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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모퉁이 카페 [양장]

원제 : Le Cafe Du 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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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생의 결정적 길모퉁이에 접어든
    겁에 질린 영혼들에 부치는 위로 혹은 냉소

    희대의 스캔들 메이커 프랑수아즈 사강의 첫 번째 소설집

    인간의 운명을 바꿔놓는 것은 의외로 하나의 시선,
    한마디의 말, 한 순간의 충동에서 시작된다


    프랑스 문단의 작은 악마, 섬세한 심리 묘사의 대가, 스캔들 메이커 등 프랑수아즈 사강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수도 없이 많다. 아마 그녀만큼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독자층과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작가도 없을 것이다. 프랑수아즈 사강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한 목소리와 분위기의 단편소설 열아홉 편을 모은 [길모퉁이 카페]는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사강 단편집이다.
    이 책에 소개된 열아홉 편의 차갑고도 가혹한 단편은 우리를 이별의 세계, 상실의 세계로 순식간에 빠져들게 한다. 짧은 만남이든 긴 만남이든, 하나의 인연이 끝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고 이별이 이루어지는 과정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영화나 드라마 속 내용처럼 거창하고 대단한 일인가 하면 하면 그렇지 않다. 주위를 둘러보면 엄청나게 큰 사건보다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혹은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사소한 해프닝이 한 사람의 심경 변화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말 한마디가 헤어짐의 결정적인 이유가 되는 것처럼. 프랑수아즈 사강은 이처럼 제삼자의 눈에는 평범하고 사소하게만 보일 법한 사건이 인간에게 끼치는 각양각색의 변화들을 다룬다.
    이미 살 만큼 살았고, 사랑에 아무런 기대를 걸지 않는 한 여인은 지골로에게 돌연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것을 느끼고 그를 떠나려 한다. 또 다른 여자는 주말여행에서 예고 없이 돌아온 어느 날 남편과 다른 누군가가 벌인 애정 행각의 물증을 잡는다.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삶의 순간순간들은 익숙지 않은 상황이나 때로는 잔인한 현실과 맞닥뜨림으로써 빠지게 되는 충격과 상실감을 반영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결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사강의 번뜩이는 기지와 가벼운 문체는 잔인한 현실 앞에서 절망하는 주인공들을 바라보며 웃음 짓는 독자에게 하나의 변명 거리가 되어줄 것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마주칠 수 있는 열아홉 가지의 재앙,
    그 차갑고도 잔혹한 고독의 파편들


    프랑수아즈 사강 특유의 가볍고 시니컬한 글의 어조는 [길모퉁이 카페]에서 정점을 이룬다. 그녀가 자주 다루는 고독과 사랑의 허무, 환멸을 한없이 어둡고 심각하게만 써 내려갔다면 아마 그녀의 팬들은 애초에 숨이 막혀 등을 돌렸을지도 모른다. 슬픔과 고독의 강에서 힘겹게 허우적대는 주인공의 마음을 묘사하면서도 사강은 건조하고 시니컬하며 경우에 따라 유머러스한 문체를 계속 유지한다. 어떤 아픔이나 슬픔도 직접적으로 터뜨리는 법이 없기에 그녀의 글은 역설적으로 더 큰 공감과 감정이입을 불러일으킨다. ‘결별’을 테마로 한 단편을 모은 [길모퉁이 카페]도 다르지 않다.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떠나야 하는 불치병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 [누워 있는 남자], 사랑하는 남자를 못 잊고 괴로워하던 저녁, 다른 남자에게서 위로를 얻으려는 여자의 이야기 [어느 저녁],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하러 가는 여자의 이야기 [왼쪽 속눈썹] 등에는 이별을 앞둔, 혹은 이미 이별을 경험한 남녀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가 묘사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70년대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할 정도로 오늘날 벌어지는 우리의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단편들도 있다. 때로는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기도 하는 호스트들의 70년대판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지골로]나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는 가장의 이야기 [개 같은 밤]은 우리도 공감할 수 있는 아련함이 배어 있다. 사강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유머가 넘치는 작품도 있다. 그중에서도 [낚시 시합]이나 [개 같은 밤]은 우화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다른 단편들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단편들도 눈에 띈다. [이탈리아의 하늘]에서는 사강이 실제로 속해 있었던 사교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진실함이나 진지함과는 거리가 있는 구성원의 인간관계에 대해 작가가 느끼는 씁쓸함이 녹아 있는 듯하다. 또 질병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 늙는다는 것에 대한 서글픔이 깃들어 있는 단편들도 많다.
    뜨거운 연인이 사랑의 언약을 속삭이는 길모퉁이 카페는 누군가의 사랑이 붕괴되는 자리이기도 할 것이고, 누군가의 인생이 마감되는 자리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든 우리의 인생을 통째로 흔들어놓을 길모퉁이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사강은 이 책 속 주인공들을 통해 생의 결정적인 길모퉁이에 접어든 겁에 질린 영혼들을 향해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
    장편소설이나 에세이로만 사강을 접했던 독자들에게 이 단편집은 새로운 발견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프랑스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를 무대로 삼은 열아홉 편의 글을 읽은 뒤 유럽 여행을 마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목차

    비단 같은 눈
    지골로
    누워 있는 남자
    내 남자의 여자
    다섯 번의 딴전
    사랑의 나무
    어느 저녁
    디바
    완벽한 여자의 죽음
    낚시 시합
    슬리퍼 신은 죽음
    왼쪽 속눈썹
    개 같은 밤
    로마식 이별
    길모퉁이 카페
    7시의 주사
    이탈리아의 하늘
    해도 진다
    고독의 늪

    옮긴이의 글

    본문중에서

    ‘이 날씨도 좋고, 이 장소도 좋고, 이 도로도 좋고, 이 차도 좋다. 그리고 특히 내 뒤에 앉아 있는 갈색 머리 여인이 좋다. 카바예의 목소리를 나만큼 즐기고 있는 내 여자가 좋다.’
    제롬은 속내를 잘 표현하지 않고 말수도 적다. 속보다 겉으로 더 그렇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고 예의라곤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핀잔을 줄 정도로 우직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그
    가 갑자기 차를 멈추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고 아내를 품에 안고 싶었다. 우스워 보일지 몰라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여가수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마치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오케스트라가 그 뒤를 따랐다. 제롬은 기계적으로, 그에게 어울리는 말은 아니지만 정신없이 백미러를 올려 아내를 쳐다보았다. 콘서트에서 자주 보던, 얼어붙은 듯 움직임이 없고 눈을 크게 뜬 그녀의 모습을 볼 줄 알았다. 그런데 백미러를 확 잡아당기는 바람에 그가 보게 된 것은 모니카와 손깍지를 끼고 있는 스타니슬라스의 길고 야윈 손이었다. 제롬은 서둘러 거울을 들어 올렸고, 음악은 웬 미친년이 꽥꽥 질러대는 알 수 없는 끔찍한 소리의 연속으로 변했다.
    ('비단 같은 눈' 중에서/ pp.15~16)

    “모든 게 잘되고 있어. 밀밭이나 귀리밭에서 죽었으면 좋겠다.”
    “뭐라는 거야?”
    “머리 위에서 살랑거리는 줄기들과 함께.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진정해.”
    “죽어가는 사람에겐 늘 진정하라고 하지. 정말 그럴 때야.”
    “그래, 그럴 때지.”
    마르트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남자는 여전히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는 여자의 손을 잡고 죽어갔다. 모든 것이 좋았다. 그 여자가 아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둘이 함께하는 행복이란…… 쉽지가 않네…….”
    그리고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든 이제 그에게 행복 같은 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누워 있는 남자' 중에서/ pp.62~63)

    그날 아침, 자유의 몸으로 혼자 파리로 돌아올 생각을 하며 얼마나 좋았던가! 이제는 거짓말도, 지켜야 할 의무도 없을 것이다. 리옹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기다릴 의무도, 리옹에서 연인이 올지도 몰라 재미있을 저녁 모임을 갑자기 취소할 의무도, 리옹에 가야 해서 이상한 약속을 갑자기 취소할 의무도 없어질 터였다. 그렇다, 오늘 아침 그녀는 잠에서 깨면서 환희했다. 드디어 기차를 타고 아름다운 프랑스 전원을 감상할 수 있겠구나 하는 즐거움과 정정당당하고 솔직하다는 더 큰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정당당하고 솔직함의 대상이 된 그 누군가에게 그녀를 영원히 잃게 된다는 선언을 하러 가는 즐거움이었다. 레티시아에게는 쉽게 기쁨으로 바뀔 수 있는 잔인함 같은 게 도사리고 있었다. 그러나 문이 잠겨 갇혀버린 탕녀는 야비한 그녀 자신에 대한 일종의 캐리커처였다. 그녀의 운명도, 그녀의 과거도, 그녀의 얼굴이 비친 흐릿한 거울이 보여주는 조각난 퍼즐 안에 꼭 맞지 않았다. 그것은 웃다가, 절망하다가 흘린 눈물이 만들어낸 퍼즐이었다.
    ('왼쪽 속눈썹' 중에서/ pp.167~168)

    마지막 계단을 돌아 내려오는데 갑자기 ‘삶’이 현관에 나타났다. 마르크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바깥에는 찬란한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마르크는 이미 환자들, 위로하는 친구들, 생각에 잠긴 의사들이 가득 찬 어두운 방 안에서 떨고 있는 그를 상상했다. 태양은 이미 해바라기, 커다란 후회가 되었다. 바로 그때, 마르크는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진정한 용기를 발휘했다. 그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인도로 뛰쳐나가 대로와 행인들, 도시를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귀머거리에 장님이라도 된 양 길가에 잠시 머물렀다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길모퉁이 카페로 향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의 주의를 끌지 않았지만 그의 기억 속에 영원히 새겨져 있는 카페였다. 그렇게 생각하던 그는 그 ‘영원’이 석 달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모든 것이 우습고, 더럽고, 하찮고, 멜로드라마 같다고 느꼈다.
    ('길모퉁이 카페' 중에서/ pp.200~201)

    저자소개

    프랑수아즈 사강(Francoise Saga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5.06.21~2004.09.24
    출생지 프랑스
    출간도서 16종
    판매수 8,764권

    담담한 시선과 자유로운 감성으로 인간의 고독과 사랑의 본질을 그려낸 프랑스의 소설가이다. 1935년 프랑스 로트 주의 카자르크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성장한 그는, 소르본 대학교 재학 중에 쓴 첫 소설 『슬픔이여 안녕』(1954)이 성공을 거두면서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평생 동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비롯한 스물다섯 편의 소설, 몇 편의 희곡과 시나리오 작품을 남겼다. 1985년 한 작가의 작품 전체에 수여하는 ‘프랭스 피에르 드 모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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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과 파리 통역번역대학원(ESIT) 번역부 특별과정을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 [르몽드 세계사], [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 [검열에 관한 검은 책],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등이 있으며, 보물찾기처럼 외국의 좋은 그림책을 찾아내어 번역하는 일을 즐겨 [가장 작은 거인과 가장 큰 난쟁이], [아나톨의 작은 냄비], [레몬 트리의 정원] 등과 같은 예쁜 그림책도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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