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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사이사이 새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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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최문자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2년 04월 06일
  • 쪽수 : 128
  • ISBN : 978893740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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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비틀림의 미학으로 참신한 충격을 던지는 시인 최문자
    평안한 일상을 날카롭게 뒤집어 놓는 감각의 공격과
    일상에서 탈주하기 위한 착각 본능을 만나다


    1982년 등단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통증과 사랑의 시적 형식을 보여 준 최문자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사과 사이사이 새]가 출간되었다. 생활인과 시인이라는 양쪽 세계를 살아가며 겪게 되는 고통을 감각적인 언어와 탁월한 상상력으로 표현해 내며 자신만의 개성적인 세계를 구축해 온 시인은 6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일상이 주는 고통을 한층 성숙해진 형태로 보여 준다. 특히 “매일같이 먹어 버린 슬픈 흰밥의 세계”를 그린 [오늘], “미지근한 물이 너무 오래 흐르는” 일상을 지옥에 비유한 [수요일], “동쪽에서 그를 기다렸으나 세상 전부가 서부”로 바뀌어 버린 삶의 배반을 다룬 [서부역] 등의 시편들이 눈에 띈다. 무의식적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 대신 자신의 목소리에 늘 깨어 있는 감각주의자가 되고자 하는 시인의 태도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6년간의 침묵을 깨고 돌아온 최문자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사과 사이사이 새]는 일상에 매몰되어 생활 기계로 전락해 버린 독자들의 마음에 잊고 살았던 꿈과 자아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착각, 또 하나의 감각
    일상은 시각적으로 흐릿하고 미각적으로 떫으며 촉각적으로 미지근하다. 눈앞에 있지만 분명치 않고 먹지도 못하는데 버릴 수도 없으며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아 부정형으로만 존재한다. 이처럼 흐릿하고 맛도 없는 데다 무엇이 아닌 형태로만 존재하는 일상의 세계에서는 살아가는 일과 죽어 가는 일이 구분되지 않는다. 삶에 대한 특별한 긍정이 없으므로 죽음에 대한 별다른 부정도 없다. 살려고 하는 모든 일이 죽음의 발화점을 낮출 뿐이니, 삶은 그 자체로 비극이다. 시인에게도 삶이 곧 비극인 때가 있었다.

    계기판보다 단 한 번의 느낌을 믿었다가 바다에 빠져 죽은 조종사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런 착시 현상이 내게도 있었다 바다를 하늘로 알고 거꾸로 날아가는 비행기처럼 한쪽으 로 기울어진 몸을 수평비행으로 알았다가 뒤집히는 비행기처럼 등대 불빛을 하늘의 별빛으
    로, 하강하는 것을 상승하는 것으로 알았다가 추락하는 비행기처럼

    그가 나를 고속으로 회전시켰을 때 세상의 모든 계기판을 버리고 딱 한 번 느낌을 믿었던
    사랑 바다에 빠져 죽는 일이었다 궤를 벗어나 한없이 추락하다 산산이 부서지는 일이었다
    까무룩하게 거꾸로 거꾸로 날아갈 때 바다와 별빛과 올라붙는 느낌은 죽음 직전에 갖는 딱 한 번의 황홀이었다
    -[Vertigo]

    그럴 때 시인은 계기판 대신 느낌을 믿었다. 흐리고 떫은 일상을 지속시키는 계기판의 세계 대신 바다에 빠져 죽되 황홀을 경험할 수 있는 느낌의 세계를 선택한 것이다. 비행 착각을 가리키는 버티고(vertigo)는 항공기 조종사가 겪는 착시 현상을 뜻한다. 비행 중 조종사는 여러 가속도로 인해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착각을 경험하게 된다. 하늘이 바다 같고 바다가 하늘같이 보인다거나 같은 고도에서 회전하는데도 속도를 높이면 상승하는 것처럼, 속도를 낮추면 하강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식이다. 시인은 버티고를 겪는 조종사가 되어 무감각한 일상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잠자는 감각을 채찍질한다. 그것이 착각이라면 착각마저 선택한다. 착시와 환상이라고 해도 그때 그것이 주는 황홀은 진짜이기 때문이다. 착각의 감각화는 시집 [사과 사이사이 새]를 관통하는 독특한 매력이다. 착각을 선택하고 죽음까지 감수해 가며 순간의 삶을 잡아내는 시인은 두 번 다시 일상에 굴복하지 않는다.

    시인은 어느 한쪽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

    지금 나는
    내가 없는 집에서
    내가 없는 방문을 잠그고
    내 심장이 없는 펜으로
    내가 없는 시를 쓰고 있다

    내 눈이 박히지 않은 별빛을 바라볼 때
    없는 나를 부러뜨리는 바람
    탕탕탕
    나를 비워 내는 우주
    내가 없는 허공에
    헛손질하던 손가락만 떠다닌다
    -[Vertigo 4]

    결혼 생활, 대학 총장 업무 등으로 이루어진 시인의 일상은 “내가 없는 집에서/ 내가 없는 방문을 잠그고/ 내 심장이 없는 펜으로/ 내가 없는 시를 쓰고 있”([Vertigo 4])는 시공간이다. 이런 일상의 시공간에는 최문자 시인의 시에서 보기 드물게 슬픔, 눈물 같은 시어가 끼어든다. 이 답답하고 아픈 세계, 쉽게 녹아 부푸는 “거품 말”들과 “무의미한 빈말”들이 오가는 일상의 세계를 뚫고 “실종된 문장”들이 건너온다. 이때 “실종된 문장”들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것은 시인이 40년 전 “실연한 세계”에서 시인이 꿈꾸고 희망했던 모든 것의 형태로 온다. 실종된 줄만 알았던 40년 전 시간이 아직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은 시인의 일상으로 넘어오는 것이다. 두 세계 사이에서 어느 한쪽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시인이다. 잃어버렸으나 여전히 희망하는 것들은 어느 한쪽도 포기하지 않은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죽어 가면서 살아 있는 순간
    찢기고 앓는 자의 고통을 ‘살아 있는 삶’으로 선택하는 시인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고뇌 없이 무조건” 이루어지는 일이다. 시인은 “의문을 품고 매일 먹어 버린 흰밥의 세계”([오늘]) 같은 ‘맹목’에 대해 극심한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반드시 붉어진다는 사과들의 가설”을 어기고 푸른 사과만 열리기를 기다리는 시인은 순리나 순종을 혐오하며 위반과 파괴의 의지를 보인다. 그는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고 “풀의 기억 하나만으로 발개지지 않는 사과의 푸른 정신”([태양과 푸른 사과])을 기다리는 존재다. 푸른 사과의 짙푸른 향을 태양보다 더 사랑하는 시인은 매일매일 익어 가는 시간과 싸우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의지는 고뇌 없이 무르익은 은유와 수사로 그럴듯하게 만들어지는 시를 벌목하겠다는 데에서도 나타난다. 시인에게 무르익는 것은 쉽게 굴복했다는 의미이자 곧 부패할 것이라는 뜻이다.

    아까부터
    사과들이 나를 쳐다보네
    나는 딴생각 반, 사과 생각 반으로 보는데
    사과나무는 온 사과들을 다 데리고 나를 보네
    사과 사이사이에 새가 있네
    울어 줄 새를 안고 살았나 보네
    어쩌다 새의 작은 눈알과 마주쳤네
    새까지 고집스럽게 나를 쳐다보네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보네
    사과가 없어진 나를 보네
    뻥뻥 구멍 뚫린 나를 보네
    -[시선들]에서

    일상에 의해 굴절되지 않겠다는 시인의 시선은 사과나무가 아닌 사과 하나하나를 향한다. 사과나무에 달린 수많은 사과들은 아르고스의 눈처럼 무수히 많은 눈이 되어 시인을 쳐다본다. 이 사과들이 ‘초자아’라는 점은 특별할 것이 없지만 시인이 하나의 거대한 초자아가 아닌 무수히 많은, 작고 단단한 초자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놀랍다. 시인은 비대한 의지와 거대한 자아상을 지닌 시인들과 달리 겸허하고 작은 자리에 스스로를 자리매김한다.

    작품 해설에서

    고백은 싸움의 과정이다. 고백의 1차 상대는 언제나 타자가 아닌 발화자 자신이다. 고백이 힘은 이유는 차례로 두 명의 상대(자신과 타자)를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싸움에서 더 버거운 상대는 고백받기 전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타자가 아니라 고백의 내용에 맞서서 ‘저항하는 자아’다. 여기에 고백의 역설과 고백의 윤리가 놓인다. 저항하지 않고 발화하였으면 그것은 ‘고백’이 아니며, 격렬하고 끈질기게 저항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진실한 고백’이 아니다. ‘진실한 고백’에 이르기 위해 자기 자신과 격렬히 투쟁했던 숭고한 시인들이 있다. 이들은 그 시 세계와 세계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 ‘고백의 윤리’라는 하늘에 성좌로 놓여 있다. 최문자의 사과 역시 이 하늘에 푸른얼음으로 놓여 있다. 정복되지도 굴복하지도 않은 채.
    - 이수정 / 시인

    추천사

    사랑의 형식은 남아 있는데 ‘그대’가 부재한 상황을 외로움이라 부르고, ‘그대’는 있는데 사랑의 강도(强度)가 약화된 상태를 쓸쓸함이라 부른다. 외로움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마음이 옥죄어 드는 걸 보니 사랑이 흐르기에 우리 마음은 너무 좁은 도관이구나. 옛날에는 동쪽에서 그를 기다렸는데 “지금은 세상 전부가 서부”로구나. 쓸쓸함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는 계단의 위아래에 걸친 스위치 같아서 켜지고 꺼지는 게 서로 달랐다고. “그녀가 명중시키고 싶은 것들은 모두/ 허공에 떠 있었다”라고. 우리가 최문자 시인의 시에서 발견하는 것은 이런 사랑이다. 사랑은 어떤 착란과 흔적 속에 저 자신을 아로새기지만, 사실은 그런 엇갈림만이 충만했던 한때를 보존할 수 있다. 단절이 있어야 기억이 시작되는 법이니까. 시인은 이 시집에서 그렇게 동그랗게 모인 사랑을, 유혹이자 참회이고 열정의 표상이자 눈물의 결실인 사과 한 알을 우리에게 건넨다. 우리가 인류 최초의 부부라도 되는 듯이, 세상의 멸망을 기다리는 철학자와 아비의 화살을 앞에 둔 딸 혹은 못된 행상인에게 속은 공주라도 되는 듯이, 상상력의 대가인 어느 사과회사 사장이라도 되는 듯이. 다시 말해 우리가 사랑에 빠진 그 모든 장삼이사, 남녀노소라는 듯이.
    - 권혁웅 / 시인

    그녀가 비행하고 있다. 등대의 불빛을 하늘의 별빛으로 여기고 “까무룩하게 거꾸로 거꾸로” 날아가는 그녀. 하늘과 바다를, 사과와 사과를, 당신과 나 그 까마득한 사이를 아득히 오가는 이 죽음 직전의 황홀한 비행은 우리의 안온하고 평안한 일상을 날카롭게 뒤집어 놓는다. 우리는 영양제를 털어 먹다가, 병문안을 위해 암센터에 갔다가, 혹은 지하철의 철제 의자에 앉아 있다가, 눈앞을 휙 스쳐가는 날쌔고 황홀한 비행에 아득해진다. 안전하고 평온한 일상은 갑자기 꺼져 버리고, 죽음의 절벽이 펼쳐진 듯 세상은 다급히 위험해진다. 그녀의 시적 비행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 낯설고 위험한 감각들을 더없이 섬세하게 포착하고, 그 감각의 근원지를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그것은 “온 사과들을 다 데리고 나를 보”는 사과나무의 시선들, 세계의 모든 것들이 나를 향해 몸으로 부딪쳐 오기 때문. 우리는 갑작스럽고 격렬한 감각의 공격에 무릎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게 하는 이 황홀한 비행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고온의 새, “무더기무더기 두고 간 분홍빛 체온”의 뜨거움을 훅훅 끼쳐 오는, 이 격렬한 뜨거운 마음을.
    - 박슬기 / 문학평론가

    목차

    1부 사과 사이사이
    2부 장미와 돼지
    3부 Vertigo

    작품 해설/이수정
    고백의 윤리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4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신여대 국문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협성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및 동 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 [울음소리 작아지다], [나무 고아원],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등 다수의 시집 외 시 선집[닾고 싶은 곳], 시론서[현대시에 나타난 기독교 사상의 상승적 해석] 등이 있다. 한성기문학상, 박두진문학상, 한국여성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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