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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으로서의 3.11 : 대지진과 원전사태 이후의 일본과 세계를 사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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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3.11은 보고나 기록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고도성장의 신화, 안전신화, 원자력신화……. 현대 일본의 모든 신화들이 무너져 내린 그라운드 제로, 후쿠시마. 그곳으로부터 바람과 조류를 타고 퍼져 나가는 피폭의 공포는 그것이 닿는 모든 지역의 삶과 노동, 통치와 저항의 성격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이제 일본과 세계의 인류는 3.11로 시작된 이 강력하고 지속적인 재난 속에서 삶을 영위할 방법을 사유해야 하는 것이다. 재난의 한복판에서 쓰여진 [사상으로서의 3.11]은 바로 이 사유의 단초들을 엮은 책이다. 쓰루미 슌스케나 요시모토 다카아키와 같은 원로 사상가로부터 고소 이와사부로나 사사키 아타루와 같은 젊은 지식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일본 지식인들의 사유가 담긴 [사상으로서의 3.11]은 3.11 이후 인류에게 어떤 삶의 가능성과 과제가 놓여져 있는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해 주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들이 말하는 3.11 대지진과 원전!!
    근거가 무너진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인류에 대한 제언!


    3.11은 보고나 기록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고도성장의 신화, 안전신화, 원자력신화……. 현대 일본의 모든 신화들이 무너져 내린 그라운드 제로, 후쿠시마. 그곳으로부터 바람과 조류를 타고 퍼져 나가는 피폭의 공포는 그것이 닿는 모든 지역의 삶과 노동, 통치와 저항의 성격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이제 일본과 세계의 인류는 3.11로 시작된 이 강력하고 지속적인 재난 속에서 삶을 영위할 방법을 사유해야 하는 것이다. 재난의 한복판에서 쓰여진 [사상으로서의 3.11]은 바로 이 사유의 단초들을 엮은 책이다. 쓰루미 슌스케나 요시모토 다카아키와 같은 원로 사상가로부터 고소 이와사부로나 사사키 아타루와 같은 젊은 지식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일본 지식인들의 사유가 담긴 [사상으로서의 3.11]은 3.11 이후 인류에게 어떤 삶의 가능성과 과제가 놓여져 있는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해 주고 있다.

    3.11 대지진의 어마어마한 피해는 그 자체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의 붕괴는 지진 재해와는 또 다른 차원의 공포와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방사능이라는 보이지 않는 위협, 그리고 인간의 짧은 수명으로는 상정할 수 없는 ‘수만 년’이라는 방사능 피해의 시간 단위는 후쿠시마에서 새로운 재난의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18편의 글들은 이 재난의 시대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전망하기 위한 다양한 사상 과제들을 도출해 내고 있다. 내셔널리즘, 근대, 기술과 과학, 세계와 자연, 항상적 봉기 등 각각의 글들은 각기 다른 주제와 입장에서 새로운 시대를 위한 전망을 제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입장과 주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글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탈원전/반원전’의 필요성이다. 방사능의 공포가 현재의 삶을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제어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위험성을 가진 ‘쓰레기’를 미래 세대에게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탈원전은 절실한 과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과 브라질 등 많은 나라들이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은 여전히 이웃나라의 비극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듯하다. 오히려 일본이 비워 둔 원전 선진국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듯이, 원전 수주에 환호하고 원전을 더욱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 한국에서는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재앙은 후쿠시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것이 [사상으로서의 3.11]에 실린 일본 지식인들의 사유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이며, 또한 이것이 ‘3.11 대지진’ 1년을 맞아 [사상으로서의 3.11] 한국어판을 번역?출간하는 이유이다.

    내셔널리즘을 넘어 ‘후쿠시마 국민’으로

    미디어 문제를 미뤄 두더라도 어째서 일본사회 전체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이 정도로 고립감에 휩싸이게 되었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그건 해일과 지진이 안긴 피해가 너무나도 심각하고 원전 사고로 인한 절망감도 있겠지만, 저는 역시 일본에는 세계의 일원이려는 자세가 원래 부족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반성합니다. 앞으로의 일본을 생각한다면 세계의 일원이라는 의식이 몹시 소중합니다. 현재 일본은 “국난에 빠져 있다, 하나가 되어 힘내자”라는 식이어선 안 됩니다. 앞으로 이 나라를 어떻게 바로 세워 갈 것인가를 고민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앞으로는 다음 걸음을 내디딜 때 세계의 일원이라는 일체감을 갖지 않는다면, 그 용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요컨대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인구 문제, 자원 문제, 쓰레기 문제 등 세계 전체의 문제를 30년 정도 선취해 사고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가토 노리히로, ?미래로부터의 기습?(132∼133쪽)

    대규모의 재해가 일어나면 사회는 곧장 ‘내셔널리즘’으로 달려간다. 3.11 이후 일본의 미디어들 역시 “일어서라 일본”과 같은 구호를 반복하면서, 재해지의 ‘미담’을 전하고, 부흥해야 할 ‘건전한 일본’의 상을 그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내셔널리즘의 선동이 흘러나올 때, 거기에서 가장 먼저 배제되는 이들은 재해의 희생자들과 여전히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후쿠시마의 당사자들이다. 후쿠시마는 더 이상 피해지가 아니라, ‘일본의 부흥’을 위해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어 버린다. 애도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도카통통?(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제목으로 망치 소리의 의성어, 본문 196쪽 참조)의 망치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평론가인 이케다 유이치는 내셔널리즘의 구호 속에서 그어지고 있는 이러한 분할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반경 10km, 20km, 30km……. 그리고 현의 경계와 국경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그어지는 분할선에 따라 모두가 자신의 입장을 가지고 안전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사능 피해는 그렇게 인간들이 긋는 분할선을 따라서 구분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모두가 피폭의 위험에 처해 있는 당사자, 곧 ‘후쿠시마 국민’으로서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이케다의 주장이다. 그럼으로써 국민과 행정, 국민과 내셔널리즘 사이에 그어져 있는 더 큰 분할선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패전후론]의 작가로 일본 학계에서 ‘역사주체논쟁’을 벌이기도 했던 가토 노리히로가 원전 피해지역을 방문하면서 느낀 것 역시 이런 내셔널리즘의 문제였다. “전쟁에서 공습이 오는데 “도망쳐라”가 아니라 가족이 “으악”하며 얼싸안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본문 132쪽)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지적하고 있는 것이 ‘고립’을 지향하는 일본 내셔널리즘의 성격이었다. 근대화 이후 일본은 특유의 ‘전학생 의식’으로 스스로는 고립된 채 세계를 따라잡고 앞서 나가려고만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태평양 전쟁 당시의 일본의 모습이었고, 세계에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일어나라 일본”의 이미지에만 집착하고 있는 일본의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재난의 시대

    만약 최선의 경우에 관한 허황된 기대가 모두 실현되어 방사능 유출이 멈추고, 노심이 제대로 냉각되어 장기 안정상태에 이르고, 그걸 수관으로든 콘크리트로 된 석관으로든 완전히 밀봉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사건이 끝났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대기로 대지로 바다로 흩뿌려진 아이오딘 131의 방사능이 급속히 감쇠하고, 30년의 반감기를 갖는 세슘 137조차 흩어지거나 제염되거나 생활하기에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낮아졌다고 해도, 견고하게 밀봉된 석관 속에는 대량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기분 나쁘게 잠들어 있는 것이다. 플루토늄 239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들려면 2만 4천 년 걸린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일순 그 황당한 시간의 단위에 눈이 멀고 생각도 정지된 채로 굳어 버린다. - 다지마 마사키, ?시작도 끝도 없다?(141쪽)

    다지마 마사키의 글 제목이 잘 표현하고 있듯이, 현대는 ‘시작도 끝도 없는’ 재난의 시대이다. 원전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재난 시대인 것이 아니라, 원전 자체가 이미 ‘사고’이기 때문이다.(히로세 준, ?원전에서 봉기로?, 249쪽) 원전 ‘사고’를 발전 자체나, 발전 이후의 폐기물 처리와 구분해 줄 수 있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모두 수만 년 동안 지속될 과정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재난의 시대, 이를 히로세 준은 ‘문제제어 사회’(원전에서 봉기로)라고 부른다. ‘문제제어 사회’라는 표현은 비단 원전문제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9.11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 또한 ‘원전’과 동시대적인 ‘문제제어’의 현상이다.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고 해서 ‘테러와의 전쟁’은 해소되지 않는다. ‘테러리즘’이라는 문제를 해결불가능의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사회를 ‘제어’하고 삶과 노동을 끊임없는 재난의 상태에 놓이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테러와의 전쟁’의 요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테러에 대한 공포가 일상을 지배하듯이,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상화된 피폭은 일상생활, 노동, 사회관계, 통치, 투쟁 등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치고 이를 재규정한다. 원자력 사고를 계기로 가장 선진적인 자본주의 국가 중 하나였던 일본이 그 내적 문제와 한계를 묵시론적인 형태로 드러냈고, ‘인류 진보의 정점’이었던 원전 또한 스스로 붕괴하여 자본주의가 만들어 왔던 인간 존재의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원전이나 핵무기가 일거에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난망한 것이다. 사사키 아타루가 자신의 글(?부서진 대지에, 하나의 장소를?)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이미 지구상에서는 수도 없는 원자력 사고들이 발생했고 그 정점에 후쿠시마의 원전사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난 시대의 통치는 이러한 붕괴의 사실을 알면서도 지연시키는 장치를 인류에게

    강제할 것이다.(고소 이와사부로, 232∼233쪽)
    이런 강제에 맞서 다양한 형태의 저항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제기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 저항들은 마찬가지로 ‘문제제어’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히로세 준은 이를 ‘아랍의 봄’을 들어 설명한다.([원전에서 봉기로], 253쪽) 과거의 ‘혁명’이 ‘문제해결’, 즉 정권을 장악하고 새로운 건국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으로 종결된다면, 오늘날의 ‘아랍의 봄’과 같은 봉기에는 ‘정권 장악’이나 ‘건국 프로젝트’와 같은 구체적인 목적이 있는 아니라, 봉기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반원전의 증표]에서 등장하는 일본의 마이너 운동들(다메렌, 목욕탕 이용자 협의회 등) 역시 끊임없이 봉기로서 봉기하는, 다시 말해 특정한 목적이 아니라 “노상 점거 자체를 지향하는” 저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데모가 기쁨의 선線인 동시에 피로의 선이기도 하다는 것은 단순히 자유롭게 길을 메우고 활보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비좁은 인도로 밀려나야 하기 때문은 아니다. 답으로 향하는 데모, 불안정에서 안정으로 향하는 데모가 아니라 문제를 그것으로서 살아가는 데모, 준안정에서 준안정으로 진행되는 데모이기 때문이며, 즉 그 종착점이 종지부가 아니라 휴지부이며 거기에는 시작도 끝도 없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이것을 ‘뱀’이라고 부르며 시작과 끝으로 획정된 선분 위로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가 또 다른 획정된 선분 위로 얼굴을 내미는 과거의 ‘두더지’와 구별했다. 뱀은 선분을 알지 못하며 데모와 일상을 전혀 구분하지 않는다. 뱀은 또한 땅 속에서의 휴식도 알지 못한다. 쉬지 않고 땅 위를 기어간다. 그동안 피로가 쌓인다. 땅 위로는 끊임없이 방사선이 쏟아지고 있다. 피로와 피폭의 선.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또한 뱀들의, 즉 우리 해방의 선, 기쁨의 선이다. 뱀이 된다(봉기한다)는 것은 이 문제를,
    어디까지나 과잉된 힘으로서의 이 ‘균열’을 살아가는 것이다. - 히로세 준, ?원전에서 봉기로?(254∼255쪽)

    세계를 사랑한다는 것

    모리 이치로는 자신의 글(?세계를 사랑한다는 것?)에서 세계와 자연을 구분한다. 태곳적부터 유구한 템포로 같은 것을 영원히 반복하고 있는 존재자 전체를 ‘자연’이라고 한다면, ‘세계’는 인간이 그 자연과 맞서 싸워 구축해 낸, ‘인간이 만들어 내서 영속하는 사물의 총체’를 말한다. 따라서 ‘자연을 지키자’라는 말은 오만한 것이다. 자연에게 있어 인간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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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부는 어찌 되어도 상관없는 것이며, 자연은 때때로 그 막대한 힘으로 세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인간에 의해 위기에 처한 것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구축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할 ‘세계’인 것이다. 파괴와 제조의 과정 자체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본주의는 ‘방치해도 사라지지 않는’ 쓰레기들을 만들어 내고, 그 쓰레기들에 의해 ‘세계’가 파괴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것이 원자력 발전의 ‘쓰레기’이다. 언뜻 ‘제어’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제어할 수 없는 원자력 발전의 과정은 세계 속으로 선악을 모르는 자연을 끌어들인 것이며, 자연이 자신의 본령을 발휘하여 세계를 파괴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본문 158쪽)
    방사능 물질은 일단 제조되면 인간으로서는 상정할 수도 없는 수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위력을 발휘한다. 모리 이치로의 말처럼 “미래의 인류”는 “세계를 파괴하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눈앞의 편리나 이익에 이끌려 핵연료 쓰레기를 세계에 부지런히 쌓아가는” 오늘날의 인류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파괴와 제조의 과정을 반복하고 확대하면서 세계를 파괴하고 있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그리고 그 원동력의 상징인 원자력 발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미래의 피해자’를 위해서도, 그리고 후쿠시마 이후 지속적으로 피폭의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를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급선무일 것이다.

    본문중에서

    실로 어려운 대목입니다. “말해”라는 압력에 굴하지 않고 사망자와 이재민을 ‘이용’하지도 않고, 그런데도 이 사태에 관해 진지하게 무언가를 말해야 한다면 말이죠. 거의 줄타기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어느 작가가 제게 다소 침통한 내용의 글을 보내 왔습니다. 즉, 이 사건조차 옴진리교 사건처럼 2, 3년 동안 문학, 사상, 비평에서 ‘소재’로 소비되고 그대로 잊혀지지는 않을까라고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들뢰즈가 비난했듯이 “이용”하고 “시체를 먹는” 사람들은 또 등장하겠죠. 예를 들어 지진 재해를 화젯거리로 삼은 소설이 차례차례 출판되거나 ‘9,11에서 3.11로’ 등을 제목으로 뽑은 사상, 비평의 게임이 전개되겠죠. “자, 축제다. 일대 이벤트, 게임의 시작이다. 소재는 대지진과 원자력 발전 사고다. 누구 머리가 제일 좋은가?”라고요.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
    (/ p.46)

    전력 업계는 지역 독점 기업인데도 텔레비전 업계에 거액의 광고료를 뿌려 여론을 조직적?전략적으로 유도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원전 사업에 반하는 이견을 봉하는 데는 광고를 끊겠다는 위협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면 원전을 반대하는 의견은 조직적으로 밀려난다. 일단 그런 흐름이 만들어지면 구태여 개개인을 매수하러 나설 필요는 없다. 원전 정책이 일을 만들어 내고, 따라서 조직과 직장을 만들어 내고, 많은 낙하산 인사, 연구기관, 심의회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부풀어 오른 조직과 인원은 서로를 보증하고 뒷받침하고 인가하고 익찬한다. 개중에는 돈에 눈이 멀어 먼저 나서는 자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저차원의 관심’에서 움직이는 경우는 예외적일 것이다. 대개는 시대의 물결에 올라타서 옮겨 가는 것일 뿐이고, 오랜 세월의 친분과 신사적 교제가 있어서 임원이 되는 걸 뿌리치지 못한 것일 뿐이고, 자리에 이름을 올린 것일 뿐이리라. 부러 이기적인 짓을 할 작정도 없고, 그런 습관이 있는 자들도 아니다. 다만 다양한 의견과 반대 입장의 목소리를 도통 알아듣지 못하니 식견이 좁고 편향되어 있다는 지적은 면키 어렵다. 그리고 그게 이단을 꺼리고 대립을 배제하고 원만히 화합해 나가자는 익찬체제의 본질이다.
    (/ p.144)

    지키고 전해야 할 사물을 돌보는 것이 곧 세계를 사랑하는 수업인 것이다. 반면 후대에게 남겨야 할 이유가 없는데 언제까지고 끈질기게 남아 있는 사물도 있으니 그런 것은 늘리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한번 불붙으면 다음 세대에도 피어올라 언제 어느 때에 다시 타오를지 모를 복수심에,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골치를 썩어 오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용서의 기적을 바라는 심리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수만 년이 지나야 겨우 반감기로 들어가는 방사성 물질은 일단 제조되면 돌이킬 수 없으며 반영구적으로 저주를 뿌린다.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당사자가 범한 잘못뿐이다. 세계를 파괴하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눈앞의 편리나 이익에 이끌려 핵연료 쓰레기를 세계에 부지런히 쌓아 가는 21세기의 원자력 주민 별칭 지구 시민?의 비도非道를 미래의 인류는 결코 용서해 주지 않을 것이다.
    (/ p.160)

    저자소개

    쓰루미 순스케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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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2년 도쿄에서 출생한 쓰루미 순스케는 1942년 하버드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1946년『思想の科學』의 창간을 주도했다. 그 후 아카데미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대중문화를 독자적인 시각으로 관찰하면서 일본인의 사고방식의 비합리성을 계속하여 비판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미국철학』,『야나기 무네요시』,『한계예술론』,『전후일본의 대중문화사』,『鶴見俊輔集』(正?續17卷, 筑摩書房)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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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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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생.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수유너머의 일원이었다.
    [지식의 윤리성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 [사상의 번역], [상황적 사고], [여행의 사고 하나], [여행의 사고 둘], [여행의 사고 셋]을 발표하고 [다케우치 요시미 선집 1-고뇌하는 일본], [다케우치 요시미 선집 2-내재하는 아시아],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 [사상으로서의 3·11], [사회를 넘어선 사회학]을 한국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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