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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의 양식에 관하여 : 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문학과 예술

원제 : ON LATE STYLE MUSIC AND LITERATURE AGAINST THE G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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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오리엔탈리즘],[문화와 제국주의]등으로 20세기 지성사에 큰 획을 그었던 에드워드 사이드의 유작. 정치 체제, 민족 사이의 망명이라는 개념을 문화산업 내에서의 예술, 과거로의 퇴행으로 보이는 작품, 대중 소설과 영화 등으로 확장시켜 나간다.

    예술가들의 노년에 발견되는 비타협, 난국, 풀리지 않는 모순을 드러내는 '말년의 양식'을 화두로 이드는 아도르노의 베토벤 분석에서부터 출발해 보통 과거로 퇴행한 작곡가라고 불리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비롯하여, 콘서트 무대를 버리고 스튜디오 속으로 숨어 들어간 글렌 굴드, 국내에는 아직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장 주네와 람페두사의 걸작들, 그리고 요절한 모차르트의 작품까지를 탁월한 방식으로 읽어낸다.

    '말년의 양식'을 통한 비평에 의해. 비평의 대상이 되는 예술가들은 기존의 해석과는 다른 색깔을 지닌 존재로 거듭난다. 탈식민주의 이론을 주창한 학자이기에 앞서, 일급 문학 비평가이자, 음악 비평가였던 사이드의 비평가로서의 탁월한 역량을 발견할 수 있는 텍스트다.

    인생의 황혼과 원숙함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생에서 말년은 원숙함과 원만함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기이다. 공자 시대의 나이에 대한 관념이 요즘과 다르긴 하겠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에서는 40의 나이면 이미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며(不惑) 50세엔 하늘의 명을 깨우치고(知天命) 환갑을 맞이한 60세에는 생각이 원만해져서 어떤 일을 들으면 곧장 이해가 되는 것(耳順)을 삶의 지혜로 여긴다. 한편 서양식 삶의 지혜를 대표하는 키케로 역시, 육체적 활동이 무기력해지고 감각적 쾌락이 줄어드는 노년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는 쾌락주의자들의 주장에 맞서 절도 있는 삶과 원숙함과 함께 하는 노년이야말로 더 큰 축복이라고 말한다. 요컨대 나이듦은 시간의 흐름과 물리적 쇠락의 결을 거슬러 올라가기보다는 결을 따르는 것을 뜻하는 것이 보통이다. 시간에 따라 늙어가는 것, 그것이 곧 시간에 맞는 일, 시의성(timeliness)이다.

    예술가의 말년
    우리는 이런 통념에 따라 예술가들이 나이가 듦에 따라 연륜과 지혜, 세상 모든 것을 한데 품을 수 있는 포용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곤 한다. 초심자의 치기와 발전 단계의 미숙함을 지나 원숙해진 단계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거장이란 칭호는 기교의 과시나 세상과 빚는 불협화음이 아니라 공인된 연륜과 지혜, 깨달음에 대한 칭송이다. 실제로 특별한 성숙의 기운, 평범한 현실이 기적적으로 변용된 화해와 평온함의 기운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렘브란트와 마티스, 바흐와 바그너, 임권택 등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예술적 말년성(lateness)이 조화와 해결의 징표가 아니라 비타협, 난국, 풀리지 않는 모순을 드러낸다면 어떨까?(29쪽) 사이드의 관심은 바로 이런 말년의 양식이다.

    결을 거스름, 말년의 양식
    얼마전 개봉한 [카핑 베토벤]은 귀가 먹은 베토벤이 가상의 인물인 악보 카피스트이자 제자 안나 홀츠의 도움을 받아 9번 교향곡 ‘합창’을 무사히 그리고 감동적으로 초연해내는 장면을 묘사한바 있다. 이 영화 전체는 이 장면의 감동과 환희를 위해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이보다 더 인상적인 장면은 안나 홀츠가 베토벤이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마차를 타고 달려가는 오프닝 신과 임종 직전의 베토벤을 만나는 마지막 장면이다(영화는 일종의 액자식 구성이다). 베토벤에 대한 애정과 연민, 임종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조바심과 걱정을 마차 안에서 밖의 풍경을 내다보는 안나 홀츠의 주관적 시선과 마차를 멀리서 포착한 객관적 시점을 혼란스러운 몽타주로 구성한 장면이다. 이때 흐르는 음악이 베토벤 최후의 작품 중 하나인 ‘대 푸가’이다. [카핑 베토벤]에는 ‘대 푸가’의 초연 장면도 나오는데, 객석의 반응은 9번 교향곡과 정반대다. 연주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자리를 뜨는 귀부인들, 심지어 누구보다 베토벤을 잘 이해하는 제자 안나 홀츠마저도 이 곡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작품이 바로 해결되지 않는 모순, 비타협, 난국을 특징으로 하는 ‘말년의 양식’의 대표적인 예다. 자신이 다루는 매체를 누구보다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예술가가 이제까지 해온 기존의 사회 질서와 교감하기를 과감히 포기하고, 모순적이고 소외된 관계를 새롭게 맺는 순간인 것이다.(30쪽)

    망명, 그리고 말년성
    말년의 양식이 새로운 기법과 형식을 통해 기존의 부르주아 사회와 예술과 불협화음을 빚는 아방가르드 예술을 지칭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 팔레스타인 인이면서 기독교인이고, 미국 최고의 대학 가운데 하나인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이면서도 미국 아카데미 내에서 고립되고 소외되었던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년의 양식에 관심을 갖는 까닭은 단지 예술이 사회적이라는 걸 말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화해되지 않은 개인의 비판적 사고가 지닌 ‘저항의 힘’을 말년성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침묵과 균열로 작업한다는 것은 포장과 관리를 피한다는 것이며, 사실상 자신의 말년성 지위를 수락하고 수행한다는 뜻이다. 말년성은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것에서 벗어나는 ‘자발적 망명’이다.(40쪽)
    탈식민주의를 비롯한 최근의 담론에서 망명과 디아스포라 같은 개념이 대두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단지 코스모폴리탄이라고 불리기 힘든 망명자의 삶을 살았던 탈식민주의의 대부 사이드는 이 책에서 정치 체제, 민족 사이의 망명이라는 개념을 문화산업 내에서의 예술, 과거로의 퇴행으로 보이는 작품, 대중 소설과 영화 등으로 확장시켜 나간다. 또한 사이드는 파국과 망명이라고 해서 말년의 양식을 비극적인 측면만으로 국한하지는 않았다. 사이드는 재미와 즐거움, 때로는 아무런 걱정 없는 사치와 자유 역시 현상황이나 지배체제와 화해하지 않는 형식으로 포용한다.

    과거로의 회귀
    사이드의 시선은 먼저 놀랍게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에게로 향한다. 슈트라우스는 감상적인 조성 체계로 퇴행한 인물, 쇤베르크는 말할 것도 없고, 스트라빈스키나 힌데미트보다도 못한 작곡가로 평가받는 인물, 그리고 무엇보다 히틀러와 나치에 봉사한 인물로
    평가받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드는 18세기라는 특정한 시대에 몰두하는 슈트라우스 개인의 시선을 통해 그 시기를 문화적 상징으로서 새롭게 바라본다. 슈트라우스 말년의 양식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바로 이 때문이다. 18세기로 퇴각하는 것은 역사적 사건 가운데 가장 총체적인 위력을 발휘했고, 사회적 기초를 흔들었던 프랑스 혁명 이전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68쪽) 바꾸어 말해 19세기에 만연한 역사관, 이를테면 설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거대한 역사체계에 모든 사람과 사소한 것이 종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역사관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슈트라우스는 음악을, 혹은 18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악곡을 음악과 예술이 처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화성적 섬’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사이드는 설명한다.(71쪽) 부드럽게 다듬어지고 기교적으로 완벽하며 세속적이고 전적으로 음악에 안주하는 슈트라우스는 균열과 파편으로 넘치는 베토벤의 말년의 양식과는 전혀 다른 말년의 양식이다. 양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형이상학적 깊이를 담으려 했던 당대의 다른 작곡가들과 달리 슈트라우스는 의도적으로 깊이를 회피하려고 했다. 사이드는 이런 역설이야말로 슈트라우스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정체성, 지식인 그리고 말년의 양식
    [말년에 관하여]가 선사하는 가장 큰 재미 가운데 하나는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가를 탁월한 비평가에 의해 소개받는 즐거움이다.(4장) 프랑스의 논쟁적인 작가로 서구의 정체성 정치와 서구 지식인의 이중성을 비판한 장 주네(1910~86)가 그 예다. 평생토록 단 한 번도 거짓 화해를 시도하지 않았던 장 주네를 그리는 사이드의 시선에는 연대감이 묻어난다.

    “정체성은 우리가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혹은 영적 존재로서 살아가면서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어떤 것이다. 문화의 논리와 가족의 논리가 여기에 더해져서 정체성의 위력을 증대시킨다. 주네처럼 비행을 저지르고 격리되고, 또 권위를 위반하는 재능이 있고 이를 즐기는 사람은 그로 인해 자신에게 부과된 정체성의 희생자이므로, 그에게 정체성은 결연하게 반대해야 할 무엇이다. 무엇보다 주네가 선택한 알제리와 팔레스타인 같은 장소를 볼 때, 정체성은 더 강력한 문화, 더 발전한 사회가 자신보다 못하다고 판결된 사람들을 짓밟고 그 위에 자신을 부과하는 과정이다. 제국주의는 정체성의 수출품이다. 따라서 주네는 정체성을 넘나드는 여행자, 혁명적이고 끊임없이 선동적이기만 하다면 자신과 무관한 대의명분에 기꺼이 몸 바치려고 밖으로 떠나는 관광객이다. 금지령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변경 지대가 매혹적인 이유는 급진적인 자코뱅당원이 변경을 넘는 순간 마키아벨리 같은 권모술수가가 되기 때문이라고 [사랑의 포로]에서 말한다.”(128쪽)

    시대착오적인 고결함
    5장 ‘사라지지 않는 구질서의 매력’도 람페두사라는 미답지로 인도하는 매혹적인 지도이다. 람페두사(1896~1957)는 오직 한 편의 소설 [표범]을 발표한 이탈리아의 작가이다. 이 소설은 감독 비스콘티에 의해 같은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사이드는 람페두사의 소설과 비스콘티의 동명 영화를 그람시의 [옥중수고]와 함께 읽어 내려간다. 그람시는 남부 이탈리아를 더 힘센 외부 세력의 지배를 받는 열등한 사회 낙후된 세계, 혁명의 실패, 불모와 정체의 장소로 묘사한바 있다. 람페두사 역시 [표범]에서 시칠리아를 그람시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그린다. 하지만 [표범]에는 남부의 소작농과 북부의 프롤레타리아 노동자와 연계시켜 남부의 개력을 꾀하려는 그람시의 생각이 끼어들 여지조차 없다.

    “세상을 개선하려는 노력, 발전과 진정한 변화의 약속은 모두 외부의 간섭이라며 무시된다. (소설의 주인공인 공작은 프루동과 마르크스가 옹호한, 인간은 완벽해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시큰둥하다. 마르크스를 “내가 이름을 잊어버린 독일 유대인”이라고 칭한다.) 무자비하게 내리쬐는 시칠리아의 태양, 불모의 언덕과 넓은 들판, 웅장한 성과 쓰러져가는 성벽 위 좁은 벽은 변화를 거부하는 실체, 시칠리아 사회를 특징짓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이지 그람시가 마음속에 그린 정치적 노력이 아니다.”(155~156쪽)

    일종의 정치적 퇴행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사이드는 람페두사의 소설에서 정치보다는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세계의 재건에 주목한다. 도처에 필멸과 쇠퇴의 기운이 감돈다. 이를 통해 람페두사는 필멸성과 시대착오적인 영웅주의를 드러내 보인다. 황혼과 종말을 피하지 않으며(소설 속 주인공과 람페두사는 같은 인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필멸을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의 주제로 계속 돌아옴으로써 관습적인 언어와 미적인 것을 훼손하고 그 한계를 묘하게 넓히는 것이다.(166쪽)

    모차르트와 굴드 그리고 그 밖의 말년의 양식들
    이 밖에도 사이드는 여러 예술가들에게서 말년의 양식들을 읽어낸다. 불과 30대 중반에 세상을 떠난 모차르트, 그것도 상투적인 연애담을 담은 오페라라고 여겨지는 [코시 판 투테]에게서 말년성의 양식을 읽어내고(3장), 연주회장을 떠나 스튜디오 속으로 들어간 글렌 굴드를 단순한 비르투오소 연주자가 아닌 지식인으로서 평가하며 빼어난 필력을 자랑한다.

    사이드가 평범한 예술 비평가들과 확연히 다른 지적 수준을 보여주는 점은 ‘말년성’이라는 독창적이고 시의적인 인식의 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탁월한 매체 비평의 전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단지 이야기 위주로 설명하거나 이것이 당대의 문맥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언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페라와 음악이라는 매체의 속성을 꿰뚫고 작품 속으로 들어간다. 비스콘티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내러티브와 장면을 분석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영화산업과 영화사 전체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내면서 작품을 그 속에 위치시키는 능력을 보여준다. 사이드의 힘은 예술을 예술 바깥의 무엇(단적인 예로 정치)으로 환원하지 않으면서 예술이 지닌 정치·경제·문화적 의미를 날카롭게 해부해낸다는 점에 있다. 지난 해 [디 워] 논쟁에서 볼 수 있듯이 비평가라는 이름이 어느 때보다 희화화되고, 지식인이라는 칭호가 조롱의 대상이 되는 요즘 사이드의 글은 비평과 지식의 힘이 열어 보일 수 있는 지평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목차

    사이드를 그리며
    들어가는 글

    1장 시의성과 말년성
    2장 18세기로의 회귀
    3장 「코시 판 투테」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
    4장 장 주네에 대하여
    5장 사라지지 않는 구질서의 매력
    6장 지식인 비르투오소
    7장 그 밖의 말년의 양식들

    작품해설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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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에드워드 W. 사이드(Edward W. Said (Edward Wadie Said))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5~2003
    출생지 팔레스타인 예루살렘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35년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에서 태어났다.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이집트 카이로로 이주했다. 1950년대 말에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 대학교 영문학, 비교문학 교수와 하버드 대학교 비교문학 객원교수로 지내며 이론가, 문학비평가로 활동했다. 서구인들이 말하는 동양의 이미지가 서구의 편견과 왜곡에서 비롯된 허상임을 체계적으로 비판한 [오리엔탈리즘]을 1978년 출간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밖에 [문화와 제국주의]를 비롯해 [팔레스타인 문제] [평행과 역설] [저항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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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음악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뉴캐슬대학에서 대중음악을 공부했다. 음악과 과학, 문학 분야를 넘나드는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뮤지코필리아][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음악에 관한 몇 가지 생각][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콜럼바인][스타워즈로 본 세상]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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