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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초마다 한 마리씩 : 미국 도축 현장 잠입 보고서

원제 : Every Twelve Seco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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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 정치학자의 눈에 포착된 미국 대규모 도축장의 잔인한 일상이 낱낱이 공개된다!
    잔혹한 도축 과정과 허술한 광우병 검사,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위생 관리 등 미국의 산업화된 도축장 구석구석에 대한 충격 보고서!


    12초마다 한 마리씩 소가 도축되어 깔끔한 포장육으로 가공되는 곳. 직원 800여 명이 철저한 분업 하에 각자 맡은 일만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곳. 생산량 기준으로 미국 내 도축 및 소고기 가공시설 중 상위 10위에 속하며 연간 매출액이 8억 2,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업체. 축산업계와 양돈업계 등의 강력 로비로 인해 외부인의 접근이 법적으로 제한된 그곳에 한 젊은 정치학자가 잠입해 들어간다. 불법체류자나 이민자 등 일반 취업에 약점이 있는 노동자를 주로 고용하는 그곳에 태국 출신 이민자인 저자는 외모 덕분에(?) 별 탈 없이 위장 취업에 성공한다. 이후 약 6개월에 걸쳐 저자는 도축장의 일상과 면면을 소상히 관찰하고 기록한다.
    얼핏 보면, 시카고 식육공장의 실상을 폭로해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던 업턴 싱클레어의 [정글]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지만, 사실 저자가 도축장에 잠입한 실제 목적은 다음과 같은 의문 때문이었다. ‘도축장 인부들은 어떻게 그런 잔인한 작업을 매일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들에게는 본래 동물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 따위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축장 작업은 벽과 문, 공간 구획 등을 통한 철저한 격리와 은폐, 거리두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즉, 이 책에서 저자가 정립하고자 하는 개념인 ‘시선의 정치학(Politics of Sight)’이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저자는 도축장에 근무 중인 800여 명의 인부들 중 막상 살아있는 소를 접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로 단 십여 명의 인부들만이 직접적인 도살에 관여할 뿐이다. 그 중에서도 소의 미간 사이에 볼트를 박아 소를 기절시키는 사람(노커)은 단 한 명이다. 결국 도축장의 전 공정 121개 작업 중 소를 죽이는 일은 단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셈이다. 그럼으로써 도축장의 다른 인부들은 ‘도살’이라는 잔인한 행위와 무관해진다. 실제로 저자가 처음 배정받은 작업장인 냉각실의 간 담당 인부들은 라인을 따라 쉴 새 없이 밀려들어오는 소의 간을 아무 생각 없이 마치 기계처럼 갈고리에 매달고 있었다. 저자 본인도 단 몇 분 전에 도살되어 아직 따끈한 기운이 남아 있는 간들을 매달면서 그것이 마치 처음부터 생명체의 일부인 적이 없었다는 듯 오로지 작업 매뉴얼에 따라 간을 차곡차곡 잘 쌓아올리는 데만 온 신경을 쏟는다. 그리고 그곳 인부들은 간혹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바닥에 떨어진 소 지방덩어리를 던지며 장난을 치거나 바닥에 흥건한 소의 피로 작업실 벽에 낙서를 하기도 한다. 12초에 한 마리 꼴로 소가 죽어나가는 곳이라고는 의식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우연찮게 배정된 킬 플로어의 상황은 다르다. 그곳은 실제 살아있던 소가 150미터에 걸쳐 서서히 죽어가는 공간이다. 법적으로 금지된 전기충격기의 잦은 사용과 배설물, 토사물 등을 뒤집어쓰고 큰 눈망울을 끔벅이는 소들 앞에서 저자는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죽어야 할 지점에서 죽지 않은 소, 죽지 말아야 할 지점에서 죽어버린 소들에게 가해지는 끔찍하고 잔혹한 행위에 충격을 받기도 한다. 어떤 경우엔 의식이 아직 남아있는 소의 꼬리를 자르게 되는 때도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작업장의 구조 탓에 꼬리 자르는 일을 담당하는 인부가 소의 머리 부분을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 인부가 꼬리를 자르는 순간 소의 눈이나 격렬한 반응을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다면 살아있는 소의 꼬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단번에 잘라낼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시야가 적절히 가려져 있기에 맡은 바 일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었던 셈이다.
    이후 저자는 품질관리부로 승진되어 감독관 역할을 맡는다. 도축장은 담당하는 일에 따라 보이는 것도 볼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다. 생산직은 라인의 배치와 속도, 감독관의 감시에 따라 움직이지만, 사무직은 오로지 감시를 위해 움직인다. 감독관의 본래 업무는 분명 ‘품질과 위생 관리’이지만, 실상 그들의 모든 신경은 ‘관리’에 쏠려 있다. 관리 대상은 생산직 인부들은 물론 연방정부 검사관과 소고기다. 일례로 ‘소고기에 대한 관리’라 함은, 정부에서 파견된 검사관의 눈에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일이지, 고기의 품질과 위생은 막상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우리 관심사인 광우병 검사 역시 허술하기 짝이 없이 실시되고 있다. 미국은 ‘30개월 이상 소’를 광우병 위험군으로 분류해 따로 처리하는데, 그 검사라는 게 고작 치열을 살펴보는 정도다. 하지만 도축 과정에 소의 이빨이 부러지거나 오랜 세월에 마모된 경우가 많고 입 속이 피와 토사물 등으로 뒤범벅인 상태라 자세한 검사가 쉽지 않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게다가 라인 속도가 워낙 빨라서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한다.
    식품제조업과 폭력이라는 사회문제부터 동물의 권리와 복지문제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부각되는 요즘 [12초마다 한 마리씩]은 매우 의미 있고 문제적인 저작이라 할 수 있다.

    - 시선, 인간을 통제하다
    쓰레기하치장, 핵폐기물처리장, 도축장 등의 혐오시설과 방송언론 뒤에 감춰진 권력의 눈 가리기 전략이 드러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정치학자인 티머시 패키릿이 굳이 위장까지 해가며 도축장에 들어간 목적은 권력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거리두기’와 ‘감추기’의 영향력을 실제로 입증해냄으로써 ‘시선의 정치학’을 정립하기 위해서다. 또한 사회에 횡행하는 폭력이나 문제점을 단지 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냥 덮어버리거나 적당히 거리를 둠으로써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커녕 미봉책만 들이대는 현실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힘을 가진 자들이 우리 눈을 가림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잘못을 숨기거나 보기 흉한 것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놓는 식으로 우리를 기만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변혁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시 외곽과 같은 외진 곳에 정신병원이나 교도소 및 쓰레기처리장 등을 짓는다든가, 혐오시설의 외관을 그럴 듯하게 꾸민다든가, 저소득층이나 노인들을 특정 지역에 모아놓는다든가, 부정부패와 비리를 숨기고자 스포츠나 해외 대형사고, 혹은 전쟁 가능성을 확대 보도하는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완벽히 드러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저자는 벤담이 제안한 팬옵티콘(원형 감옥)을 예로 들어 완벽한 드러냄도 시선의 정치학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품질관리부 소속 감독관으로서 경험한 실제 사례를 들어 모든 것이 완벽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총체적 불신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인다. 결국 감추기, 거리두기, 드러냄 등의 시선 통제 전략도 권력 메커니즘의 일환이며, 이를 활용해 인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추천사

    정말 놀라운 저작이다. [12초마다 한 마리씩]은 우리를 도살장 안으로 안내하며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산업화된 도살장을 숨기려고 애쓸까?” 힐끗 보고 내려놓을 수 없는 매우 수준 높은 걸작이다.
    - 스티브 스트리플러(Steve Striffler) / [닭: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의 위험스런 변형(chicken: the dangerous transformation of America's favorite Food)]의 저자

    현대의 도살장에 대해 매우 치밀하고 실감 나는 묘사를 보여준다.
    - 에릭 마커스(Eric Marcus) / [육류시장: 동물, 윤리학, 돈(meat market: Animals, Ethics, and money)]의 저자

    너무나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섬뜩한 책이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 다큐멘터리 색채가 짙은 르포 문학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보여준 집요한 시선을 연상케 한다.
    - 존 보우(John Bowe) / [노바디: 현대 미국의 노예노동과 세계경제의 어두운 측면(Nobodies: Modern American Slave Labor and the Dark Side of the New Global Economy)]의 저자

    도축장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 이 용감한 책은 ‘인간적’인 도살의 허구성을 일깨운다. 동물 보호에 관심이 있는 사람,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은폐와 격리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
    - 진 바우어(Gene Baur) / [생추어리 농장]의 저자이자 생추어리 농장 대표

    비인간적으로 소를 도살할 수밖에 없는 현대 육가공산업의 면면을 속속들이 파헤친 매우 깊이 있는 책이다.
    - 이안 샤피로(Ian Shapiro) / [민주주의 이론의 진짜 세상(the real world of democratic theory)]의 저자

    패키릿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는 단순히 학대당하는 동물과 착취당하는 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권력 메커니즘에 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 피터 싱어(Peter Singer) / [동물해방]의 저자

    목차

    감사의 글

    1장 감쪽같이 숨겨진 세계
    2장 피가 흐르는 곳
    3장 생과 사의 분기점
    4장 오늘은 여기까지
    5장 도축장의 노동자들
    6장 악역을 맡은 자
    7장 눈 가리고 아웅 하기
    8장 총체적 불신의 악순환
    9장 세상을 바꾸는 힘

    본문중에서

    이렇게 원천 봉쇄된 도축장에 ‘침입’하기란 만만찮은 일이다. 도축장 담장이 여느 사회적 장벽보다 높기 때문이다. 업주들은 ‘위장취업’ 조항을 방패삼아 도축장에 잠입하려는 모든 시도를 막아낸다. 한마디로 도축장의 벽은 특별한 법적 보호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도축장 내부의 작업 또한 일반적 고용 형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금지 및 제재 조항을 갖고 있다. 도축장 내부 실태에 관한 사진 및 음성 자료의 제작, 소유 배포를 금지한 것은 그런 자료들이 여타 기록물들과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같다. 특별한 사회적 의미를 가진 도축장의 벽, 내부 작업, 기록물 등은 이렇듯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
    (/ pp.17~18)

    엘리아스에 의하면 수세기에 걸쳐 식탁에 올라올 수 있는 고기의 부위는 점점 줄어들었다. 동물의 발과 머리 등 그 몸뚱이를 떠올리게 하는 부위들이 식용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것이다. 도축 장면을 연상시킬 수 있는 날카로운 칼은 무딘 것으로 교체되었다. 동물의 사체를 먹고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도구는 최대한 배제되었다. 오늘날 스테이크를 먹을 때 사체를 뜯어먹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두 요리 기술과 육가공 방법이 발달한 덕분이다.
    (/ p.20)

    2004년 6월부터 12월까지 약 5개월 반 동안 나는 오마하의 한 도축장에서 일했다. 킬 플로어(kill floor)에서 평일 아침 5~7시부터 오후 4시~6시 30분까지 하루 9~12시간 근무했다. 나는 취직할 때 내가 정치학 교수란 사실도, 도축장에 관한 책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도 알리지 않았다. 맨 처음 나는 냉각실(Cooler)에서 시간당 8달러 50센트를 받고 간 매다는 일을 했다. 그러고 나서 살아있는 소들을 ‘노킹박스(Knocking Box)’ 안으로 이동시키는 활송 장치 앞으로 자리를 옮겨 시간당 9달러 50센트를 받고 일했다. 활송 장치 앞에서 나는 킬 플로어의 면면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운 좋게도 짧은 시간 내에 여러 가지 일을 두루 경험하며 거리두기와 감추기의 작동 방식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던 것이다.
    (/ p.24)

    내가 일했던 도축장은 지금도 성업 중이다. 노동자 약 800여 명이 노조 없이 일하고 있다. 그들 대다수는 중남미, 동남아시아, 동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민자 또는 난민이다. 도축장에서 생산되는 소고기는 미국과 해외에서 유통되는데 연간 매출액이 8억 2,000만 달러에 육박한다. 생산량으로 볼 때 미국 내 도축 및 소고기 가공시설 상위 10위권에 꼽힌다. 도축 속도는 한 시간에 약 300마리, 하루에 2,200~2,500마리 정도다. 일주일이면 약 1만 마리, 연간 50만 마리 이상이 죽어나간다.
    (/ pp.26~27)

    철조망 주변을 빙빙 돌던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도축장을 방문하기 전 내가 상상했던 그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핏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뚜껑 없는 배수구, 썩어터진 신장과 폐 등이 둥둥 떠다니는 오물통, 지옥도를 연상하게 하는 동물들의 울음소리, 피로 물든 흰색 옷을 입은 근육질의 인부들, 커다란 식칼을 들고 뽐내듯 돌아다니는 푸주한 등등.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들은 없었다. 너무나 평범한 풍경만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아무 특징도 없는 이 도축장은 21세기 미국 도시 어디에나 존재하는 상업지구 내의 보통 회사처럼 보였다.
    (/ p.32)

    철벽 너머 세상이 어쩌다 한 번 공개된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두 목소리를 연상하게 한다. “보지 마. 너는 볼 수 없어. 보아서는 안 돼. 볼 필요 없어!” 철벽의 목소리다. “봐. 볼 수 있어. 얼마든지 보라고. 볼 필요가 있어!” 함석문과 회의실 창문의 목소리다. 프런트 오피스 직원들, 소를 죽이는 사람 덕분에 소고기를 먹고 있으면서도 도살행위와는 격리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은 보라는 말과 보지 말라는 말이 뒤섞인 이상야릇한 메아리를 듣게 되리라. 현대사회의 모든 격리와 중개 과정에는 이와 같은 모순된 목소리가 난무하고 있다.
    (/ pp.37~38)

    외부인이 운 좋게 냉각실 입구까지 올 수 있다면 충격적인 장면에 입이 절로 벌어질 것이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이분체와 검붉은 간이 줄줄이 콘크리트 계단을 내려오는 광경…….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짐승의 몸통과 그것에서 분리된 혀, 꼬리 등이 나란히 매달려 있다. 아래쪽에 놓인 수레들에는 검붉은 간들이 한가득 실려 있다. 간이 갈고리에 매달릴 때 생긴 상처에서는 검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냉각실은 몸통도 아니고 몸통 이외의 것도 아닌 어떤 것, 전체도 아니고 완전히 해체된 부분도 아닌 어떤 것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점이지대다. 이 꼬리와 이 몸통, 저 혓바닥과 저 간은 분명 다른 소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들 꼬리와 혓바닥을 한 줄로 세워놓거나, 한데 모아놓으면 엄청난 분량이 되어서 원래 그 꼬리와 혓바닥이 어느 소에서 나왔는지 분간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 p.42)

    그림들을 보면 도축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800여 명 가운데 살아있는 소를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도살에 적극 가담하거나 도축행위를 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킬 플로어가 삶과 죽음의 공간으로 구분되었음을 상기할 때 도축장 인부 대다수는 죽음의 공간에서 일하는 셈이다. 극소수의 사람들만 살아있는 소나 죽어가는 소를 대면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소수의 사람만이 도륙행위에 가담한다. 이렇게 소는 몇 단계를 거치며 서서히 죽어간다. 그리고 각각의 단계는 다른 작업을 맡은 인부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킬 플로어는 도축행위를 은폐하고 격리하기 위해 도축장의 다른 공간들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어 있는 것이다.
    (/ p.69)

    소의 치아를 살피는 노동자(원48, 49)는 다운 풀러 옆 청결한 쪽에 서 있다. 우해면양뇌증BSE, 흔히 ‘광우병’이라 불리는 것이 미국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농무부는 미국 전역의 모든 도축장에서 광우병 위험이 큰 30개월 이상 소를 별도로 처리하고 판매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킬 플로어에서는 고위험군 소를 흔히 ‘30개월 소’라고 약칭한다.
    (/ p.87)

    구강검사는 쉽고 간단해 보인다. 파란색 안전모를 쓴 노동자들은 무전기로 킬 플로어 상황을 파악한 뒤 ‘30개월 소’가 너무 많아 작업 속도가 늦어질 것 같으면, 라인의 속도를 조금 늦춰달라고 현장 책임자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업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소의 치아 상태만으로 30개월 여부를 판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빨이 부서져 나갔거나 토사물, 소화되다가 만 음식, 피 등으로 입안이 엉망진창이라 이빨이 잘 보이지 않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루 8~9시간 동안 12초 간격으로 소 한 마리씩을 검사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영구치를 여러 개 보유한 소를 실수로 놓칠 수도 있다. 만약 30개월 소를 골라내지 못한 채 라인에 보냈다가 농무부 검사관에게 적발되면 노동자는 해고될지도 모른다. 운이 좋다면 3일 근신 혹은 인사이동 당할 것이다.
    (/ pp.87~88)

    저자소개

    티머시 패키릿(Timothy Pachirat)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53권

    뉴스쿨 대학New School University 정치학과 조교수인 티머시 패키릿은 미국 내 상위 10위에 속하고 직원 800여 명을 둔 대규모 도축장에 위장 취업해 반 년가량 노동자로 일하며 그곳의 실상을 낱낱이 기록해 이 책에 담았다. 12초마다 소 한 마리가 죽어나가는 도축장에서 그는 냉각실에 배정되어 소의 간을 매다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후 실질적인 도살이 이뤄지는 킬 플로어로 옮겨 도살 작업을 직접 목격하기도 하고, 품질관리부 직원으로 승진해 그곳의 위생 실태와 감시체계 등을 세밀히 관찰한다. 패키릿은 도축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 전체가 폭력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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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책으로는 [위키 리크스 비밀의 종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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