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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 숲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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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민하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2년 08월 24일
  • 쪽수 : 180
  • ISBN : 9788937408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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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2012 현대시작품상 수상 시인 이민하 신작 시집

    은폐된 현실을 드러내는 첨예한 방법론이자
    말의 힘으로 상처를 이겨내는 시적 용기로서의 환상


    환상 시, 전위 시를 대표하는 시인 이민하의 세 번째 시집 [모조 숲]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환상수족], [음악처럼 스캔들처럼]을 통해 그로테스크한 환상적 이미지와 다채로운 실험 방식을 선보였던 시인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세 번째 시집이다. 제1관, 제2관, 제3관 모두 세 개의 상영관으로 구성된 [모조 숲]은 각기 다른 부제를 지닌 다섯 편의 [모조 숲]을 포함해 총 66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에 따르면 “단 한 번도 상투적으로 말하지 않는”이민하 시인은 “언제나 두 겹으로 기능하는 시어”를 통해 이미지와 서사 사이에 환상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직시된 현실을 상영해 왔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현실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환상을 이어가는 한편 ‘모조’적 진실이라는 새로운 문법과 전복된 세계를 창조했다. 이민하 이전에 진심을 모조했다면 이민하 이후엔 모조를 진심한다. 이 세계는 모조된 진심만 통하는 곳. ‘모조’라는 미장센을 통해 이미지와 정면 승부하는 시집 [모조 숲]은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이미지에 포박된 사람들에게 실재의 이미지뿐 아니라 이미지의 실재를 보여 줄 것이다.

    * 모조, 우리 시대의 비극

    이민하가 그리는 세상에서는 모조가 진짜를 초월한다. 시인이 사는 곳에 어머니의 품속이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품속은 도시뿐만 아니라 저 먼 고향에도 없다. 애인과 함께 들어간 침대도 어머니의 품속이 아니며 어머니의 품속까지도 어머니의 품속이 아니다. 어머니의 품속이 어머니의 품속으로 남아 있지 않으므로 내 품속도 어머니의 품속이 될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람과 사물 사이에 좋은 관계건 나쁜 관계건 진정한 관계가 성립될 터전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비극은 어머니의 품속이 없는 곳일수록 가장 완벽한 어머니의 품속을 설계한다는 데에 있다. 가장 그윽한 휴식, 가장 항구적인 평화, 가장 순결한 사랑……. 우리는 지금 그것들에 대한 풍경의 관념이 대량 생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완벽한 어머니는 ‘의붓어머니’, 가장 완벽한 숲은 ‘모조 숲’이다. 이민하는 어디에서도 진짜를 찾을 수 없는 곳에서 무엇보다 더 진짜 같은 모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모두 살굿빛 얼굴로 인사하지만
    얼굴의 절반은 뒤통수다
    그들은 비누 같은 손을 내밀지만
    나머지 손은 의수다

    꿰매진 입을 귀에까지 찢고
    실밥처럼 웃음이 튀는
    모닥불과 어둠 사이에서

    혼자 잠드는 게 두려워
    다 같이 둘러앉아 캠프파이어
    자살의 추억담을 늘어놓는 진실게임

    (중략)

    그들은 모두 거머리 같은 코를 가졌지만
    코의 절반은 하수구다
    그들은 멀쩡히 물가에 앉아 있지만
    그들 중 절반은 익사체다
    (/ [모조 숲-숨] 중에서)

    * 의붓, 가장 완벽하고 세련된 그것

    이민하 시는 편편마다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어머니의 은유로 의붓어머니에 대해 말하고 진심의 은유로 진심의 시나리오를 말하기 때문이다. 자연의 은유로 인공을 말하고 행동의 은유로 시늉을 말한다. 숲과 구름의 은유로 수족관에 대해 말하고 사랑의 은유로 사랑의 풍경에 대해 말한다. 관찰과 분석은 열광의 은유다. 산문시 [세 사람의 산책]이 이를 잘 보여 준다.

    당신이 민하씨, 하고 부를 때 나도 함께 그녀를 부르는 느낌이야. 그녀의 뒤척이는 이불이 왼쪽 끝자락부터 걷히는지 오른쪽부터 걷히는지, 그녀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내가 부르면 뒤돌아보는지 나도 궁금해지는 느낌이야. 당신이 우리, 하고 입술을 내밀 때 나도 두근두근 두 사람을 몰래 훔쳐보는 느낌. 혹시라도 들킬까 봐 테이블 밑에라도 숨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여의치 않으면 눈이라도 질끈 감아야 할 것 같은 느낌.
    (/ [세 사람의 산책] 중에서)

    사랑의 행위와 같은 행위 속에서는 행위자 못지않게 황홀한 사람이 관찰자다. 시가 진행될수록 행위자와 관찰자는 동일 인물처럼 보이고 끝내는 시 쓰는 이민하와 화자 이민하가 같은 사람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이 기이한 삼각관계가 은유의 범주를 넘어서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한순간도 긴장을 풀지 않고 사랑 아닌 것은 용납하지 않는 이 완벽한 사랑은 그러나 사랑이 아니라 ‘의붓사랑’이다. 삶이 아니라 삶의 대본이며, 주체가 참여한 적 없는 어떤 실천의 시나리오라는 뜻에서의 ‘의붓’이다. 모조가 진짜를 초월하는 이 세계에서는 진심을 교환하기 위해 진심의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가장 세련된 진심, 그것은 ‘의붓진심’이다.

    * 지금은 음악의 계절, 지금은 시의 계절

    진심에는 진심의 형식이 있고 그 품질이 있다. 진심의 비린내는 진심의 예절이 아니며 진심의 내장으로 진심의 얼굴을 만들 수는 없다. 녹색 광선이 찬연한 저녁에도 진심이 서로 통하기 위헤서는 진심의 시나리오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민하의 시는 또한 가을날의 거리를 소묘하며 음악의 형식으로 찾아오는 심리적 과장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침마다 새로운 음악이 분다. 나무의 뼈를 훑듯 음악이 불어 가지에 말라붙은 음표들이 우수수 목이 쉰 나무처럼 거리를 표류한다. 지금은 음악의 계절, 유니폼을 입은 미화원들이 바닥을 쓸며 레코드 가게 점원처럼 가로수들을 가지런히 진열한다. 내 귀여운 연인은 스피커에서 태어났다. 스피커를 찢고 내 고막을 찢은 사람도 있다. 보이니, 난 아직 귀에서 피를 흘리고 있단다. 유골함에 안치된 후에도 핏물로 국화꽃을 적시고 있단다. 지금은 음악의 계절. 모퉁이마다 구겨 앉은 건물의 유리창들은 조조 영화의 영사기처럼 필름을 돌린다.
    (/ [음악이 분다] 중에서)

    아침마다 불어오는 것은 물론 음악이 아니라 바람이다. 그러나 가로수의 마른 잎들을 훑어가는 바람에는 실제든 상상이든 음악이 섞여 있다. 시 전체에서 기울어진 글자로 여러 번 반복되는 “지금은 음악의 계절”은 음악의 형식으로만 찾아오는 어떤 복잡한 심리적 과정을 드러낸다. 잎 떨어진 가로수 너머로 막막하게 드러난 “구겨 앉은 건물의 유리창들” 위에는 뜻하지 않은 기억들이 상연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을바람에 나무들이 그 본모습을 드러내듯 시인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진정한 얼굴이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또한 시인 가객들이 제 사상과 언어를 추구해야 할 가을. 제 육체밖에는 가진 것 없는 노래꾼들이 그 재주를 모두 털어 목이 쉬게 부른 노래들이 거리에 가랑잎처럼 흩날린다.

    추천사

    이민하의 시들을 읽는 밤이면 뭉크의 화집을 놓고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 "모조 숲"과 "테마 파크"에서 사랑을 하면서 "영원히 부패하지 않는 연인"이 되는 순간을 향하여 지르는 비명으로 그의 시들은 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비명은 돌발적으로 증식되는 환상과 이미지 때문에 되려 21세기의 어떤 음악으로도 들린다. 뭉크의 그림들을 보면서 질식할 것 같은 비명을 아름답게 느끼는 건 왜인가? 이 세계를 살아가면서 당신들이 질렀던 모든 비명들은 결국은 살겠다는 거였고, 자신의 존재를 극도로 밀고 나가겠다는 다짐이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존재를 온 영혼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아름다운 인간의 일이다. 그러니 이 시대에 불우하고도 행복한 시를 읽는 사람들이여, 비명 같은 음악이 흐르는 이 시집을 밤에 경험하시라. 그러다 보면 뭉크의 그림들이 샤갈의 그림으로 변해 가는 아주 독특한 시간을 경험할 것이다. 그 시간 동안 “검은고양이소셜클럽”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의 베이비”로 만났다가 다시 헤어지기도 할 것이다.
    - 허수경 / 시인

    수족 없는 마네킹이 피범벅된 무르팍으로 골목길을 걸어갈 때에도, 3악장의 오선지 위에서 태어난 말의 시취가 스캔들을 낳을 때에도, 이민하의 '환상'은 초현실이었거나 비현실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환상은 언제나 은폐된 현실의 한 국면을 도드라지게 하는 첨예한 방법론이자, 상처 받은 예민한 감성이 말에 의지하여 제 현실을 직시하면서, 또한 말의 힘으로 그 상처를 이겨 내는 시적 용기의 한 형식이었다. 그녀의 세 번째 시집 [모조 숲]도 그렇다. “모조 숲”은 도시의 벽과 하수구를 타고 흑사병처럼 퍼져 나가는 우리 삶의 불면과 기만을 되비추는 스크린이다. 발목이 잘린 소년·소녀들, 의수(義手)로 악수를 나누는 익사체, 서로의 가슴에 못을 박는 연인과 어둠 속으로 제 자식을 파묻는 아버지가 이 스크린의 주인공들이다. 날개 꺾인 죽은 새들이 검은 합창을 하며 날아오르는 이 숲에서, 화단은 현실이 무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숨기는 오브제다. 그러므로 이 숲은 실은 피와 회칠을 한 '모조'라는 미장센. 그렇게 이민하의 “모조 숲”은 이미지와 서사 사이에 환상의 공간을 개방하면서, 다시금 현실의 파국을 상영한다.
    - 함돈균 / 문학평론가

    목차

    자서

    제1관

    베스트셀러
    밤과낮
    사탕을 줄게
    키스論
    모조 숲-길
    새의 얼굴
    가위잠
    거리의 식사
    일요일의 정부
    치과에 가자
    연애 시대
    어떤 새벽
    리듬
    모델
    모조 숲-말
    유령 독자
    비행접시
    고양이라는 사건
    고양이라는 증상
    가족회의
    눈의 속삭임
    검은고양이소셜클럽

    제2관

    스크린
    모조 숲-잠
    내면연기
    음악이 분다
    날씨와 생활
    거리마술사
    셔터
    터널
    뮤즈라는 새
    비 오는 날 우리는
    해변의 요리사들
    모조 숲-숨
    불면증
    클럽 아프리카
    마음의 육체
    식사의 감정
    사과나무정육점
    키스앤크라이
    지하식물
    지하해변
    스쿨오브락樂
    죽은 새
    영화적인 삶

    제3관

    전망 좋은 숲
    구름의 건축
    시간
    천사
    보행자
    풀밭의 율법
    세 사람의 산책
    우는 사람
    화장의 비밀
    고철로 만든 정원
    숲의 계단
    퍼펙트 데이

    천문학자는 과거를 쇼핑한다
    죽은 새들의 행진
    고요한 밤
    거룩한 밤
    12월의 악수
    나무 시절
    식민지
    모조 숲

    작품해설/황현산
    의뭇어머니의 사랑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7~
    출생지 전북 전주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시인 이민하는 1967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2000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 [환상수족] [음악처럼 스캔들처럼] [모조 숲]이 있다. 2012년 현대시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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