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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세레나데 : 이명랑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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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피아노는 널 기다리고 있어!
    네가 연주하기 전까지 피아노는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이야.

    작년에도 일곱 살, 올해도 일곱 살인 ‘지선’이와
    잠잠한 날 없는 가리봉동 옌볜 거리의 사람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사이, 훌쩍 자란 동심의 눈으로
    따뜻하게 세상을 감싸는 ‘이명랑’표 성장소설

    꿈과 희망, 바꿀 수 없는 프라이드를 노래하는 [천사의 세레나데] 출간


    서울 가리봉동 옌볜 거리의 삶을 세밀하게 그린 소설가 이명랑의 [천사의 세레나데]가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옌볜 거리에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작년에도, 올해도 일곱 살이라 말하는 ‘지선’과 지선을 언니처럼 따르는 ‘향자’, 지선에게 “프라이드”를 심어주는 든든한 동네 오빠 ‘박보섭’이 산다. 어느 날부턴가 우여곡절 끝에 ‘영감탱이’가 운영하는 피아노 학원에 다니게 된 지선은 하루 종일 피아노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작가는 가리봉동 철거촌에서 아이들의 바이올린 연주 소리를 듣고 영감을 받아 이번 장편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가리봉행 버스를 탔습니다. 다닥다닥 붙은 벌집들 사이를 헤매다 접어든 철거촌의 골목은…… 참 정겨웠습니다. 벽이 허물어지고, 문짝이 뜯겨 나간 자리에 버려진 화분이 있고, 꽃들이 알록달록 피어 있었습니다. 그때, 무슨 기적처럼 음악이 나를 휘감았습니다. 나는 홀린 듯 따라갔습니다.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철거촌의 한쪽에서 세 아이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눈으로 보고, 귀로 생생히 듣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지요. 바이올린이라니!
    (/ '작가의 말' 중에서)

    조그만 여자아이의 손끝에서 선율이 흘러나온다.
    단조롭게 반복되는 선율 속에서 초록 들판과 안개에 휩싸인 산들이 솟아나온다.
    낮게, 여리게, 조심스럽게 속삭이는 선율 속에서 떠나온 고향의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과거를 품은 밤하늘의 별자리들이 나타나고, 천사들이 날갯짓한다.
    날갯짓 소리에 옌볜 거리가 다시 태어난다.
    철거촌의 허물어진 벽들이 살아 움직이고,
    빈집들은 사람이 살던 시절의 온기를 머금은 집으로 다시 태어난다.
    옌볜 거리가 음악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본문 중에서)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사이, 훌쩍 자란 동심으로 세상을 감싸는 ‘이명랑’표 성장소설

    가리봉동의 철거촌에는 하나같이 어둡고 무섭고 한기가 돌며, 빈집의 허물어진 시멘트 벽 위에는 누군가의 찢어진 사진만 나뒹군다. 그럼에도 지선과 향자는 빈집을 놀이터 삼아 매일 놀기 바쁘다. 일곱 살이지만 몇 년째 일곱 살인 지선은 고장 난 공중전화 부스로 가 답답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향자 아줌마의 딸 ‘향자’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 괜찮다며 한글 배우기도 멀리한다. 옌볜 거리 사람들은 놀랍게도 “아아!” 하고 향자의 말을 받아들인다. 어느 날 지선은 자신의 아빠가 누구인지, 향자의 아빠가 실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장 난 공중전화는 나한테는 한국에 사는 아빠다. 엄마 배 속에 내가 작은 씨앗처럼 찾아와 뿌리를 내렸을 때, 그때 내가 너무 일찍 찾아왔다고, 절대로 자기 씨가 아니라고 화를 냈다던 한국 아빠다. 나는 중국에 사는 아빠 딸이기도 하고, 한국에 사는 아빠 딸이기도 하다. 중국에 사는 아빠 딸도 아니고, 한국에 사는 아빠 딸도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연변의 사과배다. 꼽추 할아버지가 보았다던 연변의 사과배, 오월이면 흐드러지게 피어 동네를 온통 제 향기로 물들였다던 연변의 사과배가 바로 나다. 그래서 나는 또 고장 난 공중전화의 다이얼을 누른다.
    (/ p.230)

    지선의 엄마는 이화피아노를 운영하는 영감탱이에게 맥주와 음식을 대접하며 딸을 피아노 학원에 보낸다. 그동안 문방구에서 산 종이피아노를 치던 지선은 꿈에 그리던 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간다. 영감탱이는 지선에게 피아노를 치고 싶으면 먼저 잘 듣고 느껴야 한다고 조언하고, 지선은 피아노를 치면서 체념하고 울부짖는 옌볜 거리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새로 태어나는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점점 더 진정으로 음악을 원하기 시작한다.

    피아노 소리에 맞춰 옌볜 거리가 둥글게― 둥글게―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한다. 아가씨로 되돌아간 아줌마들의 치맛자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치마 속에 아가씨들이 세계를 담기 시작한다. 엄마의 체념을 집어삼키고, 깨진 술병에 찢긴 발바닥을 내려다보며 어깨를 떨며 울어대는 작부를 집어삼키고, 아침마다 머리맡에 써 붙이지만 한 번도 계획대로 된 적이 없는 가방 공장 여직공의 낡은 생활 계획표를 집어삼킨다. 치마 속에서 세계가 다시 태어난다. 나는 눈을 감는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빨리 먹지 않으면 곧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을 허겁지겁 핥아 먹듯 옌볜 거리 아줌마들의 치마 속에서 다시 태어난 세계를 들이마신다. 내 안에서 세계가 이스트처럼 부풀어 오르고 내 심장은 음악으로 가득 채워진다. 나의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혈관으로, 팔다리로 노래가 퍼져 나간다. 더 더 더 나를 부풀려 주기를, 더 더 더 나를 채워주기를…….
    (/ p.65)

    가리봉동 옌볜 거리, 음악의 선율 속으로 빨려 들어가다!

    쉼터에서 지내는 꼽추 할아버지는 흔히 말하는 조선족이다. 지선에게 자신이 조선족(꼬리빵즈)이 된 사연을 들려준다. 할아버지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귀화 시험을 준비하고, 한쪽에서 장군은 환경미화원이 되기 위해 체력을 키운다. 한국 사람 또는 사회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이 거리의 몇몇 사람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일로 다가온다.

    첨부터 꼬리빵즈였나. 첨엔 다 배고프고 가난해서, 살겠다고 고향 떠나왔지 뭐. 해방되기 전까지는 다 그저 한국 사람이었어. 조선족이 어데 있어. 해방되고 나서 그 담에 고향에 못 가고, 고향에 안 가고, 그저 남아 있다 보니 그냥 조선족이 됐지 뭐. 중국 조선족! 그때 그냥 고향으로 간 사람들은 조선족 아니지. 그냥 맨 한국 사람이지. 남은 사람들만 중국 조선족 됐지.
    (/ pp.86~87)

    장군이 바지 주머니에서 꾸깃꾸깃 접은 종이 한 장을 꺼낸다.
    “외국인 귀화자 채용공고! 환경미화원 시간 계약직 2명 구함!”
    장군이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번에 나라에서 외국인 귀화자들 중에서 환경미화원을 뽑기로 했다. 환경미화원이 되려면 먼저 체력 측정이라는 시험에서 뽑혀야 된다. 이 마대 자루처럼 모래를 집어넣은 마대 자루를 어깨에 메고 빨리 뛰기, 마대 자루를 쓰레기차에 빨리 싣기, 이렇게 두 가지 시험을 본다.
    “이제 아시겠지요?”
    장군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지만, 도문강 할머니는 전혀 못 알아듣는다. 알아듣기는커녕 무슨 소리인지 더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못 알아듣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장군은 외국인 귀화자도 아니잖아?
    장군은 빨리 뛰지도 못하잖아?
    겨우 두 명만 뽑는 거잖아?
    물음표들이 자꾸 튀어나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 p.212)

    한편 옌볜 거리에는 먹을거리가 다양하다. 경성뀀점에서는 젊은 부부가 양꼬치를 굽고, 향자는 콩국에 만 라궈즈를 먹고, 가게 앞에는 쯔란 냄새가 풍기고, 하루 일이 끝난 노동자들은 칭다오를 마신다. 꼽추 할아버지가 마침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날, 동네 사람들은 쉼터에 모여 파티를 연다. 술을 따르고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동시에, 감격에 겨워 눈물 훔치는 소리갈 출렁인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누구랄 것 없이 억울하고, 누구랄 것 없이 기쁘고, 누구랄 것 없이 외롭다.

    여러 해 동안 옌볜 거리에서 살아오면서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이 귀한 선물이 여름날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없어질까 봐 두려워하며 귀를 기울인다. 영감탱이의 연주는 언제까지고 계속되고, 나는 싫증도 내지 않는다. 이따금 영감탱이의 손가락들이 건반 위를 떠나 허공으로 잠깐 들어 올려질 때마다 여기서 연주가 끝나는 것은 아닌가, 두려움을 느끼며 귀를 기울인다. 싫증도 내지 않고 듣는다. 살기 위해서라는 핑계도, 아무런 희망도 없다는 내일도, 오늘의 초라함도, 그 어떤 것으로도 망가뜨릴 수 없는 프라이드를…… 음악을.
    (/ p.190)

    옌볜 거리가 음악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향자만 안 생겼으면……. 애 아빠가 누군지만 알았어도……. 아이들의 세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파괴해 버리는 어른들의 부주의함과 살기 위해 서로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짐승이 되어버리는 악착같음과 남의 돈을 가로채기 위해 어떤 말도 서슴지 않는 파렴치함과 가난에 닳고 닳아 구멍 난 속옷까지도 감추지 않게 된 뻔뻔함 같은 것들이 전부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뭇잎 위에 떨어진 살덩이, 푸른 풀밭 위에 떨어진 살덩이, 흐르는 바다에 떨어진 살덩이……. 잘게 잘게 썰어져 무수한 세계 속의 한 점이 되었던 살덩이들이 피아노 속에서 휘몰아쳐 나온 음악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 다시 한 덩어리가 된다. 그리고 회오리 속에서 새로운 세계가 빠져나온다. 부주의함과 파렴치함과 뻔뻔함이 사라지고, 사람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 작은 불씨처럼 남아 있던 프라이드가 서서히 고개를 든다. 옌볜 거리 사람들 모두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고,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살기 위해 짐승이 되곤 했던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 피 흐르는 얼굴을 씻어주고 머리를 빗어주어 사람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다.
    (/ pp.289~290)

    소설가 이명랑은 [천사의 세레나데]에서 한국 속에 있는 또 하나의 세계를 찾아 삶의 무대로 삼고,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발랄함을 발휘한다. 그동안 옌볜 거리의 바깥에서 차갑게 바라본 시선은 뒤로하고 ‘지선’의 눈을 통해 온기를 불어넣는다. 구겨지지 말아야 할 프라이드를 소중하게 여기고,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도록 노래한다. [천사의 세레나데]를 통해 주인공 지선이 감동스러울 만큼 성장하는 과정, 옌볜 거리가 새로이 탄생되리라는 희망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부
    2부
    3부
    4부
    5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3~
    출생지 서울특별시
    출간도서 38종
    판매수 18,835권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8년 장편소설 [꽃을 던지고 싶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데뷔작과 함께 '영등포 삼부작'으로 일컬어지는 장편소설 [삼오식당]과 [나의 이복형제들]을 통해 우리 소설사에서 밀려나버린 사람들의 아픔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2007년 대산창작기금과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을 받았습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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