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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엄머들처럼 많은 직분과 의무를 동시에 소화시키지 못한다. 또 세상 그 누구도 엄마와 같은 자제심, 온화함,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한다. 또 그 어떤 사람도 우리 엄마들처럼 자신을 온전히 바치며 조건 없이 사랑하지 못한다. 우리가 일생을 통틀어 감사드리는 여성, 바로 엄마들처럼. 지금까지 통용되는 진부한 표현들이다. 과연 정말 그럴까?
저자는 부드러운 역설과 놀라운 감정이입으로 다양한 '엄마'들의 모습에 다가선다. 할머니, 장모, 극성맞은 엄마들 그리고 무정한 엄마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지금 엄마인, 그리고 앞으로 엄마가 되길 원하는 모든 여성에게 바치는 비판적인 사랑의 보고서다.

한 남자가 엄마에 대해, 또 다른 성性으로서 갖는 축복에 대해 쓴 글 600일간 병마와 싸우다가 숨을 거둔 아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기나긴 터널과 같은 투병생활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했던 저자 미하엘 숍하우스가 이번에는, 당시 소아암 병동에서 아이들과 눈물겨운 투병생활을 벌이고 있던 엄마들을 접하면서, 자식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엄마들에 대한 존경과 관심으로 이 글을 썼다. 남자가 여자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 그것도 엄마에 대해서? 저자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우리 모두의 출발점’이므로. 또한 남자들이 경험한 가장 최초의 여자가 바로 엄마였기 때문에. 엄마를 다룬 여느 책처럼,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로서의 차별대우나 불평등에 대한 통계 수치를 다룬 글이 아니다. 또 이론을 설파하기 위해 쓴 논문은 더더욱 아니다. 엄마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고, 아주 유쾌하게 쓴 글이다. 저자는 이 세상 엄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모든 여성, 즉 아이의 엄마, 나의 엄마, 나의 할머니, 그리고 장모님에 이르기까지 모두 펼쳐놓아 그야말로 엄마에 대한 대향연을 벌인다. 프리랜서 기자라는 직업에 걸맞게, 그는 어느 한곳 허수하게 놓치지 않고 부드러운 역설과 놀라운 감정이입으로 이 땅에 엄마로 살아가는 모든 여자들에 대한 묘사를 편안하게 물 흐르듯이 펼쳐놓는다.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엄마에 대한 식상한 찬사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때론 불편한 목소리로, 때론 투정어린 목소리로 엄마에 대한 비판적인 사랑의 고백을 털어놓는다. 한마디로 이 책은, 그가 현재 살고 있는 그 땅에 흔히 볼 수 있는 엄마들에 대한 한바탕의 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엄마는 정말 위대한가? “엄마는 정말 위대한가?” 어쩌면 이 질문은 우문愚問일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모성의 위대함에 대해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으므로…….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새삼스레 고민하고픈 충동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모성은 본능이다”라는 말에, 시대가 변하고 우리의 의식구조 역시 숨가쁘게 변한 지금, 과연 그 본능이 여자의 유전자 속에 변이를 일으키지 않고 온전히 있을까라는 의아심을 떨칠 수 없다.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생활고에 시달려 자식과 함께 자살을 서슴지 않은 사건들을 너무 자주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엄마의 모성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처지가 딱하고 안쓰럽다. 그러나 가난이 싫어 자식들을 내팽개치고 훌쩍 가출하는 엄마, 남편과 이혼 후 자신의 새로운 생활에 거치적거린다며 자식을 버리는 엄마를 너무 자주 접하기 때문에, 이런 시점에서 “엄마는 과연 위대한가”에 대한 물음에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제3자의 섣부른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속속들이 알 수 없는 처지에선 더욱 그렇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지 못하므로……. 이렇게 한번 마음을 돌리고 나면 엄마들 역시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종종 독선적이고, 이기적이며, 매우 나약한 존재가 아닌가에 생각이 미친다. 혹시 그동안 “모성은 위대하다”라는 말에 우리 모두가 엄마들에게 강박관념을 심어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저자는 사실 ‘엄마란 이렇다’라고 정의 내릴 기준이 없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엄마들 스스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의무 사항에 자신을 가두어두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면서, 혹시라도 우리 모두 ‘엄마는 위대하다’라는 것을 지나치게 요구하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의문을 던진다. 엄마들은 일생동안 우리 곁에서, 따뜻한 심성의 교육자, 솜씨 좋은 요리사, 불멸의 심리학자, 친절한 간호사 그리고 신중한 변호사의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낸다. 그 누구도 엄마들처럼 많은 직분과 의무를 동시에 소화시키지 못한다. 또 세상 그 누구도 엄마와 같은 자제심, 온화함,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한다. 또 그 어떤 사람도 우리 엄마들처럼 자신을 온전히 바치며 조건 없이 사랑하지 못한다. 우리가 일생을 통틀어 감사드리는 여성, 바로 엄마들처럼. 지금까지 통용되는 진부한 표현들이다. 과연 정말 그럴까?

1. 힘이 센 엄마, 왜 그 사실을 언제나 좋게 생각하는가
어미 짐승의 제국 / 둥지 양육 그리고 또 다른 본능
시대정신의 망령 / 여자에서 엄마로
내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극성맞은 엄마

2. 엄마와는 다른 장모, 장모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어떻게 애쓰는가
한번 아들이면 영원한 아들 / 엄마에게 남자는 언제나 어린애다
네가 뭐가 모자라서 / 나의 엄마와 내 아이의 엄마
남자와 잘 지낼 수 있는 유일한 여자 / 장모님께 여왕의 관을
내 아빠의 엄마, 친할머니 / 어느 짧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

3. 가끔 자신을 생각하는 엄마, 엄마에게 왜 사랑받기만을 원하는가
엄마 주식회사 / 슈퍼우먼의 동화
내 탓이야, 내 탓이야, 내 잘못이야 / 영원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엄마
할 거야! 해야 돼! 해도 괜찮아! / 엄마들의 이기주의
시대의 요구를 따르는 엄마 / 엄마들의 유형
나처럼만 하면 되는데 /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엄마들

4. 강한 엄마, 남자들은 왜 그토록 쉽게 약해지는가
매혹적인 엄마 / 유모차를 미는 엄마가 섹시하다
아빠도 엄마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강한 것 같은 남자들의 유약함
작은 인간 / 우리는 어째서 아이들과 친해지는 법을 잊어버리나

나는, 중대한 일을 결정할 때 엄마들이 좀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더라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좀더 정당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 믿음이야말로 엄마라는 타이틀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다! 엄마들이 이루어낸 업적들은 고귀하고, 성실하며, 경이롭고, 본받을 만한 것이다. 엄마는 자기 집 문안에서만 가치 있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한때 누구보다 엄마가 필요했던 어린아이였다. 우리는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엄마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엄마로서의 윤리가 얼마나 고귀한지, 엄마의 걱정과 기쁨이 무엇인지, 엄마가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 엄마가 필요할 때마다 늘 그곳에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엄마의 소망이라는 사실도 잘 안다. (18쪽) 우리는 흔히 엄마라고 하면 자식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엄마의 몸에서 아이가 분리되는 과정인 출산을 엄마와 아이의 관계 형성에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출간된 많은 책들 역시 엄마를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묘사는 남자와 동등한 권리를 가지려고 수십 년 동안 애써온 여자들에겐 너무 끔찍한 말처럼 들린다. 그건 오직 책에서나 가능한 일이니까! 엄마가 팔에 아이를 안고 있다고 해서 과연 달라지는 게 있을까? 어떤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어떤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책임감을 통감하게 되었다고 한들 대체 무엇이 변한단 말인가? 결국 우리 가운데 사랑, 자랑스러움, 믿음 같은 단어를 갈망하는 사람들만이 생물학적인 기만 과정에 기꺼이 자기 자신을 내맡길 것이다. (28쪽) 내가 이런 일들에 대해 쓰는 이유는, 엄마로서의 가치만을 따지자면 여자들 사이에도 차이가 많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다. 나는 이런 문제에 경제적 여건 역시 교육 정도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에펜도르프나 슈바빙, 또는 작센하우젠 출신의 여자들이 엄마가 되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데 더 큰 어려움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곳 여자들은 자기가 사회적인 압력을 더 심하게 받으면서 일한다고 흥분했고, 자기 능력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는 탓에 아이 갖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들은 스스로에게 ‘아직도 엄마가 되기를 원하니?’ 또는 ‘학위는 언제 따니?’ ‘아직도 아이 갖기를 원하니?’라고 물어본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이 그리 쉽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들은 쥐꼬리만한 임금으로 갓 낳은 어린애까지 먹여살려야 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처럼 생계 때문에 괴로움을 겪지도 않았고, 수입을 유지하면서 아이를 갖는다는 게 이들에게는 그리 지나친 부담도 아니었지만, 그들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한 가지 있었다. 어렵게 배운 것을 포기하지 않고 엄마가 되고자 하는 여자, 언제나 자기 스스로 설정해놓은 많은 요구사항에 짓눌려 사는 여자, 집에서나 일터에서나 완전하고자 노력하는 여자, 언제나 자신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기꺼이 희생자의 역할을 떠맡는 그런 여자들에게는 엄마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아주 힘겹다는 점이다. 비록 자신이 엄마가 되길 원한다 해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불화와 알력 때문에 자신을 파괴하거나 그와 비슷한 지경에 이른다. (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