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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말림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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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book)의 깊이와 잡지(magazine)의 넓이를 결합한 새로운 매체형식을 통해 소수성과 타자, 혁명에 대하여 이야기해 온 ‘부커진’ 『R』이 이번 4호에서 특집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휘말림’이다. 2002년 이후로 광장은 휘말림의 공간이었다. 미선ㆍ효순 추모 촛불집회, 탄핵반대 촛불집회를 거쳐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기존과는 다른 성격의 대중들이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집회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

출판사 서평

책(book)의 깊이와 잡지(magazine)의 넓이를 결합한 새로운 매체형식을 통해 소수성과 타자, 혁명에 대하여 이야기해 온 ‘부커진’ 『R』이 이번 4호에서 특집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휘말림’이다. 2002년 이후로 광장은 휘말림의 공간이었다. 미선?효순 추모 촛불집회, 탄핵반대 촛불집회를 거쳐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기존과는 다른 성격의 대중들이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집회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 광장뿐만이 아니었다. 평택 대추리와 새만금, 5차에 걸친 희망버스, 두리반과 명동 마리, 그리고 해군기지 건설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제주의 강정마을까지. 이렇게 수많은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항과 연대의 모습을 『R』 4호는 ‘휘말림’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살피면서, 이 휘말림들이 보여 주고 있는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에 대해서 모색해 보고자 한다.

‘휘말림’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
촛불집회부터 나꼼수까지, ‘휘말림’의 사건들에 대한 고찰!


책(book)의 깊이와 잡지(magazine)의 넓이를 결합한 새로운 매체형식을 통해 소수성과 타자, 혁명에 대하여 이야기해 온 ‘부커진’ 『R』이 이번 4호에서 특집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휘말림’이다. 2002년 이후로 광장은 휘말림의 공간이었다. 미선ㆍ효순 추모 촛불집회, 탄핵반대 촛불집회를 거쳐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기존과는 다른 성격의 대중들이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집회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 광장뿐만이 아니었다. 평택 대추리와 새만금, 5차에 걸친 희망버스, 두리반과 명동 마리, 그리고 해군기지 건설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제주의 강정마을까지. 이렇게 수많은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항과 연대의 모습을 『R』 4호는 ‘휘말림’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살피면서, 이 휘말림들이 보여 주고 있는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에 대해서 모색해 보고자 한다.
‘휘말림’이라는 주제는 2011년 ‘수유+너머N’이 일본 오사카대학의 ‘횡단하는 대중문화 연구단’과 진행했던 ‘국제워크숍’에서 촉발된 것이다. 오사카대학 연구단의 좌장인 도미야마 이치로는 이 워크숍의 발표문에서, 오키나와 문제를 연구하고 관련 활동을 하면서 ‘올바른 연대를 위해 올바른 지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거론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올바른 지식’에 대한 강조가 ‘연대를 말하면서도 휘말려들지 않겠다는’ 이야기이며, 운동의 가능성은 ‘휘말려 들게 할 수 있는 말’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는 곧 『전장의 기억』과 『폭력의 예감』 등의 저서를 통해 도미야마가 말하고 있는 ‘예감’의 문제와 다르지 않다.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미 남의 일이 아니라는 감각, 타자와 내가 포개어지는 신체감각으로서의 예감이 바로 휘말림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니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예감’할 때, 우리는 휘말려 든다.
생각해 보면, 지난 10년간 한국사회에서 있었던 ‘휘말림’의 사건들은 모두, 신자유주의의 혹독함 속에서 살아 나가야 했던 이들이 느낀 이런 ‘예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살던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예감, 공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예감, 안전하지 못한 먹거리를 내가 먹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 그것은 또한 이미 쫓겨나고, 해고되고, 병들고 있다는 자각일지도 모른다. 『R』 4호는 이렇게 휘말려든 자리에서 대중은 기존과는 완연히 다른 저항과 삶의 방식을 창안해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2008년의 촛불집회가 저항이 축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이래, 많은 저항의 장들은 일회적인 항의가 아니라 상시적인 예술과 삶의 장소로 변환되었다. 홍대의 독특한 문화와 결합해서 문화와 예술을 저항의 장으로 끌어들였던 두리반의 사례나, 평택 대추리나 강정마을처럼 휘말려든 이들이 그곳에서 ‘살아버림’으로써 투쟁의 장을 삶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사례들에서, 이상향을 만들기 위해 계획하거나 조정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금지의 영역을 부단히 확장해 나가는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혹과 휘말림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도미야마 이치로의 첫번째 글(「휘말린다는 것」)이 2011년 워크숍에서의 발표를 체계화한 것으로, 프란츠 파농의 논의와, 서독 적군에게 동조하여 “우리가 과격파다”라고 외치며 제발로 탄압의 상황 속에 휘말려 들어간 ‘사회주의 환자집단’(SPK)의 사례를 통해 ‘휘말림’에 대한 개념화를 시도하고 있다면, 이진경의 글(「정치적 사건화와 대중의 흐름」)은 희망버스에 ‘휘말린’ 자신의 경험에서 시작하여 한국사회에서 ‘휘말림의 정치학’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진경은 우선 어떤 사건에 누군가가 ‘매혹’될 때 ‘휘말림’이 발생하며, 그것이 증폭되고 확산되면서 하나의 ‘사건’은 사회적으로 알려지고 정치적으로 파급력을 갖는 ‘사건화된 사건’이 된다고 말한다. 전태일의 분신이 노동자의 조건에 관심을 갖는 이라면 누구든 감응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 된 것처럼, 김진숙의 타워크레인 농성이 수천 명이 희망버스를 타도록 만들었던 것처럼. 그렇다면, 이 증폭과 확산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이진경은 전국적인 방송망이나 보급망을 갖는 대중매체를 통한 “공명하는 방식의 증폭”과 구분하여, “횡단적으로 전파되는 방식의 증폭”을 말한다. 유언비어나 인터넷,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와 같이 중심화된 증폭장치를 갖지 않고 옆에서 옆으로 전달되는 증폭의 방식이 그것이다. 이 방식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초기에는 불가피한 지체가 발생하지만, 일단 전염의 흐름이 형성되면 체증적인 속도와 강도로 확산ㆍ증폭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확산ㆍ증폭되는 과정은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다. 옆 사람에게 무언가를 넘길 때, 메시지뿐만 아니라 감각과 시선 또한 함께 전달되는 것이며, 이렇게 신체적 감각이 전염되고 혼합되는 과정이 마치 ‘하나인 것과 같은’, 리듬을 공유하는 복합적인 신체로서의 대중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증폭의 과정이란 탈정체화와 탈개체화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정정훈은 자신의 글(「탈정체화된 연대와 탈개체화된 연대, 그리고 인민의 생성」)에서 ‘휘말림’이란 “개인의 고유성을 규정하던 정체성과 개체성을 벗어난 존재들이 서로에게 일정하게 함입하게 되는 운동, 서로가 서로에게 휘말려 들어가는 어떤 사건”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무리-존재’로서의 ‘인민’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특집에 함께 실린 와타나베 후토시의 글(「동일성의 병리학」)과 가게모토 쓰요시의 글(「고바야시 마사루의 삶에서 두 번의 휘말림」)은 각각 호시노 도모유키의 소설 『오레오레』와 고바야시 마사루를 사례로 하여 탈정체성ㆍ탈개체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수많은 ‘나’들의 등장과 ‘나’들 상호간의 살육을 그리면서 현대 일본사회를 배경으로 동일성과 타자의 문제에 깊이 천착하고 있는 호시노 도모유키의 소설을 다룬 와타나베 후토시의 글과, 재조일본인 2세라는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조선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운동에 휘말려 들어간 고바야시 마사루를 그려내고 있는 가게모토 쓰요시의 글은 모두 ‘휘말림’의 계기로서, ‘무리-존재’로서의 대중의 형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정체성과 개체성의 해체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대중의 흐름의 좌우는 존재하는가!
이진경은 대중에게서 ‘혁명적인’ 혹은 ‘반동적인’ 벡터만을 읽어내는 것은 아직 대중을 알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대중은 선험적으로 혁명적인 존재가 아니며 선험적으로 반동적인 존재도 아니다. 대중이란 하나의 흐름이며, 그 방향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때로는 극한적인 혁명의 방향으로, 때로는 파시즘과 같은 극단의 반동으로 흘러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의 흐름에 정치적인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대중의 흐름에 대해 좌우를 구별하게 해주는가?”를 판단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정치학일 수 없다. 이진경은 그의 글에서 두 가지 층위의 기준을 통해, 대중의 흐름이 혁명적인 것인지 반동적인 것인지를 구별하려고 한다. 그 하나는 “감성 내지 각각의 차원”이고, 다른 하나의 층위는 “인식 내지 지성의 차원”이다. ‘감성의 차원’에서 보수적인 대중정치학은 대중이 지니고 있는 기존의 감성이나 감각에 편승하고 그것을 증폭ㆍ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끌고가려 한다면, 혁명적인 대중정치학은 현재적 감각의 흐름 속에서도 이전에 보지 못하던 것을 포착하고 그것을 증폭시켜 새로운 주도적 감각으로 확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이나 안철수의 부상에 대해 보수적인 대중정치학은 그런 대중적 흐름의 부당성과 순진함을 지적하지만, 진보적 대중정치학은 자신이 보지 못했던 것을 찾아낸 ‘대중의 지혜’를 받아들이고, 그 지혜가 함축하고 있는 것을 더욱 밀고 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대중정치학에 있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두 번째 층위인 ‘인식 내지 지성의 차원’에서의 구분이다. ‘인식의 차원’에서 우파의 대중정치학을 특징짓는 것은 대중을 촉발하기 위해 진실과 거짓에 상관 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과장하여 부각시키고 대중의 감각에 끼워넣고자 한다는 점이다. 반면 감각적 판단에 머무르지 않고, 사태의 진실과 대면하고 그 진실을 향해 나아가도록 촉발한다는 점이 좌파적 대중정치학을 특징짓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모든 현실적인 우파와 좌파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구분이 아니라는 점에 어려움이 있다. 현실 속의 많은 좌파들이 대중의 감각이나 환상에 함축된 것을 놓치고 비난에 머무르거나, 탁월한 대중적 감각을 가지고 대중의 환상에 충실히 따라가면서 그것을 증폭시키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이는 우파적인 대중정치학과 구별 불가능한 것이 되는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이진경은 이러한 위험성을 영화 「부러진 화살」을 둘러싼 진중권과 ‘나꼼수’의 입장 차이를 통해 드러내 보여 준다(본문 54~55쪽). ‘나꼼수’를 비롯해 진영적인 논리에 기반한 이들이 「부러진 화살」을 이명박 정부 이후 사법부의 정치적인 성향과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을 위해 ‘다큐멘터리적인 사실’로 간주하여 대중에게 밀어 넣었다면, 진중권은 영화가 재판 과정의 ‘진실’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중적인 감각에 반하는 선을 탔는데, 이것이 좀더 좌파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나꼼수’처럼 대중의 감각화된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이른바 ‘진영의 논리’에 따른 정치적 판단에 힘을 싣기 위해 그것을 증폭하는 것은 우파의 대중정치학과 구별되는 지점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점에서 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휘말림의 공간!
‘나꼼수’에 대한 열광에 대한 이런 비판적 지점에도 불구하고, 최진석은 그의 글(「“쫄지마!” 또는 정치화의 새로운 명령-어」)에서 ‘나꼼수’ 열풍이 만들어 낸 실질적인 효과에 주목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글의 끝에 붙은 ‘추기’를 통해 “쫄지말고 투표해”로 끝나는 ‘나꼼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134쪽) 최진석은 ‘나꼼수’가 정해진 답이 없는 지식담론의 공간을 열어냈다는 점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이 욕망하는 대로 떠들어댈 수 있는 공간, 어떤 형식으로도 변형 가능한,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스타일을 스스로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을 열었다는 것. 한계를 설정하고 공포와 두려움을 조장하는 그 무엇에 대해서도 “감히 맞서고, 웃고 떠들라”라고 말하는 격려와 박수를 던지는 것이 ‘나꼼수’ 이 시대에 존재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꼭 ‘나꼼수’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공간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신자유주의 통치체제가 다수의 인민을 ‘적’으로 상정하고 점점 더 가혹하고 억압적인 통치를 행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더라도(「헤게모니에서 시큐리티로」), 그리고 그 속에서 사는 대중들이 ‘히키코모리적 주체’ 속에서(「히키코모리적 주체에게 고함」), 혹은 무기력한 일상 속에서(「해충의 존재론」) 강퍅한 삶을 견디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든 휘말림의 계기가 존재한다. 강퍅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크게 전달되고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뉴스 한 마디, 트위터 한 줄에서 나에게 닥칠 일을 ‘예감’하게 될 때, 어느 순간 휘말려서 옆에 있는 자들과 감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목차

머리말 _ 『부커진 R』 4호 휘말림의 정치학을 발간하며 _ 정정훈

특집 휘말림의 정치학
01 휘말린다는 것 _ 도미야마 이치로
02 정치적 사건화와 대중의 흐름─매혹과 휘말림, 혹은 센세이션의 정치학에 관하여 _ 이진경
03 동일성의 병리학─호시노 도모유키 『오레오레』에서 자기증식과 해체에 대하여 _ 와타나베 후토시
04 고바야시 마사루의 삶에서 두 번의 휘말림 _ 가게모토 쓰요시
05 탈정체화된 연대와 탈개체화된 연대, 그리고 인민의 생성 _ 정정훈

기획 문화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그 만남과 어긋남
01 “쫄지마!” 또는 정치화의 새로운 명령-어─샌델에서 나꼼수까지 진보적 담론공간의 변환 _ 최진석
02 한국 개신교의 정치적 태도에 담긴 열망 _ 손기태
03 카페와 문화 실천 _ 와타나베 후토시
04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예술과 직접행동의 만남 _ 박은선
05 ‘나는 행운아’ 만들기─이진원 추모공연을 둘러싼 2011년 인디음악신의 문화기술지 _ 홍서연

분석과 비평
01 또 하나의 전장, 일상─도미야마 이치로의 『전장의 기억』 _ 정행복
02 해충의 존재론─편혜영, 『저녁의 구애』 _ 김은영
03 히키코모리적 주체에게 고함 _ 권은혜
04 헤게모니에서 시큐리티로─신자유주의 통치체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_ 정정훈

기획번역 모리사키 가즈에를 읽는다
01 두 가지 말, 두 가지 마음 _ 모리사키 가즈에
02 민중이 지닌 이질적인 집단과의 접촉 사상─오키나와ㆍ일본ㆍ조선의 만남 _ 모리사키 가즈에

필진소개

본문중에서

강정마을에는 자신의 일상을 규정하던 질서로부터 벗어나 전혀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2012년 3월 구럼비 발파 소식을 듣고 단 며칠만이라도 강정의 싸움에 힘을 보태고 싶어서 비행기를 탔던 많은 이들이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을에 남아서 지킴이로서 살아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이들은 작년에 있었던 평화비행기를 타고 강정에 왔다가 그대로 눌러 앉은 경우도 있다. 강정마을의 지킴이들 가운데는 이렇게 예기치 않게 자신의 일상으로부터 이탈하여 예외적 상황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한 단지 강정마을의 지킴이들뿐만이 아니라 그렇게 우발적인 마주침에 이끌리어 이러저러한 싸움에 휘말린 이들이 있어 왔다. 평택 대추리에서, 새만금에서, 용산 남일당에서, 두리반에서, 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에서 그들은 늘 존재해 왔다. _ 정정훈, 「머리말」, 본문 5~6쪽.

확실히 좌파들의 정치학이 ‘진실’이란 관념과 쉽게 이별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되는 순간, 대중정치학은 좌우의 방향이나 애초의 목표를 상실한 채, 대중의 흐름 속에 부유하거나 그것에 편승하고 말 것이 분명하다. 대중이 가령 전쟁이나 파시즘, 소수자의 학대나 외부자의 배제 등처럼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 대중의 외면을 받거나 대중의 공격과 대면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도 그것과 대결하고 그 방향을 바꾸거나 저지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도 ‘진보적’이라거나 ‘좌파적’이라는 말과는 무관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처럼 ‘진실’이 중요하다고 할 때 그 ‘중요함’이란 거짓된 것을 폭로하고 진실을 드러내는 것 이상임이 강조되어야 한다. 정치적 개입이란 그 진실이 대중적인 힘을 갖게 하는 것이다. 폭로와 의식화만으로 진실은 힘을 갖지 못한다. 문제는 그 진실이 대중의 흐름을 타고 감각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단지 대중의 환상을 깨고 ‘진실’을 드러내고 의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진실’을 대중의 감각 속에서, 혹은 감각적 환상이라고 하면 그 환상 속에서 작동하도록 끼워 넣는 것이고, 그 ‘진실’이 그 감각의 흐름을 타고 흐르게 하며 그 감각을 끌어당기는 특이점이 되게 하는 것일 게다. _ 이진경, 「정치적 사건화와 대중의 흐름」, 본문 55쪽.

정작 문제는 이제 지식(지적 담론)이 권력(현실 정치)과 만나자마자 흡사 허공에서 사라져 버리듯 해체되었다는 점에 있다. 하버드 대학 교수가 떠들고 대중과 지식인들이 한참 시시비비를 따졌어도, MB가 한번 나서서 ‘농치고 나니’ 정의든 뭐든 죄다 순식간에 ‘개 풀 뜯어먹는 소리’가 된 것이다. 지식이든 정의든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과거에 지식은 권력에 추종하고 봉사했기에 비난받았지만, 이젠 아예 공중분해되는 운명만 남았다! 마치 “정의란 무엇인가?” 따위의 질문은 잠꼬대에 불과했다는 듯한 이런 사태의 귀결이야말로 니체가 말한 ‘모든 가치의 허무주의’를 가장 적절히 보여 주는 게 아니면 또 무엇일까? MB의 공정 사회론에서 ‘유머에의 의지’를 찾아내 한바탕 웃었다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웃는 와중에 지금껏 한국의 지식 사회를 지탱해 오던 가치 담론이 완벽히 허물어졌다는 사실만은 일단 냉정히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공정 사회라는 한 마디에 갑자기 ‘지옥문’이 열린 것은 아니다. 사실 그 문은 서서히 이미 절반 이상 열린 상태였다. _ 최진석, 「“쫄지마!” 또는 정치화의 새로운 명령-어」본문 126~127쪽.

기획사에서 일했던 자활 참여자 최○현 씨에 의하면 요즘의 대학 총학생회나 과학생회들은 기획사를 통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MT를 기획한다. 기획사가 장소를 선택해 예약하고 버스를 대절해 준다. 필요한 물품들과 자료집 등의 교육안을 준비하고, 1박 2일 이상의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돌발 사태’에 대비하는 것도 기획사의 역할이다. 돌발 사태란 예를 들어 새벽 시간에 심하게 취한 신입생을 응급실로 옮기거나 사라진 과대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현재의 학생회 간부들 중에는 학생회 업무에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쏟으려 하는 이가 없다. 따라서 그들은 80년대의 학생회 임원들이 그랬듯이 그러한 행사들을 스스로의 기획 하에 치러 낼 만한 충분한 인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행사를 기획하고 업무를 조직하고 진행을 총괄하는 일은 더 이상 20대들이 관심을 갖고 하고자 하는 일이 아니다. 자활에 지원하는 20대들은 그들 스스로가 사업을 기획하고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거의 부재하는 대학 내의 환경에서, 취업을 위해 단순히 ‘스펙’을 쌓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젊은이들이다. _ 홍서연, 「‘나는 행운아’ 만들기」 본문 195쪽.

저자소개

최진석, 신지영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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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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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한국사회의 토대를 분석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을 써서 24세에 이진경이라는 필명을 얻었다. 본명은 박태호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논문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대한 공간 사회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지식 공동체 ‘수유너머104’에서 연구 활동을 하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근대성에 천착해 『철학과 굴뚝 청소부』를 썼고, 자본주의와 근대성의 변혁을 모색한 『맑스주의와 근대성』, 『근대적 시ㆍ공간의 탄생』, 『이진경의 필로시네마』를 썼다. 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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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야마 이치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57

교토(京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고베(神戶)외국어대학을 거쳐 현재 오사카(大阪)대학 일본학연구실에서 준교수로 재직중이다. 프란츠 파농(Frantz Fanon)과 이하 후유(伊波普猷)를 사상적 준거점으로 삼아 오키나와(沖繩)와 오키나와 이민의 문제를 주된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런 연구를 통해 일상 속에 숨어 있는 폭력에 저항할 가능성을 계속해서 사유하고 있다. 저서로 『전장의 기억』(이산, 2002)이 번역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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