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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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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아동청소년문학 대표작가 이상권 신작 소설집

    폭력이라는 이름 앞에 나약한 개체가 감당해야 하는 고통
    사. 랑. 니

    우리의 존재를 위협하는 장애, 가난, 불륜, 낙태, 성폭력, 죽음
    폭력으로 가득 찬 세상에 대한 순수한 영혼들의 순박하고 아름다운 저항!


    [성인식]에 이은 이상권 작가의 두 번째 신작 소설집 [사랑니]. 총 다섯 편이 수록된 이번 작품집은 장애, 가난, 낙태, 죽음 등의 주제로 각각 독립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폭력이 지배하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우리 모두는 이 날것의 현실에 생생하게 노출되어 있다. 성인들이 이런 세계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소설 속의 청소년들은 폭력의 당위에 대해 온몸으로 질문을 던지고 용납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용납할 수 없음을 정직하게 고백하며 이에 저항한다. 이 소설은 인간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에 당위성을 부여하길 거부하는 청소년들의 집요한 자기 싸움의 기록이다. 작가는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저희가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 논쟁을 벌이던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비록 서툴지만 끊임없이 생의 근원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개똥철학자들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세상에 내보낸다고 말한다.

    네가 품고 있던 사랑니도 이렇게 아팠을까?
    고통과 마주한 순간, 나는 네가 보고 싶다
    "어디야? 지금 달려갈게."


    표제작 [사랑니]에서 끊임없이 주인공 진우를 괴롭히는 치통은 직?간접적인 폭력으로 인해 나약한 개체가 감당해야 하는 고통을 상징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고통을 참으며 기다려야 할 때가 많을 것이라는 할머니의 전언은 이 시대가 지배하는 폭력의 터널을 지나면서 체득해야만 하는 뼈아픈 교훈이다. 진우는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니가 주는 치통을 참아내는 연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니가 주는 치통과 멀쩡한 생니까지 뽑아내는 고통을 이겨낸 후에야 진우는 비로소 낙태를 경험한 여자친구(타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그러나 폭력의 채널을 경유하고 나서야 관계적, 공감적 연대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 사회의 모든 통로가 폭력으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출산에 대한 가족들의 논쟁을 그린 [매운 떡볶이], 정치화된 폭력의 현실을 나타낸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 폭력을 치유하는 공간인 가족을 소재로 한 [신이 내린 안마사가 사는 집], 나약한 삶의 태도를 과감히 버리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청소년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개 대신 남친] 또한 폭력이 지배하는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세계를 통과하는 우리 청소년들은 폭력적 현실로부터 도망치지 않으며 맞서고 아파하고 고민하고 저항한다.

    줄거리

    [매운 떡볶이]

    작은이모의 태아에게 선천적 장애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채영이네 가족과 친척들은 이모의 출산에 대한 논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이를 계기로 채영은 장애에 대해 처음으로 존재론적 질문에 빠져든다. 어느 날 채영은 강아지가 새끼를 낳는 장면을 목격하고 자폐증에 걸린 사촌 해정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어쩔 줄 모르는 채영과 달리 해정의 대답은 간단하다. 그냥 내버려두면 개가 다 알아서 한다는 것. 생명과 자연은 인간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짙은 암시를 제시한다.

    [사랑니]
    사랑니가 주는 무시무시한 치통을 온몸으로 느끼며 괴로워하던 진우는 마침내 사랑니를 빼기 위해 치과를 찾는다. 그런데 그렇게 발악을 하던 사랑니도 막상 병원 앞에 이르자 잠잠해졌다. 새삼 사랑니도 생명체라는 것을 느낀 진우는 풀잎이라도 부를 걸 그랬나 싶어진다. 눈물겨운 사투 끝에 사랑니를 발치한 진우는 예전에 배 속의 아이를 지우고 힘들어 했던 풀잎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자신을 떠올린다. 진우는 이제야 풀잎의 자궁 속 사랑니가 주는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
    민우, 동우, 선우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친구였다. 중학교 1학년 때 동우와 주완이 맞짱 뜨기로 한 사건에 함께했던 민우와 선우. 이들은 폭력을 당했으나 주완의 주도면밀한 정치성에 의해 가해자로 몰리게 된다. 이 사건으로 각기 다른 길을 가게 된 민우, 동우, 선우는 각자 아픈 상처를 보듬고 3년 만에 해후한다. 그런데 3년 만에 만난 친구 동우 앞에서 민우는 분개하고 만다.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 동우는 주완과 절친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정치화된 폭력은 단순한 몸싸움 이상의 아픈 상처를 개인에게 각인시킨다.

    [신이 내린 안마사가 사는 집]
    같은 반 친구 헌수를 성희롱하는 김한조 일행과 싸운 뒤 진운은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그리워한 적이 없던 시골집을 무의식적으로 찾아간다. 당연히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을 거라는 진운의 예상과 달리 할머니네 집에는 신이 내린 안마사라 불리는 안마사의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마치 귀한 손님 같은 대접을 받은 진운은 그렇게 탈출하고 싶던 무덤 같던 집이 지금은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태어나 처음으로 폭력이 아닌 사랑이 지배하는 생소한 공간을 만난 순간이었다.

    [개 대신 남친]
    죽은 다람쥐의 장례를 치르겠다고 나서는 찬수 때문에 걱정이라는 찬수 엄마에게 선민 아빠는 후배 병수의 이야기를 꺼낸다. 고양이의 씨를 말리기 위해 쥐약까지 동원하는 가족들을 보며 병수는 더욱 고양이에 집착했다. 중3 때 죽은 고양이를 못 잊어 고양이 뼈까지 지니던 병수도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고 했지만 찬수 엄마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한때 강아지에 집착하던 딸에게 개를 키워보자고 제안하는 선민 아빠. 선민은 개보다는 남친이 있으면 좋겠다는 성숙한 대답으로 응수한다.

    목차

    매운 떡볶이
    사랑니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
    신이 내린 안마사가 사는 집
    개 대신 남친
    발표지면
    해설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이 세계는 가공할 만한 폭력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이 폭력은 우리의 존재와 인간적 삶을 끝없이 위협한다.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가련할 정도로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들인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장애, 가난, 불륜, 낙태, 성폭력, 죽음이라는, 우리의 존재를 위협하는 이 심각한 항목들을 어떻게 당위로 받아들일 것인가.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집은 인간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에게 당위의 작위를 주기를 거부하는 청(소)년들의 집요한 자기 싸움의 기록이다.
    (/ 해설 중에서)

    “임신했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붕 떠 있는 기분이었어. 맨날 새처럼 날아다니는 꿈만 꾸었고, 아기 이름도 새와 관련된 것으로 정해주려고 생각하고 있었어. 몸에 아기가 들어왔다는 것이 느껴질 때부터 나무랑 풀이랑 새들이 많은 숲에 자주 갔어. 땅속에다 깊이 뿌리 내린 나무와 같은 황홀감을 맛보고 싶었거든. 그러자 내가 나무가 되는 꿈을 꿨어. 내 가지에 수많은 새들이 와서 둥지를 틀었어. 나는 그런 꿈만 꾸었지,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채영아, 이모는 멀쩡한데 배 속에 있는 아기가 멀쩡하지 않다고 하니까 받아들일 수가 없어.” 나는 작은이모의 힘겨운 눈빛을 받아내면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는데, 지금 이모의 상태로 봐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춧가루가 범벅이 된 떡볶이로도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이모한테는 매운 음식보다 더 자극적이면서도 더 절대적인 힘을 가진 마법의 약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 p.20)

    나는 두 손을 배 위에다 모아서 깍지를 끼고는 한껏 힘을 주었다. 그럴수록 손은 더 떨렸다. 여전히 사랑니는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나는 깍지를 풀고 배를 쓰다듬었다. 무엇인가 배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사랑니가 배 속에도 있는지 모른다. 지금 의사의 눈에 보이는 놈은 수많은 사랑니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진짜 우두머리는 내 배 속 아득한 곳에 숨어서 끝까지 버티라고 지령을 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
    아, 얼마나 아팠을까, 넌, 넌, 넌······ 자궁 속에 있는 사랑니를······ 아, 아, 아······ 난 한 번도 그런 생각 하지 않았어. 네가 수술하러 가는 날까지, 내 앞에서 막 뛰어가는 너를 볼 때까지. 은근히 너를 미워하기도 했어. 왜 나를 그런 일에 끌어들이는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 p.80)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만으로도, 집을 에워싸고 있는 나무와 풀과 온갖 살아 있는 것들의 몸에서 우러나는 빛만으로도 이 작은 마당은 환했다. 여기서 살아갈 때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밤에 마당이 환하다는 생각도 처음이고, 마당 색이 참 곱다는 생각도 처음이고, 하여 신발 벗고 다니면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괜찮겠다는 생각도 처음이다. 왜 이제야 이런 것들이 느껴지고 보일까. 내가 무엇이든 더디고 느려서 그때그때 상황을 파악하는 게 아니라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걸까. 그렇게라도 되기만 한다면 좋겠다. 늦어도 좋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깨닫고 느끼는 것만큼 알았으면 좋겠다.
    (/ p.154)

    마당가에 봄꽃들이 푸지게 피어나던 4월 어느 날 나는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수십 개의 토끼장이 텅 비어 있었다.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어머니가 토끼들을 팔아치웠다는 걸 알았다. 눈물만 흘러나왔다. 그 토끼들은 내가 키우는 동물들이다. 내 돈으로 어린 새끼를 사 왔고, 내가 설계하여 집을 지었고, 내가 먹이를 주었다. 슬프고 아리고 허탈했다. 나는 분노하고 싶었다. 물론 어머니라는 절대자 앞에서 나는 아무런 분노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분노하면서 반발한다고 해서 내 말이 옳다고, 단 한순간이라도 나를 이해해주고 내 편을 들어줄 어른도 없었다. 내 편이라니, 마을 어른들은 오히려 저런 호래자식이 있나, 하고 오히려 나무랄 것이다. 그까짓 토끼 몇 마리 때문에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한테 대든다고. 나는 그게 더 억울했다. 내가 한마디도 반항할 수 없는 이 세상이 더 미웠다. 그날부터 나는 밥 한술 뜨지 않았다.
    (/ p.183)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4~
    출생지 전남 함평
    출간도서 73종
    판매수 71,137권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산과 강이 있는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주로 꼴찌였던 고등학교 때부터 작가의 꿈을 꾸었습니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으며, 1994년 <창작과 비평>에 <눈물 한 번 씻고 세상을 보니>라는 소설을 발표하면서 작가가 되었습니다. 작가가 된 뒤로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개 재판> <애벌레가 애벌레를 먹어요> <개미가 고맙다고 했어>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등이 있습니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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