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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 : 사랑과 희망의 인문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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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모든 혁명은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
제2의 대공황이라 불린 2008년 미국발 금융대란 이후, 전 세계는 시장 전반의 대대적인 거품 붕괴와 대규모 실업, 비정규직의 양산 및 임금 저하, 빈곤의 무차별 확대 및 빈부 격차 심화를 경험했다. 사람들은 고작 몇몇의 금융가와 은행가들로 전 세계 경제가 마비되고 붕괴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금융대란의 원인을 집중조명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Inside Job]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할 장면이 나온다. 대공황을 초래한 금융가와 은행가들이 파산 직전 천문학적인 액수의 상여금 잔치를 벌인 일이 과연 정당한 것이었는가 묻는 질문에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가 “시스템이 그렇다면 받는 것이 옳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런 사회 시스템에서 살고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이들, 특히 젊은이들은 소수에게 부와 권력이 편중되는 사회에 조금도 저항하지 못한 채 무차별적인 경쟁을 강요받고 있고, 정당한 실력으로만 평가받을 수 없는 불공정한 경쟁 구조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때에 독일을 중심으로 마르크스 강의가 부활하고, 일본에서 마르크스 관련 서적이 30만 부를 넘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실패한 신자유주의에 대해 누구도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르크스에 대한 연구는 자본의 모순을 가장 깊숙이 파헤칠 수 있는 도구인 동시에 인간성 회복을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위즈덤하우스 刊)는 인간성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을 이해하고, 마르크스 사상의 핵을 이루는 ‘한 줄’ 문장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고찰하고자 노력한 마르크스 해설서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한 저자 류동민 교수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퍼지고 있는 희망 예찬과 위로 코드를 염려하며, 사회구조는 개선하지 않은 채 근거 없이 희망을 강요하거나 개인적 고뇌는 성찰하지 않은 채 구조만 개혁할 것을 주장해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책은 마르크스의 사회과학적 이론을 견지한 채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를 전면에 내세워 사회구조의 문제와 개인의 문제 모두를 통찰하고 있다. 또한 마르크스에 대해 알고는 있으나 그의 원전을 읽어본 적 없는 독자들을 위해 매 장마다 한 줄 원문을 제시해 마르크스 사상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지니고 있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도왔다. 시대적 고민과 개인적 허무 사이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과 마르크스에 대한 미련을 품고 있는 3040세대 모두에게 단비와도 같은 책이 될 것이다.

사회과학적 전망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한 사랑과 희망의 인문학 강의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가 촘촘하게 세상을 얽어맬수록, 우리는 그때그때의 경쟁에 압도당하여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살아가는 데만도 버거움을 느낀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때일수록 되풀이되는 일상에 파묻히지 않고 개인이 사회 전체의 구조와 연결되는 지점과 방식을 이해하는 사회과학적 시야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삶의 궁극적인 목표와 보람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치적 입장이야 어떻든지, 마르크스가 사회과학적 소양과 인문학적 전망을 결합하고자 했던 보기 드문 사상가라는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개인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하여 사회관계와 구조를 생각한 다음, 다시 개인에게 돌아오는 구성으로, 사회과학적 전망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적절하게 결합한 에세이이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의 문제를 매우 쉽고 매력적인 언어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편안한 느낌으로 마르크스 깊이 있게 사상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줄 문장으로 만나는 깊이 있는 마르크스
이 책은 한 줄 문장을 통해 고전을 이해하는 위즈덤하우스의 인문교양 시리즈 ‘한 줄 클래식’의 첫 번째 도서이다. 고전을 단순 요약·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핵심적인 사상을 대표하는 문장을 찾아 이를 심도 깊게 해석하여, 고전을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거리낌 없이 사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시리즈의 취지이다.
시리즈의 첫 권으로 야심차게 출발한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는 전문 학자들의 성역이라고만 여겼던 마르크스의 텍스트를 직접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 유명한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낳은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나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저서인 [자본론], [경제학·철학 초고], [헤겔 법철학 비판]은 물론,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마르크스의 핵심사상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 [독일 이데올로기](“인간들이 무엇인가는 그들이 무엇을 생산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생산하는가와 일치한다.”),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인간의 의식이 그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의 사회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규정하는 것이다.”)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 마르크스를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도 깊이 있는 시선을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기형도, 김훈, 홍상수, 알랭 드 보통 등 일반 대중에게도 친근한 작가들의 작품을 인용해 에세이적 재미를 더하고 있으며, 장하준, 마오쩌둥, 슬라보예 지젝 등 학문적 연장선상에 있는 대표적 학자들을 소개함으로써 폭넓은 지식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왔다.

김수행, 홍세화, 우석훈 추천! 젊은이들에게도 탈출할 권리는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인의 실천적 지식인들이 모두 입을 모아 “이 책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고 추천하는 데에서 이미 이 책의 효력이 드러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마르크스 학자인 김수행 교수는 “우리를 병들게 만드는 경쟁의 논리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달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미래가 마르크스가 꿈꾸었던 사회”임을 강조했으며,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는 오랜만에 서슴없이 추천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된 것을 기뻐하며, “이 시대 젊은이들이 소외된 개인에서 벗어나 동시대와의 참된 사랑과 우정의 관계를 쌓기를” 바란다는 애정 어린 충고를 전했다. 최근 젊은이들의 각성을 요구하며 [88만원 세대]의 절판을 선언한 우석훈 교수는 “마르크스가 창업과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못할지라도, 부당하게 강요당한 스펙 경쟁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사할 것”이라며 젊은이들에게 일독을 권했다.

추천사

마르크스는 열일곱 살에 대학에 입학하여 법학·철학·역사학을 공부하다가 스물세 살에 철학박사가 되었고, 자본가나 노동자 모두를 자본의 굴레로부터 해방시켜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라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자고 외치는 불후의 명작 [공산당선언]을 1848년, 그의 나이 서른 살에 발간했습니다. 그 뒤 경제학을 연구하여 인류를 구성하는 개인들이 ‘인류의 관점’에서 어떻게 타인과 자연을 상대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이것의 결과가 미완성의 [자본론]입니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병들게 만드는 경쟁의 논리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써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달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실현가능한 미래, 그것이 마르크스가 꿈꾸었던 새로운 사회입니다. 류동민 교수의 책은 바로 이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김수행 /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

왜였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내 젊은 시절이 떠올랐던 것은? 찬찬히 생각해 보니 뒤늦게 ‘정치경제학’이나 ‘공산당선언’ 등을 땀 흘리며 읽었던 기억 때문만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에 이 책을 읽었다면 동시대인인 저자를 통해 가슴 뜨거운 우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미덕은 지금 젊은이들에게 마르크스를 만나게 하려는 모색에 멈추지 않는다. 나는 많은 젊은이들이 이 책과 만남으로써 자기소외의 개인에서 벗어나 참된 만남의 관계로 나아가게 하는, 사랑과 우정의 참뜻을 인식하기 바란다. 저자가 이 책을 쓴 것도 바로 그런 관계 맺기를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진솔하고 단아한 글을 읽으며 느낀 잔잔한 즐거움에는 젊은이들에게 서슴없이 권할 책을 얻은 기쁨도 담겨 있다.
- 홍세화 / 진보신당 대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

그렇다. 한때 386이라 불렸던 우리는 모두 마르크스에서 출발했다. 그를 좋아했든 미워했든, 존경했든 거부했든, 아니면 책장의 장식품으로 썼든, 마르크스와의 만남이 우리 삶의 한 부분을 형성했다. 과연 마르크스가 2013년에도 유효할까? 경제학자 류동민이 사랑과 낭만을 탑재한 마르크스를 다시 꺼내 들었다. 마르크스로 안내하는 초대장, 한국의 청년들이 한번쯤 이 초대에 응해 보시기를 희망한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근본적 부조리, 바로 그 출발점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그건 자신의 선택이고 자유이다. 이 시대, 마르크스가 창업과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못해도, 명박시대, 여러분들에게 예술의 창작혼과 표현욕구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그리고 부당하게 강요당한 스펙 경쟁으로부터의 자유를 줄 것이다.
- 우석훈 / 경제학자, [88만원 세대] 저자

목차

책머리에
프롤로그
말하지 않아서 모르는 것은 말해 줘도 모른다 ∥ 여정의 출발: 낯선 파티장에서

1. ‘나’를 ‘나’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꽃에 대한 말들
내가 생산하는 방식이 바로 나다
페티시즘, 허상이자 위안이 되는 아이러니

2. ‘나’와 ‘너’는 물질의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가?
우연한 마주침
진리는 저승이 아니라 이승에 있다
그럼에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론이 사람을 사로잡는 순간
새로운 미래, 오래된 습속
세상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
관계의 바깥에서 관계를 들여다보기
최대의 영광이자 최대의 치욕

3. ‘너’와 ‘사회’의 기대에 따라 행동하는 것
사랑, 그것은 목숨을 건 도약
모든 견고한 것은 녹아 허공 속으로 사라지고
자유, 평등, 소유 그리고 벤담?
끊임없이 혁명을 일으켜야 하는 계급
소비자는 노동자의 적인가?

4. 능력, 공정함 그리고 정의
옛날 옛적, 그 판타지
여기가 로두스 섬이다, 자 여기서 뛰어보라!
사회적 생산력에서 자본의 생산력으로
동등한 권리와 권리가 서로 맞설 때
수탈자가 수탈당한다

5. 관계의 비대칭성, 권력 그리고 민주주의
그대 생각하다 보면 모든 게 궁금해요
국가, 부르주아 계급의 집행위원회
삼성에게 좋은 것은 한국에도 좋은 것?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첫 번째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소극으로

6.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꿈: 희망 그리고 공산주의
역사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인간은 항상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을 제기한다
부정의 부정
코뮤니즘, 그 현실성
각자의 자유, 모든 이의 자유
사랑을 놓치다
코뮤니즘, 사랑의 재발명

에필로그
나는 이렇게 읽었다: 열 명의 저자와 한 편의 영화에 관한 노트

본문중에서

감히 추측하건대 ‘불혹’이라는 말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실증적인 명제가 아니라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규범적인 명제, 심지어는 ‘흔들리고 싶지 않다’는 소망의 표현이었을 듯합니다. 아마 공자 자신도 나이 마흔이 될 때까지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흔들리는 자신을 경계하고 싶어 이러한 정의를 내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래서인지 결국 모든 학문의 시작과 끝은 인문학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모든 학문은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며, 그렇게 이루어지는 사회가 어떻게 다시 인간과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는가, 그것을 탐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마르크스도 국정교과서처럼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체계로서가 아니라, 삶의 미세한 결을 어루만지는 인문학적 감성으로부터 출발하여 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프롤로그: 말하지 않아서 모르는 것은 말해줘도 모른다’ 중에서/ p.16)

“소외된 노동은 인간에게서 자신의 몸도,
그의 바깥에 존재하는 자연도, 그의 정신적 본질, 그의 인간적 본질도 소외시킨다.”
마르크스와 주류경제학의 차이라면, 시대와 사회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언제나 일하는 것을 싫어하느냐 하는 물음에 어떠한 대답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하는 노동이 항상 우리에게 불편함과 불쾌함, 경제학에서 말하는 마이너스의 효용만을 주는 것일까요? 혹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밤새워 가며 어떤 일을 끝낸 새벽녘, 희미하게 동이 트는 창문을 바라보며 성취감을 만끽했던 경험은 없는지요? 그 일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거나 하는 유인이 전혀 없는데도 말입니다. 만약 그런 기쁨이라는 것이 없다면, 전혀 돈벌이가 되지 않는 공개 소프트웨어 같은 것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요? 혹시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 질문에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성심성의껏 답변을 달아 본 적은 없는지요?
이 모든 것은 사람이 노동을 싫어하기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어떤 특정한 조건이나 상황에서는 노동을 통해서 살아가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것, 거꾸로 말하자면 어떤 특정한 조건이나 상황에서만 노동을 무의미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동하는 과정에서나 그 결과에 대해서 내가 나다움을 잃어버리는 듯한 감정, 그 감정이 바로 노동의 소외입니다.
( ‘1장. 꽃에 대한 말들’ 중에서/ pp.54~55,)

“하나의 특정한 생산양식 또는 산업적 단계는
항상 하나의 특정한 협업방식 또는 사회적 단계와 결합한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서로의 사랑이라는 관계 속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 사랑이 갖는 진정한 한계를 깨닫지 못합니다. 그 관계 밖에서, 즉 사랑이라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의 체계 밖에서 그 체계를 성찰할 때, 비로소 그들은 그 사랑의 한계를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노예와 노예 주인의 관계 속에 들어가 있는 당사자들은 노예제도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체계인가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에 들어가 있는 당사자들은 자본-노동관계가 갖는 비인간성을 깨닫지 못하고, 그러므로 그 관계가 새로운 관계로 대체될 필요성, 그리고 대체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결국 체계 밖에서 체계를 바라본다는 것은 그 체계의 유한함과 덧없음을 인식하는 과정입니다. 이것은 불행한 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이 언제든 끝날 수 있음을 깨달을 때 오히려 그 사랑은 빛을 발하면서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것이며, 끝난 뒤에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죽음으로 마무리된다는 삶의 유한함을 인식할 때, 삶은 오히려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2장. 관계의 바깥에서 관계를 들여다보기’ 중에서/ pp.118~119)

“표면에 나타난 경제적 관계의 최후의 형태는, 내적이며 은폐된 본질적 형태와
그에 대응하는 개념과는 아주 다르며 실제로는 전도되어 있다.”
우리는 대형 할인마트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휴일도 없이 24시간 철야로 일하는 데에는 더욱 값싸고 편하게 장을 보려는 소비자의 욕구가 큰 몫을 하고 있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문제는 노동자로서의 정체성과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이 서로 충돌할 때에 발생합니다. 이는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죄수의 딜레마’와 비슷한 충돌입니다. 이를테면 노동자로서의 나는 열악한 작업조건과 불안정한 일자리로 고통받는 대형 할인마트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대형마트 안 가기 운동’을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노동자가 연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 혼자 연대를 시도하는 것은, 불합리한 구조는 바꾸지 못한 채 소비자로서의 합리적 소비와 효용 극대화에 실패하는 결과만 낳고 맙니다. 대형 할인마트보다 더 비싼 값으로 물건을 사야 할 테니까요. 그러므로 개인적 차원에서는 연대를 포기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다른 노동자들도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데 있습니다. 결국 이런 ‘나’들의 태도와 행동이 모여 결과적으로 다른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으며 해로운 작업조건에서 노동하도록 유도하게 됩니다.
(‘3장. 소비자는 노동자의 적인가’ 중에서/ pp.158~159)

“사회는 법에 기반하지 않으며,
반대로 법이 사회에 기반해야 한다.”
마르크스에게 정의justice가 무엇인가에 관한 정확한 개념이 없다는 일각의 주장은 그러므로 틀린 것은 아닙니다. 힘, 즉 권력이 곧 정의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때 정의라는 것은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하고 그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에서의 규범적 상태는 아닙니다. 현실이 그렇게 된다는 의미일 따름입니다. 그러므로 노예제 사회에서는 노예주가 권력을 가지며, 봉건제 사회에서는 영주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가가 권력을 갖습니다. 물론 권력은 단 하나의 실체는 아니기 때문에, 100 대 0으로 나뉘지지는 않습니다. 여러 가지 영역에 걸친 권력이 여러 주체들 사이에 불균등하게 배분되는 것이지요. 가령 한국의 재벌기업과 그 협력중소기업이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는 객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힘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입니다. 마찬가지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이윤의 얼마를 나눠 가질 것인가는 둘 사이의 힘의 배분상태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4장. 동등한 권리와 권리가 서로 맞설 때’ 중에서/ pp.189~190)

“현대의 국가권력은
부르주아 계급 전체의 공동업무를 처리하는 위원회일 뿐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정치적으로, 심지어는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많은 중요한 사안들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앞에서 들었던 행정수도 위헌소송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해당 정책에 대한 찬반입장을 떠나서 선출직도 아닌, 몇 명의 헌법재판관이 법률해석이라는 객관적 외관을 가지고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해 볼 만한 일입니다.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은 매스 미디어에서조차도 ‘진보’냐 ‘보수’냐를 가려낼 수 있을 정도이므로, 그들의 법률해석이 정치로부터 중립적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지요.
또한 위의 인용문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부르주아 계급 ‘전체’의 ‘공동업무’라는 표현입니다. 사실 하나로 뭉뚱그려서 부르주아 계급이라 부르더라도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수준을 달리하는 다양한 그룹과 분파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똑같이 자본이라고 불리더라도 삼성그룹처럼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자본과 중소기업을 같은 평면 위에서 비교할 수는 없겠지요. 똑같이 자본이라고 불리더라도 물질적 재화의 생산에 주력하는 제조업 자본과 돈의 흐름을 통해 이윤을 얻는 금융자본의 이해관계는 경우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높은 이자율은 돈을 빌려 투자를 해야 하는 산업자본에게는 나쁜 것이지만 돈을 빌려주는 금융자본에게는 좋은 소식일 수 있습니다.
(‘5장. 국가, 부르주아 계급의 집행위원회’ 중에서/ p.210)

“역사가 무슨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부를 가진 것도 아니고, 싸우지도 않는다.
그것을 행하는 것은 인간, 즉 현실의 살아 있는 인간인 것이다.”
인간이 그저 우연에 의해 수많은 행동을 하고 그것들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사회와 역사는 변화해 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어진 환경 아래에서 주어진 물질적 조건들에 작용하고 반작용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역사라는 것입니다. 혹시 앞에서 우발성의 유물론에 관해 말하면서, 운명처럼 비행기 옆 좌석에 앉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를 한 것을 기억하나요? 만약 그들이 운명이라면, 그들은 굳이 마음을 졸여 가면서 상대에게 호감을 나타내고, 상대도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지 궁금해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저 팔짱을 끼고 기다리다 보면, 그들은 운명적으로 맺어질 테니까요. 이와 마찬가지 논리로 역사발전에 있어서도 인간의 자율성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6장. 역사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중에서/ p.237)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5
출생지 부산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에 수학적 방법을 도입하여 마련한 엄밀한 잣대에 세상사에 대한 너른 관심을 더하여, 인간의 삶과 연관된 다양한 주제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지은 책으로는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기억의 몽타주],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공저) 등이 있다. 그는 이번 책에서 인간의 삶을 이루는 요소 중 ‘시간’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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