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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자의 고독 [양장/개정판]

원제 : Uber die Einsamkeit der Sterben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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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문명화가 낳은 현대인의 새로운 숙명
‘고독한 죽음’

[문명화 과정] 의 저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죽음에 대한 성찰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죽음은 사회생활의 배후로 밀려났고, 위생적으로 제거되었다.
시체는 악취 없이 신속하게, 죽음의 병상에서 무덤으로
너무도 완벽하게 기술적으로 처리된다."

[죽어가는 자의 고독](1982)은 대작 [문명화 과정](1939)으로 사회학계의 거장 반열에 오른 노르베르트 엘리아스가 생애 말년에 남긴 죽음에 대한 성찰, 고독한 죽음의 사회학이다. 현대인은 전례없이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고 평균수명도 크게 늘었지만, 오히려 외로운 죽음은 점점 늘고 있다. 엘리아스는 이를 ‘문명화’의 부작용으로 진단한다.
죽음은 단지 생물학적 과정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고독한 죽음은 문명화된 인간 사회가 죽음을 회피하고 멀리하며, 죽음에 대한 생각을 억압해온 결과다. [문명화 과정]에서 오늘날의 서구인이 어떤 사회적, 역사적 변천을 통해 탄생했는지를 면밀히 추적했던 엘리아스는 죽음에 대한 태도와 관념 역시 ‘문명화 과정’의 산물로 본다. ‘문명’은 죽음을 위생적으로, 신속하게 배제했다. 문명화 과정에서 사회적 삶의 배후로 밀려난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성性과 죽음이다.
엘리아스의 관심은 문명의 위생화 과정이 살아 있는 자의 권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죽어가는 자들, 노인들을 격리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엘리아스가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은 철저하게 사회학적이다. 그는 죽음이 사망증명서와 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살아 있는 자와 죽어가는 자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학적 문제임을 환기시킨다.
죽음을 끊임없이 은폐하면서 삶을 통제하는 현대 문명의 야만성, 그 그늘에서 외롭게 죽어가는 사람들. 엘리아스는 현대인의 죽음을 분석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인간 삶의 총체성, 죽음을 끌어안은 삶의 회복을 역설한다.

[책 내용]

문명화 과정과 현대인의 고독한 죽음


[죽어가는 자의 고독]은 죽음에 대한 태도의 역사적 유형 세 가지를 언급하며 시작한다. 첫째는 지옥이나 천국 같은 내세의 관념을 통해 죽음 이후에도 삶이 계속된다는 연속성의 신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죽음에 대처하는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방법이다. 둘째는 죽음을 가능한 한 멀리하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억압하거나 회피함으로써 타인의 죽음과 나를 분리시키고 자신의 불멸성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이다. 이는 현대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태도다. 셋째는 죽음을 생물학적 사실로 인정하면서 타인과 나의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죽음에 대한 태도의 변천이 왜 발생했고 현재 우리가 놓인 지점은 어디인지 탐구한다. 여기서 죽음에 대한 유형론과 그 이행 기제에 대한 논의가 엘리아스의 주저이자 가장 포괄적인 저술 [문명화 과정]의 관점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문명화 과정]에서 엘리아스는 중세까지 거슬러올라가 문명화된 예절의 발생 계보를 추적한 바 있다. 대표적인 엘리아스 연구자인 스티븐 메넬은 [죽어가는 자의 고독]이 ‘서구 세속 상류층의 행동 변화’를 다루는 [문명화 과정] 1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그 확장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책은 [문명화 과정] 2권에서 다루는 물리적 폭력 독점의 역사와 개인의 심리적 구조 변화 논의와도 밀착되어 있으며, 그것을 죽음이라는 주제 속에 구체적으로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죽어가는 자의 고독]은 이러한 이론적, 역사적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문명의 발달과 그에 따른 죽음에 대한 태도 변화를 긴 안목에서 조망하며 통찰한다.

중세의 죽음과 현대의 죽음

필리프 아리에스는 [중세에서 현대까지 서구 죽음의 역사]에서 중세의 평온하고 고요한 죽음과 현대의 난폭하고 금지된 죽음을 대비시킨다. 하지만 엘리아스는 아리에스의 관점이 과거를 이상화하면서 "좋았던 과거의 이름으로" 현재를 단죄하는 일방적 관점이라고 본다.
과거의 죽음은 사적이지 않고 공개적이었으며, 사회적 성격을 띠었다. 아이들도 죽음의 장면에 친숙했고 죽음의 의례와 장소는 일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러나 엘리아스는 이 죽음이 친숙한 죽음이기는 했지만, 결코 평온한 죽음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즉 그 시대에 죽음을 둘러싼 태도는 교회가 조장한 지옥의 공포 탓에 환상과 두려움으로 점철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또 전염병과 전쟁이 수시로 삶을 위협했고, 지금과 비교했을 때 고통을 덜어줄 의술이 발달한 것도 아니었다. 반면 오늘날 죽음에 대한 태도는 죽어가는 자에게는 외로움으로, 살아 있는 자에게는 낯섦과 당혹스러움으로 대별된다. 현대인의 죽음은 ‘외로운’ 죽음이며, 죽어가는 자의 곁을 지켰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죽음은 고립되고 말았다.
엘리아스는 이런 현대의 죽음을 임종의 순간뿐 아니라 노화 과정에까지 확장시켰다. 그에게 현대의 죽음은 노화와 밀착되어 있다. 즉 노인들이 사회로부터 서서히 격리되고, 타인들 눈에 삶과 다른 무엇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데서 죽음은 출발하는 것이다.
엘리아스는 이러한 죽음의 격리, 죽음 그리고 죽어가는 자에 대한 태도, 죽어가는 방식 자체의 변화가 문명화 과정에서 발생한 다른 모든 정서적 변화와 보조를 같이한다고 본다. 문명화 과정은 수치심과 당혹감의 수준을 높이는 외적 기제의 형성과 이것을 내면화한 자기 통제적 자아의 형성 과정이다.

문명화된 죽음 = 위생적인 죽음

문명은 죽음을 배제한다. 그것도 위생적이고 신속한 방식으로. 현대인이 죽음에 대해 보이는 태도의 특수성은 자기 불멸성의 환상과 죽음에 대한 꺼림이다. 이 둘은 서로를 강화시키는 피드백 구조를 지닌다. 이러한 태도는 현대에 와서 죽음을 둘러싼 지식의 탈신비화가 본격화된 현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과거의 집단적인 소망적 환상과 그에 결부된 불안들은 많이 사라졌지만, 현대인에게는 개별적 환상, 즉 자기 불멸성의 환상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이 환상은 국가에 의해 폭력의 효율적 독점이 이루어지면서 삶의 안전성이 높아지고, 현대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기대수명이 연장된 것과 연관된다. 생명 연장을 둘러싼 현대 의학의 부풀어진 기대 또한 개인의 자기 불멸성 환상을 더욱 부추긴다.
그러나 문명화 과정과 관련해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죽음의 이미지다. 문명인에게 죽어간다는 것은 폭력적 행위이다. 인간에 의한 것이 아니더라도 노화라는 자연적 부패 과정은 죽어가는 자에게나 이를 바라보는 자 모두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현대인의 죽음에 대한 꺼림은 국가에 의한 폭력 독점과 사회의 내적 안정이 진척되어 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고도로 높아진 데 따른 결과이다. 또 현대인의 감각으로 볼 때 죽음은 더럽고 냄새나는 것이다. 말년에 후두암으로 고통받던 프로이트에게서는 심한 악취가 났고, 사르트르는 배설 호스를 몸에 달고 다녀야 했다. 현대인은 프로이트와 사르트르의 죽음을 냄새나는 죽음과 깨끗하지 못한 죽음이라는 위생관념과 결부시킨다. 분명 죽어가는 과정은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현대인의 감각에 깊이 새겨진 청결, 위생 강박은 더욱더 죽음을 회피하게 만들고 격리시키게 된다.
엘리아스는 인간 삶의 모든 동물적 측면을 억압하고 사회생활의 뒷면으로 밀어넣는 문명화 과정이야말로 죽음을 인간의 삶에 남아 있는 동물적 측면 혹은 삶에 가해진 폭력으로 간주하게 하고, 그 때문에 죽음은 부끄럽고 당혹스러운 것이자 잔혹한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비공식화 과정: 성과 죽음

문명화 과정에서 사회적 삶의 뒤편으로 밀려난 대표적인 예가 성과 죽음이다. 인간 삶의 정상적인 구성요소 중에서 성과 죽음은 동물적인 것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다. 그러나 엘리아스는 20세기 들어 성의 영역에서는 죽음의 영역과는 구별되는 사회적 과정이 진행된다고 지적한다.
엘리아스는 성의 영역에서 발생한 ‘관용’의 확장, 수치심과 당혹감의 저하가 1960-70년대 발생한 비공식화 과정의 여파라고 본다. 비공식화 과정은 상향 이동하는 집단이 지배적 행위 코드를 위반하고, 그 결과 행위에 있어 대안들이 증가하며, 이후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 사람들도 방어적 태도를 버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1960년대 이후 부모와 자식,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서 일어난 변화이다. 부모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자식들에게 허용되고 성에 대한 대화도 부모자식 간, 이성 간에 보다 자유롭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와서도 죽어가는 과정과 죽음은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비밀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죽음은 더욱 비공개적이고 비밀스러운 과정이다. 죽음, 묘지, 죽어가는 자, 썩어가는 시체에 대한 묘사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빈자리’이다. 엘리아스는 성의 영역에서 진행된 비공식화 과정과 비교할 때 죽음의 영역에서는 죽음을 가두고 고립시키고 숨기려는 경향이 더욱 증가했다고 판단한다. 그뿐 아니라 성의 영역에서 진행된 비공식화 과정은 죽음을 더욱 당혹스러운 것으로 만들어놓았다. 즉 성과 죽음의 영역에서 비공식화 과정의 차별적 전개는 죽음의 상황을 더욱 곤혹스러운 것으로 보게 만들었다.
엘리아스는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죽음에 대한 사회적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먼저 아이들이 가지는 죽음을 둘러싼 위험한 환상들에 대해서, 어른들이 인간 존재의 유한성이라는 생물학적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죽어가는 자에게는 위생적 환경보다 정서적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의 지성들이 펼치는 깊이 있는 사유와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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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시리즈


01. [증여의 수수께끼](모리스 고들리에)
02~03. [진리와 방법 1, 2](한스게오르크 가다머)
04. [역사: 끝에서 두번째 세계](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05. [죽어가는 자의 고독](노르베르트 엘리아스)

― 근간
[멜로드라마의 상상력](피터 브룩스) [독특한 근대성](프레드릭 제임슨)
[검은 피부, 하얀 가면](프란츠 파농), [어리석음](아비탈 로넬)

목차

죽어가는 자의 고독
부록|노화와 죽음: 몇 가지 사회학적 문제들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연보
해설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죽음은 사회생활의 배후로 밀려났고, 위생적으로 제거되었다. 역사상 그 어떤 선례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체는 악취 없이 신속하게, 죽음의 병상에서 무덤으로 너무도 완벽하게 기술적으로 처리된다.
(/ pp.30~31)

우리 시대에 죽어가는 사람들 곁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각별하다고 할 당혹감은 죽음과 죽어가는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최대한 배제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다른 이들로부터 철저히 격리한다는 사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 p.31)

죽어가는 사람에게서 물러서는 살아 있는 자들, 그리고 그 주위로 점차 번지는 침묵은 임종 이후에도 계속된다. 시신 처리와 묘지 관리에서 그 점이 잘 나타난다. 오늘날 이 둘은 대부분 가족, 친지, 친구의 손을 떠나 돈을 받고 일하는 전문인의 손에 맡겨져 있다.
(/ p.37)

서구 선진 사회에서 죽어가는 것과 죽음의 체험이 가진 특수성은 개인주의화 과정을 언급하지 않고는 적절히 이해할 수 없다. 개인주의화는 르네상스 시기에 시작되어 많은 변천을 거치면서 오늘날까지 지속된 강력한 과정이다. 개인주의화의 초기 단계에서 우리는 활기찬 삶과 고독한 죽음이라는 대조적 관념을 찾아볼 수 있다. ......‘외로이’ 죽는다는 관념은 비교적 최근에 개인화와 자아인식이 발전한 단계의 것이다.
(/ pp.65~66)

우리는 보다 공개적으로 그리고 분명하게 죽음에 대해 말해야 할 것이다. 설령 죽음을 더이상 신비스러운 것으로 제시하지 않게 되더라도 말이다. 죽음은 숨겨야 할 어떤 비밀도 없다. 어떤 문도 열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죽음을 더이상 배제하지 않고 인간 삶의 총체적 구성인자로서 인간의 표상 속에 끌어들일 때 스스로를 외로운 존재로 느끼는 ‘갇혀 있는 인간’이라는 에토스는 급속히 약화될 것이다.
(/ pp.73~74)

저자소개

노르베르트 엘리아스(Norbert Elias)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97~1990
출생지 폴란드 브레슬라우
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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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년 독일 브레슬라우(오늘날 폴란드 브로츠와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슬라우 대학에서 의학과 철학, 심리학을 공부했다. 1924년 [이념과 개인Idee und Individuum]이라는 제목으로 철학박사 학위 논문을 발표했으나 지도 교수와의 마찰로 결국 사회학으로 돌아선다. 1925년 당시 사회과학과 철학의 중심지였던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사회학 공부를 시작했다. 1930년 헝가리 태생의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Karl Mannheim을 따라 프랑크푸르트 대학으로 가서 그의 조교로 활동했다. 1933년 나치가 집권하고 만하임의 사회학 연구소가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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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복지국가 가족지원정책에 대한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회정책, 복지국가론, 사회복지역사 등을 강의하고 있다. 복지국가 비교, 한국 여성 및 노인가구의 빈곤 및 불평등에 대한 논문을 썼고, [미디어 문화], [카오스의 아이들](이상 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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