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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더 월드

원제 : Leaving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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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끝없는 위기와 불행.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궁극의 페이지터너, 빅픽처의 히로인, 이번엔 ‘리빙 더 월드’다. 출간되는 책마다 대중의 무한 사랑을 받으며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한 더글라스 케네디. 그가 전해오는 한 여자의 ‘불행한 삶’이야기를 들어보자.

    불행한 가정에서의 성장, 그래서 미친 듯이 공부에 매달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하버드에 입학. 그러나 남자보는 눈이라곤 약에 쓸래야 찾아볼 수 없었던 그녀, 만나는 남자마다 그녀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간다. 남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유일한 도피처 딸아이마저 사고로 읽은 그녀는 도저히 이 세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가 없다. 세상에 열 가지 불행이 있다면 그 중 8할쯤은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는 듯한 상황. 끊임없이 계속 되는 고통과 절망은 개인에게 엄청난 불행이지만 그것 또한 삶이라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말한다. 고난의 생에서 몸부림치던 그녀는 어느 한 소녀의 실종사건을 접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불행한 이 여인에게 이 사건의 해결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녀의 삶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요즘 우리 사회엔 ‘자살’이라는 큰 문제와, ‘힐링’이라는 큰 화두가 동시에 떠오르고 있다. 삶에 대한 절망과, 이를 치유하려는 방법의 모색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출판사 서평

    1. 위기의 생에 바치는 치유와 화해의 메시지!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신작소설!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력은 독특하다. 뉴욕 맨해튼 출신의 미국 작가지만 본격적으로 소설 집필을 시작한 곳은 유럽이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으며 영국에서는 나오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최근 그의 소설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2011년에는 그의 소설 두 편-[빅 픽처], [파리5구의 여인]-이 영화로 제작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그의 소설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한창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다양한 여행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하고 치밀한 묘사, 매력만점의 인물들, 스피디한 장면 전개, 박학다식한 면모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현재 국내에 소개된 그의 소설은 총 여섯 편이다. [빅 픽처]를 시작으로 [위험한 관계],[모멘트],[파리5구의 여인],[행복의 추구],[템테이션]에 이르기까지 출간하는 소설마다 크게 주목받았다. 특히 국내에 처음 소개된 [빅 픽처]는 출간 이후 무려 130주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 전국주요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을 만큼 뜨거운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2012년에 출간된 [템테이션]도 현재까지 전국주요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고, 나머지 작품들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으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리빙 더 월드]는 우리의 생에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위기와 불행을 어떻게 치유하고 극복해낼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 우리의 생은 본질적으로 수없이 다가서는 위기와 동행한다. 스스로 자초하기도 하고, 내가 아닌 타인의 실수로 겪기도 하고, 우연히 찾아들기도 한다. 요즘 우리사회에서도 '힐링'이 화두가 되고 있다. 바야흐로 '힐링' 열풍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사회구성원들의 위기가 보편화돼 있다는 반증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리빙 더 월드]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극복하기 힘든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평생 따라다니는 불행 앞에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한 제인 하워드, 집을 떠난 남편이 언젠가 잘못을 뉘우치고 돌아올 거라는 왜곡된 기대로 평생을 산 엄마, 가정의 불행과 세상의 냉엄한 질책을 견디다 못해 죽음을 선택하는 데이비드 헨리 교수, 아버지에게 쫓겨난 이래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게 습관처럼 돼 책임감을 상실한 테오 등은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이렇듯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위기를 겪으며 살아간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있다. 자살의 이유도 다양하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힐링'도 결국은 어떻게 위기와 절망을 극복해내고 생과 화해를 이루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모색에 다름 아닐 것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리빙 더 월드]의 주인공 제인도 두 번이나 자살 시도를 하지만 결국은 절망과 상처를 딛고 살아가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 소설에서 생은 불확정성 원리가 지배하는 영역이라고 이야기한다. 위기는 예고도 없이 무작위로 찾아오고, 한 가지를 극복하면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행운은 오래도록 지속되지 않으며,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먹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한줄기 광휘를 위안 삼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역경에 처하든 우리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저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제인 하워드가 그렇듯이 저 또한 수없이 다가서는 변화와 도전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생에서 단속적으로 밀어닥치는 위기들이란 결국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따금 아주 어두운 숲에 홀로 내던져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에서 언제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 받아들이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위험한 관계],[행복의 추구]는 여성이 화자로 등장하고, 액자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는 [모멘트]에서도 여자 주인공의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지듯이 [리빙 더 월드]도 여성이 화자이다. 영국의 한 비평가는 여성 작가보다도 여성 심리를 더 잘 그리는 작가로 더글라스 케네디를 꼽기도 했다.

    2. 끊임없이 밀어 닥치는 위기와 불행,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제인은 열세 살 생일을 축하하는 가족 모임에서 훗날 나이가 들어도 '결혼하지도 않고 아기도 갖지 않겠다.'라고 선언한다. 다음 날 아침 아버지는 편지 한 장을 써놓고 집을 떠나고, 어머니는 그 일을 제인의 탓으로 돌린다. 이후 모녀 관계는 겉돌기만 하고, 제인은 하버드대학원에 입학해 유부남인 지도교수와 사랑을 나눈다. 그 역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제인은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운명의 고리에 빠져든다.
    제인은 뉴잉글랜드주립대의 교수가 돼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 테오라는 영화자료 전문가와 만나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지만, 그에게 배신당하고 아이까지 사고로 잃는 비운을 겪는다. 그녀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절망에 세상을 떠나기로 한다.
    제인은 한 번도 다녀간 적 없는 캐나다의 캘거리에서 다시 새 삶을 시작한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모든 게 낯설 뿐인 그곳에서 다시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 제인은 여전히 딸 에밀리를 떠나보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다. 마치 물속에 잠긴 듯 답답한 생활, 우울과 슬픔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신음하던 그녀는 작은 변화가 생겨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다.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살아가던 제인에게 한 소녀가 실종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그 사건은 제인의 삶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다. 사랑하는 딸을 자신의 부주의로 잃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제인은 필사적으로 소녀의 실종사건을 추적한다. 과연 소녀를 구출하는 일이 제인에게 삶과의 화해와 치유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이 소설과 기나긴 여정을 함께 하면서, 우리는 한 개인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상처들 사이를 지나는 경험을 한다. 화목하지 못한 가정에서의 성장, 갑작스러운 아버지와의 이별, 자신의 불행을 딸의 탓으로 돌리는 어머니, 딸을 이용하고 결국 더한 불행으로 몰아넣는 아버지. 제인의 사랑받지 못한 성장 과정은 이후 만나는 남자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책임감 없는 남자들을 선택하게 되고, 그녀는 죽음 같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딸을 통해 사랑을 느끼며 살고 싶었으나 그 소망마저 빼앗기자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우리에게 '세상을 떠나야' 할 것 같은 힘겨운 상황을 겪는 것이 모든 인간이 맞닥뜨리는 삶의 조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그 터널을 비척비척 걸어가야 하는 것이 삶이라고.

    3. 끊임없이 계속되는 고통과 절망에 맞서 생과 화해를 이루기 위해 떠난 여정!
    [리빙 더 월드]줄거리 요약!


    제인의 열세 번째 생일에 가족들은 웨스트 63번가의 레스토랑에 있다. 그날은 제인의 생일인데도 부모는 말다툼을 멈추지 않는다. 제인의 부모는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에도 다툴 만큼 사이가 좋지 않다. 엄마가 화장실에 간 사이 아버지가 제인에게 묻는다.
    "제인, 학교생활은 어떠니?"
    제인은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한다.
    "난 절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을 거예요."
    다음 날 아침, 11시쯤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엄마가 울고 있다. 아버지가 집을 떠나버린 것.
    아버지는 제인의 말처럼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생이 더 황폐해지는 걸 지켜볼 수 없다는 말을 쪽지에 남기고 떠난 것이다. 그 후, 엄마는 아버지가 집을 떠난 원인이 제인이 한 말 때문이라며 두고두고 원망한다.
    제인은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공부에 매달린 결과 하버드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한다. 제인은 첫 애인이었던 탐과의 결별이 가져다준 아픔에 가슴 아파하던 중 논문지도교수인 데이비드와 은밀한 만남을 시작한다. 데이비드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다. 그의 아내 폴리는 몇 번이나 자살 시도를 했을 만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데이비드는 단편소설을 출간한 적이 있는 폴리를 만나 여섯 달 만에 결혼했고, 20여 년 동안 힘겨운 결혼생활을 유지해오고 있다.
    데이비드는 작품을 쓴다는 핑계를 대고 제인의 아파트에서 밀회를 즐긴다. 철저하게 보안에 신경을 썼지만 두 사람의 밀회 사실이 점차 주변에 알려진다. 그러다가 끝내 파국이 찾아온다. 데이비드가 발표한 소설이 언론의 혹평과 함께 표절 의심을 받게 되는 것. 하버드대에서 정직을 당한 데이비는 별장이 있는 메인 주로 떠났다가 교통사고로 숨진다. 사고 원인이 자살인지 사고인지 불명확한 상황이다.
    하버드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제인은 교수직 제안을 마다하고 뮤추얼펀드회사에 입사한다.
    펀드회사에 취직해 칠레에 가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연락을 한다. 아버지는 투자한 돈을 다 날렸고, 지금은 사회보장기금으로 겨우 먹고 산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급전이 필요하니 1만 달러를 빌려달라고 한다. 제인이 돈이 어디에 필요한지 묻자 대충 얼버무리며 네 일이 아니니 상관 말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온다. 제인은 결국 아버지에게 만 달러를 입금해준다. 그 후 아버지는 연락이 두절된다.
    FBI의 요원이 회사로 찾아온다. 아버지가 미국과 칠레 사이를 오가며 이중첩자로 지내왔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칠레 정부에 매년 1만 달러를 송금하고 있다고 했다. 제인은 그런 아버지에게 1만 달러를 송금해 의심받게 된 것이다. 제인은 결국 그 일이 문제가 돼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게 된다.
    뮤츄얼펀드회사를 나온 제인은 하버드 박사 출신이라는 프리미엄과 우수한 논문이 좋은 평가를 받아 뉴잉글랜드주립대의 영문과 교수가 된다. 다시 일하게 된 기쁨도 잠시 학내의 심한 텃세에 시달린다. 그러던 차에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테오 모건. 열세 살 때부터 영화광으로 살아 온 그는 전도유망한 영화감독이다. 제인은 하버드대학 동창 새러가 주최한 저녁모임에서 테오를 만난다. 첫눈에 끌린 그들은 함께 밤을 보내게 된다. 마이애미에서 보내게 된 둘째 날 밤에 피임을 깜빡한 제인은 임신을 하게 된다. 둘 사이에 딸 에밀리가 태어난다. 딸을 보는 순간 제인은 강한 모성애를 느낀다.
    제인은 엄마 역할을 열심히 해내기로 결심하고 강의와 육아를 병행한다. 테오는 그런 제인을 일절 도와주지 않는다. 테오는 애드리앤이라는 여자와 영화배급사를 설립하겠다며 제인에게 5만 달러를 투자하라고 종용한다. 제인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테오와 애드리앤의 집요한 설득을 거부하지 못하고 결국 투자를 결정한다. 테오와 애드리앤은 영화 마케팅을 핑계로 전 세계를 누비며 돈을 펑펑 써댄다. 결국 영화사는 부도가 나고 모든 게 테오와 애드리앤의 사기극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제인은 계속되는 실패에 분노를 삭일 수 없다. 그 와중에 테오에게 물품을 대준 채권자들의 전화가 쇄도한다. 제인은 채권자들의 협박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우울증과 피로감 때문에 강의시간에도 집중하기 어렵다. 테오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그 와중에 딸 에밀리가 택시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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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중에서

    열세 살 생일날, 나는 선언했다.
    “난 절대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을 거예요.”
    내가 언제 어디서 그런 선언을 했는지 분명하게 기억한다. 저녁 6시경, 맨해튼 브로드웨이 웨스트 63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였다. 그날은 1987년 1월 1일이었고, 내 부모의 말다툼이 막 끝났을 때였다.
    그날, 내 부모는 거나한 술기운과 뿌리 깊은 감정의 골이 겹쳐지며 격렬한 말다툼이 벌어졌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머저리’라고 소리치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것으로 그날의 부부싸움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레스토랑의 손님들은 내 부모의 부부싸움을 호기심 어린 눈길로 구경했지만 정작 내게는 그다지 충격적일 것도 없는 일이었다. 내 부모는 외동딸인 내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주 충돌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외동딸의 생일에도 충돌은 여지없이 이어졌다.
    (/ pp.9~10)

    “시치미 뗄 필요 없어요. 브래드가 당신 과거사도 알아보지 않고 채용했을 거라 생각해요? 브래드는 아마도 당신이 하버드에서 겪은 일을 죄다 알고 있을걸요.”
    나는 깜짝 놀란 눈으로 트리시를 바라보았다.
    “내 사생활까지 조사한 줄은 몰랐어요.”
    “회사 내부에 조사위원회가 있어요. 고용대상자가 [프리덤 뮤추얼] 문화에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 점검하는 조사팀이죠. 당신이 우리 마음에 든 이유가 뭔지 알아요? 하버드대학 영문학박사가 되기까지 혼자 힘으로 길을 개척한 것도 높이 사줄만했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풋내기처럼 굴지 않은 거였어요.”
    “어려운 여건이란 게 뭔지 말해줄래요?”
    “지도교수와 4년간 밀회를 나누면서 끝내 숨겼잖아요.”
    (/ p.82)

    그때 턱시도를 입은 남자가 우리가 앉은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는 호텔 당직 지배인이라며 술값을 계산하고 당장 나가달라고 말했다.
    “잘 들어, 이 자식아. 나를 여기서 내보내려면 보스턴경찰청의 짭새들을 죄다 불러와야 할 거야.”
    트리시가 말했다.
    “제가 완력을 사용하지 않게 해주세요.”
    지배인이 점잖게 말했다.
    나는 술값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말했다.
    “우리가 나갈게요.”
    “빌어먹을! 난 안 나가.”
    트리시가 말했다.
    “내가 댁까지 모셔다 줄게요.”
    “당신이 우리 고모 년이라도 돼?”
    트리시는 그렇게 말하고는 의자에 주저앉아 빙긋 웃었다.
    “지배인이 경찰을 부를 거예요. 그 경우 우린 체포당할 수밖에 없어요. 경찰에 체포되면 우린…….”
    “걱정 마. 내가 출동한 경관 놈의 좆을 빨아주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풀어줄 테니까.”
    (/ p.86)

    흡연자 세 명이 하루에 70개비 이상의 담배를 피워 댔다.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실내 금연이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되었다. 회사에서는 타르와 니코틴이 발렌스위그, 글러트먼, 보트루스가 실적을 올리는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그들이 마음 놓고 흡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었다. 그들이 담배를 피울 수 있게 공기여과장치를 설치하는 비용으로 30만 불이 지출되었다. 그 자체도 불법이어서 회사는 매년 5만 달러를 추가로 지출해가며 건물관리인과 지역 보건국 조사관들을 매수했다.
    트리시가 흡연실 여과기 설치에 대해 말해주었을 때 내가 물었다.
    “흡연자 세 명이 담배를 피울 수 있게 하기 위해 뇌물로 오만 달러를 쓴다는 거예요?”
    “최소한 오만 달러를 쓰는 셈이야. 작년에 보건국 사람 하나가 뇌물을 오십 퍼센트 정도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브래드를 압박했어. 브래드는 고발을 하든지 엿을 먹이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했어. 그 직원이 상관에게 진짜로 고발했어. 그의 상관이 전화했을 때 브래드는 역제안을 했어. 그동안 보건국 직원에게 먹인 쥐약을 그 상관에게 주겠다고 꼬드긴 거야. 상관은 브래드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머저리 같은 직원은 불법행위를 보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물을 먹게 되었지. 발렌스위그, 글러트먼, 보트루스는 계속 줄담배를 피워대며 왕창 돈을 벌어주고 있지.”
    (/ pp.95~96)

    임신 앞에 ‘원치 않은’이라는 말이 붙으면 몹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임신테스트기에 분홍색 줄이 나타난 순간, 나는 두 가지를 확신했다. 한 가지는 아이를 원치 않는다는 것, 다른 한 가지는 아이를 낙태할 수 없다는 것.
    오리건 시간으로 아침 7시에 크리스티에게 전화했다.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걸 싫어해 보통 때라면 전화통화는 무리였다.
    크리스티는 내 겁먹은 목소리를 알아차리고는 전화를 끊지 않았다.
    “임신주기에 대한 계산을 신뢰해선 안 된다는 걸 몰라?”
    “내가 부주의했어.”
    “믿지 못하겠지만 넌 임신을 원한 거야.”
    “이제 어쩌지?”
    “아이를 낳거나 낙태를 하거나 둘 중 하나지.”
    “난 엄마가 될 준비가 안 됐어.”
    “그럼 병원을 찾아가 낙태시술을 받아.”
    “낙태는 싫어.”
    (/ pp.205~206)

    “몰랐어? 영화계가 원래 다 그런 거야. 내가 그런 협박에 눈 하나 깜빡할 것 같아? 삼류대학교 교수 주제에 날 협박하고도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바로 그 순간 내가 들고 있던 전화기가 벽을 향해 날아갔다. 무선전화기가 벽에 부딪치며 박살나자 에밀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엄마 화났다.”
    나는 얼른 에밀리를 끌어안았다. 분노의 감정은 곧 아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바뀌었다.
    “에밀리, 너에게 화낸 게 아니야.”
    한 시간 후, [판타스틱 필름웍스]에서 보낸 메일이 도착했다. 애드리앤이 말한 투자원금 상환 약정서가 아니었다. 테오가 보낸 석 줄짜리 편지였다.
    (/ p.277)

    “우리는 하워드 교수를 임용할 때 부친이 범법자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물론 하워드 교수가 부친을 대신해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되겠지요. 그 부분은 제 불찰이고, 변호사님의 지적을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채권자들의 위협적인 전화나 언론사로 불똥이 튀는 일만 없다면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물었다.
    “저와 관련된 사실이 대중들에게 공개되거나 학교에서 채권자의 전화를 또다시 받게 될 경우 어떻게 대처하실 건데요?”
    “그 경우에는 부득이 하워드 교수의 퇴진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해봐야겠지요.”
    “학교 측에서는 그럴 권리가 없습니다. 저는 모든 대학의 계약상 처벌 조항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학장님도 작년에 있었던 깁슨 대 보스턴대 사건을 알고 계시지요?”
    (/ pp.298~299)

    “모든 길은 어디선가 끝나게 되죠. 당신의 길은 왜 하필 몬태나에서 끝나게 되었을까요?”
    “처음부터 그럴 계획은 아니었어요. 내가 며칠 동안 달린 거리를 합하면 무려 사천 킬로가 넘어요. 내가 마지막으로 다다른 길에 눈 더미가 쌓여 있었어요. 202번 도로의 ‘컬럼비아 폴스’와 ‘에버그린’ 사이 커브 길이었죠. 내가 눈 더미에 차를 박고 죽을 결심을 하지 않았더라면 당신들은 아마도 나란 존재를 모르고 살았겠죠.”
    “무작정 차를 몰고 길을 떠나는 사람들은 서쪽으로 향한다는 이론이 있어요. 과거로부터 달아나려는 거죠. 땅의 끝 지점을 향해 달리는 거예요.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에 도착하면 마지막에는 절벽만이 남게 되죠.”
    “절벽 밖으로 떨어지는 것 말고는 더 이상 달릴 길이 없다는 건 대단히 멋진 은유군요. 마거릿 애트우드(캐나다 여성 작가 : 옮긴이)가 소설에서 이미 써먹은 표현이라 아쉽긴 하지만요.”
    “내가 표절한 건가요?”
    (/ pp.337~338)

    “당장 그만두지 못해요.”
    “당신이 뭔데 남의 일에 참견이야?”
    여자는 손목을 빼내려고 애쓰며 다른 손으로 내 복부에 주먹질을 가했다. 얼마나 펀치가 센지 몸을 굽히며 방금 전에 마신 보드카를 죄다 토하고 말았다.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지 못해!”
    아이 엄마가 딸을 차 안으로 밀어 넣으며 나에게 협박을 가했다. 벌떡 일어서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이를 때리면 안 돼요.”
    여자가 다시 내 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내 딸이니까 내 마음대로 하는 거야. 당신이 뭔데 주제넘게 엄마 노릇을 가르치려 들어?”
    말이 끝나는 동시에 그녀가 내 갈비뼈를 걷어찼다.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다시 토하기 시작했다.
    (/ pp.353~356)

    조지 맥킨타이어의 눈빛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에밀리가 죽은 후 가끔 실수로 거울 앞에 섰을 때 내 눈에서 발견했던 바로 그 분노였다. 자식을 잃은 사람의 눈. 바로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저 사람은 딸을 죽이지 않았어.’
    조지 맥킨타이어가 경찰차로 걸어가는 동안 수십 명의 기자와 파파라치들이 몰려들어 질문세례를 퍼붓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CBC방송] 기자가 말했다.
    “조지 맥킨타이어는 경찰에 끌려가면서 ‘나는 딸을 해치지 않았어요. 절대로.’라고 소리쳤습니다. 딸이 실종된 후 조지 맥킨타이어는 몇 차례 딸의 안전한 귀환을 호소했습니다. 조지의 아내 브렌다는 하나님의 성회교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담임목사인 래리 코센에 따르면…….”
    (/ p.460)

    저자소개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5~
    출생지 미국 뉴욕 맨해튼
    출간도서 39종
    판매수 146,293권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고 현재는 런던, 파리, 베를린, 몰타 섬을 오가며 살고 있다. 조국인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작가로 유명하며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문화공로훈장을 받았고, 2009년에는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에서 주는 그랑프리상을 받았다. 한때 극단을 운영하며 직접 희곡을 쓰기도 했고, 이야기체의 여행 책자를 쓰다가 소설 집필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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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5~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번역 작가로 활동 중이며, 성균관대학교 번역 TESOL 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번역서로 《시간의 모래밭》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타샤의 정원》 《호밀밭의 파수꾼》 《파이 이야기》 《프레디 머큐리》 《문워크》 《로켓맨》 등이 있으며 저서로 《아직도 거기, 머물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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