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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식탁 : 청소년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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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너와 같은 세상에서 조금 더 살고 싶다.”
    절망에 빠진 청소년들에게 내미는 일곱 작가의 손길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2011년 한 해 동안 자살한 청소년 수가 373명이라고 한다. 하루에 꼬박 하나의 목숨이 스러졌다. 통계는 언제나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을 상기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을 것이다.
    청소년 소설집 [조용한 식탁]은 안팎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상처 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기획되었다. 이병승 홍명진 김해원 이성숙·전아리 전삼혜 이승현, 일곱 명의 작가는 상처투성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작품에 어떻게 담아냈을까. 또 그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조심스레 손길을 내밀었을까.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라고들 하는데 이대로 간다면 우리 미래는 이미 없다. 절망공화국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청소년들이 죽어간다. "왜 다들, 그 애가 왜 죽었는지만 알려고 할까", "죽기 하루 전까지 어떤 방법으로 버텼는지는 왜 아무도 묻지 않았을까".
    잘못된 교육 구조 속에서 견디다 견디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까지 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여기 담긴 소설들은 아프게 보여준다.
    ― 도종환 시인의 추천사 중에서

    직선으로 꽂든 멀리 돌아서 가든, 우리는 죽음의 그림자가 더 번지기 전에 그 아이들과 만나야 한다. 그리고 보듬으며 말해주어야 한다. 조금만 더 힘을 내어 견디자고, 동틀 무렵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공연한 말은 아니라고 말이다. 또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살아 있을 때만 그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 말이다.
    일곱 명의 작가는 작품을 통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내일이지만 한 발짝 한 발짝씩 내딛자고, 살아 견뎌내자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숱한 어린 생이
    계속해서 스러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2011년 한 해 동안 자살한 청소년 수가 373명이라고 한다. 하루에 꼬박 하나의 목숨이 스러졌다. 통계는 언제나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을 상기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을 것이다.
    자세히 관심 있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는 청소년들의 세계, 그곳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어떤 이유 때문일까. 아이들 자신과 그 주변을 둘러싼 복합적인 상황들이 어떠한 ‘징후’로 드러나진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단순히 죽고 싶다는 생각과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 그 간극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이것은 사회 시스템의 탓인가, 아니면 여러 요인이 결합된 총제적인 문제인가. 왜 친구는, 부모는, 교사는 아이들의 자살을 막지 못했을까.
    청소년 소설집 [조용한 식탁]은 안팎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상처 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기획되었다. 이병승?홍명진?김해원?이성숙?전아리?전삼혜?이승현, 일곱 명의 작가는 상처투성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작품에 어떻게 담아냈을까. 또 그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조심스레 손길을 내밀었을까.

    절망에 빠진 청소년들에게 내미는
    일곱 작가의 손길

    [조용한 식탁]
    은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다 학교 폭력까지 당해온 ‘나’의 이야기다. 노조 간부인 아빠는 실직 후 파업 투쟁에 나서게 되고, 회사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하게 되자 급기야 엄마와 서류상 이혼을 하게 된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갈 곳을 잃고 어디에도 기대지 못하던 ‘나’는 결국 스스로 삶을 놓아버린다. "죽어서 해결되는 게 없다면, 살아서도 괴롭고 죽어서도 괴롭다면, 그냥 살아서 버티는 건데." ‘나’의 때늦은 후회가 아프게 가슴을 때리는 작품이다.

    "방문을 열고 나오면 현관문이 있지.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엘리베이터 문이 있고. 사람은 문을 열면서 사는 거야. 문 하나를 열면 또 다른 문이 나오고 그 문을 열면 또 다른 문을 열어야 해. 어떤 문이 기다릴지는 아무도 몰라. 그 문을 열고 나가면 또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
    "죽음의 문을 열면 뭐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니?"
    ― 32쪽, 이병승, [조용한 식탁]

    [괴물에 관한 보고서]에서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있던 ‘이송희’가 성적이 떨어진 것을 비관해 학교에서 목숨을 끊는다. 죽은 이송희와 마지막으로 마주쳤던 ‘예지’를 비롯해서, 자살한 급우를 둔 학생들의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 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죽은 아이만의 잘못인가 아니면 누구의 잘못인가, 아이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선생님, 우리가 괴물인가요?" 집단 상담 시간, 아이들이 상담 교사에게 던진 말이 잊히지 않는다.

    이송희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일요일 오후에 예지는 엄마에게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지만, 엄마의 반응도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서운 세상이다, 하고 중얼거리듯 말하곤 꼬리표처럼 잔소리가 따라붙었다. 그러니까 너도 공부 열심히 해. 이게 공부만 죽어라 해야 하는 우리들만의 잘못일까? 성적이 떨어져서 비관해 죽었다는 이송희만의 잘못일까? 어른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걸까? 예지는 묻고 싶었다.
    ― 71쪽, 홍명진, [괴물에 관한 보고서]

    [끈]에서 ‘나’는 소위 말하는 불량 학생이다. 그런 ‘나’의 하나뿐인 여동생이 동네에서 성폭행당한 후 살해된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던 때가 있었으나, 여동생의 끔찍한 죽음으로 모든 게 어그러진다. 동생을 해한 살인범을 잡을 생각에 골몰해 있던 ‘나’는 실의에 빠진, 자살할 위험에 빠진 엄마가 번뜩 떠오른다. 어떠한 극단적인 상황이 몰고 갈 수 있는 더 큰 비극에 대해 잘 빚어낸 작품이다.

    냉장고가 다시 욍 하고 울자 엄마가 흐느꼈다. 울음소리는 서서히 볼륨을 높이듯 커졌다. 입을 크게 벌리고 울음을 토해내던 엄마는 털썩 주저앉아 가슴을 쥐어뜯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엄마가 나를 원망하고 있다는 것을. 그날 다혜가 핸드폰을 찾겠다고 나설 때 밤중에 어딜 가느냐고 붙잡아줬다면, 아니 따라나가 같이 있어줬다면, 아니 늦어진다 싶을 때 얼른 찾아보기라도 했다면. 나는 엄마의 긴 울음을 들으면서 내 허벅지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다혜 대신 내가 죽었더라면, 그 작은 것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나는 내가 정말 싫었다.
    ― 107쪽, 김해원, [끈]

    [네가 있는 그곳]은 밴드 활동을 하면서 성적이 떨어진 것을 숨기기 위해 성적을 위조해온 ‘나’의 이야기다. 심리적 중압감을 계속 받아오던 ‘나’는 엄마와 담임 선생님의 상담을 앞두고 ‘피넛프라자’ 옥상에서 자살할 결심을 한다. 뜻밖에 그곳에서 몸을 던지려고 난간 위에 올라 선 ‘정무영’을 만나게 된다. 얀 샤우덱처럼 멋진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던 정무영은 잔인한 인터넷 악성 댓글과 주위의 멸시를 이기지 못해 힘겨워하고 있었다. 이 두 갈 곳을 잃은 청소년들의 이야기와 극 중 반전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 나는 내일 벌어질 일을 감당할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꿈도 자신감도 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었는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지금 내가 실감하는 건 너덜너덜하고 무기력해진 자신뿐이다.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 피넛프라자 옥상이 떠올랐다. 내일 그곳이 내 마지막 장소가 될 거라 예감하면서 눈을 감았다.
    ― 124쪽, 이성숙, [네가 있는 그곳]

    [아름다운 소녀에게]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던 고등학생 송수연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명을 쓰며 포토샵으로 꾸민 사진을 내건 꽤 유명한 쇼핑몰 모델이었다. 누군가의 폭로로 이른바 신상이 털리게 되었고, 그로 인한 악성 댓글과 주위의 놀림을 이기지 못한 송수연은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귀신이 된 송수연이 최초 유포자를 찾아 나서면서 밝혀지는 청소년들의 속내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찔리는 게 없으면 왜들 발끈하는데? 죽은 애를 위해서 그 정도 협조도 못 해?"
    내가 송수연의 대변인이라도 된 것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아이들을 향한 비난의 말이 술술 흘러나왔다. (중략)
    "때리지만 않았지, 다들 괴롭힌 건 사실이잖아. 보란 듯 옆에서 악플을 읽어대던 사람, 걔 책상 위에 김마리아 사진을 올려놓은 사람, 송수연이 급식실 식탁에 다가오니까 대놓고 자리를 피하던 사람. 누군지 다 알잖아? 우리들 전부가 그랬으니까."
    ― 165쪽, 전아리, [아름다운 소녀에게]

    [판도라의 서랍]은 기숙 학원에서 한 여학생이 투신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뚜렷한 원인이 없는 죽음에 모두 의아해하는 가운데, 같은 반이었던 ‘강시은’이 죽은 ‘강소라’의 서랍에서 비디오 카메라를 발견하게 된다. 그 판도라의 서랍엔 강소라가 수집해온 다른 학생들의 물건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게 과연 죽기 위해 했던 일들일까? 시은이의 "왜 다들, 그 애가 왜 죽었는지만 알려고 할까", "죽기 하루 전까지 어떤 방법으로 버텼는지는 왜 아무도 묻지 않았을까" 하는 물음이 머릿속에 공허하게 맴도는 작품이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시은이는 목덜미에 흐르는 땀방울을 무성의하게 손으로 닦아냈다. 창문을 막으면 아이들은 죽지 않게 될까.
    왜 다들, 그 애가 왜 죽었는지만 알려고 할까. 첫 번째와 두 번째 자살 시도를 한 아이들에게도 모두들 같은 걸 물었지. 왜 죽으려고 했냐고. 죽기 하루 전까지 어떤 방법으로 버텼는지는 왜 아무도 묻지 않았을까.
    ― 199쪽, 전삼혜, [판도라의 서랍]

    [오늘 잠들어 내일 눈뜨지 못하면]에서는 따돌림의 가해자였던 딸이 어느 순간 피해자가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딸의 장례를 앞둔 아버지는 그런 딸을 생각하며, 자신 역시 따돌림을 당했던 과거를 더듬어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집단 따돌림이라는 것이, 학교 폭력에 의한 자살이라는 것이 현안이기만 한 게 아니라 과거에도 충분히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제 너와는 상관이 없지만." 죽은 딸을 생각하며 마음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아프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너를 자살하게 만든 한 아이를 만난 일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오연이는, 당신 딸은 지독한 년이었어요.
    자식이 죽은 아버지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는 아이의 표독한 눈도 떠오른다. 네 아빠는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가 아는 너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네 아빠가 아는 너든 죽은 널 지독한 년이라고 부르는 아이든, 이제 너와는 상관이 없다.
    ― 205쪽, 이승현, [오늘 잠들어 내일 눈뜨지 못하면]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원인은 다양하다. 심리적 원인이나 환경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연구나 조사로는 밝혀지지 않은 복합적인 원인도 많을 것이다. 불우한 가정환경, 성적 비관,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 인터넷 악성 댓글, 이성 문제 등이 아이들의 유서에 담기는 주요 내용들이다. 어른들은 아직도 이렇게 아이들이 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원인을 찾는 데에만 전전긍긍하고 있다.
    작가들은 절망에 빠진 청소년들에게 간구한다.

    거짓말이다. 자살하기 알맞은 이유는 없다. 따돌림, 가난, 성적, 폭력, 혹은 말하기조차 머뭇거려지는 거대한 상처. 이유가 무엇이라도 좋다. 그게 ‘죽을 만한 일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정말 부끄럽고 미안한 말이지만 살아달라고, 하루만 더 살면 안 되겠느냐고 매일매일 부탁하고 싶을 뿐이다. 네가 떠난 자리는 세상 그 누구도 채울 수 없다고 손을 잡고 더듬거리며 말하고 싶을 뿐이다.
    ― 202쪽, 전삼혜 작가의 말 중에서

    정해진 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어른들은 입장하기도 쉽지 않은 ‘그들만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아직 다 피지도 않은 푸른 아이들이 죽음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얼마나 셀 수 없이 많은 고민과 아픔이 담겨 있을까.
    직선으로 꽂든 멀리 돌아서 가든, 우리는 죽음의 그림자가 더 번지기 전에 그 아이들과 만나야 한다. 그리고 보듬으며 말해주어야 한다. 조금만 더 힘을 내어 견디자고, 동틀 무렵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공연한 말은 아니라고 말이다. 또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살아 있을 때만 그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 말이다.

    추천사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라고들 하는데 이대로 간다면 우리 미래는 이미 없다. 절망공화국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청소년들이 죽어간다. “왜 다들, 그 애가 왜 죽었는지만 알려고 할까”, “죽기 하루 전까지 어떤 방법으로 버텼는지는 왜 아무도 묻지 않았을까”.
    잘못된 교육 구조 속에서 견디다 견디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까지 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여기 담긴 소설들은 아프게 보여준다. 그들은 상처받은 채, 얻어맞거나 버림받은 채, 두려움 속에서 무슨 신호인가를 보내며 이 세상 끝에 “혼자 있다”. 그러나 자살한 청소년들이 받았던 고통은 “죽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죽어서도 해결되는 게 없다면, 살아서도 괴롭고 죽어서도 괴롭다면, 그냥 살아서 버티”자고 말한다. “얇고 가는 선 하나”로 “악착같이 버티고 견디면서 전구를 밝히는” 그런 필라멘트가 되어 살자고 한다. 2000도의 고온에도 끊어지지 않고 주변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그런 영혼을 갖자고 말한다.
    - 도종환 / 시인

    목차

    조용한 식탁|이병승

    괴물에 관한 보고서|홍명진

    끈|김해원

    네가 있는 그곳|이성숙

    아름다운 소녀에게|전아리

    판도라의 서랍|전삼혜

    오늘 잠들어 내일 눈뜨지 못하면|이승현

    본문중에서

    "방문을 열고 나오면 현관문이 있지.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엘리베이터 문이 있고. 사람은 문을 열면서 사는 거야. 문 하나를 열면 또 다른 문이 나오고 그 문을 열면 또 다른 문을 열어야 해. 어떤 문이 기다릴지는 아무도 몰라. 그 문을 열고 나가면 또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
    "죽음의 문을 열면 뭐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니?"
    ('이병승, [조용한 식탁]' 중에서/ p.32)

    이송희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일요일 오후에 예지는 엄마에게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지만, 엄마의 반응도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서운 세상이다, 하고 중얼거리듯 말하곤 꼬리표처럼 잔소리가 따라붙었다. 그러니까 너도 공부 열심히 해. 이게 공부만 죽어라 해야 하는 우리들만의 잘못일까? 성적이 떨어져서 비관해 죽었다는 이송희만의 잘못일까? 어른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걸까? 예지는 묻고 싶었다.
    ('홍명진, [괴물에 관한 보고서]' 중에서/ p.71)

    냉장고가 다시 욍 하고 울자 엄마가 흐느꼈다. 울음소리는 서서히 볼륨을 높이듯 커졌다. 입을 크게 벌리고 울음을 토해내던 엄마는 털썩 주저앉아 가슴을 쥐어뜯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엄마가 나를 원망하고 있다는 것을. 그날 다혜가 핸드폰을 찾겠다고 나설 때 밤중에 어딜 가느냐고 붙잡아줬다면, 아니 따라나가 같이 있어줬다면, 아니 늦어진다 싶을 때 얼른 찾아보기라도 했다면. 나는 엄마의 긴 울음을 들으면서 내 허벅지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다혜 대신 내가 죽었더라면, 그 작은 것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나는 내가 정말 싫었다.
    ('김해원, [끈]' 중에서/ p.107)

    잠이 오지 않는다. 나는 내일 벌어질 일을 감당할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꿈도 자신감도 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었는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지금 내가 실감하는 건 너덜너덜하고 무기력해진 자신뿐이다.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 피넛프라자 옥상이 떠올랐다. 내일 그곳이 내 마지막 장소가 될 거라 예감하면서 눈을 감았다.
    ('이성숙, [네가 있는 그곳]' 중에서/ p.124)

    "찔리는 게 없으면 왜들 발끈하는데? 죽은 애를 위해서 그 정도 협조도 못 해?"
    내가 송수연의 대변인이라도 된 것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아이들을 향한 비난의 말이 술술 흘러나왔다. (중략)
    "때리지만 않았지, 다들 괴롭힌 건 사실이잖아. 보란 듯 옆에서 악플을 읽어대던 사람, 걔 책상 위에 김마리아 사진을 올려놓은 사람, 송수연이 급식실 식탁에 다가오니까 대놓고 자리를 피하던 사람. 누군지 다 알잖아? 우리들 전부가 그랬으니까."
    ('전아리, [아름다운 소녀에게]' 중에서/ p.165)

    참 이상하기도 하지. 시은이는 목덜미에 흐르는 땀방울을 무성의하게 손으로 닦아냈다. 창문을 막으면 아이들은 죽지 않게 될까.
    왜 다들, 그 애가 왜 죽었는지만 알려고 할까. 첫 번째와 두 번째 자살 시도를 한 아이들에게도 모두들 같은 걸 물었지. 왜 죽으려고 했냐고. 죽기 하루 전까지 어떤 방법으로 버텼는지는 왜 아무도 묻지 않았을까.
    ('전삼혜, [판도라의 서랍]' 중에서/ p.199)

    너를 자살하게 만든 한 아이를 만난 일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오연이는, 당신 딸은 지독한 년이었어요.
    자식이 죽은 아버지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는 아이의 표독한 눈도 떠오른다. 네 아빠는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가 아는 너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네 아빠가 아는 너든 죽은 널 지독한 년이라고 부르는 아이든, 이제 너와는 상관이 없다.
    ('이승현, [오늘 잠들어 내일 눈뜨지 못하면]' 중에서/ p.205)

    거짓말이다. 자살하기 알맞은 이유는 없다. 따돌림, 가난, 성적, 폭력, 혹은 말하기조차 머뭇거려지는 거대한 상처. 이유가 무엇이라도 좋다. 그게 ‘죽을 만한 일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정말 부끄럽고 미안한 말이지만 살아달라고, 하루만 더 살면 안 되겠느냐고 매일매일 부탁하고 싶을 뿐이다. 네가 떠난 자리는 세상 그 누구도 채울 수 없다고 손을 잡고 더듬거리며 말하고 싶을 뿐이다.
    ('전삼혜, 작가의 말' 중에서' 중에서/ p.202)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6.05.31 ~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22종
    판매수 5,004권

    연세대 철학과. 천마문학상, 계명문화상, 청년토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직녀의 일기장]으로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로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을 받았다.
    소설집 [즐거운 장난], [주인님, 나의 주인님], 장편소설 [시계탑], [직녀의 일기장],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 [팬이야], [김종욱 찾기], [앤], [한 달간의 사랑], [헬로, 미스터 찹], [간호사 J의 다이어리], [미인도], [어쩌다 이런 가족] 등이 있다.

    생년월일 1967~
    출생지 전북 익산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7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뒤, 방송국 구성작가로 일하며 KBS 단막 드라마 ‘종이꽃’ 대본을 썼다. 지금까지 청소년 소설 [우리는 땅끝으로 간다], 장편동화 [내 몸속에 벌레 세 마리] [화성에서 온 미루] [달이 구만 리 저승길 가다], 앤솔로지 동화집 [천둥 치던 날]에 단편동화를, 우리 이웃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고맙습니다. 참, 고맙습니다]를 냈다.
    진득이 한곳에 머무는 걸 잘 못해 맘이 내키는 대로 이일 저일 기웃거리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다음엔 또 어디로 튈지 작가 본인도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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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6~
    출생지 서울특별시
    출간도서 32종
    판매수 10,033권

    동화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문학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데 보탬이 되는지, 그런 고민을 하며 글을 쓰고 있어요. 글이 안 풀리면 자전거를 타고 요리를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요. 동화 『차일드 폴』, 『빛보다 빠른 꼬부기』, 『아빠와 배트맨』, 『골목의 아이들』, 『여우의 화원』, 『검은 후드티 소년』, 『잊지 마, 살곳미로』, 『구만볼트가 달려간다』, 청소년소설 『달리GO!』, 『전구소년』, 『정글을 달리는 소년』,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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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8~
    출생지 충남 아산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2000년 [기차역 긴 의자 이야기]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2008년 [거미마을 까치여관]으로 제11회 MBC 창작동화대상을 받았습니다. 글을 세상에 내놓는 일이 부끄럽지만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무척 즐겁습니다. 쓴 책으로 [열일곱 살의 털][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오월의 달리기][고래 벽화] 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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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7~
    출생지 경상북도 영덕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7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났다. 2001년에 전태일문학상을 받았지만 7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습작의 시절을 다시 한 번 보냈다. 200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에 제10회 사계절문학상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 백신애문학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우현예술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우주 비행]과 [숨비소리], 소설집 [터틀넥 스웨터]가 있으며 함께 쓴 책으로 [조용한 식탁]과 [벌레들] 등이 있다.

    생년월일 1987~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1종
    판매수 1,651권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서울 출생. ‘문단의 아이’로 태어났으나 청소년 SF의 길을 가열차게 달리고 있다. 목표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한국 SF를 더 많이 접하게 하는 것.’ 지은 책으로 《날짜변경선》과 《소년소녀진화론》이 있다.

    생년월일 1977~
    출생지 대구
    출간도서 2종
    판매수 897권

    1977년 대구에서 출생했다. 2011년 [실천문학]에 단편소설 '그러니까, 늘 그런'으로 등단했고, 같은 해 8월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2009년까지 학교 다닌 시간, 군대 복무한 시간을 빼고는 공장에서 살았다. 공장에서 살던 중 잠시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했으나 4승 8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인쇄소, 출판사, 장애인 활동보조인 등 다양한 일을 했으며, 그 체험들을 소설로 풀어 쓰고 있다. 2009년 3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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