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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피플 : 장강명 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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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대도시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자화상!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표백》의 작가 장강명이 선보이는 첫 번째 소설집 『뤼미에르 피플』. 신촌 ‘뤼미에르 빌딩’ 8층에 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곳을 오가는 인물들의 사연을 연작소설 형태로 그려냈다. 801호부터 810호까지의 주인공들을 통해 대도시 한복판 인간 군상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날카로운 현실 묘사와 기이한 환상성이 공존한다.

801호의 줄담배 피우는 어린 임산부와 가출 소년, 803호의 청각장애인, 808호의 쥐 형상을 닮은 반인반서의 청소년들, 809호의 알코올의존증을 앓는 엄마의 자살에 동조해 자해하는 어린 소년 등 평균적이고 정상적인 삶에서 벗어난 사람들. 작가는 ‘신촌’이라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공간을 무대로 내세우고, 현실에 감춰진 환상성을 통해 도시적 삶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출판사 서평

도시의 뒤편이 품은 마법 같은 자화상
현실에 감춰진 환상을 통해 도시적 삶의 실체를 들여다보기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좀 기괴하긴 해도 내가 르·메이에르 3차 빌딩과 그 주변을 사랑한 흔적이다. 삶을 긍정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는 동네를 사랑하게 되고, 결국에는 자기 동네에 대한 글을 쓰거나 노래를 짓거나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 역도 성립한다. 나는 청담동도 홍대 앞도 아닌 신촌을 다소 연민의 감정을 품고 사랑했다. 신촌은 마치 “너는 못생겼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다니게 된 여인 같았다. 나는 서툰 솜씨로나마 그 여인에게 진한 스모키 화장을 해주고 검은 드레스를 입혀주고 싶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355쪽)

《뤼미에르 피플》은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표백》의 작가, 장강명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신촌 ‘뤼미에르 빌딩’ 8층에 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 장소를 오가는 인물들의 특별한 사연을 연작소설로 담았다. 801호부터 810호까지의 주인공들을 통해 도시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 10편을, 작가만의 날카로운 현실 묘사와 환상적인 모습으로 그려낸다.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에서 작가는 도심의 역사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지닌 ‘신촌’이라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공간을 무대로, ‘빛, 광명’을 뜻하는 ‘뤼미에르(lumi?re)’의 의미와 관련한 ‘대도시의 한복판’, ‘현대성의 정점’에 붙박인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들을 펼친다. ‘아이들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 부자가 사는 세상과 가난한 자가 사는 세상, 몸이 갇힌 사람과 마음이 갇힌 사람, 언어가 있는 세계와 없는 세계’ 등의 이야기들을 통해 동시대적 삶의 좌표를 거침없이 그려 나가면서 독자에게 도시적 삶의 실체를 들여다보라고 요구한다.

“박쥐 인간들은 앞날을 걱정 안 해요. 그런 건 인간들이 하는 거죠.” (26쪽)

박쥐 인간이었을 때, 나는 그런 일들을 그냥 알고 있었다. 박쥐 인간들은 인간과 달리 현재가 과거와 분리되지 않는다. 조상들의 과거는 현재만큼이나 실제적이며, 미래는 현재에 없다. (12쪽)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의 평균적이고 정상적인 삶에서 벗어난 루저거나 잉여들이다. 801호의 줄담배 피우는 어린 임산부와 가출 소년, 802호의 하루아침에 전신불수가 된 일 중독자와 룸살롱 호스티스, 나이트클럽 웨이터 커플, 803호 청각장애인, 804호의 죽은 작가, 805호의 매로 돈을 벌고 쓰는 채무자와 재벌 2세들, 806호의 인터넷 여론 조작 전문 사설기관 팀-알렙의 멤버들, 807호의 결막염에 걸린 고양이를 갖다 버린 주인과 고양이 마티, 808호 쥐의 형상을 닮은 반인반서(半人半鼠)의 청소년들, 809호의 알코올의존증을 앓는 엄마의 자살에 동조해 자해하는 어린 소년 상호, 그리고 밤섬당굿의 당주가 될 운명을 지닌 810호의 대학생까지. 특이한 점은 이 루저들을 작가는 인간과 짐승의 형태를 띤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존재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반인반수의 일상은 우리 시대 루저들을 떠올리게 하며, ‘미래’의 유무와 상관없는 기이한 환상성을 보여준다. 또한 사건 기사가 등장하는 소설에서 우리는 이 픽션이 기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사실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하나의 원처럼 이어지는, 마법 같은 도시소설
“그 후로 편집장님 출판사에서 일종의 도시 전설이 탄생했다는 얘긴가요?” (118∼119쪽)

“이 단편집 속의 괴상한 사건들은 신비한 힘 때문에 벌어진 것일 수도 있고, 단순한 우연의 일치나 착각이 빚은 해프닝일 수도 있습니다. 모호하지요. 그런 모호함이 그분의 노림수겠고요.” (119∼120쪽)

<804호 마법매미>의 요절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인생과 세계에 별 대수로운 의미가 없으며, 그 사실을 알아도 죽지 않고 살 수 있고, 극단적인 허무주의와 쾌락 지상주의에 동시에 빠지면서도 자기혐오 없이 균형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111쪽)고 언급한다. 이 작가의 허무주의는 실제 작가 장강명의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주인공들의 환상성을 통해 비합리적이고 비가시적인 세계의 현존을 강조하고 있다. 소설 안에서 이야기하듯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혹은 도시 어느 한편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를 일종의 도시 전설 소설을 탄생시킨다.
<803호 명견 패스>의 청각장애인 재동은 다음 날 날씨를 예측하거나 시간을 맞출 수 있으며 비둘기, 개와 교감한다. <804호 마법매미>의 작가는 타인에게 재앙을 불러올 수 있으며, <810호 되살아나는 섬>의 밤섬굿 당주들인 새홀리기, 마리아, 이현수는 노래를 통해 자연과 사물의 질서를 바꿀 수 있다. 이런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초자연적인 능력과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면서도, <803호 명견 패스>에서 왜소증 환자인 여주인공이 정상인이 보지 못하는 1.3미터 높이에서 사람들의 허리와 궁둥이 그리고 노숙인의 세계를 발견하듯 다른 세계의 현실적인 묘사들도 그려낸다.
슬픔을 먹고 사는 <801호 박쥐 인간>의 소년, 목표적인 삶을 살다가 갑자기 쓰러진 자기의 모습에 자신의 삶보다 더 힘든 누군가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만든 <802호 모기>의 주인공, 재벌 2세들에게 맞으면서 사채 빚을 갚는 가장의 모습을 담은 <805호 돈다발로 때려라>, SNS의 허와 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806호 삶어녀 죽이기>의 김선균과 소연경까지,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에서 바로 옆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면들을 보여준다. 또한 외국 사료를 잘못 먹어 눈이 빨개지는 병에 걸려 버림받는 <807호 피 흘리는 고양이 눈>의 고양이, 반인반서(半人半鼠)로 살면서 완벽한 인간을 탄생시키기 위해 언제 엄마한테 죽을지 모르는 쥐 인간 <808호 쥐들의 지하 왕국>까지 미래가 보이지 않는 동물들의 실상까지 보여주면서, 그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 사회의 음울한 모습들을 기괴하고도 실감나게 담아낸다.
우리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것이 슬픔을 먹고사는 박쥐 인간일 수도 있고, 미래의 일을 예언하는 작가일 수도 있고, 우리가 엉겹결에 버린 길 고양이일지도 모른다. 뤼미에르 빌딩 8층에 거주하는 그들의 이야기들이 얼기설기 얽혀서 하나의 원처럼 이어진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그 이야기들 사이사이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작가는 보여준다. 작가가 하고 싶은, 그들을 통해 우리에게 주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추천의 글
문득 일상이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다. 오전 8시, 시청역에서 쏟아져 나와 고층 빌딩으로 흩어지는 사람들을 외계인이 본다면 그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현실이 기이하지 않다면 도대체 무엇이 혼란스러운 것인가? 이 소설은 현실을 말하면서도 현실에 감춰진 환상을 이야기한다. 박쥐 인간과 마법매미 그리고 동시성의 과학과 추리가 혼재하는 이 소설은 수준 높은 환상 교향곡이며, 그 안에는 음울한 이 사회의 마법 같은 자화상이 숨어 있다. -박성원(소설가)

대학가, 쇼핑몰, 맛집, 유흥과 환락의 거리, 대중문화와 인디 문화의 범람, 그리고 경의선 ‘신촌역’에 이르기까지 ‘신촌’이라는 지역은 도심의 역사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지닌,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토포스(topos)다. 지성과 욕망, 전통과 현대, 소비와 문화, 속도와 정체, 부와 가난 등을 모두 품고 있는 이 거리의 한복판에서 작가는 동시대적 삶의 좌표를 거침없이 그려나감으로써 독자에게 도시적 삶의 실체를 들여다보기를 요구한다. -정은경(문학평론가)

목차

801호 박쥐인간
802호 모기
803호 명견 패스
804호 마법매미
805호 돈다발로 때려라
806호 삶어녀 죽이기
807호 피 흘리는 고양이 눈
808호 쥐들의 지하 왕국
809호 동시성의 과학
810호 되살아나는 섬

해설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생태학: 정은경(문학평론가)
8층 복도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박쥐 인간이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은 슬픔과 눈물이다. 비탄에 빠진 인간 곁에 있으면 박쥐 인간의 피와 정신은 맑아진다. 그러나 박쥐 인간이 그 슬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인간들이 산림욕을 하며 나무가 내뿜는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 인간들의 날숨이 나무에 아무런 해를 미치지 않는 것처럼 박쥐 인간이 얻는 상쾌함도 인간들의 슬픔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사람에게 산림욕이 필수적이진 않지만 박쥐 인간에게 슬픔은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다를 뿐이다.
(13쪽)

왜 우리는 이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왜 박쥐 인간들은 인간의 곁에 있어야 하는 운명일까. 아마도 진화 단계에서 인간이 먼저 생겨나고, 박쥐 중 일부가 인간의 슬픔을 이용하는 법을 알게 됐으리라. 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깨친 뒤 다시 인간들 사이로 들어가버린 허망한 진화.
(31쪽)

『슬픔을 없애는 건 기쁨이 아냐. 슬픔은 분해되어서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마음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거야. 잘 썩지 않는 동물의 똥을 쇠똥구리가 분해해 양분으로 만드는 것처럼 박쥐 인간들은 인간의 슬픔을 분해하지. 박쥐 인간이 없으면 이 별은 사라지지 않는 슬픔으로 가득 차게 될 거야.』
(38쪽)

남자는 이때까지 한번도 죽음이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그간 참으로 안전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44년이 되도록 죽을 뻔했던 위기에 빠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하나? 하긴 자신도 모르는 새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라든가, 술 취해 집에 들어가는 길의 골목에서 죽음이 스쳐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죽음의 가능성을 실제 상황으로 인식했던 일은 전날까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다면 이 상황도 잘 대처할 수 있을 텐데, 지금 남자는 그저 어안이 벙벙하기만 하다.
(46쪽)

『목표가 있는 삶은 행복하다』라고 스티븐 코비가 말했다. 남자는 목표를 갖는 것이 대답 없는 질문과 공허에 빠지지 않는 길이라 믿었다. 존재와 의미에 관한 질문은 사람들을 아무 곳으로도 데려가지 못한다. 남자에게 진짜 인생을 사는 방법은 목표라는 한 점에 정신을 집중하고, 치열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자는 매사에 목표치를 두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간고사, 학기 말?학년 말 시험, 반장 선거, 대입 학력고사, 학점, 토익 점수, 취업, 근무 평점, 업적 평가, 승진 심사, 시공사 선정 주민 투표. 금연이나 체중 관리와 같은 생활 습관 교정은 물론이요, 심지어 연애와 결혼도 외교전의 일종이라 여겼다. 그렇게 해서 국내 건설업계 최고라는 회사에 들어가 승승장구했고, 예쁘고 똑똑한 아내도 얻었다.
(52∼53쪽)

만약 누군가가 유언을 대신해 두 권의 소설을 남긴다면, 전하려는 메시지는 그중 한 권의 책에만 담겨 있는 게 아니라 양쪽 책에 나뉘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뤼미에르 피플》의 구조를 생각해보면 더 그렇습니다. 이 책의 단편들은 모두 제각각 독립적이지만 서로 느슨하게 연관돼 있지요. 그러나 그 연관성이 시사하고자 하는 바는 뭔가 명확치 않습니다. 이 소설집을 읽고 난 사람은 뭔가 작가가 더 감춰놓은 메시지가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겁니다. 《뤼미에르 피플》은 《시간의 언덕, 현수동》과 함께 읽어야 제대로 이해가 되는 책이 아닐까요?』(123쪽)

『〈마법매미〉에는 저와 이름과 직업이 같은 나연이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그 인물이 작가를 인터뷰했을 때 나온 걸로 보이는 문장들이 박스 처리가 되어 글 중간중간에 등장하죠. 저도 그를 소설이 아닌 실제 세계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희가 나눈 대화는 소설에 나오는 것과는 달랐어요. 그런데 그는 교묘하게 사실과 거짓을 섞어서 뭐가 뭔지 헷갈리게 만들어버렸어요. 당사자로서 제가 불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소설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한 걸까요? 같은 이야기라도 그런 혼란을 피할 수 있게 얼마든지 다르게 쓸 수 있었어요. 그냥 사람 이름과 관계만 바꾸면 되는 거였잖아요. 왜 꼭 그런 식으로 썼어야 했던 거죠?』
(125쪽)

삼궁이 생각하기에 인터넷의 등장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과 맞먹는 변혁이었다. 앞으로 인류는 오프라인에서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문자 그대로 온라인 세상에서 살 것이다. 반응해야 할 자극이 초 단위로 들어오고, 한번에 수천수만 명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은 새로운 사교 규범과 사교술을 불러올 것이다.
(172∼173쪽)

계단을 내려오면서 아이는 다시 세계와 동조를 시작했다. 이번에 세상은 커졌다가 줄어드는 대신 천천히 깜빡이기 시작했다. 눈을 감지 않는데도 저절로 시야가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 심장박동 수 1, 2에서 점점 밝아져 3에서 가장 환해졌다가, 4에서 어두워지고, 5가 지나면 앞이 완전히 깜깜해졌다. 그리고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5

저자 장강명은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공대를 나와 건설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동아일보》에 입사해 11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을, 『2세대 댓글부대』로 제주4.3평화문학상을,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호모 도미난스』,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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