을 따라 라이프치히대학으로 옮겼다. 25세의 젊은 나이에 스위스 바젤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로 임명되었고,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심취하면서 철학적 사유에 입문했다. 28세 때 펴낸 『비극의 탄생』은 아폴론적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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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59~
    출생지 강원도 삼척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인문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토마스 만의 장편 소설 『마의 산』의 형이상학적 성격」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서로는 토마스 만의 장편 『마의 산』,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 중단편 소설집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의 계보학』, 카프카의 중단편 소설집 『변신』, 장편 『소송』, 『성』,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헤세의 『싯다르타』, 『내게 손을 내밀다』,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 미카엘 엔데의 『마법의 술』, 하이네의 『독일·겨울동화』, 그림 형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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