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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이태준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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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단편소설의 정련화’와 ‘장편소설의 실패’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근대 작가 이태준의 중·단편 여섯 작품을 모은 책. [달밤], [가마귀], [복덕방], [농군], [토끼 이야기], [해방 전후]를 통해 그의 서정성·현실 인식·인생·이념을 알 수 있다.

    이태준의 서정성이 잘 드러나는 단편소설로는 [달밤], [가마귀], [복덕방]이 있다. 이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인생의 패배자’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타락한 세태에서는 볼 수 없는 순수성과 선량성을 가진 인물이다. 작가는 이들 삶에 나타나는 짙은 허무와 패배주의적 의식을 드러냄으로써, 식민지의 타락한 근대적 삶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달밤]은 문안에서 살던 ‘나’가 문밖 성북동으로 이사 온 후 황수건이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황수건은 둔하고 천진한 품성을 가진, ‘못난이’이자 ‘반편’이다. 우둔한 행동으로 하는 일마다 잘 안 풀리지만 그래도 낙천적인 모습을 보인다. 작가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외려 우둔하고 천진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사람다운 삶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가마귀]는 서사성보다는 분위기 묘사에 치중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음습한 별장에 대한 묘사, 불길한 까마귀 울음 소리에 대한 묘사, 폐병 환자인 여인에 대한 묘사 등이 어우러져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특히 까마귀 울음의 표현은 작품의 애상성을 한층 강조하고 있다. 이태준 단편소설의 서정적 진수를 가장 잘 나타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복덕방]은 복덕방에서 소일하는 세 노인을 통해 급변하는 사회상과 물질 만능 주의, 개인주의적 명예욕을 비판한다. 전직 대한제국군이었던 서 참의는 국권피탈 이후 복덕방을 시작한다. 부동산 투기 열풍을 타고 사업이 잘되자 그는 긍정적인 인생관을 갖게 된다. 반면 안 초시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 사람이다. 우연히 어떤 정보를 듣고 땅 투기를 감행하지만 크게 실패, 자살하고 만다. 안 초시 장례식에 간 서 참의와 박희완 영감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도 마음에 안 드는 꼴을 보며 답답함을 느낀다.
    [농군]은 이태준 작품 중 특이한 편에 속한다. 이 소설은 실제 일어났던 1931년 완바오 산 사건을 다루고 있다. 완바오 산 사건은 만주 토착민과 조선에서 이주한 농민 사이의 갈등이 크게 번진 일이었다. 그런데 일제는 이 사실을 왜곡하여 중국인들의 일방 테러로만 보도함으로써, 한때 조선에서는 중국인 배척 운동이 심하게 일어났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에서 기본 골격을 빌려 왔지만, 상당 부분 사실을 왜곡·변형시켰다. 이는 당대의 검열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소박한 현실 인식도 왜곡에 한몫했다.
    [토끼 이야기]는 이태준의 자전적 요소가 깊은 작품이다. 조선어 신문들이 폐간되자 전직 기자인 주인공 현은 토끼를 길러 생계를 삼으려 한다. 그러나 사료가 귀해지자 토끼 40여 마리를 얼른 죽여야 할 판이 된다. 현은 토끼를 도축할 용기가 없다. 대신 임신한 아내가 그것을 실행한다. 이를 보고 현은 ‘펄석 주저앉을 듯’한 심경이 된다. 이 심경은 시대 상황에 억눌려 모든 것을 체념한 당대 지식인의 태도를 대표한다.
    [해방 전후] 역시 이태준의 1943∼1945년 당시 삶이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자전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문인보국회 소속 작가인 현은 서울 집을 그냥 그대로 둔 채 친지가 있는 강원도 산골로 소개(疏開)를 간다. 그곳에서 소일하다가 해방을 맞아 상경, 해방 후 막 생긴 문학 관련 단체에 관계하게 된다. 현은 이념 이상의 민족적 단결과 통합을 기대하면서, 독단적 행태를 보이는 공산주의 문인들을 나무란다. 이 작품은 해방 공간에서 일어난 문인들의 이념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목차

    달밤
    가마귀
    복덕방(福德房)
    농군(農軍)
    토끼 이야기
    해방 전후(解放前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본문중에서

    “여보? 어디 게슈?”
    하는 안해의 찾는 소리가 난다. 내다보니 얼굴이 종이짱처럼 해쓱해진 안해는 두 손이 피투성이다.
    “응!”
    “물 좀 떠 줘요.”
    “웬 피유?”
    안해의 표정을 상실한 얼굴은 억지로 찧끼여 우슴을 짓는다. 피투성이 두 손은 부들부들 떤다. 현의 안해는 시칼을 가지고 어떻게 잡았는지, 토끼 가죽을 두 마리나 벗겨 놓은 것이다. 현은 머리칼이 쭈뼛 솟았다.
    “당신더러 누가 지금 이런 짓 허래우?”
    “안험 어떻허우? 태중은 뭐 지냇수? 어서 손 싯게 물 좀 떠 놔요.”
    하고 안해는 토끼털과 선지피가 엉키인 두 손을 쩍 벌려 내여민다. 현의 머리속은 불현듯, 죽은 닭의 눈을 신문지로 가려놓고야 썰던 안해의 그전 모습이 지내친다. 콧날이 찌르르하며 눈이 어두어졌다.
    피투성이의 쩍 버린 열 손가락, 생각하면 그것은 실상 자기에게 물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였다. 현은 펄석 주저앉을 듯이 먼 산마루를 쳐다보았다. 산마루엔 구름만 허?옇게 떠 있었다.
    ('토끼 이야기' 중에서/ pp.125~126)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3종
    판매수 407권

    1961년 경남 사천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과 졸업, 서울대 국문과 대학원 석사졸업, 서울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졸업했으며,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분에 [인간 주체의 와해와 새로운 글쓰기]로 당선하여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서일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로 있으면서 성신여대에 출강하고, 문학무크지 [무애]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생년월일 1904.11.04~1970?
    출생지 강원도 철원
    출간도서 103종
    판매수 60,262권

    이태준(李泰俊)의 호는 상허(尙虛)이고 1904년 11월 4일 강원도 철원에서 부 이창하와 모 순흥 안씨 사이에서 1남 2녀 중 장남으로 출생한다. 이태준은 1909년 망명하는 부친을 따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하지만, 8월 부친의 사망으로 귀국해 함북 이진(梨津)에 정착한다. 1942년 모친이 별세해 고아가 되고, 외조모에 의해 고향 철원 용담으로 귀향해 친척집에 맡겨진다. 1915년 철원 사립봉명학교에 입학하고 1918년 3월에 우등으로 졸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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