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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로 고려를 읽다 : 가장 역동적인 역사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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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고려사 500년의 재발견
    고려에서 이어지는 역사의 맥락을 추적하다


    우리가 역사를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우리 안에 존재하는 강력한 힘의 원천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서는 역사 연구가 필연적이다. 이런 점에서 “고려를 통해 조선을 이해하고 다시 조선을 통해 한국을 이해한다”는 저널리스트 이한우의 구상은 큰 가치와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한우는 최근 10년 동안 [조선왕조실록]을 파고들어 그 성과로 10여권의 책을 냈다. 그리고 깊이를 더하기 위해 그보다 더 과거로 방향을 잡아 고려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구를 시작했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가 연구의 출바점이었다. 그 결과로 [고려사로 고려를 읽다](이한우 지음, 21세기북스)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고려라는 한 시대에 벌어진 사건을 시간 순으로 나열하는 식의 작업이 아니다. 저자가 그린 큰 그림에 따라 조선사의 맥락에서 고려사를 읽어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서로 비슷해 보이는 사건과 인물들을 비교하면서 역사의 반복성과 특수성을 흥미롭게 포착했다. 그리고 고려사에 담겨 있는 고려의 진면목을 발굴하고자 애썼다. ‘조선적인 것’에 앞선 연속선에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고유성을 갖는 ‘고려적인 것’을 찾아 제시했다.

    고려 vs 조선, 비슷하지만 다른 두 시대의 역사
    하지만 고려에는 숨은 역동성이 있었다

    조선과 비교할 때 고려 사회만의 특징 중 하나는 역동성이다. 그것은 왕조의 불안, 잦은 외침, 무신정권 출현, 몽골에의 예속 등 수없는 내우외환에도 고려가 500년 동안 이어질 수 있었던 에너지가 되었다. 이 역동적인 에너지는 현대 한국을 읽는 키워드인 동시에 조선사의 영향으로 경직된 경향을 보이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고려적인 가치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고려사는 조선사와 많이 닮았다. 고려사가 상황을 바꾸어 조선에서 반복되는 것처럼도 보인다. 먼저 왕건과 이성계라는 개국 영웅이 새로운 왕조를 열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개국 초 안정적인 왕위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암투와 무력충돌이 일어났던 점도 닮았다. 조선과 고려 모두 문벌과 외척과 발호로 국운이 기울기 시작했으며, 외세의 침략에 의해 흔들리다가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왕조의 패망을 겪었다. 문화적으로는 두 나라 모두 당대 최고의 문명을 표준으로 삼고 이를 본받고 도입하려 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고려는 송나라, 조선은 명나라와 가깝게 지내려 했다.
    이런 비슷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고려사에는 분명한 고유성이 있었다. 즉, ‘조선적인 것’과 구별되는 ‘고려적인 것’이다. 왕권은 불안정했지만 고려 사회는 역동적이었다. 사상적 유연성이 있었고 신분 간의 제약도 심하지 않았다. 무신난 등의 혼란기에는 천민 출신이 최고 권력자의 지위에 오르는 일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또한 조선에 비해 상대적인 개방성이 있었다. 중국 출신 관료들을 여러 차례 등용했는데, 철저한 기준이 있었다. 이러한 역동성과 개방성이야말로 ‘고려적인 것’을 가장 잘 압축해서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61가지의 에세이로 읽는 고려의 역사
    다시 한 번 고려의 기상을 되살려내다

    이 책은 고려사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하나하나의 사건에 주목해 총 61가지의 주제 아래 에세이로 정리됐다. 조선일보 주말 섹션인 에 ‘역사 속의 고려’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과 새롭게 정리해서 모은 절반 정도의 원고가 모아져 완성됐다. 학문적인 깊이보다는 대중들의 눈높이에서 저자가 각각의 글은 저널리스트다운 담백하고 깔끔한 문체로 독자들의 이목을 끌며,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궁금했을 법한 질문을 던져 숨어있던 고려 왕조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안타깝지만 지금까지 고려사는 조선의 역사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시대적으로 더 오래됐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무신 정권의 오랜 지배로 인한 문신의 약화와 극심한 외세 침략에 따른 기록의 소실도 하나의 이유다. 그럼에도 어느 시대에서도 볼 수 없는 역동성과 개방성은 고려사의 가치를 크게 끌어 올린다. 저자가 주목하는 바로 그 부분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번 작업을 통해 조선적인 것과 더불어 고려적인 것에 대해 우리가 좀 더 깊은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특히 요즘 대한민국 사회가 활력을 잃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에 그 바람이 좀 더 간절하다.”고 밝혔다. 여러 요인으로 크게 각광받지 못하고 교과서 속에 머물러야 했던 역사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현대 사회의 거울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이 활기를 잃은 채 생기 없어진 대한민국에 한줄기 바람과 같은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

    목차

    머리말 고려사로 고려를 읽다

    제1편 통일의 새 아침이 밝아오다
    왕건, 포용과 도량으로 삼한을 품다 / 삼한통일의 기틀을 다지다 / 왜 1등 개국공신 모두가 무장이었을까 / 조선에 정도전이 있다면 고려에는 최언휘가 있었다 / "훈요"로 본 ‘왕건 대 이성계’

    제2편 혼인동맹, 독인가 약인가
    왕건의 죽음, 먹구름이 드리우다 / 외척 왕규, 실권을 장악하다 / 왕실과 귀족의 갈등이 시작되다 / 광종, 개혁군주인가 미친 폭군인가 / 고려의 자신감, 개방성으로 드러나다 / 서희, 고려의 국격을 세우다 / 권력의 이면, 왕계승통의 혼란상

    제3편 이상 정치의 기틀을 다지다
    성종, 관제개혁을 단행하다 / 조선의 하륜, 고려의 최승로 / 천추태후, 비극적 종말을 맞다 / 김치양의 야심, 수포로 돌아가다 / 반역이 아닌 반정의 인물, 강조 / 현종, 몽진의 치욕을 덮다 / 거란을 멀리하고 송을 가까이하라 / 거란의 침공,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다 / 강감찬, 권력의 본질을 꿰뚫다 /[고려왕조실록]실제로 존재했던 걸까

    제4편 태평 시대를 열다
    덕의 군주 현종, 왕실을 반석 위에 올려놓다 / 순조로운 왕위계승 / 해동공자 최충 시대의 개막 / 최충 후손들의 번영과 역사의 그늘 / 문종, 불교 문화를 꽃피우다 / 실리 외교를 취하다 / 문종은 왜 왕통의 적서를 강조했을까 / 주전론자 대각국사 의천

    제5편 쇠락의 조짐을 보이다
    형제승통, 불안한 기운이 싹트다 / 숙종의 고뇌와 공로 / 숙종, 여진 정벌을 꿈꾸다 / 피비린내 나는 분란의 서막 / 격랑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다 / 고려 왕실에서 일어난 강제폐위

    제6편 문벌의 난립, 혼란을 부추기다
    ‘인주 이씨’, 최대 문벌로 떠오르다 / 이자겸, 임금의 자리를 엿보다 / 이자겸의 난과 인종의 반격 / 또 하나의 명문가 김부식 집안 / 김부식, 이자겸에 맞서다 / 서경, 역적의 땅이 되다 / 묘청과 정지상 그리고 김부식 / 수렁으로 빠져드는 고려 / 김부식, 역사를 쓰다

    제7편 무신정권 한계를 드러내다
    의종, 환관의 시대를 맞다 / 정함.김존중, 조정을 농락하다 / 무인의 분노가 폭발하다 / 최충헌.최충수의 골육상쟁 / 유경, 무신정권에 종지부를 찍다 / 무신정권 하의 허수아비 임금들 / 또 하나의 허수아비 ‘강화도령’ 강종 /
    미모의 지략가, ‘의종의 장녹수’ 무비

    제8편 고려의 굴욕 ‘충’ 자 임금이 출현하다
    고려, 몽골에 굴복하다 / 고려의 멸망을 재촉하다 / 패륜의 발단, 숙창원비 / 오윤부, 망국의 기운을 느끼다 / 설경성, 목숨 건 왕진을 떠나다 / 몽골 치하 고려의 ‘충’ 자 임금들 / 공녀에서 황후까지, 파란만장한 기황후 / 고려의 바둑왕 조윤통

    제9편 여말선초, 혁명적 기운이 감돌다
    누가 충신이고 누가 반역자인가 / 김사행, 조선 건축미학을 창시하다 / 할아버지는 고려의 간신, 손자는 조선의 충신 / 왜 그들은 간신으로 남았는가 / 격변기를 잘 이용한 무송 윤씨 / 고려와 조선에 봉사한 최무선 부자 / 이성계, 권력의 정점에 서다 / 새로운 왕조가 탄생하다 / 파주 노씨 집안의 뜻밖의 역사

    본문중에서

    왕건의 고려 건국과 이성계의 조선 건국을 비교해 봄으로써 건국 혹은 개국의 문제를 좀 더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특히 고려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보자. 왕건은 이미 분열돼 있던 나라를 통합해 고려를 세웠지만, 이성계는 내분이 있긴 했지만 명백하게 단일국가의 명맥을 이어오던 고려를 뒤집어엎어 조선을 세웠다. 우리는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누가 더 유리했을까? 건국만 놓고 보자면 왕건이 훨씬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후삼국의 분열 속에서 주도권을 쥐고 나아가 통일국가를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왕건이 태봉의 궁예를 몰아내고 국호를 고려로 정한 918년부터 건국에 나선 것으로 보더라도 신라가 항복한 것이 935년, 후백제가 마지막으로 항복한 것이 936년이다. 즉 왕건은 20년 가까운 내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다음에야 통일국가 고려를 건국할 수 있었다. 대신 장점도 있었다. 명분을 확실하게 장악한 것이다. 지방호족들의 반발은 그저 세력 다툼일 뿐이었다. 고려 건국을 부정할 만한 명분을 들고 나올 만큼 강력한 반대 세력은 애초에 생겨나기 어려웠다. 그래서 왕건은 건국 초부터 지방호족의 불만만 잘 관리하면 건국이 무효로 돌아가는 사태는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 pp.29~30)

    역사적으로 유명한 귀주대첩龜州大捷은 해가 바뀌어(1019년) 거란군이 퇴각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다. (중략) “거란군 병사 중에서 살아 돌아간 이는 수천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10만 가까운 거란 병사가 한반도에 들어와 다 죽은 것이다. (중략) 강감찬은 개경으로 돌아온 뒤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현종은 만류했고 강감찬은 거듭 사의를 밝혀 마침내 1년 후인 1020년(현종 11년, 73세) 공직에서 물러난다. 물론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1030년(현종 21년, 83세) 잠시나마 문하시중을 맡기는 하지만 사실상 10년 동안 야인으로 살았다. 나라를 구한 영웅이 계속 조정에 남아 있었다면 어떤 명목으로건 비명횡사를 당했을지 모른다. 강감찬은 대전략가임과 동시에 정치와 권력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던 대정객이기도 했던 것이다. 자칫 지나친 ‘강감찬 장군’ 예찬은 이런 강감찬의 위대한 면모를 덮을 수도 있다.
    (/ pp.115~116)

    고려는 모두 네 차례의 3형제 즉위와 두 차례의 형제 즉위가 있었다. 3형제 즉위는 조선에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조선의 임금 중에서 동복이건 이복이건 형제가 왕위에 오른 경우는 정종과 태종, 문종과 세조, 연산군과 중종, 인종과 명종, 경종과 영조 등 다섯 차례다. 인종과 명종을 제외한다면 동생들의 즉위가 하나같이 정난(쿠데타)이나 정쟁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왕위계승의 권력 다툼은 이처럼 격렬했다. 그만큼 고려의 왕위계승이 불안정했다는 뜻일 수 있다.
    (/ p.177)

    이 소식을 접한 최충헌은 광화문에 군사를 풀어서라도 최충수의 딸이 궁중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라고 수하 장수들에게 명했다. 이에 최충수도 일전불사의 의지를 밝힌다. 결국 각각 1000여 명의 병사를 거느린 양측은 개경 한복판인 광화문, 흥국사 일대에서 대회전을 벌인다. 그로부터 정확히 203년 후인 1400년(정종 2년)에는 이성계의 두 아들 이방간과 이방원이 바로 이곳 개경 한복판에서 골육상쟁을 벌이게 된다. 1400년에는 아우 이방원이 이겼고 이방간은 목숨을 부지했지만, 최충헌.최충수의 싸움에서는 최충헌이 이겼고 최충수는 임진강 이남에서 재기하기 위해 남쪽으로 달아나다가 지금의 파주 지역에서 추격병에게 피살됐다.
    (/ p.259)

    이방원은 자신의 심복인 조영규, 조영무, 고려, 이부 등 45명을 보내 선죽교를 건너던 정몽주를 철퇴로 쳐서 무참하게 살해했다. 이성계는 분노했다. 이방원을 크게 질책했다. 사실 이성계는 정몽주 같은 인물을 잘 설득해 새로운 정권의 정신적 상징으로 삼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신의 계획이 한꺼번에 허물어져 버린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이성계는 그 후 줄곧 이방원을 경계하고 멀리하게 된다. 이방원은 ‘참혹한 인간’이라는 깊은 인상을 이성계 측근들에게까지도 심어 주었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기로 공양왕은 자리를 내놓았다. 7월 17일 마침내 고려는 34대 475년 만에 멸망하고 이성계가 즉위하면서 앞으로 500년을 이어갈 새로운 왕조가 시작된다.
    (/ p.33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1~
    출생지 부산
    출간도서 47종
    판매수 7,733권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 석사 및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뉴스위크》 《문화일보》를 거쳐 1994년 《조선일보》로 옮겼다. 2002~2003년 논설위원을 지낸 후 문화부 기자로 학술과 출판 관련 기사를 썼으며 문화부 부장을 역임하고 2016년 퇴사했다. 현재 논어등반학교 교장으로 1년 코스의 논어 읽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10여 년에 걸쳐 『조선왕조실록』을 탐독하며 조선 군주의 리더십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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