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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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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나만을 위한 커피와 노래, 나만을 위한 작은 위로가 선물하는 기적

    나만을 위한 커피와 노래, 나만을 위한 작은 위로가 선물하는 기적
    "그곳에서 나는 삶의 희망을 되찾았습니다"


    일본 치바 현의 한적한 시골 마을, 해안 절벽 끝 작은 찻집.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며, 신비할 정도로 맛있는 커피와 손님에게 꼭 맞는 음악을 선사하는 찻집 주인 에쓰코가 있다. 화가였던 남편을 잃고 홀로 찻집을 꾸려가는 그녀는 이따금 창문 너머 바다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애잔히 기다리고 있다.

    아내를 잃은 젊은 남성과 네 살배기 어린 딸, 취업난으로 진로를 고민 중인 청년,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침입한 도둑, 젊은 시절 활동했던 밴드와 다시 공연하는 꿈을 키워가는 에쓰코의 조카, 오랫동안 에쓰코에게 연정을 품었으나 명예퇴직을 앞두고도 결국 고백조차 못하고 떠나간 단골손님까지, 그들 모두는 인생이라는 파도에 휩쓸리다 우연히 ‘무지개 곶의 찻집’에 밀려와 에쓰코의 위로와 온기를 만나 새 삶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을 선택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소중한 것을 잃어도 또 다른 무언가가 찾아온다고, 그러니, 다 괜찮을 거라고. 세상의 끝, [무지개 곶의 찻집]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 나만을 위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나는 곳이다.

    출판사 서평

    그 바닷가 찻집에는, 잊고 살았던 ‘더 나은’ 내가 있었다
    모든 이의 상처를 치유하는 위로의 정거장
    세상 끝에서 만난 ‘무지개 곶의 찻집’


    “조금 낡긴 했지만, 오래 써서 익숙한 주방에 섰다.
    오늘 새로 태어난 나를 위해 어젯밤과 똑같은 커피콩을 갈기 시작한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행복하게 울고 웃으며, 또 마법의 주문을 외면서.”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단 한 잔의 커피와 단 한 곡의 음악,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삶이 바뀌는 마법!


    “커피 한 잔을 타는 동안 내내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이렇게 속으로 염원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커피가 맛있어진답니다.”
    “아하하하. 정말입니까?”
    나는 놀림을 받고도 즐거운 기분이 되어 호탕하게 웃었다.
    “어머, 우스운 말로 들릴지 몰라도 정말인걸요? 거짓말 같다면 맛없어져라, 맛없어져라, 이렇게 염원하면서 만든 커피도 마셔볼래요?”
    ([여름, 걸즈 온 더 비치] 중에서/ p.71)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일상을 위로하는 따스한 정거장 [무지개 곶의 찻집]
    인생의 벼랑 끝에서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에쓰코 할머니 표 블랜드커피와 가슴에 스며드는 음악. [무지개 곶의 찻집]은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위로의 정거장이다. 일본 그룹 스피츠의 [봄의 노래]에서부터 20세기 불후의 명곡 앨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까지 소설 속에서 에쓰코가 단 한 명의 손님을 위해 선곡해 들려주는 음악은 복잡한 삶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스르륵 풀어버리는 마법과도 같다.
    [무지개 곶의 찻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사연은 2012년 한국사회의 현재 모습과도 닮아 있다. 에쓰코를 짝사랑하는 단골손님 ‘다니’ 씨는 경제 불황 속에서 정리해고를 당해 멀리 떠나가고,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 ‘이마이즈미 겐’은 늘 미래를 고민하며 방황하다가 ‘무지개 곶의 찻집’에서 새로운 꿈과 사랑을 발견한다. 그리고 곶 카페 옆에 ‘블루문’이라는 카페를 짓는 에쓰코의 조카 ‘고지’는 이제는 모두 평범한 생활인이 되어버린 추억 속 오랜 친구들과 함께 빛나던 삶의 한순간을 다시 만끽하려 한다. 이렇게 누구나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아픔과 그리움은 ‘무지개 곶의 찻집’이라는 장소를 통해, 하루하루 지난하고 힘겹고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또한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며 ‘무지개 곶 찻집’의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나에게도 이런 작지만 따스한 나만의 공간이 하나쯤은 있었는데…… 그동안 나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각자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커피처럼 소설 속 손님들의 사연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과거 그리고 현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위해 아름다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과거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건 너희 둘이 현재의 자기 자신을 충분히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란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물었다. 이모는 조용히 의자에 걸터앉아 이쪽을 바라보았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자신이 살아온 여정을 받아들였다는 증거가 아닐까? 괴로웠던 일까지 포함하여 여태까지의 인생을 통째로 긍정하기 때문에 너희는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그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거란다. 겹겹이 쌓아온 과거의 시간이 바로 지금의 너희니,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긍정하고, 받아들이고,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
    ([봄, 땡큐 포 더 뮤직 중에서/ p.254)

    실존하는 '무지개 곶의 찻집', 그곳에 가고 싶다
    대지진, 경제불황 등으로 희망을 잃어버린 일본 사람들을 따스한 상상력, 담담하고도 서정적인 문체로 담아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무지개 곶의 찻집]의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森? 明夫). 그는 자신의 고향인 치바 현에 실제로 존재하는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취재해 그곳의 풍광과 느낌을 놀라울 정도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소설은 의자, 테이블, 마루청, 기둥, 바닥 등 수작업을 통해 세워진 실제 찻집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그 위에 더없이 따스하고 맛있을 것만 같은 커피, 기억과 마음을 두드리는 음악을 토핑처럼 얹고서, 잔잔히 치유되어가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먹먹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들려주고 있다. 때문에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현실 속에 존재하는 ‘무지개 곶의 찻집’에 가서 그 음악과 커피와 분위기를 직접 느끼며 잠시 쉬어 가고 싶다는 희망이 저절로 솟아날 것이다.
    저자의 집필 도중 ‘무지개 케이프 다방’은 자연재해로 한때 건물이 손상되기도 했지만, 현재 같은 자리에 재건되어 영업 중이다.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는 [무지개 곶의 찻집]에 등장하는 주인 에쓰코를 쏙 빼닮은 할머니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모리사와 아키오의 소설 중 [쓰가루 백년 식당](2009)과 [당신에게](2012, 일본 국민배우 다카쿠라 켄 주연)는 일본에서 영화화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곶 카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수십 년간 해오던 일을 잃고, 더 이상 갈 곳 없는 이들이 마치 운명처럼, 우연처럼 찾아드는 곳이다. “난 지쳤어요, 이제 다 끝났다고요”를 외치는 쓸쓸한 모든 인생들을 감싸안는 희망, 바로 그 일곱 빛깔 무지개는 온기를 품은 ‘사람 무지개’가 아닐까.
    각기 다른 사연으로 절망에 빠진 그들은 절벽 위에 자리한 무지개 곶의 카페에서 주인 에쓰코를 통해 위로받고 새로운 삶을 찾아간다. 각자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커피처럼, 자신만의 아름다운 선택을 시작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천지를 뒤흔드는 태풍, 새벽의 긴 어둠을 지나 비로소 희망을 찾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따스한 ‘일곱 가지 무지갯빛 테라피’가 은은한 커피향처럼, 우리의 작은 일상을 가만히 두드릴 것이다.

    안쪽 벽에 마련된 목제 선반에 CD와 레코드판이 빽빽이 꽂혀 있다. 후지 산과 바다가 보이는 창 쪽에는 하얀색 작은 꽃을 피운 다육식물 화분과 구부린 철판을 용접하여 만든 고양이 장식물이 놓여 있었다. 적갈색으로 빛나는 고풍스러운 나무 테이블에 자그마한 정사각형 종이가 놓여 있고, 그곳에 메뉴가 붓글씨로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다. 가공하지 않은 목재로 꾸민 천장, 벽과 바닥은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틈이 있어 비전문가의 솜씨라는 게 그대로 드러났다. 옥색으로 칠해진 나무 창틀에도 여기저기 얼룩이 보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만든 사람의 ‘흠’이 오히려 이 가게를 돋보이게끔 했다. 차가운 기계를 이용하여 합리적으로 만든 직선과 직각의 건물과 달리 ‘흠’까지 포함한 수작업에 의한 온기가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푸근했다.
    ([봄, 어메이징 그레이스] 중에서/ p.43)

    목차

    제1장 봄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
    제2장 여름 “걸즈 온 더 비치” (Girls On The Beach)
    제3장 가을 “더 프레이어” (The Prayer)
    제4장 겨울 “러브 미 텐더” (Love Me Tender)
    제5장 봄 “땡큐 포 더 뮤직” (Thank You For The Music)
    제6장 여름 “곶과 바람과 파도소리”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제1장 봄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
    도예공예가가 아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자 네 살배기 딸과 무지개를 따라가는 여행에서 만난 ‘곶 카페’.
    카페주인 에쓰코 할머니가 들려준 노래와 무지개 그림을 통해 살아가며 소중한 것을 잃는 동시에 얻게 되는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의미를 깨닫는다.
    노래: 스피츠(Spitz) [봄의 노래], 켈틱 우먼(Celtic Woman)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그녀가 아직 임신 중이었을 때 치바(千葉) 현 소토보(外房)에 있는 ‘가모가와 시월드’에 데리고 간 적이 있다. 나는 그때 범고래를 무척 좋아하는 그녀를 보고 며칠 후 하양과 검정이 들어간 범고래무늬 컵을 몰래 구웠다. 그리고 그녀의 생일에 선물했다. 그러자 사에코가 “와아, 판다 컵이다”라며 활짝 웃는 것이다. 그때부터 그 컵을 ‘판다’라 부르게 되었다. 내가 솔직히 “이거, 범고래라고 생각하고 만든 거야”라고 고백해도 사에코는 “아무리 봐도 판다인걸?” 하고 미소 지으며 당장 커피밀로 커피콩을 갈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둘이서 커피를 마실 때는 늘 이 ‘판다’를 사용했다. 굽의 지름이 크고 묵직해 안정감이 있는 데다 손잡이도 실용성을 생각해 큼직하게 만들었다. 본체가 두툼해서 커피도 금방 식지 않고 입술을 데는 일도 없다. 그다지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아니더라도 일용품으로서는 부족함이 없어 막 쓰기에 편리한 컵임은 분명했다.
    그 ‘판다’에 다시 입술을 댄다. 커피 맛은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설탕을 아주 조금만 더 넣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사에코, 천국에서도 커피 마실 수 있어?’
    영정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말을 걸었다.
    (/ pp.15~16)

    “아빠.” 노조미는 오늘 보였던 미소 중 최고로 아름다운 미소를 얼굴에 담고 있었다. “응. 드디어 찾았네.” 노조미는 의자에서 쿵 하고 내려와, 주문을 받으러 온 초로의 여성 뒤를 빙 돌아 내 옆에 섰다. 환히 웃으며 “아빠” 하고 부른다. 그리고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행복의 두근두근, 여기 있어.”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초로의 여성에게 눈짓으로 ‘잠깐 실례합니다’라는 뜻을 전하고 의자에서 내려와 웅크리고 앉다. 그리고 노조미의 가슴에 귀를 댔다. 두근 두근 두근 ……. 자그마한 심장이 깡충깡충 뛰며 경쾌한 음색을 연주하고 있었다. “노조미의 두근두근이 그대로 전달되어 아빠도 같이 행복해졌어.”
    (/ p.44)

    제2장 여름 “걸즈 온 더 비치” (Girls On The Beach)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는 대학 4학년 이마이즈미 겐. 오토바이 여행 중, 도움을 받기 위해 들른 찻집에서 에쓰코와 그녀의 조카 고지 그리고 화가지망생 미도리를 통해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에 대해 고심하고 새로운 결심을 해 드디어 꿈을 찾고, 싱그러운 연인까지 만나게 된다.
    노래: 비치 보이즈(Beach Boys) [서핑 사파리(Surfin??Safari)], [걸즈 온 더 비치(Girls On The Beach)]

    시골집, 논과 밭의 싱싱한 초록, 약간 솟은 숲, 폐가가 된 오락실, 오래된 사찰, 민박집 간판 …… 풍경이 앞에서 뒤로 순식간에 날려간다. 어느새 오토바이 진동과 내 심장의 고동소리가 하나가 되었다. 세찬 바람 소리가 헬멧 안에 충만한데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내 마음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마음에 거짓 하나 없는 상태로, 그저 쭉 뻗은 외길을 돌진하는 이 쾌적한 기분 ……. 이젠 옆길로 새고 싶지 않았다. 늘 도망갈 길을 찾던 나날은 이제 그만 끝내도 되지 않을까? 나는 이 순간 드디어, 희미하긴 하지만, 내 속의 진심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 p.93)

    “망설여질 때 로큰롤처럼 살기로 하면 인생이 재미있어지지.”
    “로큰롤?”
    네모나고 투박한 턱을 박박 긁으며 고지 씨가 말을 잇는다.
    “늘 자신을 설레게 하는 쪽으로 가는 거야.”
    나는 뭔가 할 말을 찾으려 했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다소 위험이 따르더라도 말이야. 사람이란 뜻밖에 잘 쓰러지지 않거든. 열심히 하기만 하면 절실히 필요할 때 반드시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주지.”
    “그렇게 단순……한가요?”
    “뭐, 이건 나만의 지론이긴 하지만.”
    (/ p.105)

    “꿈을 좇으려면 용기가 많이 필요하겠지요?”
    고지 씨가 깊은 미소를 짓는다. 믿음직한 형님 같은 눈으로, 싱긋.
    그리고 천천히 단어를 선택하듯 이렇게 말한다.
    “내 경험으로는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을 선택하는 데에도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는데.”
    아득히 높은 하늘에서 솔개가 운다. 그리고 미지근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내 앞머리를 살랑살랑 쓸어 올린다. 고지 씨의 말이 못이 되어 내 뇌에 박혀버린 듯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묵묵히 푸른 바닷바람을 가슴 가득 빨아들였다.
    (/ p.113)

    제3장 가을 “더 프레이어” (The Prayer)
    칼을 가는 장인(匠人)인 주인공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찻집에 침입하여 돈을 훔치기로 한다. 그러나 에쓰코는 침입한 도둑을 보고도 놀라기는커녕 상처를 보듬어준다. 그녀의 환대에 주인공은 실패를 딛고 재기할 힘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을 되찾는다.
    노래: 도니 맥클러킨(Donnie McClurkin), 욜란다 아담스(Yolanda Adams) [더 프레이어(The Prayer)]

    나는 손전등으로 무지개 그림을 자세히 비춰보았다.
    부드러운 느낌의 그 그림은 어슴푸레한 가게 안에서도 신비로운 흡인력을 발휘했다. ‘안 돼, 안 돼’ 라며 스스로 억제했는데도 내 발이 멋대로 그 그림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결국, 물감 냄새까지 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가, 마치 빨려 들어갈 듯 감상하기 시작했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손전등 빛이아니라 대낮의 자연광 아래에서 이 그림을 차분히 바라보고 싶어졌다.
    나는 예술 따위 하나도 모르는 데다 애초에 관심조차 없는데 왜 그런지 이 그림이 자택 거실에 장식된 모습을 상상하면서 묘한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나는 곧 자숙했다. 이제 내 집은 없다. 아내도, 딸도 …… 모두 잃지 않았는가? 그렇다. 이 지긋지긋한 ‘불황’이 내 인생에서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런 일에 칼을 이용하려 한다 …….
    나는 칼자루를 꽉 잡았다. 한 걸음 두 걸음 뒷걸음질친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무지개 그림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pp.129~130)

    “죄송합, 니다 …….”
    도둑질하러 들어왔다가 커피잔이 깨졌다고 사과하는 자신이 왠지 정말 바보같이 느껴졌다. 그런 나를 보고 에쓰코 씨가 킥킥 웃는다.
    “사실은 ……. 나도 기도하고 있었어요.”
    에쓰코 씨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벽에 걸린 무지개 그림을 바라보았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훔치러 들어왔다가도 저 그림에 넋을 잃는 사람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기를 하고 말이죠.”
    에쓰코 씨의 시선이 무지개 그림에서 나에게로 옮겨왔다.
    눈초리에 작은 웃음을 담아 이쪽을 보고 있지만, 왠지 쓸쓸한 표정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무슨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조금 당황하며 커피잔을 입술로 옮겼다. 하지만 이미 빈 잔이었다.
    “후후후. 당신, 나쁜 사람이 아니야, 틀림없이. 오히려, 좋은 사람.”
    (/ p.142)

    “인간은 말이죠, 언젠가 이렇게 되고 싶다는 이미지를 품고, 그걸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동안에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만 꿈과 희망을 다 잃고 더 이상 기도할 게 없다면,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길로 가기도 하지요.”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지난 몇 년간, 분명 기도 같은 건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미 꿈도 희망도 품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인간이기 때문에…… 인생의 벼랑에서 추락하여 밑바닥까지 떨어진 인간에게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완벽한 암흑이다. 자신의 미래를 아무리 바라보려 해도 어렴풋한 희망의 빛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굴러 떨어져 본 경험이 있는 인간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 p.146)

    제4장 겨울 “러브 미 텐더” (Love Me Tender)
    오랜 단골손님으로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중년남성 ‘다니’. 오랫동안 찻집 주인 에쓰코에게 연정을 품으며 퇴직 후의 새로운 삶을 기대하던 그는 그녀의 생일날 ‘달 토지 권리서’를 선물한다. 그러나 찻집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를 위해 고백과 마음은 접어둔 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떠난다.
    노래: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

    무지개 그림을 바라볼 때 에쓰코 씨의 표정은 늘 특별했다. 입가가 부드럽게 올라가 무척 은혜로운 얼굴로 보이기도 하지만, 눈빛은 굉장히 쓸쓸하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그 얼굴은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보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질투하는 것이다. 이 나이에.
    지금도 에쓰코 씨의 인생이 저 그림을 그린 사람 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주 먼 옛날에 지나가버린 이미 빛바랜 추억으로서 기억의 한구석에 몰아넣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면서 이렇게 그릇이 작은 나 자신에게 늘 짜증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나는 가슴에 검은 불꽃을 느끼며 이런 심술궂은 질문을 던지고 만다.
    (/ pp.184~185)

    “외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이사하고 싶어질 정도는 아니야. 매일 손님이 오고, 또 다니 씨처럼 내가 정말 좋아하는 단골손님들도 가끔 들러주잖아.”
    다니 씨처럼 정말 좋아하는 단골손님……. 이 말에 결국 절망하고 만다. 역시 나는 여느 단골손님과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막상 그 사실을 통감케 하는 대사와 맞닥뜨리니,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가슴속 깊은 곳에 뻐근한 통증을 느낀다.
    (/ p.197)

    페리는 곶 앞을 통과하여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투명하고 차가운 바닷바람을 깊이, 깊이 들이마시고, 또 천천히 내뱉었다. 저 곶에서 보이는 바다의 냄새를 기억 속에 또렷이 새겨두고 싶었다. 쌀알 크기였던 에쓰코 씨가 자꾸자꾸 작아져간다.
    “에쓰코 씨 …….”
    -응?
    뭐라고 말하려는데 가슴이 꽉 막힌다.
    이 나이가 되어 이토록 진지한 사랑을 하고, 또 이렇게 울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얼마나 괴롭고, 행복한 일인가?
    (/ p.209)

    제5장 봄 “땡큐 포 더 뮤직” (Thank You For The Music)
    찻집 옆에 새로운 공간 ‘블루문’을 만든 에쓰코의 조카 ‘고지’. [블루문]은 학창시절 활동했던 밴드에서 보컬을 담당했던 가스가이 쇼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노래다. 풋풋했던 젊은 날의 추억을 되살리려 밴드가 다시 소집되고 당시의 멤버들과 예전 기억을 거슬러 올라간다.
    노래: 아바(ABBA) [땡큐 포 더 뮤직(Thank You For The Music)]

    내겐 작은 꿈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직접 만든 가게 오픈 기념으로 라이브 공연을 하는 것. 그것도 옛 밴드 멤버 다섯 명이 모두 모여서 …….
    손님으로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만 몇 명 초대할 생각인데, 극단적으로 말하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물론 공백 기간이 20년이나 되는 중년 밴드이기 때문에 돈을 받을 생각은 조금도 없다. 아무리 열심히 연주한다 해도 틀림없이 형편없는 수준일 텐데 어떻게 돈을 받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서투르고 형편없어도, 열정만 믿고 달렸던 그 상큼했던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딱 한 번만이라도 하나의 소리에 마음을 모으고 싶은 꿈이 여전히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 p.223)

    작고 하얀 주먹으로 반격하는 쇼. 나는 묵직한 주먹으로 그의 얼굴과 배를 쳤다. 싸움에 익숙한 덩치 큰 나와 연필처럼 가녀린 쇼의 대결이니 승부는 처음부터 정해진 셈이었다. 그래도 쇼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나에게 덤벼들었다. 녀석의 얼굴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구’라 부를 수 있었던 남자는 오히려 내 쪽이 울고 싶어질 정도로 허약하고 비참했다. 때리는 주먹이 그만큼 아팠던 적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 p.262)

    제6장 여름 “곶과 바람과 파도소리”
    다시 여름. 그리고 할머니 에쓰코의 남겨진 이야기.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남편의 사연과 무지개 그림에 숨 겨진 비밀이 드러난다. 과연 에쓰코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노래: 곶과 바람과 파도 소리

    남편이 그리고 싶었던 것은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그림이 아니라 오히려 마른 모래에 떨어진 한 방울의 물처럼 사람들의 마음 사이사이로 살며시 스며들어 흔적 없이 사라지는 듯한 그런 작품이었다.
    그렇게 결국 남편은 서른둘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건강한 오른손으로 그린 마지막 작품이 지금 우리 가게에 장식되어 있다. 저녁놀에 물든 바다와 무지개가 그려진 바로 그 그림이다.
    (/ p.278)

    어느 비 내리는 날의 해 질 녘, 장을 보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국도 옆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하얀 개를 발견했다. 차에 치였는지 그 개는 미지근한 봄비를 맞아 온몸이 검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눈을 감고 마지막 숨을 할딱이고 있었지만, 나는 서둘러 담요로 개를 껴안고 동물병원까지 달렸다. 그리하여 개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목숨의 대가로 오른쪽 앞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
    오른손을 못 쓰게 된 끝에 생명을 잃은 남편과 오른쪽 앞다리를 잃었지만 살아남은 하얀 개. 내가 구하지 못한 자와 구해낸 자. 그런 비교가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 개와 함께 살기로 했다.
    이름은 ‘고타로’라고 지었다. 내가 잃은 남편의 이름, 고타로(幸太?)에서 따온 것이었다.
    (/ p.280)

    저자소개

    모리사와 아키오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9~
    출생지 일본 지바 현
    출간도서 18종
    판매수 5,182권

    1969년 지바 현 출생. 와세다 대학 재학 중 잡지 편집에 참여했고 출판사와 편집 프로덕션을 거쳐 작가가 되었다. 2006년[라스트 사무라이 외눈의 챔피언 다케다 고조], 로 제17회 미즈노 스포츠 라이터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소설, 에세이, 논픽션,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 설정,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쾌한 필체로 풀어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작품 중 [쓰가루 백년 식당], [당신에게], [무지개 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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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대학에서는 수학을 전공했지만 일본어에 매력을 느끼고 번역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외국어 전문학교 일한 통역번역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뉴질랜드에서 일본어와 한국어를 가르쳤으며, 현재는 한국에서 일본 문학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온 방 안을 리락쿠마로 꾸며놓은 리락쿠마의 열성팬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는 [괜찮아요 리락쿠마] [리락쿠마와 뒹굴뒹굴] [앙]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무지개 곶의 찻집] [3시의 나] [쓰가루 백년 식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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