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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로 받은 수레

원제 : 嫁粧一牛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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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혼수로 받은 수레

왕전허는 타이완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세대들이 보편적으로 겪은 체험과 처지를 잘 알고 가족관, 산업의 변화, 이농 현상, 미국 숭배 의식 등을 중심으로 작품을 썼다. ‘불협화음적인 조합’을 가진 인물 형상을 만들어 내지만 독자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어떤 편견이 개입되지 않도록 한다. 그들의 내면을 전면에 내세우고 어느 누구의 편에 서지 않는 방식으로 인간의 어리석음과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이 작품 속에 묘사된 타이완 사회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눈으로 본 세상이 담겨 있으며,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목격되는 다양한 풍경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후(戰後) 타이완 1세대 작가 왕전허

1945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자, 타이완은 1894년 청일전쟁의 결과로 인한 50년간의 일제 식민 생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오래 끌어 오던 중국 내전의 막바지에 이르러 국민당에게 퇴각할 만한 새로운 근거지로 낙점되면서 또 다른 풍파를 겪게 되었다.
타이완을 점령하기 시작한 국민당 군대는 도매상 강탈, 인신 납치, 위탁금 착복, 암거래 등에 개입했으며, 이에 불복하는 사람들을 공산주의자 또는 매국노로 낙인찍어 재산을 강제 몰수하고 투옥시켰다. 일본 유학과 고등교육을 통해 근대화된 사고방식을 가진 타이완인들은 국민당 군대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 저항하기 시작했다. 1947년 2월 28일, 중국 대륙에서부터 들어온 국민당 증원군은 국민들의 폭동을 막기 위해 타이완 섬 전역에서 대학살을 자행했고, 타이완의 지도자적인 기성세대는 완전히 소탕되다시피 했다. 타이완에는 계엄령이 선포되어 1987년까지 실시되었고, 타이완의 사상·문화계는 국민당 정권이 내세운 대륙을 수복하겠다는 정치적 이념에 근거한 중국(대륙)의 역사와 문화를 학습하도록 강요되었다. 게다가 국민당이 타이완으로 들어올 당시 같이 이주해 온 대륙 이민자는 150만∼200만 명 정도였는데, 그중 70만∼80만 명이 군인이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타이완 현대사에서 이들은 외성인(外省人)으로 불리게 된다. 1950년대 타이완 문단은 외성인 출신 작가들이 쓴 반공 문학에 장악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타이완 원조가 철저하게 자국의 정치·군사·경제적 손익 분계선에 따라 진행되었고, 타이완의 국가로서 지위가 세계 정치 무대에서 중공에게 밀리는 외교적 고립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국민당이 표방한 이상은 점차 입지를 잃었고, 그러한 통치 권력에 유착해서 활동했던 소위 어용 작가와 사상가들 역시 세력을 잃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의 강력한 대륙 지향적인 민족주의 교육에 억눌려 있던 타이완 사회의 저변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대륙 수복의 꿈에서 벗어나서 생활의 근거지인 타이완 섬 자체와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타이완인들의 삶과 역사를 조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왕전허의 작품은 바로 이러한 타이완 문화계의 분위기 속에서 성장 발전했다.

작품 소개

"귀신·북풍·사람"은 왕전허가 대학생일 때 창작한 처녀작으로, 속으로는 서로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애틋하게 생각하지만, 정작 그 마음을 상대에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고통과 그로 인한 갈등이 오로지 작중인물들의 내적 독백을 통해서만 드러난다는 점이 묘미다.

"어느 여름날"을 통해서는 바로 타이완의 깊은 혼혈사를 엿볼 수 있다. 주인공인 바나가 한족 집안으로 시집와서, 한족 사회의 전형적인 고부 갈등을 겪고 남편의 부권(夫權) 의식 때문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는 이야기다. 머릿속에서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대로, 따옴표 없이, 작중인물의 의식에서부터 직접 흘러나온 듯이 나열되는 내적 독백은, 가족의 일원이 되지 못한 채 홀로 분노를 삭여야 하는 바나의 혼란스러운 심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준다.

"혼수로 받은 수레"는 왕전허를 문단에 각인시킨 대표작이다. 타이완의 산업화에서 소외된 자들, 특히 공동화(空洞化)된 농촌에 남은 농민들의 극심한 경제난을 흥미진진하게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1960년대 타이완 향토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가난한 농민인 완파를 단순히 사회적 환경으로 인한 피해자이자 연민의 대상으로 묘사하지 않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인생의 비극이, 실은 그 스스로의 우스꽝스럽고 특이한 성격이 야기한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보도록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묘미다. 아울러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타이완 속어와 일본식 한자어는, 타이완의 복잡한 역사와 타이완인들의 삶이 그 무엇보다 ‘언어’에 가장 잘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도록 한다.

"즐거운 사람"에서 왕전허의 창녀에 대한 시선은 독특하다. 창녀를 동정의 눈길로 보는 시각을 피함으로써 독자와 창녀의 계층적 지위를 지우고, 창녀가 창녀를 비웃는 방식으로 이야기의 초점을 전환시킨다. 그럼으로써 그녀들을 인간으로서 의지할 곳 없어 괴로운 것은 아닌지, 엘리트 남성들의 이중적인 면모를 압축적으로 제시해, 매춘을 양산하는 사회구조와 이중적인 도덕률을 용인하는 사회 풍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거리를 제공해 준다. 중간에 삽입되는 당시(唐詩)는, 옛날 사람들이 기생들에게서 느꼈던 운치를 대체하는 역할을 하면서 작품에 독특한 느낌을 더한다.

"라이춘 아주머니의 쓸쓸한 가을"에서는, 중국의 전통적인 가족 관념이 미국의 경제원조와 함께 들어온 미국식 가족 관념에 의해 점차 어떻게 변해 가는지 잘 보여 주고 있으며, 문화적 차이로 인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가족 개념과 ‘전통’이라는 명분만으론 유지되기 힘든 그런 가족 개념 사이에서 시달렸던 타이완 사회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샤오린, 타이베이에 오다"는, 왕전허가 항공사와 방송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하루 종일 마작에 빠져 살고 최신 유행을 쫓아가기 바쁜 직장 동료들을 보면서 쓴 작품이다. 시골에서 올라와 도시의 소시민으로 어렵게 적응하고 있는 ‘샤오린’의 시각을 통해, 타이완 사회에 만연해진 과도한 영어 사용 현상과 세련된 전문 직업인으로 보이기 위해 붙인 영어 이름이, 정작 중국어로 들으면 우스꽝스럽고 해괴망측한 의미가 된다는 것을 언어유희를 통해 풍자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이다.‘언어’ 자체와 문학의 ‘형식’에, 과감한 실험과 파격적인 사용을 감행한 왕전허의 창작 기법상의 변화는, 이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호랑이 두 마리"는, 사람은 좀 모자라지만 구두 가게 사장인 아샤오와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점원인 둥하이라는 대조적인 두 인물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왕전허 소설 속의 평범한 사람들은, 독자에게 동정을 불러일으키고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성토하게끔 하는 불쌍한 사람들이거나 비참한 상황에 처해 있지는 않다. 너무 볼품없고 우스꽝스러워서 작품 속의 다른 사람들이 그를 조롱할 때 독자들을 동참하게 만들기도 한다.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을 것 같은 과격하고 천박하며 외설적인 말과 성적(性的) 농담이 전혀 걸러지지 않고 날것 그대로 등장한다.

왕전허는 문학사에서 흔히 언급되는 향토 문학 작가라는 타이틀보다 다양한 언어와 파격적인 기법을 과감하게 활용한 작가다. 또한 자신의 특권 의식과 권위 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섣불리 박해받고 소외되는 자의 대변자로 나서기보다 어쩌면 값싼 동정이나 연민, 허접한 교양과 손바닥 뒤집듯 제멋대로인 도덕적인 시각을 벗어 버리고, 나의 가족과 이웃의 고통과 어리석음을, 고독과 허영을, 순진함과 상스러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자신의 작중인물들을 이렇게 형상화함으로써, 타이완 최고의 엘리트들에게 배운 작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조금이나마 실천하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목차

혼수로 받은 수레(嫁粧一牛車)
어느 여름날(夏日)
귀신·북풍·사람(鬼·北風·人)
즐거운 사람(快樂的人)
라이춘 아주머니의 쓸쓸한 가을(來春姨悲秋)
샤오린, 타이베이에 오다(小林來臺北)
호랑이 두 마리(兩隻老虎)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본문중에서

“그는 귀머거리야! 걱정할 필요 없어. 그가 들을 수 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한마디 한마디가 징이 울리는 것처럼 단단하게 닫혀 있는 완파의 귓속을 뚫고 들어왔는데, 그 여운이 얼마나 길던지! 출옥한 지 며칠 만에 완파는 얼굴이 온통 벌겋게 되어서, 뜬금없이 남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있는 것이었다.
(/ '혼수로 받은 수레'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0~1979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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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타이완 동부에 위치한 화롄(花蓮)에서 태어났다. 19세에 타이완대학 외국어문학과(臺灣大學 外文系)에 합격해 도시로 나가기 전까지 줄곧 고향에서 살았다. 대학 2학년 때 처녀작 "귀신·북풍·사람"을 [현대문학] 잡지에 발표하면서 작가로 등단했다.
전후(戰後) 타이완대학 외문과는, 정부의 과도한 언론·출판·사상 통제와 국민당 정부가 강제로 주입하다시피 한 중화 문화 찬양 및 반공(反共) 문학 일색으로 황폐화된 타이완 문학계를 살리기 위해, 현재 타이완 사회의 실재를 반영한 작품, 그리고 문학 자체에 대한 탐구에 정진할 것을 주장하며 [문학잡지(文學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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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에서 한문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석사 과정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후, 고려대학교에서 중국 현대 작가 저우쭤런(周作人)에 대한 논문 [周作人 散文에 나타난 문학 담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20세기 초반 동·서양 지식 교류의 역사 및 세계사적 지식 담론의 보급과 유통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근대 시기 동아시아의 지식 담론이 어떤 원류를 거쳐 서로에게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20세기 초반 지식의 생산과 유통에 중심 역할을 했던 중국의 각종 문예 잡지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당시의 중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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