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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걸음 : 세계는 왜 뒷걸음질 치는가

원제 : (A)passo di gamb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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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세계, 우리는 가재걸음 중이다!

위트로 무장한 달변가이자 세계적 석학인 움베르토 에코의 『가재걸음』. 에코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와 주간지 『레스프레소』에 기고했던 칼럼과, 학회 세미나와 토론회에서 발표한 강연문 중에서 특히 정치와 대중 매체에 관련된 것들만 추려 엮은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가재걸음 치는 세계, 즉 역사의 흐름을 거슬러 역행하는 세계로 요약될 수 있다. 세상이 온통 새로운 천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던 시기에, 에코는 오히려 2000년대가 보여 주는 불안한 현실을 포착해 낸다.

이 책에서 에코는 정치와 미디어 포퓰리즘이라는 두 개의 큰 줄기를 중심으로, 전쟁, 노출증, 교육, 과학, 법률, 다민족 사회, 생명, 음모론 등 수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언뜻 아무런 관련성도 없어 보이는 이런 다양한 주제들의 나열은 다방면에 뻗어 있는 그의 관심사의 발현인 동시에, 〈가재걸음〉이라는 현상에 대한 조망을 가능케 한다.

출판사 서평

냉전의 시대 이후 다시 찾아온 열전(熱戰)의 비극
그리고 미디어 포퓰리즘 뒤에 숨겨진 세상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


“최근의 사건들은 역사가 언제나 전쟁의 형태 안에서 되풀이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우리는 주체할 수 없는 광신주의와 근본주의에 이끌린 암흑 시대에서처럼 십자군을 선언하며 여전히 서로를 죽이고 있다.”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세계, 우리는 가재걸음 중이다!

위트로 무장한 달변가이자 세계적 석학인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가재걸음』이 출간되었다. 에코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와 주간지 『레스프레소L'Espresso』에 기고했던 칼럼과, 학회 세미나와 토론회에서 발표한 강연문 중에서 특히 정치와 대중 매체에 관련된 것들만 추려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가재걸음 치는 세계, 즉 역사의 흐름을 거슬러 역행하는 세계로 요약될 수 있다. 세상이 온통 새로운 천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던 시기에, 에코는 오히려 2000년대가 보여 주는 불안한 현실을 포착해 낸 것이다.
에코가 쓴 글이라면 모름지기 독자들로 하여금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지식의 대향연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는 『가재걸음』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이 책에서 에코는 정치와 미디어 포퓰리즘이라는 두 개의 큰 줄기를 중심으로, 전쟁, 노출증, 교육, 과학, 법률, 다민족 사회, 생명, 음모론 등 수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언뜻 아무런 관련성도 없어 보이는 이런 다양한 주제들의 나열은 다방면에 뻗어 있는 그의 관심사의 발현인 동시에, 〈가재걸음〉이라는 현상에 대한 조망을 가능케 하는 하나의 세밀한 지도이며 에코만의 독특한 저술 방식이다.
에코는 〈비판은 엄격하고 무자비해야 한다〉는 일종의 전제로 이 책을 시작한다. 에코가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것들은 대부분 관성화된 세상과 관련된 것이다. 관습이라는 이름 아래 타당한 이유나 근거 없이 세상에 만연한, 그중에서도 악습에 의해 타락한 세태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비판의 권리가 검열에 의해 묵살되지 않을 때에야 대중의 분노를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전작들과 비교하여 그 어느 때보다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쓴소리를 내뱉는다. 이 책에서 에코 특유의 사물에 대한 탁월한 분석과 날카로운 해석은 서슬 푸르게 살아 있고, 곳곳에 배치된 청산유수와도 같은 위트와 블랙유머는 여전하다.

열전과 미디어 포퓰리즘

에코는 먼저 걸프전과 코소보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전을 통해 그 전쟁들의 속성과 그 안에 숨은 모순을 밝힌다. 제2차 세계 대전을 끝으로 냉전의 시대에 돌입한 세계는 이후 다시 열전의 시대로 역행하는 행태를 보인다. 신전쟁으로 통칭되는 이러한 현상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냉전 이전의 시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결국 강대국들의 권력 남용에 희생되는 주변국들은 구시대적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대를 역행하게 될 뿐이다.

따라서 9월 11일 시작된 신전쟁은 승리한 싸움이 아니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해결한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부시가 이번 전쟁을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이끌었는지 독자들에게 설명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논쟁의 핵심은 이것이 아니다. 핵심은 신전쟁에서는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유능한 군사 지도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십자군의 옹호자들은 십자군이 신전쟁의 모순과 그 조건들을 창출한 국제 상황에서는 진행될 수 없는 영원한 구전쟁의 형태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_33~34쪽

세계의 역행에 대해 핏대를 세우던 에코는 〈분명히 새로운 무언가, 전례가 없던 무언가가 일어났다〉며 당황한다. 한 나라의 최대 미디어 그룹을 소유하고 있는 개인, 즉 사기업의 수장이 정부의 수장이기도 한 정부가 이탈리아에 수립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원인과 결과의 고리가 곧바로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여당이 통제하는 의회가 법안을 가결해서 정부의 우두머리가 엄청난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은 소시민적 수준의 일상에서 주고받고, 사고파는 그들의 개념과는 맞지 않는다. 기껏해야 패키지여행으로 이국적인 해변에서 일주일의 휴가를 보내는 것이 소원인 이 유권자들에게 역외 조세 피난처에 대해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_153쪽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나타난 이런 정치 행태는, 정치권력과 개인의 완벽한 융합이라는 맥락에서 보자면 그다지 새롭지도 않고, 전례가 없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결국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방식의 차이일 뿐, 본질적으로는 아주 먼 과거의 비민주적인 정치 행태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 당시 황제는 국가의 절대적인 주인이었으며, 원로원이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황제는 오로지 자기 근위대의 호위만을 필요로 했고 급기야 그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의 말[馬]을 원로원으로 임명했으며 자작시를 낭송할 때 환호를 보내지 않는 신하들의 손목을 자르게 했다. _241쪽

전쟁과 평화, 그 밖의 다른 것들

이후 에코는 다시 전쟁에 시선을 돌려 문화인류학과의 상관성을 풀어내고,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원인과 전쟁의 형태를 근본주의, 원리주의, 인종주의의 개념 및 내전, 레지스탕스, 테러리즘의 관점에서 되짚어 본다. 이런 다양하고 복잡한 맥락 속에서 에코가 내놓는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다른 문화와 인종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소통의 부재가 전쟁의 주된 원인들 중 하나이며, 이는 중세 시대 십자군 전쟁의 발발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서, 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의 적대적이고 구시대적 사상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는 것이다.

전쟁 중에는 문화 인류학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틈이 없다는 핑계는 대지 마시라. 로마는 게르만 부족들과 전쟁을 치르면서 그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타키투스를 필요로 했다. 문명 간의 충돌이 일어났을 때는 대포를 제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연구도 병행되어야 한다. 히틀러가 강제 수용소로 보내려고 했던 뛰어난 물리학자들을 받아들인 나라라면 이를 아주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_251쪽

에코가 21세기의 현실을 비판하고 바로잡기 위해 사용하는 예시들은 황화론, 안티진화론, 반유대인 정서, 그리고 십자군의 귀환 등 철저히 구시대적 산물들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현시대의 상황과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은 에코에게, 그리고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우리에게 비극으로 다가온다. 에코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쟁이〉가 되자고 주장한다. 선조들이 이룩해 놓은 업적을 토대로 한 건전한 대립과 소통이 인류의 진보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옛것과 새것 사이의 이질감, 다른 문명과 인종에 대한 적대감을 없애기 위해 끊임없는 대화의 시도, 이해와 관용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 시대를 최악이라 평가하는 분석가는 동시대인들이다. 나의 거인들은 나에게 좌표가 부족하고 미래를 분명하게 예측할 수 없는 과도기적인 공간들이 있다고 가르쳤다. 우리는 여전히 이성의 계략과 시대정신의 미묘한 음모들을 이해하기 못하고 있다. 아마도 건강한 부친 살해의 개념이 다양한 형태 안에서 다시 떠오르고 있을지 모른다. _439쪽

에코는 책의 마지막에서 새로운 천 년이 지향해야 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어느덧 여든에 들어선 노학자의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며, 동시에 이 새로운 천 년을 이끌어 갈 젊은이들에게 남기는 애정 어린 당부이기도 하다.

내가 죽음을 떠올리며 느꼈던 슬픔에 의심이 들기 시작할 것이고, 보물 같은 내 경험들을 모두 잃을 것이라는 상실감은 내가 살아남음으로써 숨 막힐 듯하고, 시들하고, 곰팡내 나는 경험들이 짜증스러워진다고 느끼는 감정과 같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래도 나는 후대의 사람들을 위해 병 속의 편지를 남기면서, 성 프란체스코가 자매라고 불렀던 죽음을 기다리듯이 나에게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_448쪽

서구, 특히 이탈리아의 국내외적 정치 상황과 사회 변동의 추이가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 책의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상황과의 공통분모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2006년에 출간된 이 책이 2012년 대한민국에서 출간의 의의를 가지는 이유는 현 시대,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역사의 보편성이 있기 때문이다. 에코가 이 책에서 우려하고 비판하려는 현상이 더욱 명확해지는 지금 이 시점에 읽기 좋은, 움베르토 에코가 내놓는 또 하나의 역작이다.

목차

가재걸음

1. 전쟁과 평화, 그 밖의 다른 것들
전쟁과 평화에 대한 몇 가지 고찰 / 미국을 사랑하라. 그리고 평화로 나아가라 / 유럽의 전망 /
늑대와 양. 남용의 수사학 / 계몽주의와 상식 / 놀이에서 카니발까지 / 사생활 실종 / 정치적 올바른 말하기 / 사립 학교란 무엇인가 / 과학, 기술과 마술

2. 한 정권에 대한 기록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2001년, 도덕적 선거를 위한 호소 / 2001년 선거와 구(舊)공산주의자들의 전략 / 미디어 포퓰리즘에 관해 / 우리와 외국인 / 역사 돌아보기 / 더 나빴을 때가 더 나았을까? / 법을 향한 반란 / 쿠네곤다 파스타 / 제국 말기의 연대기

3. 거대한 게임으로 돌아가기
왓슨 박사와 아라비아의 로렌스 사이 / 말은 돌이다 / 1970년대로 돌아가기 / 가미카제와 암살범들

4. 십자군의 귀환
성전, 열정과 이성 / 다민족 사회에서 협상하다 / 예루살렘 점령. 생방송 보도 / 미스 월드, 근본주의자들과 나환자들 / 우리는 전(前)아담론자에게서 무엇을 배울까?

5. 백과전서와 그 밖의 다른 것들
유럽의 뿌리 / 십자고상의 관행과 풍습 / 배아의 영혼에 관해 / 우연과 지적 창조 / 내 아들한테 손대지 마! / 신을 믿지 않는 자는 모든 것을 믿는다 / 상대주의?

6. 인종 보호
이탈리아인들은 반유대주의자인가? / 음모 / 나의 가장 좋은 친구들 / 그녀의 가장 좋은 친구들

7. 새 천 년의 황혼
꿈 /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 죽음의 득과 실에 관해

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움베르토 에코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320105

기호학자인 동시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볼로냐대학교의 교수이다. 1932년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변호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세 철학과 문학으로 전공을 선회, 1954년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학위논문을 발간함으로써 문학비평 및 기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62년 토리노대학교와 밀라노대학교에서 미학 강의를 시작했으며, 최초의 주요 저서인 『열린 작품 Opera apertas』(1962)을 발간해 현대미학의 새로운 해석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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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1973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움베르토 에코의 『가재걸음』과 『적을 만들다』, 조르조 바사니의 『금테 안경』, 엘레나 페란테의 『홀로서기』를 비롯해 『나는 침묵하지 않는다. 오리아나 팔라치, 나 자신과의 인터뷰』 『돈의 발명』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 『디오니소스의 철학 세트』(전2권) 『사랑과 욕망, 그림으로 읽기』 『그림 속의 강아지』 『Coffee & Caffe』 『잘가요 내사랑, 안녕』 등 인문ㆍ문학ㆍ예술 분야의 다양한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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