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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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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정호승은 어떻게 정호승이 되었을까?
안도현은 어떻게 안도현이 되었을까?
그들은 타고난 시인일까?
노력으로 만들어진 시인일까?
그들이 직접 그 답을 책으로 썼다.
이 책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에서 그들은 말한다.
시인은 재능을 타고난 것도,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라고.
시인은 시가 좋아서 시인이 된 것이라고.
어릴 때, 성장기에, 방황하는 청춘의 어느 때 어떤 시가 좋아서 그 시를 사랑하다 외우고,
그 시를 흉내 내다 습작하게 되고, 그러다가 시인이 된 것이다.
국어시험을 잘 보기 위해, 대학에 가려고 시를 보고 썼다면 그들은 시인이 되기는커녕
시를 좋아하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또 말한다.
시를 완전히 이해해야 시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라고.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불꽃처럼 사랑하듯 시도 우연히 다가오는 것이라고.
굉음을 내며 몰려올 때도 있고,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다가올 때도 있으며, 때론 둔중한 아픔으로,
때론 스치는 바람처럼 찾아오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시라는 우연의 선물이다.

정호승에게 어머니는 시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의 어머니는 일찍이 시를 쓴 분이다.
정호승은 회갑이 넘은 지금까지도 어린 시절 가난한 부뚜막에 놓여있던 어머니의 시작 노트를 잊지 못한다.
그가 묻는다.
그 때 어머니는 왜 시를 쓰셨을까?
자라서 시인이 되어서야 그는 비로소 그 답을 찾았다.
어머니는 가난과 한 많은 여인의 고통을 시로 이겨내려 했으리라.
그것을 깨달은 정호승에게 시는 어머니의 시다.

안도현에게 시는 꿈의 간이역으로 가는 기차소리다.
고향을 떠나온 어린 유학생 도현에게 기차소리는 그리움을 일으키는 효과음이었다.
기차가 한 차례 지나간 뒤의 적막감이 그로 하여금 시를 끄적거리게 했다.
시인의 꿈을 한순간도 땅바닥에 내려놓지 않던 문학청년 안도현에게 시는 끊을 수 없는 마약이었고, 구원의 종교였고, 삶의 모든 것이었다.
청년에게 시는 세상이 가르쳐주는 길을 따라가지 않는 길이었다.
안도현은 지금 연애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를 읽어주라고.
그 구닥다리 사랑법이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없던 다리를 놓기도 한다고.
시는 사랑의 열정을 퍼 올리는 펌프이니까.
그런 펌프질로 가슴속에 묻어 놓았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끌어올려 토해 놓으면 다 시가 된다고 중년을 한참 넘어선 문학청년은 말한다.

장석남에게 시는 밤하늘에 숨어사는 별이다
낙산 꼭대기에서 자취하던 시절.
어느 여름 술 마시고 자취방을 향해 올라가다 돌계단에 걸터앉아 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 숨어사는 별들이 몇 가닥 빛만으로 겨우 버티고 떠 있었다.
그 역시 별이 되고 싶었다. 안 되면 별의 조카라도 되길 바랐다.
그렇게 밤하늘에 숨어 살기를 꿈꾸었다.
숨어산다는 것. 그것이 세상을 버리는 것일지라도 아름다운 삶이라고 청년 장석남은 믿고 싶었다.
그런 믿음이 한 줄기 별빛처럼 시가 되었다.

하응백에게 시는 다 그렇다. 사랑이 다 그런 것처럼.
그는 모든 시인은 사랑 앞에서 괴롭다고 말한다.
기껏 내 사랑이 이 정도라니.
사랑과 이별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기다림만 남는다는 것을 하응백은 어떻게 알았을까.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는 날이 있었다.
어스름이 내릴 무렵이면 감나무에 올라가 골목 끝을 보며 앉아 있었다.
누구네 아버지, 누구네 삼촌과 형들과 누나들도 왔지만 어머니는 오지 않았다.
초승달 빛에 감나무 잎사귀 그림자가 감겨들어 창호지 문에 어릴 때도 있었다.
그것은 반투명의 슬픔 같은 것이었다.
하응백이 자문한다.
그때 내가 정말 기다린 것은 어머니였을까? 혹 달빛에 어린 감잎 그림자는 아니었을까?

세 명의 시인과 한 명의 평론가가 그들이 시와 사랑에 빠졌던 슬프도록 아름다운 시절로 당신을 인도한다. 그곳으로 가면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시인은 청춘에 만들어진다는 것을.
당신은 또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의 청춘에도 시가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은 이미 시인이라는 것을.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모두 시인이 된다.

목차

정 호 승
내 추억은 또 한 번 꿈을 꾼다
눈사람도 자동차에 치여 죽는다
막차는 오지 않았다
은근한 사랑의 군불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도
어머니는 내 시 속에서 집을 짓는다
가난은 눈물이 아니라 힘이다
내 고독에 돌을 던져보라
살아온 삶의 아픔
시인의 마음으로 산 한 세상

안 도 현
낡고 해진 시집을 펼치고 싶어라
이름이 란蘭이라는 여자애가 있었다
달개비 꽃잎 속에는 코끼리가 들어 있다
여백의 아름다움
청순하고도 서러워라
아내는 늙지 않는다
마지막에 흘리는 한 방울의 말간 눈물처럼
나는 쩨쩨한 일에만 열받는다
문득, 눈물겨운 풍경들이 내 안에 들어왔다
가슴에 내 가슴에 수를 놓으리라

장 석 남
잊을 것을 잊지 않으셨군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타오르는 영혼의 노래
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는 밤
시인의 장례식
하늘 언덕을 넘어가는 환幻
그들의 희망은 꽃 피는 절망이다
시를 써서 시인이고 싶었다
슬픔을 가르치지 말라
막배 끊긴 세월의 부둣가
세 개의 여인숙

하 응 백
사랑은 다 그렇다
흔들리며 타는 지하철
아무도 그 불온 문서를 보지 말라
때 아닌 눈 내리던 날에
그리움에 쓰는 시
어린 시절의 달
몰매를 맞다
세상을 향한 작은 노래
홀로 벼랑에 오른 뜻은?
옆구리로 만든 작살
사랑을 물 말아먹다

본문중에서

나는 어릴 때 눈사람의 죽음에서 인간 삶의 자연스러움과 당연함을 배운 것 같다. 눈사람은 햇살이 나면 자연스럽게 녹는데, 그것은 눈사람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운명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눈사람은 차에 치여 죽는다. 이 얼마나 슬프고 당혹스러운 일인가. 눈사람마저 차에 치여 죽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중략)
눈사람이 태어나지 않는 21세기. 인간을 복제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눈사람은 만들려고 하지 않는 21세기. 설혹 눈사람이 태어난다 하더라도 자동차에 치여 죽어버리는 그런 세기의 삶은 불행하다.
(/ 정호승‘눈사람도 자동차에 치여 죽는다’중에서)

왜 나는 쩨쩨한 일에만 열받는가. 저 정치인과 재벌들 대신에, 정치인과 재벌들의 부패와 타락 대신에 2,500원짜리 짜장면의 양이 적다고 열받고, 치사하게 열받고, 중국집 하마 같은 주인놈한테 욕을 하고, 치사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을 위해서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고, 미군 주둔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적십자 회비를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반장에게만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가.
(중략)
새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구름이 나무야 물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안도현‘나는 쩨쩨한 일에만 열받는다’중에서)

내게는 아주 먼 이야기처럼 생각되었던 사랑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내게 와서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습니다(말을 거는 것이 누구인지 나인지 당신인지 사랑이라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내게는 그런 운명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도둑처럼 내 안에 들어와서 나가지 않고 벌써 몇 달째 살림을 살고 있습니다. 듣던 음악도 그전에 듣던 음악이 아니고 바라보는 책상 모서리도 예전의 책상 모서리가 아닙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볼 때가 많습니다.
(/ 장석남‘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중에서)

옆에서 보면 사랑은 다 그렇다. 측은하고 유치하고. 그러나 자신이 해보면 또 다 그렇다. 위대하고 결정적이고 운명적이고…. 사랑은 불연속적인 두 개체가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이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혼자 있는 것도 불가능하다. 심심하고, 외롭고, 허전하기 때문에. 그래서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하나로, 오락가락하다가, 그 힘든 시소놀이를 하다가, 사람은 죽는다.
(/ 하응백 ‘사랑은 다 그렇다’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0.01.03~
출생지 경북 대구
출간도서 69종
판매수 68,386권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다. 경희대학교 국문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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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61.12.15~
출생지 경북 예천
출간도서 97종
판매수 96,302권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바닷가 우체국』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북항』 등의 시집을 냈다. 소월시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백석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등을 받았다.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냠냠』 『기러기는 차갑다』와 같은 동시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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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65~
출생지 인천 덕적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5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젖은 눈]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뺨에 서쪽을 빛내다]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산문집 [물의 정거장] [물 긷는 소리] [시의 정거장]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생년월일 1961~
출생지 대구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대건고등학교 졸업, 경희대학교 국문과 졸업, 1993년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청원고등학교, 경희여자중학교 교사를 거쳐 경희대학교 국문과 조교수, 국민대학교 문창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문이당출판사 주간, 동방미디어 출판사업부 대표를 역임했다. 휴먼앤북스 출판사 대표이다.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으로 당선,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김남천 문학연구], [문학으로 가는 길], [낮은 목소리의 비평], [친구야 이제 다리를 건너거라]가 있고, 편저로는 [창악집성], [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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