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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문화인류학 [3판(제2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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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고령화 시대! 우리에게는 무엇이 준비되어야 하는가?
확장된 시각, 노년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위하여


“노인층 상대의 문화산업들은 근래에 들어 활동적이고 즐거운 노년의 이미지를 대량 생산?유포하고 있다. 새로이 유통되고 있는 이러한 이미지군에는 근대화와 더불어 퍼져나간 부정적인 노년의 이미지들을 대신해 ‘연장된 젊음’을 유지하는 쾌활하고 활동적인 노인들이 등장한다. 곧 ‘중년의 끝없는 연장’으로서의 노년의 이미지가 상품화되어 우리 사회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대안적 가구의 확산,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노년의 삶의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주위 친척 어른들 중에 나이가 90에 가까운 분이 있다.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출산율은 낮아지면서 우리 사회의 노년 인구 비율은 급속히 증대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10년, 20년 후의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삶이 보다 길어짐에 따라 우리에게 익숙한 결혼 관행이나 부모자식 관계를 포함한 가족제도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노년에 나를 돌보아줄 믿을 만한 혈연관계의 토대가 점차 약화되어감에 따라,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믿을 만한 공동체’를 꾸려보려는 사람들이 이미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대안적 가구의 확산과 함께 소위 ‘정상가족’이라는 개념이 누리던 특권적 지위도 점차 와해되어갈 것이다. 또한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기 시작하면 이미 노년 세대의 입맛에 맞춘 변화를 보이는 마케팅이나 상품 디자인의 영역을 넘어 도시의 물리적 환경까지도 새롭게 변화할는지도 모른다. 은퇴 이후 다른 일을 시작하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노년의 삶의 경로도 점점 더 다양해질 것이다. 이런 다양한 영역에서의 급속한 변화와 맞물려 있는 노년의 삶을 잘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는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할까?

노인이라고 불리는 것이 싫은 노인에게 우리는 무슨 말로 그들을 칭할 것인가?
2008년에 열렸던 한 노년학 컨퍼런스에서 논의 발표가 끝나고 객석에 질의의 기회가 주어지자, 대략 80세 부근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손을 들고 일어나 “나는 노인이라는 말이 싫은데, 학자들이 노인이라는 말 대신 다른 용어를 하나 만들 수는 없겠느냐”는 취지의 요청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이에 더해 “정 마땅한 용어가 없으면 ‘노인’ 대신 ‘어르신’이라는 말을 쓰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이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어르신이라는 용어는 호칭어, 즉 부름말이어서, 노인이라는 용어를 노년에 대한 지칭어, 즉 가리킴말로 주로 사용하는 학계에서 사용되기에는 부적절한 용어이다. 오늘날 지칭어로서의 노인,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용어는 이제 ‘별 볼일 없어진’ 익명의 노년을 지칭할 때만 사용되는 용어가 되었다.

새롭게 보강한 노년학 연구서
최근에 노년학 분야에서도 질적 접근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제는 질적 연구에 관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 점차 넓어지고는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의 노년 연구는 아직도 양적인 접근법과 그 언어에 많이 치우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적 연구의 전통에서 훈련받은 노년학 연구자들이 참조할 만한 질적 접근에 관한 논의나 연구 사례의 소개는 매우 드물다. 이 책이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제2개정판은 기존 6개의 장에 2개 장을 추가하여, 제4장과 제5장에 배치하였다. 그에 맞게 기존 장에서도 새로 넣은 장과 겹치는 내용을 순서에 따라 조정하는 등 약간의 수정을 가했다.

주요내용

제1장에서는 질적 접근법을 포함하는 보다 총체적인(holistic) 문화인류학적 분석의 시야에 대한 소개에 이어, 이러한 분석적 시각의 효용성을 구체적 연구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여기서는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 연이어 나타나는 ‘못 배우고 고생한’ 할머니들의 ‘기부 행위’의 의미에 대한 분석을 통해 노년의 삶을 이해하는 데 질적 분석의 중요성을 개진한다.

제2장에서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사회노년학(social gerontololgy) 이론들이 지니고 있는 개인주의적 문화적 편향성을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은 사회이론도 ‘특정한 문화의 이야기’로 간주하고 분석한다는 점에서 매우 문화상대주의적인 작업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특정한 역사적 맥락에서 배태된 이론을 그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상이한 역사적 맥락의 분석에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도 주의를 촉구한다.

제3장에서는 우리 사회의 미디어가 구성하고 있는 노년 담론 속에서 노년은 어떠한 모습으로 제시되며, 현실을 살고 있는 노인들의 삶에 그러한 담론이 지니는 효과는 어떠한 것인지를 다각적으로 살핀다. 이를 통해 노년의 삶의 복합성을 이해하는 데 이러한 문화적 수준에서의 담론 분석의 중요성을 예시한다.

제4장은 이번 제2개정판에서 추가한 장으로, 노년의 호명과 관련된 현상들에 대한 일종의 담론분석과 문제제기를 시도하는 글이다. 노인이라는 칭호 대신 ‘완곡어법’을 사용한 용어가 등장하고 있는 현재, 문화적 차원에서 특히 한국 사회에서 관습화되어 있는 특정한 언어적 실천과 그 저변에 자리하는 이데올로기적 시선들과 관련하여 노년을 호명하는 현상을 조명하였다.

제5장도 마찬가지로 이번 제2개정판에서 추가하였으며, 서울의 종묘공원을 찾는 노년 남성들의 음주가무와 같은 ‘몸짓문화’가 어떤 점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확인하는 일종의 ‘정체성의 몸짓’의 의미를 지니는지를 ‘몸의 해석학’ 관점에서 밝히는 글이다.

제6장은 미국의 개인주의적 문화와 이에 기초한 미국의 문화산업이 미국 노인들의 정체성 형성에 어떠한 방식으로 관여하고 있는지에 관한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문화란 단순히 ‘공유되고 학습된’ 의미 체계라기보다는,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들의 삶에 일종의 ‘억압’으로 다가가기도 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주의가 환기된다.

제7장은 미국의 한 은퇴촌의 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을 조건 짓고 있는 중층적인 단절의 계기들에 맞서 어떻게 자아정체감을 지속해나가는지에 관한 민족지적(ethnographic) 연구이며, 또한 노년에 자아정체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이들 주민들에게는 어떠한 의미로 다가가는지에 대한 문화적 분석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에서는 보다 확장된 시각에서 문화적?질적 연구가 현대 노년의 이해에 지니는 의미를 조망하고, 보다 단단한 질적 연구를 위해서는 반드시 점검되어야 할 인식론적?방법론적 차원의 논의를 덧붙였다.
최근 사회학 여성학 문학 등을 비롯한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질적, 혹은 민족지(誌)적 현장 연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교육학이나 간호학과 같이 이미 ‘현장’을 지니고 있는 학문 분야에서의 질적 연구에 대한 관심의 확산은 괄목할 만하다. 이 책이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도 문화인류학적 연구가 지닐 수 있는 호소력을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목차

제1장 노년 이해의 질적·문화적 접근
1. 현대 사회의 노년과 질적 접근의 의의 | 2. "구두쇠 할머니들의 반란": 사례 연구를 통해 본 생애사적 관점과 사회문화적 관점의 중요성

제2장 사회노년학 이론의 개인주의적 문화 편향: 문화상대주의적 분석
1. ‘이야기’로서의 사회이론 | 2. 사회노년학 이론 개괄 | 3. 이론과 문화가 구성하는 노년 | 4. 개인주의: 숨겨진 문화 담론 | 5. 나이 듦에 대한 개인주의적 수사법을 넘어서

제3장 타자화된 노년과 공상적 노년: 미디어가 구성하는 노년 담론
1. 노년, 꿈이 없는 여행길 | 2. 타자화된 노년 | 3. 공상적 노년 담론 | 4. 노년 꿈꾸기 |

제4장 노년 호명의 정치학
1. 서론 | 2. 노년 호명의 정치학 | 3. 노년의 타자화: 언론과 노년학의 노년 호명 | 4. 결론: 노년의 호명과 관련된 제언

제5장 정체성으로서의 몸짓: 종묘공원 노년 남성들의 ‘몸짓문화’의 의미
1. 서론 | 2. 연구방법 | 3. 연구결과 | 4. 결론: 노년연구와 몸의 해석학

제6장 중년의 끝없는 연장: 미국 노년의 문화적 정체성
1. 현대 사회와 노년의 정체성 | 2. 개인주의와 노년의 정체성 | 3. 문화산업과 ‘영원한 중년’의 허상 | 4. ‘여전한 나’의 담론 | 5. 도덕적 위상 확보를 위한 노년 세대의 정체성 담론

제7장 노년의 정체성 지속을 위한 ‘해마을’ 주민들의 노력
1. 해마을 소개 | 2. 해마을에서의 자아정체감 유지의 어려움 | 3. 일상에서의 연속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 | 4. 연속성의 회복과 노년의 자아지속성의 의미

제8장 나가며: 노년의 입체적 이해를 위하여
1. 입체적 노년 이해와 질적 연구 | 2. 인식론적·방법론적 고려

본문중에서

1990년 무렵부터 우리 사회에는 폐품수집이나 삯바느질, 혹은 시장 안 가게에서의 억척스런 노동 등을 통해 평생 어렵게 모은 재산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할머니들에 대한 언론보도가 계속 이어졌다. 이 할머니들은 거의 예외 없이 학교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평생 궂은일을 하며 거의 ‘자린고비’ 수준의 근검절약을 실천한 분들이다. 돼지고기가 먹고 싶어 정육점 앞에서 30분을 살까말까 망설이다 결국은 그냥 발걸음을 돌린 이야기, 시장에서 매일 남들이 버린 끈 조각들을 모아 깨끗이 씻고 가르고 엮어서 다시 쓰는 모습 등 자신을 위해서는 단 한 푼도 쉽게 쓰지 못하는 이 할머니들의 근검절약의 태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그 기부행위에는 어떤 뜻이 실려 있기에 그렇게 모은 ‘피 같은’ 재산을 송두리째 내놓을 수 있는 것일까?
...... 대부분의 ‘기부 할머니’들은 "내가 못 배운 게 한이 돼서"라고 짧게 답한다. 할머니들이 기부행위를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삶의 의미, 즉 기부 행위에 담긴 의미는 어떤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할머니들의 기부행위는 자신들의 삶의 방식의 가치에 대한 일종의 존재증명이라 할 수 있다.
(/ pp.21,26)

한 예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영되었던 [좋은 세상 만들기]라는 TV 프로그램의 한 코너인 [장수 퀴즈]를 들 수 있다. 이 코너는 출연자인 농촌 노인들로 하여금 우리 사회가 자신을 규정함에서 거리를 두고 싶은 대표적 속성 중 하나인 ‘촌스러움’을 드러내도록 기획되어 있다. [장수 퀴즈]는 농촌 노인을 대접하는 프로그램의 외양을 하고는 있지만 정작 출연 노인의 속성으로 규정되는 특성은 ‘모자라는 근대적 지식과 판단력’, ‘세련되지 못한 매너’ 등으로 대표되는 일종의 ‘촌스러움’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쉽게 답할 수 있을 만한 문제에 출연자들이 엉뚱한 답을 하는 경우 과장된 몸짓으로 배를 잡고 뒹구는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몸짓도 출연한 농촌 노인들의 비하를 부추긴다. 또한 시청자들은 이런 기획이 빚어내는 웃음에 동참함으로써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노년을 타자화하는 과정의 ‘공범’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을 끄는 현상은 노인들 중에도 [장수 퀴즈]를 즐기는 경우가 꽤 있다는 점이다. 그런 노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마도 근대적 부문에서의 자신들의 교육적?사회적 성취로 인해 ‘촌스러움’으로부터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한 ‘세련되고 풍요로운 노인’들일 것이다. 이런 경우의 ‘세련된 노인’들은 자신을 ‘노인’이라는 범주와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라 ‘세련’의 범주와 동일시한다고 할 수 있다.
(/ pp.66~67)

종묘공원은 그 자체로 ‘갈 곳 없고 외로운 노인들의 해방구’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힌 공간이라는 점에서 자아감의 유지 측면에서는 특히 불리한 환경이다. 공원 방문자들 사이에는 이러한 외부의 비하적 시선의 존재에 대한 날선 의식이 존재하며, 그만큼 특정한 방어적 태도가 널리 확산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공원에 오기 시작한 지 여러 해 되는 사람과도 처음 얘기를 나누다 보면, "난 여기 몇 달에 한 번이나 올까 말까 해", 혹은 "난 친구하고 약속이 있어 왔지 보통 때는 안 와"라는 식의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 "난 여기 오기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잘 몰라" 식의 얘기도 흔히 듣게 되는 얘기 중 하나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여기에 많이 배우고 돈 많은 사람 많아"와 같은 얘기를 연구자에게 함으로써 거꾸로 종묘공원의 위상 자체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흔히 만나게 된다. 탑골 공원이나 종묘와 같이 종묘공원의 경계 밖에서 만나게 되는 노년 남성들의 경우, 흔히 종묘공원을 "수준 낮은 사람들" 혹은 "부랑자나 술주정뱅이들"이 가는 곳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신은 공원을 찾는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명백히 하려 한다.
(/ p.126)

미국인들은 은퇴 초기에 젊음(youth)과 활력(strength), 개척적 결기(rugged pioneering), 생산성(productivity), 자족성(self- sufficiency) 등 미국 사회의 문화적 이상 달성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미국 문화의 이상은 각 개인에게는 자신의 삶의 성취를 견주어보아야 하는 문화적 각본으로 존재하게 된다.
해마을과 같은 은퇴촌으로의 이주는 은퇴로 인한 단절에 더해 새로운 마을로의 이주에 따라 일상의 삶에 새로운 불연속의 계기들이 생긴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노년의 삶에 중요하게 떠오르는 자아정체감 유지라는 과제의 달성이 이주로 인해 새로운 장애물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즉 해마을로의 이주와 함께 자아를 비추어주는 거울은 급속하게 감소한다.
해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이주와 함께 가족·친지·친구들로부터 멀어지며, 자신들의 존재의 뿌리와 질서를 느끼게 해주던 친숙한 옛 동네의 풍경과 집으로부터도 멀어지게 된다.
...... 한편 해마을 주민들은 정체성의 지속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불연속의 계기들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삶과 환경에서 연속성의 계기를 회복할 수 있게 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세계(social world)를 구축했다.
(/ pp.169,179)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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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대학원 수료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인류학 석사 및 박사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논문]
'미국 문화의 개인주의적 인간관과 정체성 위기', "Beyond the Individualist Theory of Aging" 및 다수
<논문>

"미국 문화의 개인주의적 인간관과 정체성 위기"

“Beyond the Individualist Theory of Aging”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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