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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무게

원제 : Il Peso della Farf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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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살아온 날들의 무게 위에
    슬며시 내려앉는 생의 마지막 순간,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것들


    [나비의 무게(Il Peso della Farfalla)]는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이탈리아 국민작가 에리 데 루카(Erri de Luca)의 소설이다. 에리 데 루카는 1950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태어났다. 열여덟 살에 로마로 이주하여 기계공, 트럭운전사, 미장이로 일했다. 유고슬라비아 전쟁 당시 보급단의 운전기사로 참전하기도 했다. 스무 살에 쓴 소설 [지금, 이곳은 아닌(Non ora, non qui)]을 1989년 마흔 살의 나이에 출간했을 때 데 루카는 여전히 미장이였다. 데뷔 이후 [신의 산(Montedidio)], [어머니의 이름으로(In nome della madre)], [양탄자 구름(Una nuvola come tappeto)], [행복의 하루 전날(Il giorno prima della felicit?)],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는다(I pesci non chiudono gli occhi)]등의 대표작을 비롯, 거의 해마다 한 권씩, 의미 있는 작품들을 발표해온 데 루카는 오늘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의 한 사람이 되었으며, 유명한 등반가이자 주요 일간지 "레푸블리카"의 고문이다. 또한 성서 번역가이기도 한 데 루카는 매일 오전 한 시간 히브리어로 성경을 읽는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 가운데는 성서에서 테마를 찾아 쓴 소설이 많다. 이탈리아에서만 50만 부 이상 판매되며 큰 성공을 거둔 [나비의 무게]는 “등반가로서 고산지대의 암벽들과 함께했던 작가의 경험이 거대한 자연을 주제로 삼아 써왔던 서사시들의 시적 언어와 어우러져 탄생한 작품”(윤병언, 「옮긴이의 말」에서)이다.

    “저는 산을 사랑하고 산에 사는 영웅적인 동물들을 사랑합니다. 그들은 눈과 얼음 사이에서 삶을 갱신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인간은 산을 오를 때 뒤꿈치를 들고 그저 산을 스쳐 지나가는 객에 지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통과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 아름다움이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바로 자연의 힘입니다.”
    (/ 에리 데 루카, '작가의 말' 중에서)

    [나비의 무게]는 거대하고 강인한 산양과 고독한 한 사냥꾼의 이야기다. 산양 왕은 여리고 힘없는 새끼였을 때 사냥꾼의 총에 어미를 잃는다. 외톨이로 잔혹한 고난들을 이겨내고 대적할 상대가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키운 산양 왕은 세상에 두려울 것도, 이루지 못할 것도 없는 존재로 절대 권력을 누리며 오랫동안 그의 왕국을 지배한다.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이던 그의 왕국에도,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그는 나이가 들고, 그의 권력을 위협하는 힘센 수컷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산양들의 왕은 어느 날 불현듯 그의 다리가, 그의 발굽이 더 이상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리라는 것을 직감한다. 그는 심장이 또다시 요동쳐주기를, 그 심장의 박동에 맞춰 동이 터오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아직은 그 어느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젊은 놈에게 자신의 왼쪽 뿔을 수그리고 싶지도 않다. 그렇지만 그는 또한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위대한 왕은 평생 그의 뒤를 쫓았던 사냥꾼과의 마지막 결투를 선택한다. 그의 어미를 죽였던 사냥꾼은 산양 왕에게 가장 두려운 숙적임과 동시에 그의 영광과 몰락을 모두 지켜본 유일한 동반자였던 것이다. 둘 다 혹독한 날들을 헤치며 살아남았고, 또한 무리에게서 떨어져 강직하고 순수하게 살아왔다.

    사냥꾼 역시 때가 되었음을 안다. 그의 인생에 마지막으로 남은 숙제가 있다면 그것은, 이제껏 그가 잡았던 산양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막강한, 그토록 오랫동안 추격했던 산양 왕을 쓰러뜨리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완성해야 할 어떤 작품과도 같은 것이다. 마침내 11월의 어느 날, 산양 왕과 사냥꾼의 마지막 결투가 벌어진다. 산양 왕은 사냥꾼의 냄새를 맡고 피할 수 없는 시간이 되었음을 직감하며 마지막 결단을 내린다. 사냥꾼도 가장 위대한 산양과의 필연적 대결 앞에 모든 것을 바칠 각오를 한다. 그러나 최후의 결전이 끝났을 때 그들 누구에게도 승리의 트로피는 주어지지 않는다. 산양 왕이 감히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그의 왕좌를 떠나며, 자연의 절대적 섭리에 따라 받아들였던 마지막 선택은 평생의 숙적이었던 사냥꾼의 마음을 움직인다. 피 말리는 맹렬한 싸움들에 인생을 바친 투사였기 때문에 사냥꾼은 그와 같은 길을 걸어온 산양 왕의 최후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사냥꾼은 산양 왕의 죽은 몸뚱어리를 짊어지고 그것을 땅에 묻기 위해 북쪽의 만년설원으로 길을 떠난다. 두 영웅은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 비로소 함께 걷게 된 것이다. 그때 한 마리 흰 나비가 날아와 산양 왕의 뿔 위에 내려앉는다. 그 나비의 무게가 세상 모든 것을 무너트릴 만큼 무겁게 느껴지고 사냥꾼도 땅에 쓰러진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그들은 죽은 채로 함께 발견될 것이다. 그리고 산양의 왼쪽 뿔 위에는 나비 한 마리의 얼어붙은 시신이 그림처럼 새겨져 있을 것이다.

    생의 막바지에 그들이 하나가 되었을 때 늙고 지친 그들의 몸 위에 내려와 앉은 한 마리 나비의 무게가 두 제왕을 쓰러뜨릴 만큼 무거운 것은 그것이 삶과 고난의 무게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왕들의 최후를 결정하는 것은 허망하기 짝이 없는 한 마리 나비의 무게, 삶의 무의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비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상징하기도 하고 자연에 대적하는 인간을 깃털의 무게로 응징할 수 있는 자연의 힘을 상징하기도 한다. 나비는 세상에 군림하려는 왕들이 원하지 않는 왕관을 의미할 수도 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복종할 줄 아는 산양 왕 같은 존재를 신이 선택했고 축복했음을 상징할 수도 있다”.
    (/ 윤병언,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탈리아의 헤르만 헤세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구도자적 삶을 살고 있는 에리 데 루카의 [나비의 무게]는 숭고한 자연의 섭리 앞에서 유한한 인간이 읊조리게 되는 경건한 기도 같은 느낌의 소설이다. 작가는 나이 든 사냥꾼과 거칠 것 없는 산양 왕, 두 강인한 단독자의 최후를 보여주며 누구나 한 번은 마주해야 할 삶의 마지막 물음을 던진다. 그것은 ‘살아온 날들의 무게 위에 슬며시 내려앉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떠올리며, 무엇을 느끼게 될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고독하고 집요한 사냥꾼과 그만큼 고독하고 강인한 산양의 쫓고 쫓김을 압도적인 시(詩)의 언어로 들려주고 있는 [나비의 무게]는 ‘태어남과 죽음’, ‘죄와 용서’ 등 철학적이며 종교적인 문제에 잇닿아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목차

    작가의 말
    나비의 무게
    나무를 보다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어느 집단에서든지 뭔가 새로운 경험을 꾀하는 자는 외톨이들이다. 집단의 실험용 개체인 그들은 부표처럼 떠돌아다닌다. 그들은 길을 열지만 그들이 남긴 발자국은 그들과 함께 곧 사라지고 만다. 그는 숲속에도 드나들며 입술로 보라색 꽃잎들을 따먹었다. 보라색 꽃잎은 노랑 꽃잎처럼 벌들을 유혹한다. 가파른 암벽 틈새에서 손톱만큼만 흙이 있어도 잘 자라는 초롱꽃을 그는 사랑했다. 그의 왼쪽 뿔 위로는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아 날개를 팔락거리곤 했다.
    (/ p.55)

    세상의 주인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고 고요하고 슬픔에 잠긴 눈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가 우리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그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볼 줄 알아야 한다. (…) 돌이킬 수 있는 일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포기할 수 있을 뿐이다.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 인간에게는 감당할 수 있는 짐이 주어진 셈이다. 그는 자신이 저질렀던 가장 끔찍한 일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것은 저질러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는 그것을 앞으로도 마음속에 생생하게 간직하고 싶었다. 그 기억을 말라비틀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한 남자는 결국 그가 저질러온 일들의 결과에 다름 아니다.
    (/ pp.82~83)

    그의 인생은 계절의 운율을 타고 세상을 따라 흘러갔다. 끊임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구축해온 인생이었지만, 그러나 그것도 온전히 그의 것은 아니었다. 되돌려주어야 할 물건이었다. 다 쓰고 낡아서 너덜너덜해진 인생이었지만 이제 되돌려주어야 했다. 그 얼마나 넓은 아량을 가진 채권자란 말인가. 새것을 빌려주었다가 버려도 아깝지 않을 만큼 헌 상태로 되돌려 받는 그분은.
    한 전능한 건축가가 존재하고 세상은 그분이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을 믿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걸까? 그는 전능한 분과 이야기할 필요도, 그분이 그의 말을 듣고 있다고 믿어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만약 정말로 모든 것 위에 존재하는 세상의 주인이 있다면, 그의 작품이 망가지는 것,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런 식으로 몰락해가는 것을 그냥 놔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 pp.86~87)

    달아오른 암컷들을 차례차례 다 품은 뒤에야 왕은 다른 수컷들에게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했다. 하지만 발정기에 들어선 마지막 암컷 하나를 그의 아들놈 하나가 가로챘다. 그것은 왕을 예정된 날보다 앞서 왕좌에서 끌어내리겠다는 위협이었다. 결투에 붙여야 마땅한 모욕적 행동이었다. 하지만 왕은 되바라진 아들놈 하나를 바로잡겠다고 뛰어다니기에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의 생의 마지막 계절이 성큼 다가와 있었고 20년이란 기나긴 세월 동안 유지되었던 그의 왕국은 이제 막을 내리고 있었다.
    (/ pp.109~110)

    하얀 나비 한 마리가 그에게로 날아와 주변을 맴돌았다. 사냥꾼의 눈앞에서 나비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는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장작들로 가득 찬 지게의 무게, 어깨 위로 짊어지고 다니던 짐승들의 무게, 암벽에 매달리던 그의 손가락 끝에 실린 무게, 야생의 산림 속에서 그가 보낸 세월의 무게가 하얀 나비 한 마리의 날개 위로 옮겨 앉았다. 잘게 부서지듯이 팔락거리며 나비가 그의 주변을 맴도는 모습을 그는 바라보았다. 그의 어깨 밑에는 산양의 머리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비행을 멈추고 나비가 산양의 왼쪽 뿔 위로 날아가 앉았다. 이번에는 나비를 쫓아버릴 수가 없었다. 그건 세월의 무게에 더해진 깃털, 모든 걸 무너트릴 수도 있는 깃털이었다. 그의 숨소리에 힘이 빠지고 다리가 굳어지면서 날개의 박동과 심장의 박동은 동시에 멈춰 서고 말았다. 나비의 무게가 그의 텅 빈 한줌의 심장 위로 떨어졌던 것이다.
    (/ pp.125~126)

    저자소개

    에리 데 루카(Erri de Luca)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0~
    출생지 이탈리아 나폴리
    출간도서 3종
    판매수 125권

    소설가, 시인, 성서 번역가, 시나리오 작가. "21세기 이탈리아 문학의 얼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 주요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고, 연극 무대에 오르고 영화에 출연하며, 암벽 등반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950년 나폴리에서 태어나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로마로 떠났다. 로마에서 학생운동을 했고 이어서 ‘투쟁은 계속된다’라는 이름의 정치운동 그룹에 참여했다. 이탈리아와 그 밖의 유럽 국가에서 기계공,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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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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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고,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대학교에서 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서 이탈리아의 인문학과 문학 작품을 국내에 활발히 소개하고 한국 문학 작품을 해외에 알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의 『못생긴 여자』, 에리 데 루카의 『나비의 무게』, 필리페 다베리오의 『상상박물관』,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맛의 천재』, 조르조 아감벤의 『행간』, 『내용 없는 인간』, 『불과 글』 등이 있다. 대산문화재단 번역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어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인노첸테』를 한국어로, 이승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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