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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필 : 인권감수성을 깨우는 54개의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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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54명 작가들이 참여한 세상 곳곳의 인권 이야기 [휴먼필]
우리들의 일상 속 인권감수성과 접속하다!


인권감수성을 테마로 한 산문집 [휴먼필]이 출간됐다. 이 책에서 공선옥, 김연수, 김해자, 권지예, 김종광, 나희덕, 박범신, 방현석, 이명랑, 전성태, 정지아, 이순원, 최성각, 한창훈 등 54명의 필자들은 이론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겪고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인권감수성’에 다가가고 있다. 인권감수성은 인간의 권리인 ‘인권’과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란 뜻을 지닌 ‘감수성’이 합쳐진 말. 사회에서의 부조리나 불합리한 관행, 제도 등을 인권문제의 차원에서 볼 수 있는 성질 혹은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인권감수성은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세상에서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감정이다.

아침에 눈을 떠 학교나 직장에 가고, 또 퇴근하고 돌아와 하루를 마감하기까지. 우린 얼마나 인권감수성을 느끼며 살고 있을까?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혹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별 고민 없이 지나가는 것들이 실제로 누군가를 차별하는 일은 아니었을까? [휴먼필]은 누군가를 가르치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인권감수성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집 앞 주차장에서……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인권 다반사’
“이 세계는 좀 더, 둥근 곳이어야 한다.”


[휴먼필]에 실린 54개 이야기 속 인물들은 누구일까? 학교에서, 회사에서, 거리에서, 집 앞 주차장에서…… 어디에서든 우리가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여성, 아동 및 청소년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이웃들 역시 그 대상이다. 중요한 건 그런 그들이 서로에게 차별을 가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휴먼필]은 그런 우리들이 한데 모여 살아가는 세상 곳곳에 인권 유린과 부조리, 불합리한 관행과 차별 등이 만연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작가 김남일은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어떤 플래카드에 경악하고, 방귀희 소설가는 장애를 가진 이는 결혼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사람들의 시선에 씁쓸함을 느낀다. 어떤 필자는 여성으로서 차별적 상황에 놓이기도 하고, 80년대 ‘비녀꽂기’ 고문을 당해 인권을 유린당했던 필자의 이야기도 있다. 아파트 부녀회의 간섭으로 입지가 좁아진 경비 아저씨를 바라보는 한 작가의 애잔한 눈빛도 있다. 대한민국의 남자로 태어나 원하지 않게 누군가에게 차별을 가하고, 또 받았다는 한 소설가의 고백을 들어보자.

둥글다고 하는 지구 위에서, 나는 감히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차별의 수혜자고, 가해자며, 특혜 대상자다. 우리는 함께 고백하고, 함께 서로 사죄의 절을 올려야 한다. 당신이 있어, 실은 나는 고통스럽지 않았다. 아니 어떤 고통을 겪었다 해도, 나의 발 아래에는 나로 인해 차별을 받아온 당신이 있었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 박민규, [나는 차별 속에서 살아왔다] 중에서)

이 고백은 가해자, 피해자로 나누어 바라보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물론이고 당신들도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는 인권 문제를 타자의 입장이 아니라, 자신에게 대입시켜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휴먼필]은 누군가를 겨냥한 매서운 화살일 뿐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자기 각성’의 기회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를 까닭 없이 서글프게 하는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동류이기 쉽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계층들끼리 서로 사이좋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형제애까진 아닐지라도 그게 이치에 맞는 일이 아니겠는가.
(/ 최성각, [보통 사람이 ‘보통 사람’에게 받는 차별] 중에서)

[휴먼필]은 어느 작가의 말처럼 “세계는 좀 더 둥글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들 안에 있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걷어내자고, 그 장애물을 치우자고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동류들에게, 사이좋게 살자고 말하는 제안 말이다.

목차

1부 차별을 넘어
다르게 말하기 - 김남일
빵 굽는 영애 - 김영희
“방귀희 씨가 결혼할 수 있을까요?” - 방귀희
나는 차별 속에서 살아왔다 - 박민규
피부색과 돈 - 박범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 고정욱
조용하지 않은 도서관 - 박영숙
엄마 나라 말을 몰라요 - 안미란
어느 음악인에 대한 추억 - 박경태
원하지 않은 특혜 - 이혜경
왼손과 오른손, 그리고 청계천의 이팝나무 - 이순원
멍들어가는 상아탑 - 맹문재
니그로? 블랙 피플? 톰? - 정지아
보통 사람이‘보통 사람’에게 받는 차별 - 최성각

2부 여자ㆍ엄마ㆍ아줌마ㆍ소녀?
젖 주는 사회 - 공선옥
헤어질 권리, 바닥을 칠 권리 - 김해자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 김별아
여와 남, 가깝고도 먼 - 이성아
밝힘증과 불감증의 동시 치료제를 찾습니다 - 고혜정
성매매촌에서의 단상 - 이인휘
품을 앗아가다 - 이상락
미아를 위한 이정표 - 박금선
꼭 오빠라고 불러야 되나요? - 한혜경

3부 푸른 감수성
우리 아이도 우리처럼 살 것이다 - 노경실
지워지지 않을 문신 - 이명랑
우리의 인권의식 - 이재웅
케이크 얼굴에 처바른 자, 식귀(食鬼) 붙어 핥을지니 - 한창훈
나를 키워준 연민 - 김중미
그 아이는 왜 노래 부르지 않을까 - 서성란
아빠 직업이 뭐니? - 신동호
용숙이 아들 철민이 - 송언
“공부가 무서워요” - 권영상
“손들어!”, 손들지 못한 기억 - 김형진
엄마가 제일 말썽꾸러기 - 권재원

4부 사람이 우선이다
망가지는 내 얼굴에 권리를 허하라 - 권지예
말하거나 말하지 않을 권리 - 나희덕
“대중문화가 그리 우습더냐?” - 이영미
사랍답게 죽을 권리 - 전혜성
담쟁이 덩굴이 캠퍼스를 덮을 때 - 박몽구
‘비녀꽂기’고문의 추억 - 김하기
우리 안의 파시즘 - 정도상
인간의 가장 예의 바른 행동 - 고재종
“의자에 앉는 것도 인권이라고요?” - 문경란
달을 쳐다보게 한 사람 - 김종광
빨간약과 소화제와 이등병 - 이하

5부 공감과 떨림
멧돼지를 사수하다 - 신용목
십수 년 전 파렴치범의 오늘 - 방현석
평양식당‘목란’에서 - 전성태
사람이 곧 보석바구니 - 김준태
굴뚝 밑 인생의 재채기 - 이광복
뒤늦게 저항시인 되는 거 아니야, 이거? - 원재훈
임진왜란의 고아, 그리고 철거민 - 김연수
다른 생명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는…… - 하재영
목소리를 잃어버렸나 보다 - 심윤경

본문중에서

힘깨나 쓰는 권리봉을 휘두르자는 게 아니라면, 참으로 존엄하고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인권이라는 게 진실로 존재한다면, 우리와 함께 공존하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생명의 권리가 근원적으로 함께할 때다. 인간에게 진화와 비약 그리고 수직적인 상승이라는 게 있긴 하다면, 1그램 차이도 없는 저마다 목숨의 무게를 볼 수 있을 때다. 이 책에서 필자 모두가 표현하는 바가 바로 그것. 우린 생각한 것을 글로 쓸 수 있는 인간이므로 인간의 권리, 그 너머를 소망하고 꿈꾸는 거다. 배제 속에서 행복하지 않다는 거다. 깃털 하나 차이가 없는 영혼과 삶의 무게를 다는 생명의 저울이 죽음 저편으로 기울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이 겨자씨만 한 존엄성이 살아 숨 쉬게 하자.
(/ 김해자, [기획의 말] 중에서)

타자(그것이 개인이든 국가든 민족이든)를 배려하지 않을 때, 말은 쉽게 폭력이 된다. 테러를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을 때, 미국 대통령 부시는 진정 몰랐을까.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황량한 아프가니스탄의 대지 위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꿈과 추억이 서려 있다는 사실을. 그는 마침내 이라크마저 ‘해방’시켰다. 그러나 그 도정에서 티그리스 강가에 피어난 저 황홀한 아라비안나이트의 전설이며, 사막의 밤을 아름답게 수놓던 베두인 족의 꿈은‘부시의 민주주의’로 일방적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 김남일, [다르게 말하기] 중에서)

나는 오늘도 모욕에 대한 매뉴얼을 만든다. 세상이, 세상 사람들이 나를 부당하게 모욕해올 때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적절하게 맞받아칠 수 있는지 고민한다. 상황을 철저히 분석하고 미리 각본을 짜둔다. 그래야 무시로 닥친 상황 앞에서 할 말을 잃고 쩔쩔매다가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워 뒤척이며 수십 번 대꾸의 말을 떠올렸다 지우는 최악의 경우를 피할 수 있다.
(/ 김별아,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중에서)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폭력적인 부모가 된다.”
그들의 정신과 몸에 깊이 박혀 있는 이 문신은 그들의 삶을 그늘지게 만들고, 그들은 그 그늘 속에서 자신에게 깃들어 있는 폭력성이 언제 튀어나올지 몰라, 불안해한다. 누가 그들의 삶에 지워지지 않을 문신을 새겼는가? 폭력의 희생자인 그들을 누가 폭력의 가해자로 만들고 있는가?
(/ 이명랑, [지워지지 않을 문신] 중에서)

아파트에 살다 보면 유치원, 어린이집이 블록마다 눈에 띕니다. 고령화 사회라는 이 시대에 어린이집 보낼 정도의 비용으로 치매 부모님을 가까이서 모실 곳이 없다는 건 정녕 모순입니다. 피부에 와 닿는 정부 차원 대책이 없다는 건 더더욱 원망스럽죠. 어떤 형태로든 내 나라 믿고 세금 내며 살아오신 분들인데요. 그걸 모두 우리네 전통 윤리에 따라 자식 혼자 짊어지라고요? 어림없습니다. 돈이나 쌓아놨으면 모를까. 당해 보면 아무도 그런 소리 못할 거예요.
(/ 전혜성, [사람답게 죽을 권리] 중에서)

2010년 1월 서울역에서 열린 ‘용산참사 철거민’ 장례식에 다녀왔다. 추위 속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기억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비참한 죽음에서 한 인간을 구원하는 건 아마도 하느님이리라. 하지만 가끔은 같은 인간들도 다른 동료 인간의 삶을 구원하기도 한다. 그가 사람으로 죽었다는 걸 영원히 기억함으로써. 사람으로 살아갈 권리도 중요하지만, 사람으로 죽을 권리도 중요하다.
(/ 김연수, [임진왜란의 고아, 그리고 철거민]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4.12.28~
출생지 전남 곡성
출간도서 58종
판매수 28,442권

소설가. 1963년 전남 곡성 출생. 1991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중편소설 [씨앗불]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소설집으로 [피어라 수선화], [내 생의 알리바이], [명랑한 밤길], [멋진 한세상], 장편소설로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 [시절들], [수수밭으로 오세요], [꽃 같은 시절], [유랑가족],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영란], [붉은 포대기], 산문집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행복한 만찬], [공선옥, 마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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