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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게 나를 맡기다 : 영혼을 어루만지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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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림에게 나를 맡기다]는 우리 시대의 감성 노마드 함정임 작가의 미술 에세이집이다. 소설쓰기를 본업으로 영화, 사진, 건축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로서의 삶'을 지향해온 그녀가 이번에는 명화에 대한 단상을 들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 지금도 일 년에 두 차례 전 세계로 예술 기행을 떠난다는 함정임은 길 위에서 만나 소중한 인연이 된 작가와 작품 들을 자신의 오랜 친구처럼 우리에게 소개한다. 카라바조, 렘브란트, 존 싱어 사전트, 프리다 칼로, 반 고흐와 같은 익숙한 화가부터 베이컨, 발튀스, 에드워드 호퍼, 사이 톰블리, 토마스 스트루스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등의 현대 작가들까지 폭 넓게 아우르며, 미술에 대한 오랜 애정을 탄탄한 지식과 작가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중간중간 시의 형태로 쓰여진 부록을 통해 저자의 아름다운 문장을 음미하는 기쁨도 크다. 정보 위주의 딱딱하고 어려운 미술책에 만족하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이 에세이에 주목해보길 권한다. 풍부한 도판과 감성적인 해설을 통해 미술에 한 걸음 더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Part1 행복의 기술

그는 달리고, 나도 달린다
카지미르 말레비치, "달리는 남자"
태초에 소년이 있었다· 조슈아 레이놀즈 경

골방의 황금빛
렘브란트, "명상 중인 철학자"
젊은 날의 초상· 렘브란트

행복의 기술
존 싱어 사전트, "에나와 베티 워더머"

사랑의 항해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범선 위에서"
지리학자·요하네스 베르메르

이게, 다예요?
폴 세잔,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지워지다, 살아나다·카라바조, 라파엘로, 사이 톰블리

남자의 초상, 그는 누구인가
피터르 파울 루벤스, "한국 남자"
쏟아지는 햇빛, 그리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드워드 호퍼

사랑의 형상
르네 마그리트, "연인"

나눔의 기술, 예술의 공간
윌리엄 터너, '빛과 속도' 연작
물결 따라, 무지개를 따라, 향수의 끝에서·윌리엄 터너

황금빛의 행로行路
윌리엄 터너, "황금가지"
화가와 기차역·클로드 모네

Part2 기묘한 일상 속으로

움직이는 회화, 영혼의 두 흐름
요하네스 베르메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기묘한 일상 속으로·발튀스, 으젠느 앗제

우연과 필연 사이
자화상의 그녀들, 프리다 칼로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회한悔恨의 힘, 숭고의 미학
렘브란트, "돌아온 탕아"
감각, 그의 잔인한 손·프랜시스 베이컨

흰 두건의 아름다움
요하네스 베르메르, "물주전자를 든 젊은 여인"
파이프를 문 남자·귀스타브 쿠르베

영원의 잠 앞에서
만 레이, "영면에 든 마르셀 프루스트"· 파블로 피카소, "눈감은 남자"
구름으로부터, 바람으로부터 잠시 벗어나·펠릭스 나다르, 귀스타브 쿠르베

사진의 큰 역사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99센트"
토마스 스트루스, "페르가몬 박물관 II"

푼크툼, 하찮고도 하찮은
앙드레 케르테츠, "Bocskay-ter, Budapest"와 "서커스"
한낮, 죽음보다 깊은 잠, 그의 곁에 가고 싶다·빈센트 반 고흐

절망 속에서 피는 꽃
빈센트 반 고흐, "꽃 핀 편도나무 가지"
사냥이 끝나고 종소리가 울리면·피테르 브뢰헬

본문중에서

오래전부터 나는 '나'를 하나의 '작품'으로, '내 삶'을 하나의 '예술'로 볼 것을 제안해왔다. 예술은 더 이상 특수 계층만이 누리는 사치품이 아니며, 나와 절대 멀리 있지 않다.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 얼마든지 예술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그러는 과정에 예술적인 눈이 열리고, 또 뜻밖에 예술이 탄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39쪽)
루벤스의 그림 "한복을 입은 남자"가 "한국 남자"가 되고 또 소설 주인공 '안드레아 코레아'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 작품과의 관계이다. 그리고 그 사이를 무한으로 질주하는 '상상'이라는 또 하나의 놀라운 세계이다. 세상은, 크게 두 부류, 상상하는 사람과 상상하지 않는 사람들의 집합체이다. 세상은, 꽃처럼 발견하는 자, 곧 상상하는 자의 것이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다시 우리를 먼 곳으로 이끈다. 그 사람은 누구인가. 아니 너는, 아아 나는 누구인가. 상상하라, 이 가을, 눈 뜨고도 상상하라. 그러면 자연은 놀라운 풍경(神殿)이 되고, 세상은 나의 작품(舞臺)이 된다.
(/ p.79)

르네 마그리트는 20세기 초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물결의 핵심적인 화가. 그가 그린 수많은 신비로운 그림들은 정작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는 다다이즘의 모토를 멋지게 대변한다. 연인의 얼굴을 휘감은 흰 보자기도, 허공에 뜬 사과도,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뒤돌아선 신사의 뒷모습도, 그리스 여신의 얼굴에 흐르는 피는 '가시적인 이미지'일 뿐이다. 화가는 "연인"이라, "기억"이라, "향수"라 이름 붙여도, 정작 중요한 것은 보는 사람, 느끼는 사람의 것이다.
(/ p.91)

예술의 위대함은 간절하게 원하지만 누구도 해줄 수 없는 것을 스스로 이루도록 변화시키는 데 있다. 얼어붙은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주고, 혼탁한 정신을 정화시켜주며, 소멸해가는 생의 에너지를 고양시켜주는 것. 그리하여 삶의 숭고함을 깨닫는 힘. 12월의 밤, 내가 촛불을 켜고 렘브란트의 그림과 마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p.153~155)

'내가 본 것'과 유사한, 아니 흡사한 코드들이 환한 조명 아래 선명히 도드라질 때의 아뜩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실망스러운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즐거운 것도 아닌 기묘함으로 어리둥절해져서 불을 끄고 어둠 저편을 조용히 응시한다. 그때 나를 가둔 어둠상자를 울리며 중저음의 르네 지라르의 목소리가 몇 마디 들려온다. 어떤 예술품도 저 혼자 빚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 자기도 모르게 오래 보고 오래 익혀온 것들을 흉내 내게 마련이라는 것. 예술 행위의 흉내 내기모방에 면죄부가 있다면 바로 그 '자기도 모르게'에 있다는 것. 자기도 모르게 어디에서 본 것 같은 어떤 것을 저지르게 될 때 새로운 무엇인가가 탄생되기도 한다는 것. 내가 본 것, 내가 찍은 것들은 절대 예술품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아주 조악한 것들이다.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케르테츠의 사진들, 특히 관음증의 뒷모습을 보여준 "서커스"가 나에게 최고의 사진이라면, 내가 찍은 사진들, 특히 "서커스"를 나도 모르게 옮겨놓은 나의 "구경"은 최악의 것이다. 그러면서도 최고도 최악도 결국은 심장 뛰는 소리에 와서는 동일하다는 점을 부기해두고 싶다. 내 사진에 나타나는 케르테츠나 브레송적인 유사 재현을 아뜩함으로 넘겨버리면서도 나는 앞으로도 많은 부분 무수히 편재된 푼크툼(punctum)의 실체들과 기꺼이 마주칠 것이다.
(/ pp.196~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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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1964.02.07~
출생지 전북 김제
출간도서 35종
판매수 12,156권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버스, 지나가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중편소설 『아주 사소한 중독』, 장편소설 『춘하추동』 『내남자의 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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