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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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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하창수
  • 출판사 : 호메로스
  • 발행 : 2013년 02월 25일
  • 쪽수 : 64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9052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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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1. 존재에 대한 물음과 미래에 대한 답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삼은 장편소설 [1987]은 원고지 3천 매 분량의 장편으로 여러 해에 걸쳐 쓴 작품이다.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 철학, 종교 등 다양한 주제를 탐구해온 작가로서도 색다른 소재를 다룬 셈이다. 작가 스스로 “무협지스럽지?” 라고 물을 만큼 활극이 충만하고 추리적 요소가 양일한 스토리텔링이 강한 소설이란 점에서도 하창수 문학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이만한 분량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끌어온 내공이 느껴진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야기의 바탕에는 그가 늘 던지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깔려 있다.


    이 작품의 표면적인 주제는 ‘적론(敵論)’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적은 누구란 말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소설적 답변이 6470페이지를 관통한다. 적이 누구인지에 대해 던지는 질문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으로 환원된다. ‘누가 적인지 알 수 없다’는 작중 인물의 고통스러운 외침은 지금의 세태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적도 없고 동지도 없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이고 친구의 동지가 나의 적이 되는 세상. 박종철의 죽음이나 지금은 고인이 된 민주투사의 인간적 모멸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1987]의 두 주인공 윤완과 선우활은, 이 소설의 중심인물로 의형제 사이다. 윤완은 소설가이고, 선우활은 테러리스트다. 윤완은 소설가의 감각으로 선우활의 개인사에 대해 강렬한 작가적 흥미를 느낀다. 그가 주목한 것은 권력층이 정치적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비밀리에 운용하는 조직. 이 비밀 조직은 각종 정치적 난제나 노동 쟁의 등에 해결사로 활약한다. 살인도 마다하지 않아 각종 의문사에도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이들은 폭력으로 모든 일들을 해결하고 도박장 등 각종 이권 사업으로 뒤를 챙긴다. 이 조직에는 정보기관 등 사회 각층의 권력자들이 관여하고 있으며, 합법의 외투를 입고 자행되는 불법이 스스럼없이 자행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런 조직과 대척의 지점에 있는 반정부조직이 운영하는 비밀 테러단체의 존재다. 폭력적 방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들은 평범한 시민으로 철저히 신분을 위장한 채 각계각층에 잠복해 있다. 고급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며 간접적이고 비폭력적 수단으로 권력의 공작을 와해하는 방법을 취한다.
    이 두 개의 조직은 상생의 관계에 놓여 있다. 즉, 적이면서 동지인 것이다.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서로를 괴멸시키지 않는다. 단지 공작 차원에서 대결할 뿐이다.

    [1987]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6.29 선언, 야당후보 결렬을 비롯해 3당합당 등을 먼 배경으로 삼아 정치적인 공기를 깔고 시작된다. 하지만 작가는 암시만 줄 뿐 시대적 사건을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주요 사건에 연루되어 있지만 소설은 철저히 개인사를 통해 시대를 바라본다. 그들의 개인사는 3대에 걸친 조상들의 인연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러면서 시대를 초월해 소설 속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향한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의 적은 누구인가?”

    2. 추리와 미스터리와 활극의 현장


    누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 자신이 싸워야 할 적이 누군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1987] 속 인물들은 3대에 걸쳐 치열하게 싸우고 고민한다.

    독립군을 지원하는 숨은 인사로 알고 잡아들인 사람이 실은 일제에 동조하던 친일 기업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종로경찰서 조선인 형사는 어느 날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공황상태에 빠져버린다. 이후에 벌어지는 그의 변모는 일제강점기의 혼돈스런 조선인의 정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테러리스트에서 중국공산당 무장대원으로의 변신하고 해방 이후에는 북한 체재에 무조건적으로 적응하며, 끊임없이 살길을 도모하는 ‘보통의 인간’을 목격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늘 조직을 버리고 개인의 안위를 택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그가 던지는 질문은 예의 “나의 적은 누구인가?” 라는 것이다.

    그 질문은 체재가 바뀌어도 계속된다. 조국이 해방되자 그에게는 갑자기 적이 없어져버린다. 유일한 적이었던 일본이 사라진 한반도에는 뚜렷한 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 제국주의’와 ‘남조선 괴뢰 정부’가 적으로 대두되지만 그들을 적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극심한 혼란에 빠져버린 그는 결국 자신의 아들을 지인에게 입적시키고 홀연히 사라진다. 훗날 그 아들은 남파 공작원이 되어 사라진 아버지를 찾고, 그 아들의 아들은 군사독재정부의 하수인에 불과한 해결사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 - [1987]의 한 주인공인 청년 선우활은 난마처럼 얽힌 자신의 뿌리를 찾으며 비로소 자신의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역사를 더듬어나간다.

    [1987]은 소설가 윤완이 작가적 호기심으로 선우활의 가계를 바라보고 탐색해가는 역사적, 문학적 시선에 해당한다. 이 모든 것들을 지켜본 윤완은 자신이 지켜본 얘기들을 소설로 쓰려하지만 그의 시대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추동력은 출생의 비밀을 캐보려는 주인공 선우활의 의문, 그가 몸담고 있는 비밀 조직의 활동과 구성원의 갈등이다. 이 비밀스러운 집단의 암약이 일단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그와 반대편에 놓인 반정부 세력의 활동과 선우활의 활극이 특별한 재미를 제공한다. 더불어 총칼이 아닌 주먹의 대결이 신선하게 펼쳐진다.

    현대 정치의 흑막을 배경으로 깔고 실재 인물들로 추정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론되어 무수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내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미스터리한 상황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만들어내며 어어지고, 어떤 것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도 풀리지 않는다. 추리적 긴장감이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

    인물의 유형 또한 흥미롭다. 소설가와 테러리스트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이 마주치고, 교수 출신의 야당 당수, 권모술수의 화신 같은 경찰 간부, 최고급 정보를 다루는 주요 일간지 신문기자, 딜레마에 빠진 북한 외교관들, 운동권 출신의 지방대학 강사, 치밀한 자료수집과 독특한 추리를 바탕으로 사건의 핵심에 접근하는 민완 수사관 등이 정치와 주먹 세계의 비장과 잔학이 굴곡진 스토리에 어울리게 복잡하게 얽혀서 굴러간다.

    3. 현대사를 관통하는 개인사의 보편성


    소설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인연의 고리를 매개로 우리의 현대사를 풀어낸다. 그 인연은 3대에 걸친 끈질긴 운명의 사슬이다. 이 질긴 인연에 대한 사연만도 몸서리쳐질 만큼 기구해서 소설 속에 펼쳐지는 또 다른 이야기는 흥미를 배가시킨다. 일제의 형사와 독립군 지원자로 만난 인물들의 자손은 테러조직의 행동대장과 야당 총수의 아들로 다시 조우하는가 하면 남북의 국적을 지닌 그들의 누이와 형은 이국의 땅에서 만나 서로의 신분도 알지 못한 채 위험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1987]은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의 행간과 이면에 숨어 있는 찾아가는, 거기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찾아가는 소설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이 진행되어가고 있던 바로 그 시간을 살아간, 그러나 역사의 전면에 전혀 드러나지 않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줄거리

    프롤로그 :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1987년 1월 1일, 중국 베이징의 텐안먼광장에 수백 명의 학생들이 시위를 하기 위해 모여든다. 1월14일, 한국의 한 학생이 물고문을 받다 질식해 세상을 떠난다. 6월 10일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도심을 행진한다. 11월 29일 대한항공 소유의 여객기가 공중에서 폭파된다....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1987년은 그 멈추지 않은 시간의 한 때였고 그 이전의 미래였고 그 이후의 과거였다.

    제1부 적의 조건

    1. 저격수를 위하여

    원시 야쿠트족Yakuts의 법은 ‘인간의 피는 만일 그것이 흘려지는 날에는 반드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라는 법리에 철저히 입각해 있다. 그래서 피살자의 자손들에 의한 가해자 자손에 대한 복수는 9대에 걸쳐서 계속된다.... 저격수라는 별명의 테러조직 행동대장 선우활은 주먹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편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는 역사라는 시간과 기나긴 싸움을 시작한다. 여러 대에 걸친 질긴 인연의 끈과 출생의 비밀을 캐내려는 그에게는 늘 위험이 따라붙는다. 그 인연과 비밀은 때로는 폭력을 불러오고 피비린내를 풍기기도 한다. 선우활의 의형제인 소설가 윤완은 그런 사연에 지대한 호기심을 느낀다.

    2. 거꾸로 흐르는 시간

    어느 날 대한민국에 사는 60대의 한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문득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괴이한 느낌에 빠진다. 모두들 꼼짝 않고 멈추어 서 있는데 움직이는 것은 자신뿐이다. 순간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유조차의 꽁무니를 들이받고 만다. 노신사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30대에 정치에 입문하여 오랜 세월 야당에서 정치밥을 먹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한다.... 비 오는 어느 날 밤 서울 외곽의 한적한 도로 한편에는 공중전화 부스가 부서져 있고 비스듬히 넘어진 레미콘 차량 아래쪽에는 피투성이가 된 남자의 시신이 동강난 나무토막처럼 무참하게 꺾여 있다. 선우활은 그것이 자신과 연결된 사건이라는 걸 감지하지 못한다. 의문의 살인과 실종들이 시작된다.

    3. 음모의 그늘

    학자였던 아버지가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로 소설가 윤완의 집안에는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난다. 친척의 기업체가 갑자기 정체불명의 사람들로부터 압수 수색을 당하고 비자금 관련 장부를 빼앗긴다. 윤완은 저격수 선우활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그것이 끝없는 사건의 시작이라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한다. 선우활은 해결사답게 사건을 해결해내지만 그 역시 그것이 기나긴 악연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는 놀랍게도 자신이 충성을 바쳐야 할 자신의 조직에 손을 댄 셈이다. 윤완은 비자금이 아버지가 몸담은 정당과 정치권의 뒷거래에 난마처럼 얽혀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4. 낡은 수레바퀴에 깔린 사마귀

    저격수 선우활은 보스의 여자 남미현을 사랑하는 위험한 모험에 빠져든다. 그들에게는 권력자들이 운용하는 테러조직 ‘서의실업’과 운동권들이 활용하는 테러조직 ‘아이제나흐’의 공작이 얽혀 있다. 그의 여자는 운동권 조직이 침투시킨 공작원이고 그는 권력 조직의 핵심 행동대장이다. 그녀는 권력 조직 상층부가 시도하는 공작과도 연결되어 있다. 여자와 사이가 깊어진 이후에야 선우활은 비로소 두 조직이 서로 파괴하면서 공생하는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운동권의 조직은 광범위한 정보를 통해 은밀하게 파괴 공작을 벌이고 권력자들의 조직은 직접 폭력을 행사한다. 선우활의 출생의 비밀은 운동권 조직인 아이제나흐의 활동에 의해 드러나기 시작한다.

    제2부 적들의 사랑

    5. 사막, 낙타, 검은 태양

    식민지 시대, 일본에 충성하며 안온한 삶을 살고 있던 한 사나이가 있었다. 독립운동가나 그 지원 세력들을 잡아들이던 종로경찰서의 형사였던 그는 불혹의 나이에 이르러 한순간 자신의 적이 누구인지 혼란에 빠져버린다.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자신의 미래를 돌아보니 아들의 미래가 보였기 때문이다. 나의 적은 일본인가 조선인가. 좌?우익 독립 세력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없는 배신과 변절의 와중에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알 수가 없다. 동시에 대일본제국을 향한 자신의 충성스런 임무 수행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는 일생일대의 변신을 시도한다. 출생의 비밀을 찾던 선우활은 할아버지 선우명의 사연을 드디어 손에 쥐게 된다.

    6. 죽음을 부르는 노래

    종로경찰서 형사에서 항일 테러리스트로 대변신하여, 전차역, 경찰대, 헌병대, 일본 경찰과 군대 등에 닥치는 대로 테러 행위를 감행하던 그는 결국 중국공산당 만주성위원회 무장부대인 동북인민혁명군 첩보대 군관이 된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조직’을 배신하고 ‘개인’으로 돌아간다. 박헌영 제거에 일조를 한 덕분에 살아남긴 했지만, 민족도 조직도 개인도 더 이상에 그에게는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 조국이 해방되자 그에게는 갑자기 적이 없어져버린다. 일본은 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미 제국주의’와 ‘남조선 정부’는 도저히 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는 다시 변신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아들 선우장을 믿을 만한 지인에게 입양시키고 월남한 선우명은 계룡산으로 숨어들어 홀로 회한의 삶을 이어나간다.

    7. 3년 6개월이라는 시간

    선우명의 아들 선우장은 하늘같은 아버지가 말없이 종적을 감춰버린 사실에 몹시 괴로워한다. 그에게 가장 위대한 인물이었던 아버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이유를 알 수도 없다. 그는 군관 신분을 벗어버리고 남파 공작원의 길을 택한다. 현지 공작원과 접선하던 그는 우연히 아버지의 소식을 듣게 된다. 자수하여 신분을 정리한 다음 그는 아버지를 찾아 함께 생활을 일군다. 결혼을 하여 아들(선우활)과 딸(선우연)을 낳지만 남파 저격조에 의해 부부는 살해되고 절망한 아버지 선우명은 다시 계룡산으로 들어간다. 그 아들과 딸을 입양한 사람은 선우명을 찾아내어 선우장이 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형사이자 훗날 서의실업의 중요 인물인 선우정규이다.

    8. 인간 조건

    소설가 윤완은 한 신문사의 문학상과 관련된 음모에 얽힌다. 문학상 수상과 ‘수상 거부’를 동시에 제의하는 인물들은 신문사 내부의 기자들이다. 신문사의 권력 다툼에는 운동권 조직 아이제나흐와 권력층 조직 서의실업까지 그물망처럼 얽혀 있다. 여기에는 아이제나흐 구성원인 정치부 기자 이문호와 서의실업의 창립자이자 이문호 기자의 아버지인 이종훈까지 관계되어 있다. 그리고 의문사한 그의 형 이문형의 죽음과도 얽혀 있다. 윤완은 순전한 작가적 호기심으로 이 사건을 파헤쳐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수많은 관련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사건의 윤곽은 점점 더 복잡해질 뿐이고 자신이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받는다.

    제3부 적은 없다

    9. 이국 통신

    미국에 자리 잡고 살고 있던 윤완의 누이 윤선은 이국땅에서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 남자는 선우활의 아버지 선우장이 북한에서 결혼하여 낳은 아들 장인국이다. 식민지 시절의 경찰 선우명과 독립군 지원 세력 윤인근으로 만났던 인연의 끈은 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윤선과 장인국의 관계, 그리고 윤선의 대북 활동이 알려지자 그녀는 한국으로의 입국이 금지된다. 장인국 역시 남쪽 여성과의 관계가 밝혀지면 북으로 갈 수 없는 처지이다. 윤선은 남쪽의 세력들에게 보복성 테러를 당하기도 한다. 장인국의 선배 외교관인 박명수는 마약 거래가 발각되어 정치적 곤경에 빠져 잠적해버린다. 북으로도 남으로도 갈 수 없는 장인국은 불안한 처지를 몹시 괴로워한다. 윤완의 가족 역시 풍문으로만 안타까운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장인국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그들도 알지 못한다.

    10. 붉은 안개꽃

    정치권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신문사의 수상 거부 음모는 무위로 돌아갔지만 소설가 윤완은 정치부 기자 이문호에게서 아이제나흐 활동 자료를 넘겨받는다. 아이제나흐와 서의실업에 관련된 인물들의 자료로도 윤완은 대충 윤곽만 파악했을 뿐 비밀스러운 조직의 전모를 알아내지는 못한다. 갈수록 안개 속이다. 자료를 정리해 인물 관계 도표를 만든 윤완은 얽히고설킨 인연의 연결고리 중 한 인물이 누이 윤선을 짝사랑했던 백종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의문을 풀기 위해 지방대학 강사 백종명을 찾아간 그는 백종명 역시 아이제나흐 맴버였을 뿐만 아니라 중심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의 설명으로 의문들이 하나씩 풀려간다. 적도 없고 동지도 없는 조직간의 관계가 드러난다. 그러나 그날 이문호 기자가 피살된다.

    11. 시간의 미로

    피의자로 조사를 받다가 풀려난 윤완은 두 조직 인물들의 관계를 알아볼 수 있는 도표를 작성한 다음 이 사건 담당자인 민영후 형사를 찾아간다. 이문호 기자에게서 자료를 받으면서 이 사건을 소설로 쓰겠다고 약속했을 뿐 아니라 꼭 소설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일었기 때문이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은 민영후 형사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살해 용의자로 서의실업과 아이제나흐의 인물들이 모두 거론된다. 오래 전의 노동쟁의가 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고 쟁의의 시작과 끝에는 아이제나흐 창설자 박정욱과 서의실업 행동대장 선우활의 주도적 역할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윤완과 선우활의 조상인 윤인근과 선우명의 악연도 드러난다.

    12. 적을 찾아가는 먼 길

    보스의 여자 남미현을 사랑한 선우활은 조직의 추적을 피해 그녀와 함께 잠적해 있다가 도피 생활을 끝내기 위해 서의실업을 향해 도박을 건다. 조직의 간부를 납치해 그의 입을 통해 그 동안의 수많은 살인 사건, 의문사, 그녀의 침투 공작과 배후 조직 아이제나흐의 정보까지 듣게 된다. 선우활은 서의실업의 중요 서류와 녹음테이프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서의실업의 공격을 받자 그 보스를 살해하게 된다. 서의실업은 이 사건으로 와해되지만 사건 자체는 유야무야된다. 자신의 문제들을 모두 정리한 선우활은 계룡산으로 할아버지 선우명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장인국의 이름만 기억할 뿐 선우활은 알아보지 못한다. 윤완은 소설을 탈고했으나 끝내 세상의 빛을 보여주지 못한다.

    목차

    프롤로그 :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제1부 적의 조건

    1. 저격수를 위하여
    2. 거꾸로 흐르는 시간
    3. 음모의 그늘
    4. 낡은 수레바퀴에 깔린 사마귀

    제2부 적들의 사랑

    5. 사막, 낙타, 검은 태양
    6. 죽음을 부르는 노래
    7. 3년 6개월이라는 시간
    8. 인간 조건

    제3부 적은 없다

    9. 이국 통신
    10. 붉은 안개꽃
    11. 시간의 미로
    12. 적을 찾아가는 먼 길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0~
    출생지 경북 포항
    출간도서 28종
    판매수 2,049권

    소설가이자 번역가. 198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청산유감」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1991년 장편소설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로 한국일보문학상, 2017년 단편 「철길 위의 소설가」로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지금부터 시작인 이야기』 『수선화를 꺾다』 『서른 개의 문을 지나온 사람』 『달의 연대기』, 장편소설 『천국에서 돌아오다』 『그들의 나라』 『함정』 『1987』 『봄을 잃다』 『미로』, 작가 이외수와의 대담집 3부작 『먼지에서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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