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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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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고요한 저녁의 노래, 자연과 모성의 상상력

    1975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오랫동안 순정한 시선으로 시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김수복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 『외박』이 출간되었다.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는 생을 관조하는 깊이 있는 성찰과 더불어, 덤덤한 듯 보이면서도 꿈틀거리는 박력 있는 어조가 인상적으로 담긴 품격 어린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김수복 시인의 시에는 자연이 한가득 담겨 있다. 시인은 저녁노을, 너른 하늘과 구름, 숲의 나무들, 날아오르는 새들, 밤을 밝히는 달 등 다양한 풍경들을 생생한 이미지로 시화한다. 그에게 이런 자연의 한 장면들은 그 자체로도 의미있지만 시인 자신의 삶과 인간사 전반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배가 배 위에 떠 있다 몸이/출렁일 때마다 가라앉았다가 떠오른다//허공이다!//다시 배가 배 위로 올라간다/해를 배 위로 올려놓는 바다,//죽음이 끓어넘치는 바다,/해가 죽어서 배 위에서 내려온다//기뻐서 죽겠다는 듯이 깊이 가라앉아/벌겋게 달아오른 달의 눈빛을 보았다(「달의 눈빛을 보았다」 전문)

    독특하게도 시인은 ‘모성’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그것을 시적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자연의 모든 현상조차도 모성의 현상으로 바라보고 그 모성성을 드러”(정호승, 추천사)내는 이 시집에선 그래서 ‘젖’이라는 표현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이때의 모성성은 우리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어떤 절대자와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가능성으로 기능한다.

    잠이 들지 않는/갯벌을 들여다보는 밤//칠산 앞바다/젖을 빨아대는,//새벽에 깨어서 젖을 보채는/초승달에게도/슬며시 젖을 갖다 물려주는,//보름달 우리들 엄니(「모항」 전문)

    그 옛날,//창 너머 빈 하늘만을 어루만지셨다고 한다!//다음날,//인제 내린천변 노루목산장 입구 왼쪽 구석에 있는 나부상을 보고/춥겠다! 하며 젖꼭지를 만지다가//허공에 대고, 물었다//너도 젖 있냐?(「허공」 부분)

    대체로 길지 않은 시들을 쓰고 있음에도 그의 시들은 적지 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는 시인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는 언어를 간결하게 활용하면서 그 안에 깊은 사유와 녹록지 않은 여운이 담긴 서정을 함축해낸 데서 오는 감상이다. 나아가, “애가 나올라고 해도 참고 귤을 땄어, 우리는/하루방 할망들이 앳된 애들 얼굴을 만지며 웃는다”(「귤」)처럼, 그야말로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길어낸 단시(短詩)들 또한 시집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곧 저녁이 다가올 것이다/등불을 밝히고/높고 비천한/어둠과/별에게,/목숨을 바쳐/몸속에 집을 짓는/하늘에서/곧 종이 울릴 것이다/새들이 죽어서 날아갈 것이다(「탑」 전문)

    그는 자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외박』 전체를 통틀어 가장 뚜렷하게 각인되는 이미지를 꼽자면 아마도 ‘저녁’일 것이다. 앞서 말한 자연과 인간사의 합일을 지향하는 그의 시에 이렇듯 저녁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그려지는 것 역시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순간의 면모를 밝히고자 하는 시인으로서의 자의식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다시 ‘삶’으로 연결된다. 그는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해 다시 사유하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늘 재확인하며 “참회”(「하느님의 여인숙」)한다. 요컨대 시인은 저물어가는 것들 속에서 역설적으로 “생성을 노래”(한원균, 해설)하는 것이다.

    죽고//다시 사는 일이란//아침에서 저녁으로 건너가는,//이 나무에게서 저 나무에게로 건너가는,//나의 슬픔에서 너의 슬픔으로 건너가는,//너에게서 나에게로//나에게서 너에게로//죽음에서 이승으로 건너오는 일인 걸//새벽 눈발을 맞으며//새벽 산허리에 감기는,//훨훨, 죽음을 넘나드는 눈발이 되어//한 며칠 눈사람이 되어 깊이 잠드는 일인 걸(「겨울 메아리」 전문)

    그리하여 시인은 살아가는 동안 자연과 사람들 속에서 따스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피어 있는 한 존재이기를 꿈꾼다. 어쩌면 그것을 위해 그는 시를 쓰는지도 모른다. 자연 속에서 사람을 발견하고, 또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삶을 시로써 증명하는 것, 그리고 결국 우리 모두가 그런 삶 속에서 사랑과 자유로 충만해지는 데 한 송이 “연꽃”의 힘을 보태는 것, 그의 시는 그렇게 또 오늘을 살아간다.

    전 이 골목 안, 저 오래된 국숫집 담 밑에 핀//어머니 살아 돌아오신 꽃//사람과 사람 사이에//하느님 좋아하시는 사람꽃도 피었네요//아직도 갈 곳 없어 다가오는 구름도,//아, 그 아득한 첫사랑 파도도 아직 피어 있잖아요//저 해가 바다 너머 고요히//잠들기 전엔 가지 않을래요//아무리 부르셔도 이 골목 안//저 사람꽃 질 때까지//복종하지 않을래요//하루만,//딱 하루만 더 사람꽃으로 피어 있을래요!(「외박(外泊)」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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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복은 모성의 시인이다. 이 시집 전체를 관류하는 어떤 향기가 있다면 그것은 모유의 향기다. 이 시집을 읽다보면 내가 엄마 품에 안긴 아기가 되어 엄마 젖을 한참 동안 맛나게 먹고 있는 듯하다. 이 시집을 형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낱말을 하나만 든다면 단연 ‘젖’이다. 김수복 시인은 자연의 모든 현상조차도 모성의 현상으로 바라보고 그 모성성을 드러낸다. 그는 썰물을 해산의 고통에 빗대어 “갯벌이 탯줄을 내어/달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썰물이 지나가는 진통」)고 모성의 원형을 보여주기도 하고, “새벽에 깨어서 젖을 보채는/초승달에게도/슬며시 젖을 갖다 물려주는,//보름달 우리들 엄니”(「모항」)라고 모성의 극명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기도 하고, “지는 해의 젖을 빨려고 하자//무릎을 꿇고 해가//몸을 낮추어준다//새벽부터//저녁까지//종일 나오지도 않는 젖을 물고 있다”(「나귀」)라고 모성에 대한 강한 갈망을 드러낸다. 그는 이렇게 모성을 통하여 늘 자연과 합일을 이루어 인간 생명의 근원을 밝히고, “하느님!//이미 참회하고 있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하느님의 여인숙」) 라는 고백의 형태로 절대자와 인간의 관계를 부모 자식과 같은 모성적 관계로 승화시킨다. 그의 시를 읽을 때마다 촉촉하고 따뜻한 자연이라는 모성과 절대자라는 모성의 손길이 내 어깨를 감싸는 듯하다. 인간을 출산하는 자연의 모성적 모습, 그것이 김수복 시의 원형이다.
    - 정호승 시인

    목차

    제1부
    봄나무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저녁의 나무
    꽃이 피는 너에게
    동백꽃 지는 사이

    썰물이 지나가는 진통
    청모시조개 피는 눈빛
    파도의 고백
    물소리의 무릎을 베고
    서풍이 되어
    부활
    그림자

    빨래의 기억
    바람의 귀
    용문산 은행나무

    제2부
    외박(外泊)
    노을이 물드는 화석
    절벽
    일출봉
    골목
    꼬리
    봄눈
    낮달
    추어탕을 먹는 오후
    하느님의 여인숙
    운구를 지나며
    가슴

    허공
    모항
    배꼽
    연꽃이 나를 쳐다보았을 때

    제3부

    사람이 된 종소리
    늙은 의자 하나
    나무들은 무덤의 젖을 빨고 있다
    시간의 의자에 앉아
    폭풍의 언덕
    메아리
    몸의 묵상

    수도원
    주산지
    나귀
    달의 눈빛을 보았다
    허락
    홰치는 초승달

    제4부
    눈나무가 되어
    겨울 메아리
    미인석(美人石)
    새벽 산을 오르다가
    모른 척하고 돌아섰다
    한낮의 먹구름
    달이 두 엉덩이를 두드린다
    잠깐만요
    긴장
    호명
    노을
    서귀포 앞바다

    가을 바다
    먼동

    해설|한원균
    시인의 말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9종
    판매수 75권

    1953년 경남 함양 출생. 1975년 [한국문학]신인상으로 등단.
    주요 시집 [지리산타령] [낮에 나온 반달] [새를 기다리며] [또 다른 사월]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른다] [사라진 폭포] [우물의 눈동자] [달을 따라 걷다] [외박]등과 시론집 [우리 시의 상징과 표정] [상징의 숲] [문학 공간과 문화콘텐츠]등이 있다.
    편운문학상, 서정시학 작품상 수상. 현재 단국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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