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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자유분방한 상상력, 편안하고 교과서적인 미문이 어우러진 김도연의 강원도 대관령산産 에세이!

이 책 [嶺영]은……

임순례 감독, 공효진·김영필 주연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의 원작자인 소설가 김도연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김도연은 마흔을 한참 넘어선 총각 작가다. 스무 살 때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집 밖으로 돌기 시작해 춘천이며 서울, 수원 등 안 머문 데 없이 떠돌다 서른다섯이 훌쩍 넘은 나이에야 시골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13년 동안, 태어나고 자란 강원도 첩첩산중 오지마을 진부의 작은 도서관에서 글을 써왔다. 인생의 고개를 넘듯 대관령을 오르내리던 그가 마음속에 하얀 눈처럼 소복이 쌓인 이야기를 세상에 풀어놓았다. 소설가 이순원은 김도연에 대해 “마음은 대관령의 눈같이 희어 순수하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얼어도 얼지 않는 푸른 잉크를 가슴에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이라 평한다.

깊은 옹달샘 물맛 같은 대관령산産 에세이
김도연의 글은 정직하고 담백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하얀 눈과 같이 순수하고 진정성 있는 그의 목소리는 도시 생활에 찌든 우리들의 마음속으로 따뜻하게 스며든다. 자연 그대로를 흡수하고 그 자체를 담아내는 김도연의 일상은 소박하고 잔잔하다. “우리는 이곳과 저곳을 연결하는 가장 빠른 길을 찾고 달리느라 사라지는 것들을 눈여겨보지 못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들은 빨리 가고 빨리 와서 다른 일을 해야만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주먹밥을 담은 배낭을 메고 산으로 들어간다. 차가운 샘물을 마시면 속이 다 얼얼해진다. 산열매도 충분히 익었다. 토끼와 꿩, 가끔은 고라니의 뽀얀 엉덩이를 보는 행운도 누린다”는 작가의 생활은 고갯마루 아래의 바쁘고 번잡한 삶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처럼 김도연의 글은 모든 것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외딴섬에서 쓰여진 듯 여유롭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배낭을 메고 대관령 깊은 산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

인생의 고개를 즐겁게 넘는 법
그 옛날부터 무수한 민초들이 낮과 밤을 아울러 대관령을 넘었다. 대관령 길이 넓어지고 차가 다니면서 고개를 오르내릴 때의 속 깊은 후회와 감동은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지만, 모두들 각기 다른 꿈을 꾸며 대관령을 넘어 다니는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묵묵히 견뎌온 우리들의 하루하루를 다독여주는 듯한 김도연의 목소리는 특별한 장치 없이도 그 자체로 빛난다. 아직 넘지 못한 고개들이 남아 있다면, 눈앞에 까마득한 높이의 오르막이 버티고 있다면, 그건 여전히 우리 삶에 별 같은 희망과 더 찾아야 할 보물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자령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당신이 걸어갈 동쪽을 보라고. 이제 마침내 꽃 피고 있다고” 속삭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길을 즐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더 이상 고단하지만은 않은 길인 것이다.

강원도를 닮은 총각 작가, 김도연이 사는 세상
김도연의 일상은 쉽게 읽힌다. 눈앞에 눈 덮인 골짜기와 첩첩이 푸른 산 능선과 같은 자연이 그려지면서, 어느새 힘들이지 않고 대관령 고갯길을 오르게도 하고 내려오게도 한다. 김도연은 소와 이야기하고, 개와 이야기하며, 지붕에 올라간 닭과 이야기하고, 처마 끝에 닿도록 하염없이 내리는 대관령의 ‘검은 눈’과 일대일로 너무도 절실하게 이야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소와의 관계에서 쌓인 오랜 내력을 풀어놓으며, 소와 화해하고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것들은 그저 자연이고 동물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늘 곁에 있는 소통의 대상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또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취한 주인을 위해 나귀가 장난스럽게 힝힝 코를 푸는”, “조심해라. 다방 언니들이 한을 품으면 바로 그게 천추의 한이다”, “이 길을 다 걸으면 척추가 한을 품을 것 같네요” 등의 넉살 좋은 입심, 능청스러운 표현들에 슬며시 웃음 짓게 될 것이다.

‘내가 아는 김도연 이야기’ 중에서……

그는 그 작품을 완성한 다음 자신이 쓴 작품을 누구에게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데, 그때 그의 옆에는 그의 작품을 읽어줄 사람이 없었다. 그는 밤새 처마의 외등을 밝히고 자기 집 개에게 한 줄 한 줄 작품을 읽어주고, 그 한 줄 한 줄의 의미에 대해서 얘기했다. 도연은 집에서 기르는 개에게까지 일대일의 작가적 인격을 부여하고, 개와 함께 밤새 작품평을 하고 토론을 한다. 밤새 개와 작품평을 하고 나니 먼 데서 아침이 밝아오더라고 했다.
이 사건 이후로 도연의 집 개는 도연이가 진부도서관에 나갔다가 집으로 들어올 때 가방을 들고 들어오면 반갑다고 옆에 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다가도 작품을 담은 사각 봉투를 옆구리에 끼고 오거나 들고 오면 또 한 번 밤새 작품토론을 하자는 줄 알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저만치 피한다고 했다. 이 세상에 이런 작가가 김도연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 그냥 그의 머릿속에서만 나온 소설이 아니다.
그는 잉크를 글씨를 쓰는 검은 물로 보지 않고, 글 자체로 보는 사람이었다. 글을 쓰는 도구로 보았다 해도, 다른 것도 아니고, 글씨와 글을 쓰는 잉크가 언다는 걸 글의 정신이 언다는 것으로 연결해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 세상이 다 얼어도 김도연의 잉크는 얼면 안 된다. 대관령의 추위 정도가 아니라 더한 무엇에도 네 잉크는 얼어도 안 되고, 녹아서 묽어져도 안 된다.”
나의 고향 후배 도연은, 마음은 대관령의 눈같이 희어 순수하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얼어도 얼지 않는 푸른 잉크를 가슴에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이다. 세상의 이쁜 처자들아. 내가 그대들에게 바라노니, 이 눈 같고 잉크 같은 작가와 연애 좀 해봐라.
- 이순원(소설가)

목차

작가의 말을 대신하여
내가 아는 김도연 이야기

대관령 겨울
대관령에 내리는 눈
눈의 무게
[얼굴 없는 희망]의 선생님께
함박꽃
겨울 바다에 쌓이는 눈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1]
따스한 눈사람
고독을 견디는 꿈
태백의 하얀 길
대관령 촌놈의 서울 구경 [2011년 겨울일기]
달보기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2]
소가 꾸는 꿈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3]
겨울밤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4]

오대산 가을
춘천 가는 배
군사우편
서울로 팔려가는 소나무들
대관령에서 백담사 만해마을까지
원효를 더듬거리는 밤
천 번의 가을
가을밤 부뚜막 옆에 앉아 콧구멍을 벌렁거렸네
뭐, 하룻밤에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넜다고?
앞산, 뒷산
대관령 옛길
사라지는 것들
돌배나무 이야기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5]
영嶺을 넘는 방법
당신의 휴식처
이렇게 무지막지한 동네에서 소설가가 나왔다고?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
아는 사람 어디 없나요
밥 한 그릇

봉평 여름
문어文魚들
대관령 가는 길
개망초
사랑, 그 먼 길
메밀꽃 필 무렵, 메밀꽃 질 무렵
대관령에서 보내는 편지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6]
감자꽃
반딧불
잠자는 배
목련
여행자들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7]
밤낚시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8]

소설가의 봄
동강 할미꽃
메밀꽃 통신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강릉 가는 먼 길
소설가의 악몽
벌이 날다
봄, 만다라
쇠뜨기
사월의 눈
거룩한 배
당구공 속으로 들어간 이야기
소와 화해하는 법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9]
선자령 봄바람
뿔을 걸다
대관령의 봄
냅다 걷어차!
새홍塞鴻
소설가의 각오

본문중에서

봄이 오고 여름이 되어, 어떻게 어떻게 이야기 하나를 만들었지요. 만들었지만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가방 속에서만 살았지요. 꺼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죠. 그게 과연 이야기인지 확신조차 서지 않았지요. 어느 날 만취해 골짜기 외딴집으로 돌아왔지요. 나를 기다리는 외등. 꼬리를 흔드는 개. 말 못하는 개의 환대에 눈물 몇 방울 찔끔거렸지요. 고마워서…… 개를 껴안고 그 이야기를 가방에서 꺼내 읽어주었지요. 처음부터 끝까지. 지저분한 개집 앞에 주저앉아. 끙끙거리는 개를 쥐어박으며. 어려운 부분은 친절하게 보충설명까지 해주며. 희미한 외등 불빛 아래에서.
(/ p.41)

내 어린 시절의 대관령은 눈의 고장이었다. 훗날 어느 술자리에선 일 년 내내 눈이 내렸다고 우긴 적도 있었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았지만, 아니 그래서 나는 더욱더 대관령의 눈을, 폭설을 예찬했다. 어떤 때는 정말로 이 땅에서 대관령만이라도 봄, 여름, 가을이 없고 일 년 내내 눈이 내리는 겨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근사하지 않은가! 또 어느 술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다가 농사를 짓고 있는 고향사람들에게 한 소리 톡톡히 들었지만 아직도 나는 그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내 마음속의 대관령은 의당 그래야만 한다고 나는 고집하고 있다.
(/ p.74)

자동차가 영동고속도로 소사고개를 오르고 둔내를 지나면서부터 주변 풍경은 서서히 흰 눈의 세계로 변하기 시작한다. 10리에 조금 못 미치는 둔내 터널을 빠져나가자 말 그대로 눈의 나라다. 빈 밭과 얼어붙은 개울, 소나무 가지와 지붕 위를 눈은 공평하게 덮어가고 있다. 저마다 다른 색깔, 다른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세상인데 눈은 그게 무어 대수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쓱쓱 지워버린다. 그냥 한 계절만이라도 같은 색깔로 살아보라는 듯.
(/ p.77)

비탈밭에서 감자를 심다가 괭이를 버리고, 흙 묻은 장화도 벗어던지고 집을 나왔다.
서해 먼 곳.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밀물 드는 봄바다에 도착해 낚싯대를 잡았다. 밤 깊어서는 낚싯대마저 던지고 입이 큰 물고기 몇 마리를 들고 더 멀리 있는 애인 집에 달려갔다. 애인과 함께 물고기를 구워 먹고 잠들었는데 머리에 뿔이 돋는 꿈을 꾸었다. 사슴으로 변해 높은 나뭇가지에 뿔을 걸고 흐뭇한 마음으로 지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잠에서 깨어나니 사래 긴 감자밭 옆이었다. 낮술에 취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찔레덤불에 걸고 있었다.
(/ p.290)

올봄도 어김없이 나는 배낭을 짊어지고 산으로 들어가 두릅을 딸 것이다. 바람 없는 날을 골라 밭에 거름을 뿌리고 아버지와 함께 소로 돌 많은 밭을 갈겠지. 당근과 콩, 옥수수, 감자, 당귀를 골고루 심을 게 분명하다. 산자락에서 화사하게 꽃을 피운 왕벚나무를 바라보며 몰래 한숨도 뱉어낼 것이다. 그 사이사이 글을 쓰고 하늘 높은 어느 가을엔 높은 잣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잣을 딸지도 모른다. 아, 가끔은 멀리 있는 도시로 보낼 연애편지도 끼적거리겠지. 아주 작은 꽃 한 송이 피어나겠지.
(/ p.30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6~
출생지 강원도 평창
출간도서 22종
판매수 4,988권

강원도 대관령 출생. 강원대학교 불문과 졸업. 2000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소설집 [콩 이야기],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십오야월],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장편소설 [누에의 난], [마지막 정육점], [산토끼 사냥], [아흔아홉],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산문집 [눈 이야기], [영], [강릉 바다]등이 있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임순례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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